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금화표국 천재 아들-106화 (106/133)

106화. 모산(4)

106화. 모산(4)

부적으로 대호법을 상대하는 도사들을 보며 보법을 밟았다.

이윽고 도착한 봉황진검이 꽂혀 있는 거북이 바위 앞.

'진법이 하나 더 있었군.'

그 앞엔 공간을 나누는 진법이 하나 더 있었다.

워낙 중요한 물건이니, 이중 삼중의 보안 장치를 마련해 놓은 모양.

물론···.

차장창-

그 진법 또한 여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았다.

'전체적으로 화산에 있던 진법과 결이 비슷하군.'

같은 진법이 연속으로 두 개 만들어져 있다라···.

보안 장치로서의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을 하며, 안으로 발을 들였다.

뚜벅뚜벅.

'이 진법들 또한 사서 노인이 만든 건가.'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은 그런 것보다 봉황진검 확보에 집중을 해야 할 때.

이윽고 대호법과 도사들의 시선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예기치 못한 이 몸의 등장에 양쪽 모두 적잖이 당황을 한 모양새.

나는 개의치 않고 걸음을 옮겼다.

저벅저벅.

둘 중 내 정체를 먼저 파악한 건 대호법 쪽이었다.

"네 놈은!"

놈은 뒤로 크게 물러나더니, 주변 전황을 눈에 담기 시작했다.

주변에 둘러 있던 진법이 깨져 있고.

강시들 또한 석상처럼 굳어버린 모습을 보고 적잖이 놀란 모양.

놈은 한껏 긴장한 얼굴로 다시 도사들을 향해, 새빨간 강기의 다발을 날려대기 시작했다.

쾅! 쾅! 쾅! 쾅!

내게도 새빨간 강기 한 줄이 파공음을 내며 날아들었다.

쐐액-

이 정도쯤이야.

화르륵- 펑!

주먹질을 해 가뿐하게 막아줬다.

이에 대호법의 얼굴에 확신이 어렸다.

"역시 네놈이었구나."

그 모습을 잠깐 눈에 담은 뒤, 다시 고개를 돌렸다.

사실 놈이 눈치를 채 건 말건, 당장 그리 큰 상관은 없었으니.

이윽고 시야에 들어온 거북이 바위와 그 위에 꽂혀 있는 봉황진검.

손만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었다.

당장 내게 중요한 건, 이 검. 봉황진검이었다.

종남산에서와 달리, 늦지 않았다는 것이 무척이나 다행스러웠다.

얼핏 봉황진검 뒤편으로 마신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것도 같았다.

이걸 손에 쥐면 이번엔 어떤 환상을 보게 될까?

마른침이 넘어갔다.

물론.

'그럼 이제 이걸 어찌 하면 좋을까.'

당장 손으로 만지긴 영 찝찝한 상황이니. 당장의 대처는 고민을 해봐야 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부적을 던지던 도사 하나가 내게 말을 던져왔다.

"···설마. 어르신이 보내신 분입니까."

고개를 돌려 도사를 봤다.

도사들 또한 내 정체를 눈치 챈 모양.

헌데 어르신이라.

'사서 노인을 말하는 건가.'

그들은 곧 다시 대호법과의 전투를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쐐액- 쾅! 쾅!

'일단은···.'

그 모습을 일별하고, 봉황진검 근처에 나름의 진법을 설치해뒀다.

'당장 봉황진검을 쥐는 건, 자칫 또 기절을 하는 결과를 불러올 수도 있으니.'

정확히는 이 몸만 드나들 수 있는 진법을 만들어 둔 것. 만약의 사태를 대비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일단 이 자리를 사수하며 싸움을 마무리 지은 뒤, 봉화진검을 취하는 게 제일 좋은 방법일 테니.'

순간 머릿속으로 당장 검을 쥐라는 듯한 사념이 몰려왔지만,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참아냈다.

웅성웅성.

도사들은 싸움을 하면서도 연신 웅성거렸다.

"···분명 어르신이 말씀하신 남자가 저 사람인 것 같네."

"···다행히 늦진 않았구먼."

도사들은 이런 말을 나누다 재차 내게 소리쳐 물어왔다.

"여긴 어떻게 오셨습니까!"

대략 어떤 의도로 묻는 건지 짐작이 됐다.

내 정체를 명확히 확인하기 위함일 터.

따라서 그들이 원하는 대답을 해주었다.

