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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화표국 천재 아들-95화 (95/133)

095화. 종남산(1)

95화. 종남산(1)

고개를 들어 다시 한 번 천장에 있는 머리 세 개 팔 여섯 개의 그림을 봤다.

‘형님은 저 그림의 정체에 대해 모르시는 건가.’

그게 아니곤 이처럼 태연한 반응이 말이 되지 않았다.

무려 마신이 아닌가.

‘···하긴.’

생각해보면,

일반적인 사람은 저 그림의 정체에 대해 아는 게 불가능했다.

이 몸 또한 천마신교 포두지부에 들러서야 저 그림 속 인물의 정체에 대해 듣지 않았나.

‘물론 그때 보았던 석상 속 마신과 비교하면, 무어라 형용하기 힘든 따스한 느낌이 깃들어 있는 모양새이긴 하지만···.’

일단 태연한 투로 대꾸했다.

“아닙니다. 문제라뇨.”

여기서 괜히 아는 척을 했다간, 추후 의심을 살 수도 있을 테니.

물론 그렇다고 아예 못 본 척 넘어갈 생각도 없었다.

“그림이 워낙 특이하여 여쭸습니다.”

“그래?”

넌지시 정보를 캐내볼 생각이었다.

“그림을 그린 화가를 한 번 만나보고 싶군요.”

“호오. 네가 그림에도 관심이 있는 줄은 미처 몰랐구나.”

“원래 이것저것 두루 관심을 가지는 편입니다.”

“그래?”

“그래서 혹시 누가 그린 그림인지 아십니까.”

“글쎄다. 정확한 신원은 나도 모른다. 그저 그가 살아있는 사람이 아닐 것이란 것 정도만 알고 있지.”

“그 말씀은.”

“어렸을 적 아버님께 듣기론, 우리 표국과 역사를 함께한 그림이라 들었다.”

고개를 들어 재차 그림을 봤다.

표국과 역사를 함께한 그림이라.

표국이 세워질 때부터 있던 그림이란 말이었다.

“···그토록 오래된 그림이라니, 놀랍군요. 혹 표국에 이 그림에 대해 남아있는 자료가 있습니까.”

다만 이 이상은 금태강도 모른다고 했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미안하구나. 너도 알다시피 내가 워낙 갑작스레 국주가 되지 않았느냐.”

정식으로 국주의 위를 물려받은 것이 아니라,

전임 국주였던 아버지께서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시고, 부랴부랴 국주의 자리를 맡게 된 것이기 때문에 인수인계를 제대로 받지 못했다는 말.

“어쩌면 국주들에게만 전해지는 비밀 같은 게 있었을지도 모르지.”

금태강은 이런 말을 덧붙이곤,

곧 천장의 그림을 아련한 얼굴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아마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는 모양.

나 또한 그런 금태강의 시선을 따라 함께 그림을 봤다.

여전히 천장에서 우리를 내려다보고 있는 삼두육비의 마신.

‘대체 우리 표국에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는 것일까.’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떠날 줄을 몰랐다.

그렇게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잠깐.’

문득 그림에서 느껴지는 이질적인 감각.

묘한 기시감에 눈가를 찌푸렸다.

‘···저건?’

보통 눈을 찌푸리면, 눈으로 들어오는 광량이 줄어 시력이 올라가기 마련.

그림이 보다 선명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마침내 묘한 기시감의 정체를 발견할 수 있었다.

‘놀랍군.’

이 그림은 단순 선과 선의 연결로 그려진 게 아니었다.

선을 이루고 있는 점에 특이점이 있었다.

‘···작은 글씨로 이루어진 그림이었군.’

선인 줄 알았던 것이 전부 글씨였던 것.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고, 글자의 크기가 워낙 작다 보니, 단번에 알아보지 못한 것이었다.

눈에 내공을 집중했다.

글의 내용을 읽어내려 갔다.

세상 만물엔 흑과 백이 있고.

흑백 속엔 진리가 있음이라.

진리를 가르는 금귀가 만물을 치유하니···.

