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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화표국 천재 아들-80화 (80/133)

080화. 잠입(3)

80화. 잠입(3)

“끄아악!”

분골착근의 효과는 실로 대단했다.

“그러니 왜 도주를 시도하나?”

눈앞의 염소수염의 사내는 입에 게거품을 문 채, 끅끅 신음을 흘리다 혼절을 해버렸다.

놈은 내게 투항하는 척을 하더니,

품에서 화탄(火彈)을 꺼내 탈출을 시도했었다.

하나는 내게 던지고, 다른 하나는 벽에 던지려던 것 같았다.

촤악- 툭! 툭!

물론 던지기 전에 내게 손목이 잘려 허사로 돌아갔지만 말이다.

결국 놈은 내게 멀쩡한 화탄 두 개만 고스란히 내다바친 꼴이 됐다.

이후 나는 놈에게 다가가 곧장 분골착근으로 고문을 했다.

“너는 실로 매를 버는 성격인 것 같구나.”

비록 살궁에서 하는 것처럼 독까지 활용하진 못했지만,

그것만으로도 효과는 상상을 초월했다.

머지않아 놈이 차라리 죽여 달라고 애원을 하기 시작했으니···.

당연히 그 과정에서 진학주를 강시로 만들겠다는 계획이 무엇인지도 알아냈다.

듣기론 음식에 ‘그 액체’를 탄 뒤 그걸 복용 시키고 죽여 사강시로 만들려는 것 같았다.

진학주를 비롯한 하오문도들을 모두 강시로 만들어 거둘 생각이라나?

‘빙궁의 무사들을 끌어 모은 것도 그런 이유였군. 죽이기 전에 도주를 할까봐.’

혹여 거짓말은 아닐까, 비교적 내게 비협조적인 눈빛을 보내던 빙궁의 인물들도 몇몇 고문을 하고 진술을 받아낸 상황이니, 틀림없지 않을까 싶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빙궁의 무사들이 접선 장소를 둥글게 포위하기 시작했다는 것 같았다.

탁탁 손을 턴 뒤 주변을 돌아봤다.

“너희도 도망치고 싶거든, 얼마든지 도주를 시도해봐라.”

마른침을 꼴깍꼴깍 삼키고 있는 빙궁의 고수들이 보였다.

그들은 새파랗게 질린 채, 내게 잘린 본인들의 다리만 바라볼 뿐이었다.

다시 시선을 돌려 염소수염의 노인을 봤다.

놈이 미약하게 헛숨을 삼키는 게 느껴졌다.

“정신이 들었나?”

저벅저벅. 걸음을 옮겼다.

놈이 사시나무처럼 벌벌 떨기 시작했다.

“제, 제발. 다 말했지 않소. 그러니 이 이상은···.”

툭!

마혈을 짚어 당분간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만들어주었다.

그 과정에서 분골착근을 일으키는 혈도를 짚어주는 건 덤이었다.

이에 놈의 눈동자에 핏줄이 터지기 시작했다.

투둑. 투둑.

비록 몸은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고통은 고스란히 느낄 테다.

돌아다니며 빙궁 무사들의 마혈 또한 친히 짚어주었다.

이윽고 내 수발을 들기 위해 따라왔던 마인들에게 말했다.

“포박한 뒤, 가둬두어라.”

이후 기루를 나와 손가락 사이에 기사(氣絲)를 만들었다.

수시로 좌호법의 냄새를 추적하며, 급히 발길을 옮겼다.

‘···벌써 우호법과 접촉을 시작한 건가.’

한시가 급했다.

***

감숙성 하서회랑의 주천 인근.

냉기로 가득한 어느 거대한 장원 내부.

술과 고기가 널리 펼쳐져 있는 공간에 일단의 무리가 어우러져 앉아 있었다.

우호법 북천휘와 그의 수하들.

그리고 진학주로 변장한 좌호법과 그 일행.

머지않아 상석에 앉아 있던 구척장신의 괴물 빙혈마수(氷血魔獸) 북천휘가 입을 열었다.

“다들 사양 말고 들게.”

이에 진학주로 변장해 있던 좌호법을 비롯한 일행이 적당히 아부를 하며 음식을 집어먹기 시작했다.

우물우물.

좌호법은 가짜 매화검 또한 계획대로 착실히 넘겨주었다.

“우호법, 이게 말씀드렸던 물건입니다.”

“그래? 역시 매화향이 아주 향긋하군. 부교주께서 아주 기뻐하시겠어.”

얼마 후, 북천휘가 매화검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듣기론 부교주께서 자네를 아주 요긴하게 사용하실 모양이야.”

기대를 하고 있어도 좋을 것 같다는 말이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얼마나 음식과 술이 오갔을까.

어느 순간부터 돌연 북천휘의 눈매가 묘하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꼭 좌호법을 장난감처럼 보는 것도 같았다.

이에 좌호법 색골음마는 묘한 기시감을 느꼈지만,

구도자와의 작전을 위해 최대한 내색하지 않고 말했다.

“무슨 기쁜 일이라도 있으신 모양입니다, 우호법.”

