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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화표국 천재 아들-108화 (108/133)

108화. 천마(2)

108화. 천마(2)

중원에 알려진 천마는 사실, 좌호법이 축골공을 통해 변장을 한 것이라는 말.

상당히 충격적인 말이었다.

때문에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보다 자세히 이야기해주시겠습니까."

고개를 끄덕인 좌호법은 "잠시 같이 걸으시겠습니까." 란 말과 함께, 진중한 표정으로 답변을 이어나갔다.

"구도자, 중원에 알려진 것과 달리 천마는 단순히 무위만 강하다고 오를 수 있는 자리가 아닙니다."

계속 이어 말하라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천마라는 자리는···. 사실, 천마신공을 익힌 분만이 오를 수 있는 곳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그 말은···."

결국 천마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데에 핵심은, 일신의 무위보다 천마신공이란 말이었다.

천마신공을 익힌 사람만이 천마가 될 수 있다는 말.

달리 말하면, 천마신공을 익히지 못한 사람은 천마라 칭해질 수 없다는 말이었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좌호법을 봤다.

이 상황에서 이런 말을 하는 이유야 뻔했다.

'자신이 축골공으로 대역을 하는 이유가 현재 천마의 자리가 공석이기 때문이란 말이로군.'

더욱이 전생의 기억에 따르면, 현재 천마신교에는 오롯한 천마신공이 존재하지 않았으니.

확인 차 좌호법에게 물었다.

"그럼 지금, 천마신교에는 천마가 존재하지 않겠군요. 천마신교 내에 천마신공이 존재하지 않으니까요."

내 말에 좌호법은 그러하다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천마신공이 소실되었다는 건 알고 계셨던 모양이군요."

이 부분은 신녀 또한 내게 이야기한 적이 있으니, 나 또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왜 전에 그러지 않았나.

부교주가 봉황진검을 찾는 이유가 천마신공을 복원하기 위해서라고.

어쨌든 이후 좌호법은 내가 미처 신녀에게 듣지 못했던 부분들을 골라내 들려주었다.

"···사실 천마신공이 소실된 지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흘렀습니다."

주로 일종의 과거사라고 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천마신공이 소실된 건 마지막 천마께서, 작금의 천마신공은 그 끝에 파멸밖엔 존재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폐기하셨기 때문입니다."

꽤 놀라운 내용이었다.

"더불어 그분께선 머지않아 천인이 나타나, 새로운 천마신공을 만들어 세상을 구원할 것이라 예언을 남기신 뒤, 홀연 자취를 감추셨습니다."

그런데 그때였다.

순간 저도 몰래 고개가 갸웃했다.

듣다 보니, 어째 저 말 속의 천인이 꼭 이 몸을 가리키는 것 같았기 때문.

‘실제로 내가 익히고 있는 천마신공 또한 나름의 개량을 거친 것이기도 하고···.’

더욱이 묘한 기시감도 들었다.

이후 어쨌든 그녀는 그 '다음 대의 천인'이라는 게 지금 자신들이 그토록 찾고 있는 인물이라고 했다.

"기록에 따르면, 홀연 자취를 감추시면서 이 모든 게 마신의 뜻이라는 말도 남기셨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저때부터 중원에 모습을 드러낸 천마는 항상 축골공을 익힌 누군가가 분장을 한 대역이었습니다."

"그렇습니까."

대강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생각할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았다.

"외부에 천마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공포하는 건, 그만큼 본교에 위험한 일일 수 있으니까요. 물론 그렇다고 아무나 천마를 시킬 순 없으니, 이런 방법이 동원된 겁니다, 구도자."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제가 다른 호법들보다 무공 수위가 떨어짐에도 동등한 호법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도 거기에 있고요."

반사적으로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생각에 잠겼다.

‘오히려 상황이 이렇게 되니···.’

천마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건, 그저 조금 충격적이다 뿐이지,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말처럼 들렸다.

그렇지 않나.

천마신교는 일종의 종교 단체.

그들에겐 무엇보다 중요한 게 그들이 모시는 마신일 테고.

'결국 마신이 현세에 강림해 있는 게 아닌 이상, 그들은 마신의 교리를 따를 수밖에 없을 테니.'

만약 교리에 천마신공을 익힌 자만이 천마가 될 수 있다고 쓰여 있다면, 천마의 자리가 공석이란 것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었다.

반면 마지막 천마가 남긴 예언이란 것은···.

‘아무래도 정보가 더 필요하군.’

마신이란 존재는 대체 무얼까?

점점 더 오리무중이 되어갔다.

하여 이런저런 정보를 넌지시 더 물었다.

다만.

