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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화표국 천재 아들-79화 (79/133)

079화. 잠입(2)

79화. 잠입(2)

천마신교 포두지부 인근의 장원.

삼두육비의 작은 동상 앞.

방금 막 섭혼을 마친 신녀는 지친 기색으로 성화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근래 들어 가장 밝게 타오르고 있는 성화.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천마신교에서 챙겨올 때까지만 해도 금방이라도 꺼질 것처럼 위태위태했건만···.’

성화의 밝기는 천마신교의 성세에 따라 달라진다고 알려져 있으니···.

성화가 활활 타오르는 건, 과연 구도자께서 우리에게 합류한 덕분일까.

아니면, 부교주가 중원에서 몰래 일을 꾸미고 이를 실행에 옮겼기 때문일까.

‘구도자님 때문이면 좋겠구나.’

그녀가 계시 받은 미래는 한 가지가 아니었으니까.

대표적으로 나누면,

구도자와 천인께서 중심이 되는 미래와 부교주가 중심이 되는 미래가 있었다.

‘···그리고 후자는 지옥 그 자체였지.’

그런데 왜인지, 부교주 때문에 성화의 불꽃이 밝아진 건 아닐까 싶었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대략 한 시진 전.

그녀는 부교주가 천산이 아닌 섬서성에 위치하고 있다는 첩보를 얻을 수 있었다.

진학주와 접선하는 인물이 부교주가 아닌 우호법인 이유를 조사를 하다 알게 된 것.

부교주는 그곳에서 천마신교의 성세를 키울 만한 어마어마한 물건을 얻은 것 같았다.

그때 신녀의 옆으로 시동 하나가 다가왔다.

“···신녀님. 그런데요. 정말 그분께 부교주님의 행방에 대해서, 아무 말씀 안 드려도 괜찮은 거예요?”

신녀가 고개를 돌려 아이를 봤다.

‘아마 부교주가 그 물건을 얻었다는 사실을, 구도자께 전하지 않아도 되느냐 묻는 걸 테지.’

그때 아이의 옆에 있던 노인이 아이를 말렸다.

“이놈, 이리 오너라. 신녀님께서 알아서 하실 일이다. 죄송합니다, 신녀님.”

신녀는 노인을 향해 괜찮으니 그냥 두어라 말하며 아이를 봤다.

참고로 노인과 아이는 조손지간.

더욱이 둘은 금태산이 중원에 있을 당시,

신녀와 금태산의 사이를 연결하던 가교 역할을 했던 인물들이었다.

왜 제갈세가로 향하는 금태산에게 칼집을 전달했던 노인과 그 사이에서 전령 역할을 한 꼬마아이 있지 않는가.

아이를 물끄러미 봤다.

‘이참에 가르침을 주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언제까지고 자신 혼자서 모든 일을 짊어질 순 없었다.

잠시 말을 고르던 신녀가 자신에게 질문을 던졌던 아이를 향해 말했다.

“우호법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 부교주까지 상대하게 된다면 너무 위험하지 않겠느냐.”

신녀는 아이가 스스로 생각하길 유도했다.

일종의 미래를 위한 포석.

“그치만, 그분께서는 부교주와 은원이 있으시잖아요. 그분의 부모님을 부교주가 죽였잖아요. 칼집 때문에요.”

신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래도 그분의 신변에 위해가 될 수 있는 일은 해선 아니 되는 것이다.”

“신변에 위해요?”

“때로는 사사로운 감정보다 대의를 먼저 해야 할 때가 있는 법이지.”

다만 아이는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만약 네 바람처럼, 그분께 지금 부교주가 화산에 있는 무림맹의 비고를 습격했고. 내부에 있는 무공서를 탈취하는 데에 성공했다는 말을 전하면 어찌 될 것 같으냐.”

“···그건.”

“분명 구도자께선 큰 혼란을 느끼실 것이다. 그로 인해 자칫 오판을 하실 수도 있지. 결국 우호법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에서 그건 그리 좋지 못하다는 생각이 드는구나.”

“···그래도.”

“그분은 천인이 아니시지 않느냐. 모든 걸 알 순 없지. 그러니 우리가 도와야 한다. 그분의 옆에 천인이 나타날 때까지만이라도···.”