‘이건 금귀방탄공의 구결인데?’

마신의 그림 속에 감춰져 있는 금귀방탄공의 구결이라.

잠시 생각에 잠겼다.

봉황진검과 조사전에서 본 환상을 통해 유추해봤을 때, 모산파와 금화표국이 연관이 있는 건 거의 확실한 상황.

‘더욱이 모산파의 법보들을 손에 넣을 때마다 본 환상에 따르면, 모산파는 천마신교와도 연관이 있고···.’

결국 금화표국의 뿌리가 모산파와 천마신교에 닿아 있단 것일까.

‘보다 많은 정보가 필요해.’

다만 모산파와 천마신교, 그리고 금화표국에 엮인 구체적인 서사에 대해서 아직 알질 못하니.

이 이상의 추론은 불가했다.

결국 비고 속 진법에서 본 다른 장소들도 서둘러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은 모산파의 법보를 찾거나.’

그로 인해 보게 될 환상 속에 단서가 있지 않을까 싶었다.

그렇게 얼마 동안 생각에 잠겨 있었을까.

“뭐야. 비무 한다더니, 안 해?”

문득 들려온 금태천의 불퉁한 목소리가 사색을 파고들었다.

‘···너무 심취해 있었군.’

아주 적절한 때에 끼어들어주었다 싶었다.

어차피 이 이상 고민한다고 답이 나오는 것도 아니고.

괜히 주변에 의심만 살 터.

금태강도 진즉에 감상에서 빠져나와 잠자코 이 몸을 기다리고 있었다.

금태강을 힐끔 눈에 담고 금태천을 보며 대꾸해주었다.

“걱정 마라. 곧 할 거다.”

이에 금태천은 “뭐 하든지 말든지.” 라는 식의 말을 하며 투덜거렸다.

고개를 돌려 눈앞의 금태강을 봤다.

곧 금태강이 전음으로 물어왔다.

[이제 준비가 된 것이냐.]

그가 전음으로 물어오니 나 또한 전음으로 대답했다.

[그렇습니다. 형님.]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금태강이 말했다.

[태천이가 내색은 안 하지만, 내심 우리의 비무를 기대하고 있는 게 아닐까 싶구나.]

이 말을 하기 위해 전음을 보낸 모양.

슬쩍 금태천을 바라보곤 대꾸해주었다.

[제가 보기에도 그런 것 같습니다.]

[자존심이 강한 아이이다 보니, 대놓고 가르침을 청하지 못하는 거겠지.]

[또 반대로 자존심이 강하다 보니, 어떻게든 여기서 깨달음을 얻어 아까 그 살궁의 무인들에게 수모를 갚아주고 싶은 걸 테지요.]

그를 통해, 도평희와 연을 맺고 싶은 걸 테다.

그런 생각을 하며 도란도란 전음을 주고받을 때였다.

“뭐야. 둘이 나만 빼놓고 전음으로 뭐라고 하는 거야? 내 얘기 하는 거지?”

금태천이 찌릿한 시선을 보내며 우리를 둘러봤다.

이에 너털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바로 비무를 시작하려던 참이었다. 말려들지 않게 한쪽에 잘 서있도록 하여라.”

이윽고 나와 금태강은 연공실 한중간에 있는 널찍한 판석 위에 올라 서로를 마주봤고.

“선공은 양보해주겠느냐?”

“물론입니다, 형님.”

곧 비무를 시작했다.

벼락같은 금태강의 찌르기에 가볍게 보법을 밟았다.

***

금태강의 무위는 딱 예상했던 정도였다.

완숙한 절정에 오른 수준.

이후 가볍게 몇 가지 지침을 주었다.

“아무리 바빠도 체력 운동을 빼먹지 마십쇼. 상대적으로 체력이 부실한 것 같습니다.”

“그래. 고맙다.”

금태강과 비무를 치른 뒤엔, 본디의 목적대로 금태천에게도 가르침을 주었다.