‘아쉽게도 모산파나 봉황진검에 대한 정보는 그리 아는 게 없는 것 같군.’

당장 필요한 정보는 얻을 수 없을 것 같았다.

대강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뭐 상관없다.

어차피 아직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은 많았으니.

실제로 이곳이 모산이니, 이곳의 도사들에게도 이것저것 물을 수 있을 테고.

‘사서 노인도 있으니.’

심지어 아직 봉황진검을 취하지도 않은 상황 아닌가.

봉황진검을 취하면 십중팔구 환상을 볼 테니.

그로부터 얻는 정보도 적지 않을 터였다.

머지않아 대화를 끝냈다.

이에 엷게 웃으며 예를 취해보이는 좌호법.

이후 그러더라.

궁금한 게 있으면 언제든지 또 물어보라고.

나 또한 그녀에게 비슷한 말을 해주고 자리를 파했다.

‘···일단 모산파 도사들과도 이야기를 나눠봐야겠군.’

동시에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

내몽고에 위치한 어느 작은 사당 안.

검붉은 불빛을 내는 화로가 사방을 빙 두른 가운데.

사당 정 중앙의 침상 위에 한 여인이 가부좌를 튼 채,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이에 근처에 있던 시동들이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신녀님, 너무 무리하시는 거 아니야?”

아니나 다를까, 가부좌를 튼 여인의 얼굴은 점점 창백하게 변해갔으니.

그래도 하늘이 도운 것일까.

머지않아 무사히 신녀의 눈이 뜨였다.

근처에 있던 시비들이 재빨리 그리로 이동해 신녀를 부축했다.

“신녀님, 괜찮으세요?”

이에 곧 고개를 끄덕이는 신녀.

다만 그렇게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했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또 실패한 건가.’

현재 그녀는 마신과의 소통을 통해, 천인의 존재를 알아내고자 하고 있는 중.

헌데···.

‘대체 왜 예언 속엔 구도자만 나타나고 천인이 나타나지 않는 걸까.’

분명 마신께서 귓가로 들려주시는 예언의 내용엔 천인과 구도자가 함께 있다고 하셨거늘.

눈으로 보이는 장면은 전혀 딴판이니.

절로 입술이 짓이겨졌다.

어지간히도 천인이 나타나지 않으니.

‘설마 천인과 구도자께서 동일 인물이란 말일까?’ 라는 생각까지 들 정도.

다만 마신께서는 여전히 두 사람의 혼백을 각기 다른 사람으로 치부하고 있으신 것 같으니.

‘그럴 리 없겠지.’

신녀는 저도 몰래 옅은 한숨을 뱉었다.

“큰일이구나.”

“무슨 일 있으세요, 신녀님?”

“···아니다.”

전혀 바라지 않는 예언만이 계속 뇌리에서 진해져 가는 상황.

참고로 현재 그녀의 눈앞에 제시된 예언은 총 두 가지 아닌가.

구도자와 천인이 중심이 되는 미래와 부교주가 중심이 되는 미래.

그런데 이러다 자칫 부교주가 중심이 되기라도 하면?

‘세상은 지옥 그 자체가 될 테지.’

천마신교는 그 책임을 물어 자연히 파멸을 길을 걸을 테고.

신녀의 표정이 상당히 어둡게 변해갔다.

이윽고 머지않아, 그녀의 입이 열렸다.

한 번 더 예언을 받아봐야겠다고.

“그래도 마신께서 혼백을 중원으로 보내신 까닭에 전달되는 예언의 내용은 더욱 진해진 것 같구나.”

“네?”

“무얼 그리 놀라느냐. 대략 모산쯤에 혼백이 느껴지는 걸로 보아, 그곳에 계신 구도자와 연관이 있는 걸 테지.”

“그, 그렇군요.”

“어쨌든 우리는 그저 예언을 받기 제일 적기라는 말로 생각하면 될 테야.”

곧 신녀는 어안이 벙벙해 하는 시비들을 뒤로 하고, 재차 예언을 받기 위해 심상 속으로 빠져들어 갔다.

***

모산파 경내를 얼마나 돌아다녔을까.

문득 멀찍이서 평상을 놓고 무언갈 열심히 적고 있는 도사들이 보였다.

아마 내가 대호법을 심문하는 동안, 그들 또한 나름대로 할 일을 찾아 수행하고 있던 모양.

슬쩍 그들을 향해 다가가 인기척을 냈다.

“흠흠. 많이 바쁘십니까.”

이에 이 몸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는 그들.

“오셨군요. 심문은 전부 마치셨습니까?”

그들의 대표로 무문이란 도사가 물어왔다.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헌데. 제가 괜히 바쁘신데 방해를 한 건 아닌가 싶습니다.”

