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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화표국 천재 아들-105화 (105/133)

105화. 모산(3)

105화. 모산(3)

밀물처럼 몰려드는 강시 속으로, 위풍당당히 뛰어드시는 공자님.

소령은 그 듬직한 뒷모습을 묵묵히 바라봤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공자님은 잔상을 만들며 강시들의 사이를 태풍처럼 누비고 계셨다.

얼음과 불이 솟구치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끈적한 기운이 주변을 옥죄고.

공자님은 거대한 폭풍우가 되어 강시들을 쓸어내고 계셨다.

그래. 말 그대로 낙엽 치우듯 쓸어내셨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공자님은 나날이 강해지시는구나.'

절로 이런 생각이 들 정도.

물론 단순히 무위만 강해지시는 건 아니었다.

강해지신 무위만큼이나···.

"괜찮아, 소령?"

기대고 싶어지게 하는 무언가도 함께 늘어났다.

괜히 뺨을 붉히며 대답했다.

"···걱정 마세요."

강시들에게 사방을 포위당한 상황에서도 이처럼 포근한 기분이라니.

이런 기분을 살면서 몇 번이나 느껴봤을까?

그러고 보니···.

'공자님을 처음 뵌 그날 이후론 처음인가?'

그날 있지 않나.

하오문 문주였던 의붓아버지가 시해를 당하고.

자신 또한 철면야탑 진학주의 부하들로부터 죽임을 당하기 일보 직전이었던 그날.

아, 이제 죽는구나 싶었을 때, 공자님의 어머님께서 나타나 어린 공자님을 품에 안은 채, 이 몸의 생명을 구해주신 날.

그날 봤던 그분의 뒷모습도 이러했던 것 같다.

어쩜 이리도 꼭 닮게 성장하셨을까.

천륜이란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닌 모양.

상황엔 맞지 않지만, 당시를 생각하니 괜히 눈가가 촉촉이 젖어갔다.

서둘러 눈가를 훔쳤다.

그 사이, 공자님께선 근처에 있는 언니와 시선을 교환하고 계셨다.

공자님을 구도자라고 부르는 언니.

그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윽고 옆으로 다가온 언니가 말했다.

"옆으로 바짝 붙으세요."

방금 공자님께 특명이라도 받은 모양.

언니는 나와 진표사를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딱 붙어 보호하기 시작했다.

진표사는 왜인지 조금 불편해 하는 것도 같았지만···.

'이 또한 공자님의 마음이겠지?'

사실 나 또한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공자님의 마음이라 생각하니, 차라리 말랑말랑한 기분이 되었다.

물론 겸사겸사 근처에 있던 하오문도들이나, 동태도관의 도사들 또한 보호를 받는 모양새가 되었다.

그때 옆에 있던 도사들 중 하나가 중얼거렸다.

"이, 이게 대체. 저분이. 저희가 알던 그분이 정녕 맞으신 겁니까?"

눈을 휘둥그렇게 뜬 채, 연신 마른침만 꼴깍꼴깍 삼키는 모습.

그들은 눈으로 보고도 이 광경이 믿기질 않나 보다.

···하긴.

이미 수차례 보아온 우리 또한 볼 때마다 새로운 걸.

살포시 미소가 지어졌다.

실제로도 불과 며칠이 멀다하고 공자님의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기운이 바뀌고 있었으니.

이에 옆에 있던 백미려도 낮게 중얼거렸다.

"확실히 표두님의 무위가 한층 더 진보하신 것 같구나."

솔직한 심정으론 한층 더 진보했다는 말로도 차마 다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이지만.

그럼에도 백미려의 말에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러게요."

그런데 그때였다.

순간 귓가를 스쳐가는 백미려의 혼잣말.

"···역시 천인은 천인이신 건가."

저도 몰래 어깨가 떨렸다.

고개를 돌려 백미려를 봤다.

천인이라는 단어 때문.

안온하니 과거를 유영하던 정신이 번쩍 현실로 돌아온 기분.

일단 백미려의 말은 일부러 못 들은 채 했다.

