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2화. 선택(1)
62화. 선택(1)
그림자로 가득한 깜깜한 뒷골목.
벽에 몸을 기댄 장표사가 힘겨운 목소리로 말했다.
“···소령아, 다 네 덕이다.”
소령은 그런 장표사를 일으켜 세워주며 살포시 웃었다.
“같이 한 거죠.”
둘은 곧 눈앞에 널브러진 마인의 시체를 봤다.
방금 전 그들을 습격했던 마인.
그리고 그들이 힘을 합쳐 무찌른 마인.
소령은 잠시 그 시체를 보며 방금 전 있었던 일을 상기했다.
금태산에게 도망치란 명령을 받은 이후.
소령과 장표사는 인근 뒷골목 쓰레기장에 몸을 숨겼다.
부상을 입어 멀리 움직일 수 없는 장표사의 처지를 고려하여 내린 어쩔 수 없는 결정.
“소령아, 나 때문에 너까지. 미안하다.”
“아니에요.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도 있잖아요. 들키지 않을 거예요.”
처음엔 그들의 간절한 바람 덕분인지, 꽤나 오래 들키지 않을 수 있었다.
“···이거. 피 냄새 같은데?”
마인 하나가 장표사의 피 냄새를 맡기 전까진, 분명 그랬다.
소령과 장표사는 쓰레기더미 뒤에 쪼그려 앉아 숨어 있던 상황.
어느덧 지척까지 다가온 마인이 코를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분명 여기 어딘데?”
소령은 본능적으로 몸을 더욱 꽉 끌어 앉아 최대한 부피를 줄였고.
그 와중에 장표사와 눈이 딱 마주쳤다.
그리고 순간, 아차 싶었다.
옆구리의 상처 때문에 몸을 끌어 앉을 수 없는 장표사.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상처가 벌어졌는지, 바닥엔 이미 장표사의 피가 흥건했다.
그 사이 마인은 점점 더 가까이 다가오고 있었다.
저벅저벅.
장표사가 쓰게 웃으며 소령에게 눈짓을 보냈다.
차라리 함께 나가 싸우자고.
가만히 있다 들키는 것보단 나을 것이라고.
···그리고 미안하다고.
소령은 얼결에 고개를 끄덕였었다.
이대로 있다간 어차피 들킬 테니까.
그래서 때를 노리며 몸을 일으키려 할 때였다.
문득 소령의 머릿속에 공자님께 받았던 가르침이 스쳐간 것.
“소령아, 다음엔 먼저 상대의 움직임을 확인한 다음에 권법을 뻗어볼래?”
방심을 유도한 뒤 공격하라는 공자님의 말씀.
소령의 무공은 그런 쪽에 특화되어 있다는 말씀이었다.
그래서 소령은 장표사를 향해 잽싸게 고개를 저었다.
차라리 들키는 게 나을 수도 있다고···.
입 모양으로 작전을 전달했다.
물론 이후 둘은 예정된 수순처럼 놈에게 발각되었고.
소령은 공자님께 배운 대로 무공을 모르는 척했다.
이에 놈은 무기를 꼬나든 장표사에게 온 신경을 집중했고.
놈이 장표사를 제압하려 움직일 때, 소령이 기습적으로 보법을 밟았다.
놈의 품으로 파고든 뒤, 장법을 뻗는 척 놈의 반응을 유도하고.
잽싸게 바닥을 구르며 품에 있던 비도를 던진 것.
슈욱- 푹!
비록 급소는 비껴갔지만.
“···네 이놈.”
놈은 적잖이 당황을 했고.
그 찰나,
촤악-
장표사가 있는 힘껏 본인의 검을 휘둘러 마인의 목을 베어냈다.
장표사 또한 금태산이 수정해준 금화검법 덕분에 군 동작 없이 깔끔하게 베어낼 수 있었다.
회상에서 빠져나온 소령이 말했다.
“장표사님, 움직일 수 있으시겠어요?”
힘겹게 고개를 끄덕이는 장표사.
둘은 조심조심 걸음을 옮겼다.
이러나저러나, 방금 마인을 죽이며 인근에 커다란 피 웅덩이가 생긴 상태.
자리를 옮기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침 폐건물을 하나 발견해, 그리로 들어갔다.
장표사를 뉘인 채, 바깥을 살폈다.
정확히는 기사(氣絲)를 뻗어 금태산의 위치를 살핀 것.
금태산의 간곡한 눈빛에 일단 자리를 벗어나긴 했지만, 계속 걱정이 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다행히 무사하신 것 같아.’