“···네.”

신녀는 한 차례 주변을 둘러보곤 엷은 미소를 지었다.

이윽고 자리에서 일어나 노인의 부축을 받으며 창가로 향했다.

창문을 열며 말했다.

“그분을 생각하는 마음은 갸륵하게 생각한다. 허나 항상 명심해야 해. 우리는 그분께 최선인 방향을 제시해야 함을.”

***

좌호법이 무사히 하오문에 잠입하는 걸 확인 한 뒤.

우리는 진양상단의 안내에 따라 하서회랑으로 움직였다.

그리고 대략 이틀 정도 뒤.

'여기가 살궁의 안가인가 보군.'

감숙성 하서회랑의 중심부, 주천(酒泉)에 있는 살궁의 안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후 도평희로부터 보고를 들었다.

“대협, 빙궁의 수뇌부들이 기루에 모여 회의를 연다는 것 같습니다.”

이 안가에 있는 무인들은 전부 도평희 휘하의 무인들이라는 것 같았다.

많진 않았지만, 그래도 괜히 살궁이 아닌 듯, 정보는 착실하게 수집하고 있는 것 같았다.

도평희에게 말했다.

“회의 말입니까.”

방으로 들어가 회의를 여는 구체적인 장소와 시기를 들었다.

이후 잠시 작전을 고민했다.

참고로 전날, 진학주 일행에 잠입한 좌호법으로부터 소식이 왔다.

빙궁과 진학주 일행이 접선할 곳을 알아냈다고.

이제 진학주를 죽이고 그의 모습으로 변장을 할 기회만 노리고 있다는 것 같았다.

어쨌든.

‘···좌호법에게 들은 정보와 조합해보면, 이번 회의는 우호법과 진학주의 만남에 대비하기 위함인 것 같군.’

혹시나 있을 습격에 대비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사실 회의의 목적은 크게 상관은 없었다.

목적이 무엇이든, 부교주에게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건 변함이 없을 테니.

절로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부교주는 얻고자 하던 매화검을 얻지 못하는 건 당연하고.

'우호법도 계획대로라면 죽일 수 있을 테니···.'

자신의 부하 중 하나인 우호법을 잃게 될 테다.

앞에 있는 도평희를 향해 말했다.

“개인적으론 제가 빙궁 수뇌부의 회의 장소를 습격하면 어떨까 합니다.”

"혼자서요?"

차분히 작전을 설명했다.

“우선 좌호법이 진학주를 무사히 죽이고 그로 분장을 한다는 가정 아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진학주로 변장을 한 좌호법이 우호법과의 회담을 진행할 때.

우리는 빙궁의 수뇌부들이 모인 그 장소를 급습하는 것.

“최대한 들키지 않고 그들을 전부 죽이는 게 목표입니다.”

그럼 우호법의 입장에선 갑자기 수뇌부들의 소식이 끊기니 여간 혼란스럽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 아마 급히 회의를 끝낸 뒤, 빙궁의 수뇌부들을 찾으려 하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그때 진학주로 변장한 좌호법이 우호법에게 말하는 것이다.

하오문이 돕겠다고.

하오문의 추적술은 정평이 나있으니.

그로써는 거절하기 힘들 터.

‘그럼 좌호법이 기회를 봐 우호법을 내게 유인하면 될 테지.’

이후 놈을 쓱싹- 처리하는 것.

이에 도평희가 말했다.

"엄청난 계획이군요."

"그렇습니까."

이후 상당히 열성적인 눈빛을 보내는 그녀.

"대협. 그럼 저희는 무얼하면 좋습니까."

그러고 보니 그랬다.

이들에게도 역할을 주어야 하는 것.

이곳으로 오며 얼추 듣기로 그녀는 실적에 상당히 목이 말라 있다는 것 같았다.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여러분은 적당히 빙궁의 나머지 잔당들의 시간을 끌어주세요."

일종의 안전 장치였다.

빙궁의 수뇌부들이 죽은 이유를 살궁 때문이라고 착각하게 하기 위함.

우호법이 진학주로 변장한 좌호법에게 신경을 쓸 틈을 주지 않기 위함이랄까?