···물론 의식적으로 외면을 했다고 해서, 그 단어의 의미가 전해지지 않은 건 아니었지만 말이다.

천인이라는 단어는 절대 그처럼 가벼운 게 아니었으니까.

언젠가는 마신을 불러내 중원을 파멸로 이끌고.

자신 또한 파별의 길을 걷게 되는 운명을 지닌 인물이라는 말.

얼마 전에 백미려가 건넨 전서에 그리 쓰여 있었다.

하물며 무림맹 수뇌부는 공자님이 천인일 것이라 확신을 하고 있다는 말도 함께 쓰여 있었다.

물론 전서엔 그에 대한 근거도 쓰여 있었다.

공자님의 비약적인 성장 폭과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뛰어난 오성.

그리고 우연인지, 필연인지, 계속 마교와 엮이는 모습.

이런 일련의 이유들 때문이랬다.

그리고 그때, 함께 전서를 읽던 백미려는 이런 말을 했다.

이번 사태가 끝날 때까지만이라도 잠시 이번 일에서 벗어나 있는 게 어떻겠느냐고.

천인은 필연적으로 주변 또한 불행하게 만든다고.

그리고 금태산 표두님의 바로 옆에 있는 사람들부터 불행해질 수 있다고.

과연 표두님께서 그걸 바라시겠느냐고.

물론 단박에 거절한 제안이었지만 말이다.

루주님은 걱정해서 꺼내신 말이겠지만, 영 내키지 않는 걸 어쩌겠나.

사실 나 또한 천인에 대한 이야기를 이래저래 들어본 적 있었고.

공자님이 아니라면, 세상 누가 천인일까 싶은 생각도 들었었지만···.

백미려 루주님과는 생각이 전혀 달랐다.

'공자님께서 혼자 얼마나 힘드실까.'

이 생각이 제일 먼저 들었다.

그래서 오히려 더 걱정이 되었다.

그러한 운명의 무게를 짊어지신 공자님의 어깨가 안쓰러웠다.

그래서 더욱 옆에 있고 싶었다.

최소한 외롭지는 않도록.

공자님이 언제까지고 공자님일 수 있도록.

'과거 공자님께서 방황을 하셨을 때, 옆에서 묵묵히 기다려줬던 것처럼.'

그러리라 다짐했다.

그럼 공자님께서는 분명 과거 방황을 극복하고 일어나신 것처럼,

이 운명 또한 극복해내시리라.

그렇게 믿고 있었다.

막연하지만, 공자님이기에 또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생각되는 그런 믿음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산을 오르다 보니,

어느덧 눈앞에 모산의 너른 중턱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한쪽에 놓인 고즈넉한 초옥이 하나.

이윽고 걸음을 멈추시는 공자님이 보였다.

우리 또한 따라 멈췄다.

머지않아 알 수 있었다.

이곳이 공자님께서 향하시던 목적지이구나.

공자님의 허리춤에 있는 검도 어느덧 지잉- 검명을 토하고 있었다.

속으로 공자님을 응원하며 더욱 바짝 따라붙었다.

물론···.

'그런데 모산에 원래 이런 공간이 있었던가?'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지만···.

'이쪽엔 원래 거북이 바위가 있었던 것 같은데?'

당장 그게 무슨 상관이랴.

그저 공자님의 너른 등판만 묵묵히 바라볼 수 있으면 그뿐이었다.

***

이윽고 도착한 모산의 중턱.

등 뒤에 있는 소령을 비롯한 일행의 상태를 한 차례 돌아보곤,

천천히 눈앞의 상황을 살폈다.

우선 질서정연하게 초옥 주위를 포위한 강시들이 보였다.

그리고 그 강시 너머로···.

'초옥의 모습을 한 진법이군.'

참고로 허리춤의 봉황진검 또한 지잉- 검명을 토하고 있었다.

칼집의 틈새를 통해 빛이 새어나오고 있는 걸 보면, 발광도 하고 있는 모양.

이번에도 자신을 뽑아달라고 하는 것 같았다.