"사서 어르신께서 진법 속에 만들어두신 안배를 보고 찾아왔습니다."

"역시!"

"살았어!"

곧 그들은 부적을 던지며 슬금슬금 내 앞쪽으로 이동을 한 뒤, 이런 말을 건네 왔다.

"얼른 그걸 가지고 도망치십쇼!"라고.

봉황진검을 뽑아서 도망치라는 말이었다.

자신들이 목숨을 걸고 시간을 벌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들에게 최우선 순위는 눈앞의 봉황진검인 모양.

대체 이들의 정체가 무엇이기에.

'대략 모산파와 연관이 있음은 알고 있지만···.'

잠깐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떨었다.

아쉽지만 당장 그 대화를 나누긴 적합하지 않아보였다.

주변에 듣는 귀가 너무 많았다.

더욱이 이들의 상태 또한 한계가 머지않아 보였으니.

이번엔 고개를 돌려 대호법을 살폈다.

'어서 이 상황부터 정리를 해야겠군.'

정확히는 놈이 뿌려대는 강기의 형태를 살폈다.

주로 손가락 끝에서 뿜어지는 모양.

탄지공의 일종인 것 같았다.

얼핏 진법의 기운이 느껴지는 걸 보니, 도술도 사용할 줄 아는 모양.

차근차근 놈의 수준을 분석했다.

'좌호법보단 두어수 위인 것 같군.'

일전에 싸웠던 우호법보다도 한 수 위.

참고로 주변에 스리슬쩍 깔아둔 천마신기 또한 놈의 정보를 속속들이 내 머릿속에 주입시켜주고 있는 상황.

순식간에 놈의 수준이 가늠됐다.

곧 이 몸의 몸속의 천마신기 또한 슬쩍 점검했다.

근래 마신을 만나며, 좌호법이나 우호법과 싸웠을 때보다도 한 층 더 강화된 기운.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사실 너끈했다.

놈 또한 대략 그러한 상황을 파악했는지, 연신 눈알을 굴리며 다음 행동을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았다.

이내 나는 주변의 도사들을 향해 말했다.

"굳이 도망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대호법에게서 눈을 떨어뜨리지 않은 채, 계속 말을 이었다.

"절 믿으시지요."

이후 도사들을 향해 그저 지켜보라는 언질을 두었다.

곧 도사들의 눈이 화등잔 만해졌다.

꼴깍꼴깍 마른침을 삼키더라.

반면 내 얼굴엔···.

'이미 이 싸움은 이긴 것과 다름이 없었으니.'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불태라고 하지 않나.

이미 놈의 수준을 완벽히 가늠한 상황.

그저 자신감만이 가득했다.

차분히 놈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

"자,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갑작스레 이 몸을 막아서는 도사 하나.

고개를 돌려 도사를 봤다.

이 몸을 믿으란 말을 건넨 이후.

떨리는 눈으로 연신 마른침을 삼켜대는 도사들이었다.

"그, 그럼 저희는 어찌 해야 합니까? 차, 차라리 검을 가지고 도망치시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그들은 아직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 모양.

뭐, 내 실력이야 직접 보여주면 될 테지만.

'너무 긴장을 하고 있군.'

이렇게 두면 자칫 긴장을 하다 자기들끼리 실수를 저지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가령 나 대신 검을 가지고 도망치려 한다거나.

'본격적인 싸움을 하기 전에, 긴장을 풀어줄 필요는 있을 것 같군.'

하여 긴장도 풀어줄 겸, 겸사겸사 그들을 향해 그간 궁금했던 걸 툭 던져 보기로 했다.

"그보다 사서 어르신은 지금 어디 계십니까."

이 근처에 있을 것이라 생각했건만, 여태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니···.

곧 그들 중 하나가 그러더라.

"···그, 그분은. 내공이 역류하여 잠시 피신을 하신 상태입니다."라고.

보다 자세한 사정은 일단 이번 일을 처리한 뒤, 말씀드리겠다는 말도 덧붙였다.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이번 일이 끝나면, 알아내야 할 게 한 두가지가 아니로군.'

문득 피식- 웃음이 나왔다.

좌호법과도 부교주와 황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봐야 할 테니.

내 여상스러운 반응 때문일까, 긴가민가하던 도사들 또한 하나둘 긴장을 풀어놓기 시작했다.