'이런 안전 장치를 하나 만드는 것쯤은 나쁘지 않을 테지.'

이로 인해, 그녀 또한 살궁으로 돌아가 빙궁에 타격을 입히는 데에 일조했다고 생색을 낼 수 있을 테고.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방법이었다.

'나 또한 내게 호의적인 도평희가 살궁에서 입지를 키우면 추후 도움을 받을 수도 있을지 모르고.'

이런 내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녀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이윽고 부하들에게 명령을 전달하겠다며 후다닥 밖으로 나가는 그녀.

표정이 득의양양한 것이 아마 또 이런저런 생색을 내지 않을까?

무슨 상관이랴.

그녀를 보낸 뒤, 나 또한 몇 가지 계획을 더 점검했다.

'진법을 쓰면 더 확실하겠군.'

이후 일사천리로 움직였다.

순식간에 밤이 되었다.

때가 되었다.

이윽고 도착한 이름 없는 기루 앞.

'이곳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라.'

내 수발을 들기 위해 따라온 마인 둘이 어색하게 웃었다.

"구도자님, 헌데 나무와 돌은 왜 준비하라 하신 겁니까."

곧 그들에게 말했다.

근처에 진법을 설치하겠노라고.

"최대한 외부의 시선을 끌지 않는 게 좋을 테니."

소리를 차단할 생각.

마인들은 곧 "구도자님, 진법도 쓰실 줄 아십니까?" 라는 말을 하며 깜짝 놀랐다.

"대단하십니다, 구도자님."

포두지부에서 좌호법과 싸울 때도 진법을 썼었는데···.

차마 그게 진법인 줄은 몰랐나 보다.

어쩌면 그냥 구도자라는 신분 때문에 그들에겐 내가 하는 모든 행동이 신비로워 보이는 것일 수도 있을 것 같았다.

그렇게 진법을 설치하고.

회의 장소로 잠입했다.

'두르고 있는 기운이 냉한 걸 보니, 제대로 짚은 것 같군.'

몸을 숨긴 뒤, 차분히 놈들의 무위를 살폈다.

인원은 총 열 명 정도?

변수를 최소화하고 최단 기간에 그들을 제압하기 위함이었다.

'한 명 정도가 외부 인물인 건가.'

파악해본 결과, 빙공을 익히지 않은 걸로 추정되는 인물도 하나 있었다.

제비 수염의 노인.

체형과 풍기는 기세로 말미암아, 빙공보단 정보 단체에서 일하는 게 더 적합할 것 같은 놈이었다.

'경신법이 특기인 노인인가.'

함께 몸을 숨기고 있던 마인에게 듣기론 부교주 강불해의 오른팔이라는 것 같았다.

씨익- 절로 입가가 휘어졌다.

마침내 모든 확인을 마치고, 소매에서 비도를 꺼냈다.

'우선 여섯 명은 비도로 죽인 다음에···.'

그렇게 막 비도를 뿌리려 할 때였다.

경신법이 특기인 걸로 추정되는 노인이 예상치 못한 말을 뱉어냈다.

"끌끌. 진학주 그 멍청한 놈. 여기가 자기 묫자리인 줄도 모르고."

뻗어나가던 비도를 재빨리 천잠사로 당겨 회수했다.

이후 그들의 말을 엿들었다.

"그렇습니다. 어르신. 그런 놈은 살려서 옆에 둬선 아니 되지요."

꽤 심각한 정보였다.

저들이 지금 진학주로 알고 있는 인물은 좌호법이지 않는가.

만약을 대비해야 했다.

'대체 뭘 어쩌려는 걸까.'

그때였다.

제비 수염의 노인이 품에서 작은 자기병을 꺼냈다.

이에 맞은편에 앉아 있던 빙궁의 무인들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이게. 그겁니까?"

뽁- 병이 열리고 안에는···.

'저건?'

익숙한 액체가 들어있었다.

하얗고 끈적끈적한 액체.

강시를 만들 때 쓰는 액체.

곧 제비 수염의 노인이 말했다.

"진학주 그런 놈은 믿을 수 없지만, 강시는 믿을 수 있을 테지."