무의식적으로 검을 뽑으려다 흠칫했다.

'잠깐.'

만약 검을 쥐었다가 종남산에서 그런 것처럼 기절을 한다면?

그래선 안 됐다.

의식적으로 봉황진검 근처로 손을 보내지 않았다.

대신 당장 해야 할 것들을 구상했다.

우선···.

먼저 초옥을 빙 애워싸고 있는 저 강시들을 처리해야 할 테다.

그리고 이어서 진법을 파훼해야 할 터.

'아마 대호법도 저 안에 있겠지?'

물론 대호법만 있진 않을 터.

슬쩍 등 뒤를 봤다.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이 몸을 바라보고 있는 동태도관의 도사들이 보였다.

'저들에게 전서를 보낸 모산파 인물 또한 있을 테지.'

괜히 마른침이 넘어갔다.

그곳에 사서 노인도 있을까?

손에 땀이 났다.

물론 고민을 오래할 순 없었다.

이러나저러나 한시가 급한 상황이란 건 변함이 없었으니.

저 강시들을 전부 치워낸 뒤에나 진법을 해제할 수 있을 테니···.

'확실히 그건 좀 문제로군. 내가 강시들을 전부 처리하는 사이에 진법 안에서의 상황이 끝날 수도 있으니···.'

그런데 그때였다.

딸랑딸랑-

순간 귓가를 스쳐가는 작은 방울소리.

상당히 익숙한 방울소리였다.

'이건 분명···.'

종남산에서도 들었던 방울소리.

동시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거 어쩌면, 훨씬 수월하게 강시들을 처리할 수도 있겠는데?'

이후 잠시 동안 강시들의 행동거지를 차분히 분석했다.

***

확실히 이 근처에 있는 강시들은 모산 초입에서 마주했던 놈들과는 또 달랐다.

정확히는 군기가 잡혀 있었다.

강시가 무슨 군기가 있느냐 싶겠지만···.

'진법 안에서 주기적으로 방울소리가 새어나오고 있기 때문일 테지.'

물론 그 소리는 아주 미약하여 이곳에 있는 다른 이들은 전혀 듣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지만,

분명 진법 안의 놈들은 이를 통해 강시들을 통제하고 있었다.

소리를 분석했다.

이전에 종남산에서 들었던 방울 소리와 비교를 했다.

'분명 음공의 영역이야.'

교차 검증이 가능하니, 이래저래 훨씬 수월했다.

가볍게 휘파람을 불어보았다.

휘잇-

흠칫.

근처에 있던 강시 한 구가 부자연스럽게 몸을 떠는 게 보였다.

피식- 입꼬리의 호선이 더욱 짙어졌다.

'충분히 흉내낼 수 있을 것 같군.'

다만 방울처럼 소리를 낼 수 있는 무언가가 없다는 게 문제인데···.

싸우는 내내 휘파람을 불 순 없지 않나.

그런데 그때였다.

문득 허리춤에서 검명을 토하는 봉황진검이 보였다.

칼집 안에서도 쉬지 않고 울리고 있는 지잉- 하는 검명.

'이걸로도 가능하지 않을까?'

뭐 어차피 시도해본다고 손해볼 것도 없으니.

물론 자칫 이전처럼 환상을 목도할 수도 있으니, 검에 손을 대지 않은 채 소리를 통제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었지만···.

'이 또한 이번에 새로이 변한 천마신기를 이용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군.'

얼마 전 마신에게 하얀 빛무리를 받은 뒤, 사기와 선기가 섞인 천마신기를 손이나 발처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게 되지 않았나.

정확히는 기운이 이 몸을 떠난 상태에서도 신체의 일부인 것처럼 통제할 수 있다는 게 맞았다.

그러니 그걸 이용하면, 검에 직접 손을 대지 않고도 검명을 통제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고민은 길지 않았다.

몸 주위에 있던 천마신기를 움직였다.

묵직하니 밀도를 높인 뒤, 봉황진검의 주위를 감싸보았다.

