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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화표국 천재 아들-103화 (103/133)

103화. 모산(1)

103화. 모산(1)

강소성으로 향하는 길.

백미려는 말 위에 탄 채, 앞서 가고 있는 금태산의 등판을 바라봤다.

말 위에서도 끊임없이 무공을 닦고 있는 금태산.

이윽고 그의 몸 주위로 칠흑같은 안개가 뿜어지기 시작했다.

스멀스멀.

끈적끈적한 것이 강시들을 접했을 때와 같기도 하고.

한 편으론 신령한 것이 종남산의 안개를 그대로 옮겨온 것 같기도 한 기운.

동시에 그 자체로 압도감이 드는 기운이었다.

'얼마 전, 미행이 있는 것 같다고 급히 무리를 이탈하시더니···.'

아마 그곳에서 모종의 적들과 싸움을 벌인 뒤, 깨달음을 얻으신 모양.

그 이후 조금 과도하다 싶을 정도로 무공 수련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었다.

물론 객관적으로 나쁜 일은 아니었다.

'이러나저러나 이제 금태산 표두님과는 운명공동체가 된 것과 다름이 없으니.'

현재 그녀를 비롯한 하오문의 운명은 금태산의 손에 달린 것과 다름이 없는 상황.

'근래 연락이 끊기는 지부가 하나둘 늘어나는 걸 보면, 하오문 섬서지부에서와 같은 일이 다른 지역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걸 테니.'

아니, 사실 굳이 입 밖으로 내진 않고 있지만,

그간 옆에서 지켜본 바에 따르면,

금태산의 행보에 중원의 미래가 걸린 것과 다름이 없기도 했다.

그때 문득 옆에서 소령이 말을 걸어왔다.

"···루주님, 공자님께서 또 새로운 무공을 익히신 것 같죠?"

그저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워낙 뛰어나신 분이지 않느냐."

소령은 마치 자신이 칭찬이라도 받은 것처럼 두 뺨에 홍조를 띠더라.

그토록 좋을까.

"그래도 조금 쉬엄쉬엄 하시면 좋겠는데···."

그런 말을 하며, 자나깨나 금태산 걱정뿐인 소령이었다.

그런 소령을 보고 있노라니, 저도 몰래 며칠 전 기억이 하나가 떠올랐다.

종남산에서 금태산 표두님이 소령과 자신에게 넌지시 건넸던 말.

'살궁과 함께 하오문 감숙성 지부로 이동을 한 뒤, 그곳에서 힘을 닦으며 기다려 달라고 했었지.'

사실 말은 이렇게 하지만,

'자신이 가고 있는 길이 워낙 험난하기 때문에 소령을 피신시키기 위함일 테지.'

현재 그들은 마교의 대호법과 대적하기 위해 강소성으로 이동을 하고 있는 상황.

때문에 백미려는 은근히 소령이 금태산의 제안에 따르길 바랐었다.

정확히는 그 아이가 더 이상 위험에 처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기에.

그러나.

'당시 완강히 거절을 했었지.'

금태산 공자님을 혼자 둘 순 없다나?

미약하게나마 옆에서 돕겠다는 의미였다.

그러니 소령을 보고 있노라면, 물가에 아이를 내놓은 어미처럼 걱정될 수밖엔 없었다.

'차라리 소미, 아니 소령을 하오문에 들이지 않았으면 어땠을까.'

결국 이런 생각까지 들 정도.

그랬다면, 최소한 이번 일에 이처럼 깊게 관여하진 않았을 테니.

지금쯤 아마 표국에 머물고 있지 않을까?

하물며 사실 소령이 모산에 따라가기로 결정을 내린 것도 어찌보면 하오문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는 상황.

얼마 전 은밀하게 하오문 감숙성 지부로부터 전달받은 전서의 내용 때문이었다.

얼마 전, 전서구를 통해 받은 전서에 따르면···.

'무림맹 수뇌부들 사이에선, 천인이란 단어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고 했지?'

정확히는 금태산 공자님이 그러할 것 같다고 했다.