"저, 정말 혼자서 가능하신 겁니까?"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아주 자신만만하구나."

이 모습을 지켜보던, 대호법이 입꼬리를 쓰윽 말아 올리며 물어왔다.

걸음을 옮겨 도사들을 등 뒤로 뒀다.

놈과 일 대 일로 마주한 모양새가 됐다.

놈의 말은 무시한 채, 말을 던졌다.

"순순히 투항하는 건 어떠냐."

놈의 수준 정도 되면, 내가 자신보다 한 수 위라는 건 진즉에 파악했을 터.

만약 투항을 한다면, 알아낼 수 있는 정보가 많을 테니.

그런데 그때였다. 놈이 입가를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비웃는 건가? 아니, 전음이군.'

헌데 놈의 반응이 예상과 조금 달랐다.

전혀 포기하지 않는 모양.

순간 우르르- 산 뒤편에서 몰려오는 마인들이 기감에 걸렸다.

뒤쪽에 대기하고 있던 마인들이 더 있던 것 같다.

아마 이게 놈이 믿는 구석인 모양이었다.

놈은 방금은 그들을 향해 신호를 보냈던 모양.

물론···.

'고작 저런 놈들을 믿고 저리 자신만만한 표정을 짓는 건가?'

이 또한 문제없었지만 말이다.

곧 놈이 이런 말을 건네 왔다.

"보고에 따르면 네놈은 동료들을 아주 끔찍이 여긴다는 것 같구나."

그런데 그때였다.

갑작스런 놈의 말에 절로 미간이 찌푸려졌다.

갑자기 왜 저런 말을 하는 거지? 싶었다.

맥락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말.

곧 놈이 그러더라.

"헌데 이곳에 동료들을 이만큼이나 끌고 왔구나."

이윽고 놈은 부하들을 시켜 소령을 비롯한 일행을 포위하기 시작했다.

대체 무슨 생각을 하나 했더니.

팽팽한 긴장감이 어린 상태에서 놈이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곧 그러더라.

오히려 나더러 투항을 하라고.

투항을 하고 뒤에 있는 검만 넘긴다면, 그냥 물러나주겠다고.

이에 근처에 있던 도사들이 당황한 얼굴로 놈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 몸을 설득하려는 도사들도 있었다.

"절대 투항하시면 안 됩니다. 이 검을 빼앗긴다면, 세상은 지옥 그 자체가 될 겁니다."라고.

그런 소리를 들으며, 잠시 대호법을 노려봤다.

물론 굳이 말을 길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말을 길게 하는 건, 오로지 놈을 생포한 뒤 심문을 할 때뿐.

"그럴 생각이 없다면?"

놈의 얼굴에 비웃음이 어렸다.

그러더니 그러더라.

네놈의 부하들이 하나둘 죽어나가는 꼴을 보고도 그런 소리를 할 수 있겠느냐고.

그러고 그들이 강시가 되는 꼴을 지켜볼 수 있겠느냐고.

물론 나 또한 방금 한 말이 소령 일행을 포기하겠다는 건 아니었다.

'사실 이런 상황도 아예 고려하지 않았던 건 아니니.'

그저 일행 사이에 있던 한 인물을 향해 시선을 주는 걸로 충분했다.

곧 일행 사이에서 한 여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새까만 부채를 손에 쥔 여인.

이윽고 그 여인이 말했다.

"사람 목숨을 도구로 여기는 건 여전하구나."

찰나 여인의 정체를 파악한 듯한 대호법의 반응이 눈에 들어왔다.

한껏 눈을 부릅 뜬 모양.

"네, 네년은!"

여인이 내게 말했다.

[구도자, 잡졸들은 제게 맡겨주시지요.]

씨익- 입꼬리가 말려올라갔다.

잡졸이란 표현을 쓰다니.

어지간히도 자신 있는 모양.

하긴. 이래 봬도 좌호법 아닌가.

고개를 끄덕인 뒤, 대호법을 봤다.

좌호법까지 함께 하는 마당이니,

어떠한 변수도 존재할 수 없었다.

다시 대호법을 향해 말했다.

"다시 한 번 묻겠다, 순순히 투항을 하겠느냐?"

곧 노도성이 뒤룩뒤룩 눈알을 굴리기 시작했다.

***

화르륵- 쾅!

당연한 말이겠지만, 노도성은 순순히 투항하지 않았다.

정확히는 투항하는 척을 하더니, 기습을 해왔다.