기사로 감지한 금태산은 여전히 아까 그곳에서 짙은 향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옥상에 올라갔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금태산 공자님이 보였다.
‘···소강상태에 접어든 건가?’
금태산은 엄청난 기세를 뿌리는 마인과 대치하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표사 몇몇이 인질로 잡혀있는 것 같았다.
소령은 초조함에 입술을 깨물며 귀를 기울였다.
공자님이 말씀하셨다.
“칼집으로 만족하나? 우리 거래를 하자.”
“거래?”
마인과 대화를 주고받고 계셨다.
“너희. 원래 목적은 모산파의 죽간본 아니었나? 그 죽간본. 내가 얻을 수 있게 도와주겠다.”
“···어찌 알았지?”
“뻔한 거 아니냐. 그러니 우선 우리 표사들은 무림맹으로 돌려보내라. 그게 거래 조건이다.”
“어차피 네가 칼집만 내놓으면, 표사들은 살려주겠다고 했다.”
“그걸 어떻게 믿지?”
“안 믿으면 다른 선택지는 있느냐?”
“그래서 제안을 건넨 것 아니냐. 모산파의 무공까지 넘겨주겠다고.”
“···무슨 말인지, 일단 들어나 보자꾸나.”
대체 이게 무슨 대화일까.
그러나 의심이 가거나 하진 않았다.
‘공자님께서 다 생각이 있으신 거겠지.’
지금 마인과 대화를 하고 있는 사람은 다른 누구도 아닌, 금태산 공자님이었기 때문에.
이후 공자님의 말씀이 이어졌다.
표사들을 안전하게 무림맹으로 돌려보내준다면,
죽간본에 적힌 모산파 무공을 얻을 수 있게 도와준 뒤,
칼집을 숨겨둔 위치도 알려주겠다고.
이에 코웃음을 치는 마인.
“반대로 우린 네 말을 어찌 믿지?”
공자님께서 말씀하셨다.
“모산파의 죽간본. 달리 얻을 수 있는 방법은 있나?”
“당연히 이대로 무림맹에 쳐들어가면···.”
“설마 우리가 그곳에 그대로 그 무공을 보관 중일까? 네들이 무엇을 노리는지 빤한데?”
어느덧 대화의 주도권은 공자님에게 넘어가 있었다.
소령은 저도 몰래 마른침을 삼켰다.
“원래 너희의 계획은 이랬겠지. 이 몸을 제압해두고 무림맹을 공격하여 죽간본을 얻는다. 그 뒤 고문을 하든 어쩌든 내게 칼집의 행방을 알아낸다. 아닌가?”
마인은 말문이 막혔는지, 말을 멈춘 채 공자님을 빤히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공자님은 능수능란하게 상황을 주도해나가셨다.
“그런데 모산파 죽간본의 위치가 바뀌었다. 그럼 너흰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
“···너를 고문하면 될 테지.”
“만약 내가 어떠한 정보도 발설하지 않고 자결한다면? 하물며 애초에 나와 표사들이 모두 사라지는 상황이 오면, 그들은 죽간본의 위치를 다시 바꾸지 않을까?”
역시 공자님이란 생각이 들었다.
‘근데 모산파 죽간본의 위치는 언제 바꾸신 거지?’
문득 그런 생각도 들었지만,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숨을 죽인 채 계속 공자님과 마인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
강불해가 지그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 또한 담담히 그의 시선을 받았다.
심장이 전생의 기억에 대한 분노로 두방망이질을 치고 있었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지금은 한 치의 흔들림도 보여선 안 됐다.
사실 아까 말한 “설마 우리가 그곳에 그대로 그 무공을 보관 중일까? 네들이 무엇을 노리는지 빤한데?” 라는 말은 거짓말이었다.
애초에 무림맹의 비고 속 무공은 맹주의 허락 없이 누구도 마음대로 꺼낼 수 없었다.
규칙에 따르면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맹주도 마음대로 꺼낼 수 없었다.
그러나 강불해의 입장에선 충분히 찝찝할 수 있는 말이었다.
그래서 표사들을 살릴 방법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일단 나 혼자 남는다면 발버둥을 쳐서 충분히 시간을 끌 수 있을 테니까.’
근처에 제갈천소가 설치해둔 기관진식도 보이고···.
이윽고 강불해를 향해 말했다.
“그러니 현 상황에서 너희가 죽간본 속 모산파 무공과 칼집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나와 거래를 하는 것이 유일하다.”