이 얘기를 들은 뒤, 소령은 더욱 완강하게 금태산 표두님 곁을 지키고 싶단 의지를 피력하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까지 금태산 표두님께 이러한 이야기를 직접 전하진 않았지만,

소령이 그러더라.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공자님께선 지금 얼마나 큰 부담을 느끼고 계시겠어요."

쌍동밤 안의 밤알처럼 천인이란 단어와 붙어다니는 단어 때문에 하는 소리였다.

마신이란 단어.

천인은 필연적으로 마신을 강림시킬 수밖에 없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알려져 있는 상황이니.

더욱이 역사를 돌아보면, 마신을 불러낸 인물들의 최후는 아무리 좋게 말해도 좋다고 할 수 없었다.

'주화입마에 빠져 죽거나. 전 무림의 협공을 당해 죽었지.'

심지어 황실이 개입을 한 적도 있었다.

더욱이 기록이 가장 많이 남아 있는 초대 천마 또한 주화입마에 빠진 채, 스스로 자진을 했다고 알려져 있었다.

어쨌든 전부 파멸만이 존재했다.

그러니 금태산 표두님도 높은 확률로 파멸을 맞이하지 않을까?

고개를 돌려 소령을 봤다.

그때가 되면, 소령은 어찌 할까?

아마 그럼에도 믿고 끝까지 옆을 지키지 않을까?

아마 함께 파멸의 길을 걸을 테다.

그래서 마음이 아팠다.

마신에 대한 말을 넌지시 건넬 때에도 소령은 "공자님은 다를 거예요."란 말만 주구장창할 정도이니.

그럼 그때 자신은 어찌 해야 할까.

그때 무리의 앞을 이끌던 금태산이 말을 멈춰세우며 말했다.

"이곳에서 끼니를 해결하고 갑시다."

"네! 공자님."

누구보다 먼저 쪼르르 금태산의 옆으로 간 소령의 뒷모습이 보였다.

저도 몰래 쓴웃음이 지어졌다.

이를 어찌 해야 좋을까.

***

빠르게 끼니를 해결한 뒤, 공터로 나왔다.

이후 눈을 감고 과거에 보았던 환상 중 하나를 떠올렸다.

협곡에서 두 노인이 싸우던 환상.

백의를 입은 노인이 선기를 이용해 아수라파천권을 사용하고.

그 노인의 사형이라 불린 마인이 봉황진검을 손에 쥔 채, 천마신공을 사용하던 환상.

왜 마신의 강림이 머지않았다느니, 그런 이야기가 오간 환상 있지 않나.

'분명 그때 봉황진검을 손에 쥔 마인이 이런 식의 기운을 뿜어냈었지.'

그때 봉황진검을 손에 쥔 마인은 천마신기를 흡사 선기처럼 줄기줄기 뿜어냈었다.

'당시엔 그걸 미처 따라하지 못했었지만···.'

지금 이 몸의 주위를 감싸고 있는 천마신기가 딱 그때 그 환상 속에서 봤던 그것과 같았다.

천마신기라는 거대한 강물 안에서 사기와 선기가 서로 충돌을 하며 반발을 하고 있는 모양.

정확히는 세 가지 기운은 섞이지 않았으되, 한덩이가 된 상태였다.

그리고 그 모습이 외부로 발현되는 것이,

스멀스멀.

선기처럼 뿜어지는 천마신기.

그때 옆에서 호법을 서던 색골음마가 말을 건네 왔다.

"구도자, 대단하십니다. 보는 것만으로도 이처럼 다채로우며 압도적인 기운이라니."

그런 색골음마를 향해 살포시 웃어주었다.

"아직 멀었습니다."

말을 하며 슬쩍 좌호법의 기색도 살폈다.

그저 충실히 호법을 서고 있을 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좌호법.

그를 보며 생각했다.

'역시 다른 특별한 기색은 못 느낀 모양이군.'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선기처럼 줄기줄기 뿜어지는 천마신기는 그저 겉모양만 달라진 것이 아니었으니.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

한층 밀도가 높아진 주변의 공기가 느껴졌다.