“물론. 자네가 우리 사람이 되는 날인데.”

속으로 의문을 삼키며 식사를 이어갔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빙궁 소속의 무인 하나가 굉장히 다급해 보이는 얼굴로 우호법에게 다가왔다.

그의 표정을 보고 좌호법은 오호라 싶었다.

‘구도자께서 계획대로 빙궁 놈들을 전부 죽이신 모양이군.’

작전이 성공한 모양.

아니나 다를까.

“호법님. 긴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긴히 드릴 말씀?”

“···저.”

속닥속닥.

좌호법은 곧장 귀에 공력을 집중해 귓속말의 내용을 엿들었다.

“···궁의 수뇌부들이 실종되었다고 합니다. 마침 근처에서 살궁의 흔적이 발견되어···.”

저도 몰래 주먹 쥔 손에서 땀이 났다.

북천휘가 심각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당장 수색대를 조직하라!”

이에 좌호법 또한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호법, 궁에 문제가 생긴 모양입니다.”

가만히 좌호법을 바라보는 우호법.

그런 우호법을 향해 좌호법이 말했다.

“일부러 엿들으려 한 건 아닙니다, 우호법. 그저 들린 것뿐이지요. 혹여 제가 도울 건 없겠습니까.”

그런데 그때였다.

잠깐 무언갈 고민하던 우호법이 말했다.

“골치 아프게 됐군.”

좌호법은 저도 몰래 고개를 갸웃했다.

전혀 예상치도 못했던 대답이었던 까닭.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우호법.”

“아니다. 괜히 수색을 하다 죽으면 골치 아프니.”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느낀 좌호법이 슬쩍 우호법과 거리를 벌렸다.

돌연 허리춤에 있던 새하얀 검을 뽑아드는 우호법.

채앵-

그의 검 주위로 새하얀 얼음 결정이 맺히기 시작했다.

촤라락.

“···우호법 갑자기 이게. 무슨 짓입니까.”

이에 우호법이 말했다.

“차라리 지금 정리를 하고 움직이는 게 나을 테지.”

“네?”

“자칫 내가 없는 곳에서 강시로 변했다간, 소중한 전력에 손실이 올지도 모르니.”

머지않아 우호법의 검에서 냉기를 듬뿍 머금은 강기가 마구 쏟아졌다.

***

돌연 느껴지는 거대한 기의 폭풍.

방향은 언덕 아래 위치한 장원이었다.

'이런 벌써 시작한 건가.'

얼핏 가늠하기론 꽤나 전투가 지속된 것 같았다.

앞으로 내달리며 소맷자락에서 비도를 뽑아던졌다.

휘익- 푹! 푹!

막아서는 빙궁 소속 무인들을 처리하기 위함.

그들은 전투가 벌어지는 장원을 둥글게 포위하고 있었다.

안에서 빠져나올 하오문도들을 막아서기 위한 목적인 것 같았지만.

어쨌든 바깥쪽에서 접근하려고 해도 그들을 뚫고 들어가야 했다.

휘릭- 휘릭-

던져진 여섯 개의 비도가 좌우로 각각 세 개씩 춤을 췄다.

새빨간 불꽃을 머금은 비도가 봉황처럼 적들을 유린했다.

풀썩. 풀썩.

천잠사로 비도를 요리조리 조종했다.

"뭐, 뭐야?"

"갑자기 왜 쓰러져?"

적들이 당황하기 시작했다.

"설마 습격인가?"

"적이 안 보이는데?"

히끗. 히끗.

잔상을 만들어내며 움직이고 있기 때문에, 놈들의 수준으론 내 움직임을 쫓지 못하는 게 당연.

순식간에 시체의 산을 만들며 내달렸고.

마침내 우호법과 좌호법이 싸움을 벌이고 있는는 장원의 정문 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래도 다행히 좌호법은 아직 무사한 것 같군.'

비록 느껴지는 기운이 매우 미약하여 이대로 뒀다간 머지않아 죽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살아 있는 게 어딘가 싶었다.

하물며.

내부에서 들려오는 "크아!" 하는 괴성으로 말미암아,

이미 그들은 강시로의 변화를 유도하는 하얀 액체를 섭취한 상태.

'만약 좌호법이 강시가 되어 놈의 편에 선다면···.'

그것만큼 끔찍한 것도 없었다.

고문을 통해 알아낸 바에 따르면, 이번 강시는 생전의 무공을 거의 고스란히 사용할 수 있다는 것 같았다.

아니, 피부가 단단해지고 두려움이 없어지니, 오히려 생전보다 강해질 테다.

그리고 그걸 우호법이 조종한다면?

'조종할 방법이 있으니, 강시로 만들려는 거겠지.'

그래선 안 됐다.

정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아비규환이었다.

챙! 챙! 푸왁-

"크아!"

강시로 변한 하오문도들이 우호법의 부하들과 협력하여, 하오문도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하오문도들은 미처 반격도 하지 못하고 간신히 목숨만 부지한 채 요리조리 도망다니고 있었다.