그리고 그에 대한 내 반응은.

화르륵- 쾅!

처절한 응징뿐.

내 주먹을 간신히 피해낸 놈이 뒤로 물러나며 손가락을 뻗어왔다.

파바박!

놈의 손가락에서 뻗어나오는 열 가닥의 강기 다발.

이에 바닥에 손을 짚었다.

촤르르륵-

동시에 굳게 솟아오르는 얼음벽.

콰과과광!

얼음벽이 거뜬히 강기의 다발을 막아냈다.

놈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하물며···.

"이젠 어디로 도망칠 생각이냐?"

방금 만들어낸 얼음벽들이 놈을 둥글게 포위하고 있었다.

결국 놈은 막다른 골목에 막힌 모양.

노도성의 눈썹이 꿈틀댔다.

"네 놈이 어떻게 빙공을···."

곧 제왕보를 활용해 훌쩍 정면의 얼음벽을 뛰어넘었다.

이윽고 놈에게 파고들었다.

2초식 멸화충천으로 움직임을 가속하고.

진각을 밟았다.

쾅!

굳게 다리를 고정한 채, 허리를 비틀었다.

찰나 당황한 놈의 얼굴이 보였다.

화르륵-

오른손에 맺힌 지옥의 겁화로 놈의 왼쪽 어깨를 두드렸다.

쾅!

근래 변화한 천마신기 덕분인지, 사기와 선기도 고루 섞여 있었다.

곧 뒤로 훨훨 날아가는 놈.

얼음벽에 부딪혀 나동그라졌다.

곧 놈은 몸에 남아 있는 사기와 선기로 인해 고통스러워 하기 시작했다.

"끄아아아악!"

변한 천마신기에 이런 효과도 있는 모양.

놈은 바닥에 엎어져 핏물을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런 놈을 바라봤다.

'이쯤이면 투항을 하려나?'

사실 진즉에 승패는 결정이 난 상황이었다.

다만.

'생포를 한다면, 일전에 종남산에서 빼앗긴 봉황진검의 행방에 대해서도 물을 수 있을 테니···.'

작금의 상황에선 생포가 더 유용하단 판단이 들어 일단 목숨을 붙여 놓는 것.

정확히는 팔다리를 끊어놓은 뒤, 살궁에서 눈동냥으로 배운 분골착근을 실현해 놈을 고문해볼 계획이었다.

천천히 놈에게 다가갔다.

그러자 곧 놈이 그러더라.

"자, 잠깐. 한 가지 묻고 싶은 게 있다."

일단 걸음을 멈췄다.

흔들리는 눈동자가 퍽이나 보기 좋았다.

곧 놈에게 물었다.

"뭐지?"

이윽고 놈이 대답했다.

"대, 대체. 네놈이 어떻게 그 무공을 쓰는 것이지?"

"그 무공? 빙공을 말하는 건가."

놈이 고개를 저었다.

"그, 그것도 그렇지만. 그것보다 방금 그 기운 있지 않느냐."

헌데 이어진 놈의 말이 꽤나 심상치 않았다.

"그 기운?"

"그, 그건. 분명 천인께서도 얼마 전에나 익힌 기운인데."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걸까.

"천인?"

절로 미간이 모아졌다.

그런데 그때였다.

"구도자!"

멀찍이서 좌호법의 외침이 들림과 동시에 정면에서 느껴지는 음험한 기운.

놈이 기습적으로 손가락을 찔러온 것.

물론.

"그럴 줄 알았다."

가뿐하게 막아낸 뒤, 놈의 손가락에 깍지를 끼우고 손가락을 분질러 버렸다.

우드득.

"끄악!"

이미 주변에 깔린 천마신기로 놈의 움직임은 전부 꿰고 있던 상황 아닌가.

이후 가뿐히 보법을 밟아 놈의 뒤로 이동했다.

퍽!

가볍게 마혈을 짚었다.

풀썩-

허물어지는 놈을 보며 생각했다.

'생각보다 알아낼 게 많이 있었군.'이라고.

별안간 천인이라.

이윽고 놈의 팔다리를 마저 자른 뒤, 남아 있던 마인들을 처리했다.

바닥에 널브러진 대호법을 들쳐업고 도사들에게 향했다.

저벅저벅.

이 몸을 맞이하는 도사들의 얼굴엔, 어느덧 상당한 경악이 어려 있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