“여기까지 온 김에 너도 같이 어울려보자꾸나. 비무를 준비해라.”

“···좋아.”

사실 비무라는 껍데기를 입고 있었지만, 그 알맹이는 가르침일 것이란 걸 금태천 또한 알고 있을 테니.

거절할 리 없었다.

챙!

뻗어오는 금태천의 검을 가볍게 받아주었다.

동시에 그대로 힘을 빗겨내어, 금태천의 무게중심을 흩어 놓았다.

휘청- 쿵!

엉덩방아를 찧는 금태천.

그를 향해 말했다.

“저번에 내가 했던 말 기억하느냐?”

“···무슨 말.”

자리에서 일어나 검을 겨누는 금태천.

“금귀검법은 방어와 역습에 특화된 무공이란 말말이다.”

내 말에 퍼뜩 정신을 차렸는지, 공격 대신 방어 자세를 취하는 금태천.

“···당연하지. 잠깐 당황해서 그랬던 거야.”

변명도 잊지 않았다.

피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하는 모습이 참 귀여웠다.

“공격도 마찬가지다. 상대의 역습에 역습을 가한다는 생각으로 공격을 전개하다 보면, 지금보다 훨씬 검이 날카로워질 것이다.”

이후 수차례 금태천을 넘어뜨리고 고꾸라뜨렸다.

몸소 가르침을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그리고 금태천도 천천히 그 가르침을 흡수하기 시작했다.

조금씩 검에 진중함이 실리기 시작했다.

‘훌륭하군.’

참고로 내가 금태천에게 내린 가르침은 크게 두 종류였다.

하나는 아까 말한 역습에 역습을 가한다는 종류의 것이었고.

또 다른 하나는···.

[너무 심한 것 아니냐?]

[이 정도는 해야 형님들에 대한 존경이 생기지 않겠습니까.]

예절 교육이었다.

무공이란 무릇 심기체(心氣體)의 조화가 필요한 것.

예절 교육은 심을 기르는 일환이었다.

더욱이 애초에 살궁의 숙소 앞에서도 이 몸의 조언을 받았다면 그런 망신은 당하지 않았을 것 아닌가.

약간의 사심도 담겨 있었다.

“호오. 또 일어나느냐?”

먼지를 잔뜩 뒤집어쓴 금태천이 비척비척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만 더 이상 다리를 움직일 힘은 없는지, 간신히 검만 겨눈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확실히 자질은 나쁘지 않아.’

잘만 키우면, 분명 역사에 영웅호걸이라 기록될 인물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럼 이제 가르침에 종지부를 찍어볼까.’

금태천을 향해 말했다.

“그거 아느냐. 도평희 처자의 이상형이 영웅호걸이란 걸?”

이에 순간 두 눈이 휘둥그레지는 금태천.

“뭐, 뭐야. 갑자기 그 얘기가 왜 나와?”

얼굴이 홍당무처럼 빨갛게 무르익어 있었다.

“지금 같은 정신력으로 매일같이 수련을 한다면, 그 경지도 꿈은 아닐 거다.”

갑작스런 칭찬에 금태천의 눈동자가 깜짝 놀랐다는 듯이 커다래졌다.

이후 금태천은 그런 건 하나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말을 하면서, 연신 입꼬리를 씰룩였다.

역시 애는 애라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 분위기가 뜨면 안 되니, 적절한 채찍으로 마무리를 하자 싶었다.

“물론 이 몸은 이미 영웅호걸이라 불리고 있지만 말이다.”

이에 딱딱하게 굳는 금태천.

“그러니 부지런히 노력해야 할 거다.”

말과 함께 금태천의 품으로 파고들었고.

뻗어오는 금태천의 검을 튕겨내곤 재빠르게 다리를 걸었다.

부웅- 쿵!

바닥에 누운 놈의 가슴을 지그시 밟았다.

목덜미에 검을 겨누며 말했다.

“다음엔 보다 나은 모습을 기대하겠다.”

금태천이 뿌드득 이를 갈았다.