강불해는 이 몸을 빤히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나 또한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분명 그에겐 칼집만큼이나 모산파의 죽간본 또한 소중할 테지.’
애초에 칼집을 찾는 것이 사라진 천마신공을 찾기 위함이라고 신녀의 부하를 통해 듣지 않았나.
‘그런데 죽간본을 읽어 본 기억에 따르면···,’
그곳에 적혀 있는 모산파의 무공은 천마신공의 구결을 품고 있지 않았나.
강시술과 토납법에 대한 내용이 쓰여 있었고.
그 두 가지를 설명하기 위해 제시된 구결이 전생에 보았던 훼손된 천마신공의 구결 중 일부였다.
물론 그는 이런 사실까진 모를 수도 있었다.
다만 현재 상황에선 모든 경우를 상정해야 했고.
더욱이.
‘이게 아니어도 놈이 모산파의 무공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건, 확실하지.’
이미 여러 사건을 겪으며 확인하지 않았나.
강불해가 말했다.
“그럼 하나 묻겠다. 이들을 무림맹으로 돌려보내면, 이들이 우리의 거래를 그들에게 발설하지 않을 것이라 확신할 수 있느냐.”
타당한 물음이었다.
예상했던 물음이기도 했고.
‘만약 표사들이 이곳에서의 일을 밝히면, 죽간본의 위치가 다시 옮겨질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걸 테지.’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일리 있는 말이다.”
예상했던 물음인 만큼, 이에 대한 대처도 준비해두었다.
전생의 기억을 활용한 방법.
담담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독을 먹인 뒤 마차에 태워 보내는 방법도 있지 않나. 천마신교의 부교주는 이럴 때를 대비하여 독을 들고 다닌다고 들었는데?”
강불해의 눈에 이채가 띄었다.
“그 독을 먹으면 해독약을 먹기 전까진 시체와 다름없는 상태가 된다는 것도 알고 있나?”
“물론.”
담담히 그 눈을 바라봤다.
이후 강불해는 몇 가지 확인 질문을 더 던졌다.
이후 일사천리로 일을 진행했다.
마차를 구한 뒤, 표사들에게 독을 먹였다.
해독약도 건네받았다.
“잠깐. 네 부하들에게도 그 독을 먹여보아라.”
“뭐라?”
“제대로 된 해독약인지 확인해 봐야 할 것 아니냐.”
이후 이런저런 확인 절차를 거친 뒤 표사들을 무림맹으로 보냈다.
멀찍이 떨어져 그 모습을 바라봤다.
‘꼭 늦지 않게 구해주마.’
머지않아 강불해가 말했다.
“이제 죽간본의 위치를 불어라.”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며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사실 지금부터가 진짜이긴 했다.
“혹 종이와 붓을 가지고 있나?”
“종이와 붓?”
“죽간본 속 모산파 무공은 내 머릿속에 있거든.”
씨익 웃어보였다.
곧 “끌끌끌.” 웃음을 터뜨리는 강불해.
과연 오만한 이유가 있었다고 하더라.
놈은 내 목을 틀어쥐었다.
“결국 내게 거짓말을 했다는 거군.”
“···마냥 거짓말은 아니지.”
“이놈 끝까지?”
“···어차피 마찬가지 아니냐. 내가 적어주는 것이나, 원본을 찾는 것이나.”
“쯧. 우리가 네 말을 어찌 믿지?”
“···그건 네가 무공을 직접 확인해보면 되는 것 아니냐.”
강불해의 자존심을 긁었다.
내가 알고 있는 강불해라면 충분히 통할 수법이었다.
“뭐라?”
“콜록. 천마신교의 부교주쯤 되는 놈이. 그런 것도 구별 못 하진 않을 것 아니냐.”
놈이 노려보며 종이와 붓을 건넸다.
‘역시나.’
침착한 표정으로 그걸 받았다.
이후 죽간본의 내용을 천천히 써내려갔다.
물론.
‘전생에서도 너는 내가 조작한 구결을 알아채지 못했지.’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구결을 교묘하게 비틀었다.
이 내용으론 절대 천마신공을 유추할 수 없도록.
‘결국 네들은 아무것도 얻지 못할 테다.’
더욱이 함정도 심었다.
부교주가 현재 익히고 있는 심법과 조법의 구결 또한 알고 있으니.
그와 배치되는 내용을 넣어 혼동을 주기로 했다.
‘그럼 추후 그 무공을 펼칠 때 본능적으로 빈틈이 생길 테지.’
두 가지 상반된 무학이 충돌을 일으킬 테니.