“아닙니다. 심문은 어땠습니까.”

이후 함께 너스레를 떨며, 심문한 내용들 중 말해도 무방하다 싶은 것들만 간단하게 말해주었다.

물론 동시에 이곳에 온 목적 중 하나인 사서 노인에 대한 것도 넌지시 물었다.

사실 이게 본론이지 않나.

“헌데. 아까 말씀하시다 만 어르신께서 말했던 청년이 저라는 말씀은···.”

그러자 곧 그러더라.

“아, 그건 직접 그분을 뵙고 말씀을 나누시는 게 어떨지요.”라고.

그러고 보니, 대호법과의 싸움을 치르기 전에 물었을 때도 이런 말을 했었다.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 무문이 입을 열었다.

“지금 만들고 있는 부적만 만들고 제가 직접 안내해드리겠습니다.”라고.

이제 보니, 그들은 부적을 만들고 있던 모양.

절로 부적들을 향해 시선을 뒀다.

괜히 호기심이 생겼다.

문득 그들이 부적을 이용해 대호법의 강기를 막아내던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

동시에 과거 환상 속에서 보았던, 백의를 입은 백현이란 도사가 흑의를 입은 마인의 강기를 부적으로 막아내던 모습이 머릿속을 스쳐간 상황.

절로 유심히 살펴보게 되었다.

붓을 들고 조심조심 글자를 적어 내려가던 무문이 이마의 땀을 닦으며 물어왔다.

“부적에도 관심이 있으신 겁니까?”

그러하다 대답해주었다.

실제로 거짓말은 아니었다.

나 또한 부적을 직접 만들어본 적이 있지 않나.

봇짐에도 항상 괴황지와 일전에 얻었던 붓을 지니고 다니고.

“그럼 좀 도와주시겠습니까.”

“제가 도와도 괜찮겠습니까.”

“물론이지요. 어르신의 손님이 아닙니까.”

어차피 멀뚱멀뚱 기다리기도 난처했던 상황.

하물며.

‘이를 돕다보면, 환상 속 노인이 썼던 부적술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 테지.’

그런 생각도 한몫했다.

그렇게 얼마나 도움을 주었을까.

마침내 도움을 마친 뒤, 탁탁 손을 털며 함께 자리에서 일어났다.

잠시 내가 만든 부적들을 곱씹으며 입맛을 다시고 있는데, 무문이 그러더라.

“어르신은 산 뒤편에서 요양을 취하고 계십니다.”라고.

곧 무문이 길을 안내하기 시작했다.

“산 뒤편이라면···.”

“거북이 바위 뒤쪽에 난 소로를 따라 내려가면 작은 화전민 마을이 있습니다. 그곳에 계십니다.”

“그리 먼 곳은 아닌 모양이군요.”

그렇게 함께 걸음을 옮겼다.

얼마나 걸었을까.

이윽고 쪽빛의 초원을 지나 너른 공터에 도착할 수 있었다.

마침내 눈앞에 나타난 거북이 바위.

나름 만들어둔 진법 때문인지, 근처엔 벌레 한 마리도 보이질 않았다.

옆에서 함께 그 모습을 보던 무문이 물어왔다.

“아 참. 그런데 봉황진검은 취하셨습니까.”

고개를 저었다.

"어르신 먼저 만나뵌 뒤에 취할까 합니다."

그는 내 선택을 영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내가 환상을 보면 기절한다는 걸 모르니 하는 생각일 테지.'

뭐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순간 덜컥 걸음을 멈추는 무문.

나 또한 어쩔 수 없이 걸음을 멈췄다.

“무슨 일입니까.”

그런데 무문은 별다른 대답도 없이 입을 쩍 벌린 채, 바닥만 멍하니 응시하고 있을 뿐이었다.

‘뭐하는 거지?’

이에 나 또한 천천히 고개를 내렸다.

그런데 그 순간이었다.

찰박.

순간 신발을 적시는 빨간 핏물.

‘잠깐. 이게 대체···.’

그리고 재빨리 핏물을 따라 시선을 옮기니···.

거북이 바위에 꽂힌 봉황진검이 피를 흘리고 있었다.

동시에 머릿속에 환한 빛이 터지고.

환상이 하나 펼쳐졌다.

나타난 건, 익히 알고 있는 마신의 환영이었다.

검을 직접 손에 쥐지도 않았거늘.

대체 이게 어쩐 일일까.

물론 일단 그럼에도 눈앞에 환상이 나타났으니.

현재로선 그에 집중을 하긴 해야 했다.

이윽고 눈앞에 나타난 마신의 환영으로부터 웅장한 빛무리가 하나 내려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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