“어허! 형님에 대한 태도가 그게 무엇이냐?”

슬쩍 시선을 피하는 금태천.

피식- 웃음이 나왔다.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군.’

금태천의 성격상 방금 당한 수모로 인해, 살궁에게 입었던 수모는 깨끗이 잊을 테다.

대신 호승심을 불태우며 수련에 박차를 가할 터.

금태강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했는지, [훌륭한 가르침이구나.] 라는 전음을 보내왔다.

이후 우리는 연공실을 나왔다.

“태산아, 내일 아침에 종남산으로 떠난다고 했지?”

“그렇습니다, 형님.”

“여장을 꾸리는 것. 나도 도우마.”

그런 대화를 나누며 걸음을 옮겼다.

웅성웅성.

그렇게 막 국주실을 빠져나왔을 때였다.

국주실을 나와 눈에 담은 표국은 어느덧 상당히 부산스럽게 변해 있었다.

‘손님이라도 온 건가.’

근처에 있던 표사를 하나 붙잡고 물었다.

“이게 다 무슨 일이냐.”

곧 그가 슬쩍 우리 일행을 둘러보곤 급히 대답을 했다.

“표, 표두님과 국주님께서 비무를 치르시는 동안, 진표사가 일을 냈습니다.”

고개를 갸웃했다.

“진희원 표사가 일을?”

“네! 드, 드디어 ‘그 액체’에 대한 해독약을 양산할 방법을 찾아냈다고 합니다!”

순간 동공이 팽창했다.

입가에 절로 미소가 맺혔다.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었다.

***

“감사합니다, 진희원 표사님.”

손에 자기병을 든 하오문도 하나가 눈물을 질질 흘리며 고개를 숙였다.

이에 진희원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에요. 저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건데요. 오히려 이건 표두님께 감사해야 하는 일인 것 같아요.”

말을 하는 진희원의 모습이 무척이나 흐뭇해보였다.

고개를 돌린 하오문도가 이번에 이 몸을 향해 인사를 해왔다.

“감사합니다, 표두님.”

나는 훈훈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이후 슬쩍 진희원을 봤다.

‘···그보다 벌써 양산하는 데에 성공을 하다니. 역시 천생 약제사인 건가.’

물론 아직 양은 충분하지 않았다.

진희원의 말에 따르면···.

“재료가 부족해서 아직 충분히 만들진 못했지만, 그래도 당장 저희 표국에 있는 중독자들의 절반 정도는 치료할 수 있을 거예요.”

이러했다.

어느덧 마지막 남은 해독약까지 배포를 한 뒤, 진희원이 주변에 있는 하오문도들을 향해 말했다.

“오늘 약을 받지 못하신 분들은 며칠만 더 저희 표국에 머물러주세요. 재료가 수급되면 바로 만들어드리도록 할게요. 그렇죠, 표두님?”

그러하다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이후 우린 부족한 재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겸, 함께 의약당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때였다.

쓰윽-

진희원이 품에서 자기병을 하나 꺼내 내게 내미는 것 아닌가.

“이게 무어냐?”

진희원이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그분은 어디 계시는지, 안 보여서요.”

“그분?”

“그때 같이 오셨던 예쁜 여성분 있잖아요. 그분도 ‘그 액체’에 중독됐던 거 맞죠?”

뭔가 했더니, 좌호법 몫의 해독약이었던 모양.

이후 진희원이 그러더라.

표두님의 측근 중 한 분 아니냐고.

자신이 보기엔 그래 보였다고.

“그리고 그분, 엄청 간절해 보이시더라고요.”

“···그래?”

“저도 그 정도 눈치는 있습니다, 표두님.”

미리 한 개 빼놓은 것이니, 오면 건네주라고 그랬다.

일단 건네 오는 것이기에 받아두었다.

다만.

‘난감하군.’

여러모로 기분이 착잡했다.

과연 내가 이걸 좌호법에게 건네줘도 괜찮을까 싶었다.

‘어쨌든 좌호법도 약왕의 죽음에 일조를 한 상황이니···.’