사사사-

사기와 선기를 머금은 천마신기가 두꺼운 방벽처럼 칼집 주위로 몰려들었다.

순간 천마신기에 묻혀 작아지는 소리.

'성공이군.'

잠깐 동안 이리저리 검명을 조율했다.

각양각색의 음색이 뿜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고, 공자님! 강시들이···."

소령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어느덧 초옥 앞을 가리던 강시들이 석상이라도 된 듯 뻣뻣하게 굳은 채, 이쪽을 보고 있었다.

동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좌호법 또한 적잖이 놀란 모양.

그들을 향해 말해주었다.

"괜찮다. 내가 한 것이다."

꿀꺽. 순간 백미려의 마른침 삼키는 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다시 정면을 향해 시선을 고정한 채, 강시들의 모습을 살폈다.

물론 그 사이, 진법 내부에서 들려오던 방울소리 또한 점차 커다래지만···.

그래서 이에 따라 간간이 움찔거리는 강시도 있었지만···.

'아무래도 저쪽에서 강시를 조종하는 놈은 이 몸에 비해 순발력이나 음공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 같군.'

나 또한 마찬가지로 검명을 조절해주니, 순식간에 해결이 되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저 길을 열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 건만···.'

어쩌면 이 강시들을 부하처럼 부릴 수도 있지 않을까?

나쁘지 않았다.

물론 당장은 그보다 중요한 게 있었다.

당장 눈앞의 진법을 해제하고 안으로 들어가는 것.

저벅저벅.

순식간에 길을 열었다.

빳빳하게 굳은 강시들 사이로 걸음을 옮겼다.

일행이 한껏 긴장한 채 뒤를 따라왔다.

동태도관의 도사 중 한 명은 "허허, 표두님. 심장이 튀어나올 것 같습니다." 이런 말도 했다.

걸음을 옮기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리고 마침내 초옥을 가리고 있던 진법 앞에 도착했고.

가만히 진법 위에 손을 올린 뒤, 선기를 발출했다.

차장창!

이윽고···.

도자기 깨지는 소리와 함께 진법에 가려졌던 공간이 드러났고.

동시에 넋이 나간 얼굴의 마인 또한 코앞에 나타났다.

손에 방울을 든 걸 보니, 아마 강시를 조종하던 마인인 모양.

가볍게 손을 휘둘러 목을 떨어뜨렸다.

촤악-

이윽고 내부를 돌아봤다.

진법 속에 드러난 상당히 너른 공간.

'저자가 대호법인가?'

그곳에선 등이 한껏 굽은 노인이 정면을 향해 줄기줄기 새빨간 강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노인의 앞에서 막아내고 있는···.

'잠깐. 저건?'

십여 명의 도사들이 부적을 던져 강기를 막아내고 있었다.

절로 눈이 커다래졌다.

옆에 있던 좌호법이 말했다.

"구도자, 일전에 저와 싸우실 때 제 강기를 막아내던 모습과 저들의 모습이 흡사합니다."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아니나 다를까,

과거 환상 속에서 보았던 백의를 입은 노인이 사용하던 부적술과 꼭 닮은 방식이었다.

왜 죽간본을 쥐었을 때 본 환상 속에서, 선기로 아수라파천권을 사용하던 노인 있지 않나.

작금에는 모산파 도사라고 추정하고 있는 도사.

'그렇다면 근처에 사서 노인도···.'

그리고 그때였다.

"공자님! 저 바위! 분명 저 바위예요!"

소령이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여기 분명 화산에서 공자님께서 보여주신 진법 속의 공간이 맞아요!"

소령이 가리키는 곳을 봤다.

저도 몰래 눈이 부릅 떠졌다.

대호법의 강기 다발을 막아내고 있는 도사들 뒤편에 거북이 모양의 바위가 있었다.

그리고 정확히는···.

'봉황진검···.'

봉황진검이 꽂혀 있는 바위였다.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이윽고 재빨리 보법을 밟아 봉황진검이 꽂혀 있는 바위를 향해 튀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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