***

대체 저들은 무슨 말을 나누는 것일까.

'일단.'

이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었다.

그들 또한 자꾸 변죽만 울릴 뿐 중요한 정보를 토해내진 않았다.

그래서 모습을 드러냈다.

"네놈은 누구냐?"

제비 수염의 노인이 말했다.

"알 필요 없다."

이미 방 안엔 다섯의 무인이 허벅지를 비도에 꿰뚫린 채 인상을 찌푸리고 있었다.

내가 던진 비도에 당한 것.

참고로 죽이지 않고 허벅지만 노린 건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도평희 일행이 쓰던 분골착근을 유심히 봐두길 잘했군.'

추후 고문을 통해 보다 많은 정보를 토해내게 하기 위함.

물론 고문을 하지 않아도 된다면 그게 제일 좋긴 했다.

"아까 하던 얘기를 마저 듣고 싶은데. 혹시 순순히 말해줄 생각은···."

말을 하는 찰나.

슈슉!

얼음으로 만든 검기가 내리그어져 왔다.

"빙하일검이다!"

가볍게 옆으로 피했다.

"예의가 없군."

예상대로 순순히 말해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와장창-

얼음으로 만든 검기가 바닥에 닿아 유리알처럼 비산했다.

그리고 그 유리알 사이사이에 스며들어 있는 냉기.

'이런 식으로 내공을 운용하는군.'

그 사이 다른 빙궁의 고수들은 벽과 바닥에 손을 대고 내공을 주입하고 있었다.

쩌저적-

공간에 냉기가 들어차기 시작했다.

빙공이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 같았다.

고개를 끄덕였다.

'빙공은 이런 식으로 쓰는 거군.'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사실 그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뒤, 여유를 부린 건 다른 이유가 아니었다.

빙공을 직접 눈으로 한 번 보기 위함. 일종의 도발을 한 것이었다.

'추후 우호법과 싸워야 할 테니.'

우호법의 특기가 빙공.

빙공이 어떤 성질을 지녔는지는 파악해두면 좋을 것 같았다.

물론.

'여유는 이 정도만 부려야 할 테지.'

진학주를 강시로 만들려 한다는 말을 듣지 않았나.

그리고 현재 진학주로 변장을 하고 있는 건 좌호법.

그리 쉽게 당하진 않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자칫 소중한 아군을 잃을 수 있었다.

'그럼 안 되지.'

그래서 그들에게 쇄도하며 말했다.

"내가 시간이 없다. 진학주를 강시로 만든다는 게 무슨 말이지?"

묵빛 검을 꺼내, 횡으로 그었다.

촤악-

우선 빙궁 놈들부터 제압했다.

물론 분골착근을 위해 최대한 죽이지 않으려 했다.

빠르게 놈들의 다리를 절단했다.

허물어지는 놈들.

"끄악!"

비명소리가 난무했다.

마침내 빙궁의 무인들은 일제히 바닥에 널브러진 상황.

그래도 본인들 나름 빙공을 이용해 상처를 지혈하고 있었다.

본인의 다리를 빙공으로 얼리는 모습이 조금 괴기하긴 했다.

그래도.

'나쁘진 않군.'

추후 고문을 할 놈들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

후드득-

검에 맺힌 핏방울을 털어냈다.

마침내 제비 수염의 노인만 멀쩡히 마주한 상황.

놈을 향해 말했다.

"선택해라. 여기서 그냥 죽을 것인지, 죽을 만큼 고생을 한 다음 진실을 불 것인지."

놈은 내 무위를 보고 이미 전의를 상실한 상황.

무기를 버리고 양손을 들고 있었다.

그런 놈이 말했다.

"마, 말을 잘못하신 것 같소. 지금 말은 결국 둘 다 죽는다는···."

고개를 끄덕이며 놈을 향해 저벅저벅 걸음을 옮겼다.

"귀가 어두운 놈이군. 대답이나 해라."

이윽고 놈에게 말했다.

"한 번 더 묻겠다. 진학주를 강시로 만든다는 게 무슨 말이지?"

놈은 이내 당황한 얼굴로 뒤룩뒤룩 눈알을 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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