진희원에겐 아버지의 원수나 다름이 없었다.

만약 진희원이 이걸 알게 된다면, 그래도 이 해독약을 건네려 할까?

‘어찌하면 좋을까.’

사실 이러한 고민 때문에 좌호법에게 시간을 준 것이기도 했다.

그가 직접 진희원에게 이러한 사실을 털어놓고 용서를 구하길 바랐던 것.

그런데 현재 좌호법은···.

‘대체 언제쯤 돌아올 생각인 건지.’

설마 우울감에 현실 도피라도 한 것일까?

물론 그건 아닐 거다.

그렇다면 내몽고로 돌아갔을 테니.

그런데 좌호법은 여전히 동호 인근을 배회하고 있었다.

잠시 고민하다 일단 건네받은 해독약을 품에 넣었다.

진희원에겐 고맙다는 말을 했다.

이에 살포시 웃으며 기뻐하는 진희원.

그 웃음이 꼭 비수처럼 가슴에 꽂혔다.

좌호법이 너무 늦지만은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

다음 날 아침.

우린 아침 일찍 종남산으로의 여정을 출발했다.

다그닥. 다그닥.

말을 몰며 일행을 둘러봤다.

좌호법은 여전히 없었지만, 그럼에도 인원은 상당히 불어나 있었다.

“형, 이쪽 길이 더 빨라.”

우선 금태천과 그 휘하의 표사들.

그들은 종남파에 술을 납품하는 표행의, 납품일이 도래했다는 명목으로 일행에 합류했다.

‘물론 사실은 도평희 때문이겠지.’

뭐 큰 상관은 없었다.

오히려 좋았다.

옆에 두고 가르침을 주다 보면, 보다 성장 속도도 빨라질 테니.

그리고···.

“진표사 마차를 타면 매스꺼워하던 증상은 이제 극복했나 보군.”

“두 시진 마다 이 단환을 먹으면, 괜찮더라고요.”

금화표국의 약제사인 진희원도 따라나섰다.

표국에서 약을 만들어야 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어차피 양산 작업은 저 없이 의약당에 있는 의원 분들만으로도 가능해요.”라고 대답을 한 그녀였다.

‘···뭐. 그런 거라면.’

생각해 보니, 그녀의 합류 또한 나쁘지 않았다.

즉석에서 약이 필요한 경우도 있을 테니.

‘생각해보니, 전부 필요한 인원이었군.’

어쨌든 인원이 급격이 불어났기 때문일까.

꼭 첫 표행을 떠나던 때가 생각났다.

‘···당시 여러 일이 닥치긴 했지만.’

그래도 지금 회상하자면, 무척이나 즐거웠던 여정.

절로 마음이 푸근하게 풀어졌다.

물론···.

“공자님, 분위기가 이상하지 않아요?”

그건 종남산 인근 마을에 도착한 뒤로 변화했지만 말이다.

소령의 말에 어느덧 깜깜해진 주변을 둘러봤다.

‘사람이 없군.’

아무리 밤이라지만, 사람이 이정도로 보이지 않는다는 건 분명 문제가 있어보였다.

원랜 여기서 하룻밤을 묵은 뒤 종남산을 오를 생각이었거늘.

그때 소령을 비롯한 하오문도들이 이런 말도 건네 왔다.

하오문 섬서지부 인근의 마을들도 이처럼 스산했었다고.

‘···설마. 또 강시와 연관이 있는 건가.’

신경이 쭈뼛 섰다.

그리고 그때였다.

“대협, 저쪽 산에 희미한 횃불이 보입니다.”

도평희의 말에 고개를 돌렸다.

“횃불?”

아니나 다를까.

무언가를 수색이라도 하듯 종남산 내부에 횃불로 추정되는 불빛들이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다.

정말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이윽고 일행을 향해 말했다.

“비록 밤이 늦었지만, 바로 산을 오른다.”

이윽고 우리는 스산한 밤의 종남산을 향해, 조심스레 발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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