'딱 좌호법이 강시로 변하는 최악의 상황만 면한 상태로군.'

사실 좌호법의 사정도 직접 눈으로 보니, 생각보다 더욱 좋지 않아보였다.

옷 여기저기에 서리가 내려앉아 있는 것은 물론이요,

치맛자락엔 얼어붙은 핏물이 고드름처럼 매달려 있기도 했다.

누가 봐도 우호법의 빙공에 호되게 당한 모양.

우호법으로 추정되는 놈이 소리쳤다.

"네놈! 진학주는 어쩌고 네놈이 여기 있는 것이냐? 설마 저 검도 가짜더냐?"

"그걸 내가 왜 말해줘야 하지?"

좌호법은 끝까지 진실을 불지 않은 것 같았다.

생각보다 입이 무거운 성격인 모양.

어쨌든 지금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일단 놈은 좌호법에 신경이 팔려 내가 들어온지는 모르는 것 같고.'

상황을 분석했다.

정확히는 우호법의 무공을 분석했다.

가급적 빠르게 끝내기 위함.

아까 빙궁의 무사들과 싸움을 벌인 덕분에 분석이 어렵진 않았다.

'확실히 빙공은 재미있는 무공인 것 같군.'

괜히 빙궁이란 거대한 세력을 일굴만한 무공이 아니라는 듯, 꽤나 심오했다.

대략 놈의 무공이 지닌 성질을 머릿속에 욱여넣었을 때였다.

촤악-

우호법이 휘두른 검이 좌호법의 앞섬을 가른 것.

이에 주춤주춤 뒤로 물러나는 좌호법.

그녀의 가슴을 타고 서리 내린 핏물이 끈적하게 흘러내렸다.

'이 이상 지체해선 안 되겠군.'

마침 좌호법과 눈이 마주쳤다.

그녀의 얼굴에 일말의 안도가 스치는 것도 같았다.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그녀는 힘이 빠졌는지, 풀썩 주져앉았다.

우호법의 검강이 좌호법의 머리 위를 스치고 지나갔다.

그녀가 전음을 보내왔다.

[뒤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구도자.]

그 모습을 눈에 담음과 동시에.

'아수라파천권 멸화충천.'

다리에 지옥의 겁화를 둘렀다.

후끈!

경공술을 강화했다.

냉기로 가득한 공기 속에 온기가 새싹처럼 트여지기 시작했다.

이번엔.

'아수라파천권 멸화응취.'

화르륵-

양팔을 각각 한 쌍의 붉은 용으로 만들었다.

변화한 공기에 근처에 있던 적들의 시선이 내게 쏠리는 게 느껴졌다.

물론 개중엔 우호법도 있었다.

놈을 향해 쇄도했다.

***

사실 좌호법 색골음마는 죽음을 직감하고 있었다.

애초에 그녀의 무공보다 우호법의 무공이 강했으니.

더욱이 이곳은 적진 한복판.

온갖 냉기를 뿜어내는 물건들이 주변에 늘어져 있어, 빙공의 위력이 한층 더 배가 된 상태였다.

어디 이뿐이랴.

"크아!"

대체 어떻게 한 건진 모르겠지만, 그와 함께 온 하오문도들이 죽음과 동시에 강시로 변화하고 있었다.

강시로 변한 뒤, 놈들의 편에 서서 우리편을 공격하고 있었다.

'사실 우리 편이란 말도 이상하군.'

어쨌든 돌아가는 사정을 보니, 자신 또한 죽으면 강시로 변화할 것 같았다.

쓴웃음이 지어졌다.

'안일했어.'

그를 구도자께 인도하는 작전을 수행하는 데에만 너무 몰두해 있던 것 같다.

쐐액-

순간 놈의 검이 앞섬을 갈랐다.

촤자작-

잘려나간 앞섬.

드러나는 가슴.

스며드는 냉기.

흘러내리는 동시에 얼어붙는 핏물.

쩌저적-

한계였다.

우호법은 어느덧 검에 검강을 입히고 있었다.

아마 저게 최후의 일격일 터.

그런데 그때였다.

문득 시선에 들어온 구도자.

처음엔 환상인가 싶었다.

그러나 곧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저도 몰래 안도의 한숨이 쉬어졌다.

"후."

풀썩-

동시에 다리에 힘이 풀렸다.

이런 추태라니.

마침 머리 위를 스쳐가는 우호법의 강기.

추태인 줄 알았는데, 행운이었다.

그리고 그 순간.

구도자님께서 달려오기 시작했다.

화르륵-

불꽃을 잔상처럼 뿌리며, 진각을 밟으셨다.

쾅!

그분의 양손엔 어느새 심판의 불꽃이 한껏 자리하고 있었다.

'언젠가 보았던 성화처럼도 보이는군.'

그리고 마침내.

쾅!

구도자님의 주먹이 우호법을 직격했다.

쾅! 쾅! 쾅!

한 번. 두 번. 세 번.

순식간에 냉기 가득한 장원에 뜨거운 열풍이 몰아쳤다.

화르르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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