정확히는 내 몸에서 뿜어져나온 천마신기가 공기 중으로 섞여든 것.

'결국 공간을 장악하는 무공이란 건가.'

이는 눈으로 보지 않고도 사방을 볼 수 있게 된다는 것과 다름이 없었으니.

주변을 애워싼 공기가 그 자체로 이 몸의 피부가 된 것과 같은 상황이었다.

그로 인해, 현재 좌호법의 신체적 특징과 움직임이 직접 보지 않아도 속속들이 이 몸의 머릿속에 파고들고 있는 중이었으니.

뿐만 아니라, 만약 공기 중의 기운과 이 몸 속의 기운을 동화시킨다면?

휘청-

방금 좌호법이 일순 휘청인 것처럼, 여러 방법으로 전투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의아한 표정을 지은 채 주변을 두리번거리는 좌호법을 보며 마른침을 삼켰다.

다시 고개를 돌린 뒤, 가만히 이런 일이 가능하게 된 연유에 대해 생각했다.

'그저 마신을 한 번 본 것만으로도 이런 권능이 생기다니.'

정확히는 그가 보내준 빛무리 때문이리라.

그 빛무리는 일종의 작은 서고와 같았다.

천마신기와 사기, 선기를 조화롭게 사용하는 방법에 대한 무공서들이 빼곡하게 들어차 있는 서고.

그 빛무리는 그러한 지식들을 흡사 원래부터 이 몸이 지니고 있던 기억인 것처럼.

이 몸의 머릿속에 주입시켜주었다.

'꼭 이 빛무리가 이 몸의 무공 스승이 된 것 같군.'

덕분에 현재와 같은 상황이 가능해진 것.

그 이후로 부지런히 무공을 갈고닦았다.

살면서 이처럼 무공 수련을 열심히 했던 적이 언제일까 싶을 정도.

흡사 전생에서 매음굴을 벗어나기 위해, 죽기살기로 발버둥을 치며 무공 수련에만 매진을 할 때와 비슷한 심정이기도 했다.

사실 그때보다 더 심했다.

어찌 보면 살면서 처음으로 스승이 생긴 것과 같은 상황이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하물며 그 성과도 도드라지게 드러나고 있으니···.

'부가적으로 이젠 대놓고 천마신기를 마구 뿜어내도 아무도 이게 천마신기인지 모를 지경이고.'

선기와 사기가 섞인 까닭인지,

천마신기는 정·사·마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기운이 된 상태.

이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후 마신을 다시 만나게 된다면, 그땐 어떤 권능을 얻을 수 있을까.'

피어오른 기대감에 저도 몰래 마른침이 넘어갔다.

물론 아쉽게도 이번 만남을 통해, 천인에 대한 명확한 단서는 얻을 수 없었다.

그러나 좌절하지 않았다.

사실이 어쨌든 해야 당장 해야 할 일은 변함이 없었으니까.

'당장은 모산파에서 대호법을 저지하는 걸 테지.'

이후엔 가부좌를 틀고 앉아, 가볍게 신녀에게 배운 초혼을 사용해보았다.

쑤욱-

이윽고 백회혈을 통해 발출되는 거대한 기의 뭉터기.

순간 기존의 시야에 또 다른 시야가 하나 더 추가됐다.

흡사 하늘에서 이 몸을 내려다보듯.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는 이 몸이 보였다.

툭툭.

초혼의 수련마저 마치고 엉덩이를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윽고 일행에게 돌아가 다시 여정에 박차를 가했다.

***

얼마나 더 이동을 했을까.

어느덧 주위가 어둑어둑해졌을 무렵.

안휘성을 지나, 강소성에 막 발을 들일 때였다.

순간 주변을 감도는 스산한 기운에 일행이 한껏 긴장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손에 쥔 횃불 사이로 지옥도가 그려져 있었으니.

"···공자님, 설마 이건 전부. 아니죠?"

소령이 떨리는 눈동자로 주변을 돌아보며 중얼거렸다.

소령의 눈이 닿는 곳엔, 하나같이 참혹하게 찢긴 채 죽어 있는 양민들이 있었다.

"크아!"

아니, 정확히는 강시로 변한 뒤, 죽음을 맞이한 양민들이 있었다. 혹은 죽어가고 있는 양민들이 있었다.

함께 따라온 진희원이 옆에서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해독약을 담당하기 위해 아픈 동생도 뒤로하고 이곳으로 함께 온 진희원이었지만,

이처럼 대대적인 강시의 창궐엔 그녀 또한 당장 손 쓸 도리가 없기 때문.

진희원이 말했다.

"···이들이 대체 무슨 죄가 있기에, 이처럼 가혹한 죽음을 맞아야 할까요."

울분을 삼키더라.

그러면서 좌호법을 흘깃 바라보더라.

어쨌든 이러한 일련의 상황에도 우리는 계속 걸음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크아!"

그래도 다행인지 불행인지, 더 이상 이 근처에 머물고 있는 양민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찬가지로 강시의 숫자도 그리 많아 보이진 않았다.

스멀스멀.

천마신기를 주변으로 뿌려 공간 자체를 장악하며 이동을 하고 있는 까닭에 쥐새끼 한 마리의 움직임까지 느끼고 있었으니.

아마 틀림이 없을 테다.

옆에서 좌호법이 말을 걸어 왔다.

"강시를 만든 흔적은 수두룩한데, 강시의 숫자는 비교적 적습니다, 구도자."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아마 대호법 그놈이 거대한 강시의 행렬을 이끌고 모산으로 향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정말 쓰레기 같은 놈이로군.'

물론 그와는 별개로 그들은 벌써 진즉에 이곳을 지나간 것 같았다.

아마 이번에도 그들보다 한참은 늦게 모산에 도착할 터.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그렇게 얼마나 이동을 했을까.

참혹함을 눈에 넣으며, 마침내 모산 인근 마을에 도착했을 무렵이었다.

"저, 저리 가!"

"크아!"

강소성에 진입한 뒤, 처음으로 살아있는 사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도복을 입은 꼬마아이 하나가 또래 아이들을 보호하며 강시들에 맞서 무공을 펼치고 있는 모습.

비록 한시가 바쁜 와중이지만, 차마 무시할 수 없어 발길을 멈췄을 때였다.

'잠깐.'

그런데 그때였다.

문득 머릿속으로 스쳐가는 지난 날의 기억 하나.

'그런데 저 아이 생김새가 무척이나 익숙하군.'

그러고 보니···.

입고 있는 도복 또한 익숙했다.

익히 알고 있던 도복을 그 크기만 아동용으로 바꾸면 저런 모양일 듯.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옆에 있던 백미려도 아는 체를 해왔다.

다급히 그리로 이동하며, 강시들을 향해 주먹을 던졌다.

펑! 펑! 펑!

화탄이라도 맞은 것처럼 터져나가는 강시들의 머리통을 가르며, 생존자들의 앞에 도착했다.

이윽고 꼬마아이와 눈이 딱 마주쳤다.

'역시 착각이 아니군.'

아이가 마른침을 꼴깍 삼키며 감사하다고 하더라.

그 아이를 향해 물었다.

"너 혼자 있는 건 아닐 테고, 어른들은 어디 있느냐."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우르르-

익숙한 도사들이 몰려왔다.

"태현아 괜찮으냐?"

"네, 장문인."

그 도사들을 발견한 뒤, 저도 몰래 중얼거렸다.

"광현 도사님?"

순간 도사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왜 과거 좌호법을 처음 만난 수채에 납치당해 있던 도사들 있지 않나.

모산파의 진전을 이어받은 도관.

강소성 동태현에 있는 동태도관.

그곳의 도사들이 이곳에 있었다.

이 몸을 발견한 그 도사들의 눈 또한 상당히 휘둥그랬다.

그들을 향해 물었다.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그들 또한 되물어 왔다.

"표두님께선 어쩐 일이십니까?"

일대에 잠시 묘한 침묵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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