물론 아주 찰나의 빈틈일 테다.
그러니 그걸 절대 놓쳐선 안 됐다.
완성된 구결을 건넸다.
“확인이 끝나면 말해라. 그럼 칼집의 위치 또한 알려주겠다.”
놈이 확인하는 사이, 만반의 준비를 했다.
몸속의 오행의 기운을 살피며, 먹잇감을 노리는 독수리처럼 때를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강불해가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구나.”
‘멍청한 놈.’
그리고 그 순간.
왼손을 놈에게 뿌렸다.
기습적으로 비도를 던졌다.
불타는 비도.
화르륵-
아깐 우연히 불이 붙었지만,
이번엔 의도적으로 붙였다.
나름의 깨달음 덕분이었다.
불의 채찍이 물결치며 놈에게 뻗어갔다.
두 개의 비도는 각기 봉황과 같았다.
두 마리의 봉황이 서로 뒤엉키며 놈을 향해 쏘아졌다.
슈욱-
깜짝 놀란 놈은 반사적으로 본인의 조법을 펼쳤고.
챙! 챙!
‘지금이다!’
아까완 달리 빈틈을 발견할 수 있었다.
미세하게 왼쪽 어깨가 벌어진 강불해.
재차 오행(五行)의 기운을 움직였다.
천마신기로 만들어낸 화기(火氣)와 적절히 버무렸다.
오른 주먹을 꾹 쥐며, 갈빗대 옆에 붙였다.
아수라파천권 멸화응취
阿修羅破天拳 滅火凝聚
머리털이 쭈뼛 섰다.
등골을 타고 얼음장 같은 땀방울이 흘렀다.
새빨갛다 못해 검붉은 불꽃이 오른손에 피어올랐다.
화르륵-
‘다만 이번엔 여기서 끝이 아니지.’
곧 하체로 옮겨가는 불길.
하체의 근육을 팽팽히 조인 뒤.
추진력을 얻기 위해 무릎을 살짝 굽히고.
발바닥 아래로 멸화의 기운을 얹었다.
이윽고 진각을 밟았다.
한 마리의 난폭한 용이 되었다.
흡사 섬광 위에 올라탄 용과도 같았다.
깜깜한 밤에 작은 태양이 떴다.
쾅!
오른 주먹으로 놈의 왼쪽 가슴팍을 두드렸다.
무게가 실린 허벅지가 터질 것처럼 팽창했다.
주먹 또한 마찬가지.
우득!
우드득!
놈의 신형이 뒤로 주르륵- 밀려나기 시작했다.
당황한 마인들이 보였다.
그들이 달려든다.
강불해는 발끝을 땅에 박고 모래먼지를 일으키며 몸을 세우려 하고 있었다.
강불해의 눈을 봤다.
씨익-
입꼬리를 말아 올려주었다.
그런 내 모습에 놈의 동공이 한층 더 팽창하는 게 보였다. 분노한 것이리라.
그대로 몸을 돌렸다.
곧장 무림맹을 향해 내달렸다.
휘익-
워낙 빠르게 몸을 돌린 탓에 장포가 휘날렸다.
그 아래에 봉황이 음각된 칼집이 드러났음은 물론이다.
“이놈!”
등 뒤로 강불해의 고성이 들려왔다.
저도 몰래 입꼬리가 조금 더 휘어졌다.
물론 무림맹에 도착할 때까진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
이후 일은 비교적 빠르게 수습됐다.
강불해는 부상이 꽤나 컸는지,
아니면 일단 얻은 모산파의 무공에 만족을 하기로 한 것인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가짜 무공 가지고 평생 고민해보라지.’
씨익- 웃으며 오른손을 봤다.
부목을 대고 붕대를 칭칭 감아둔 오른손.
강불해의 가슴팍을 타격하며, 이 몸의 오른손 또한 충격을 받은 것.
꽤나 심각한 부상이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았다.
‘이는 반대로 말하면 강불해에게도 그만큼의 충격이 전해졌다는 것일 테니.’
통쾌했다.
물론 이를 통해 전생의 원한이 해소된 건 아니었다.
절대 그럴 리 없었다.
그런 처절한 과거가 그리 쉽게 잊힐 리 없었다.
대신 자신감이 생겼다.
머지않아 놈에게 닿을 수 있다는 자신감.
복수를 완수할 수 있을 날이 멀지 않았다는 자신감.
기사로 해독약에 있던 놈의 냄새를 기억해두며, 훗날을 기약했다.
이후 맹주 남궁벽이 도착했다.
“적린휘성 괜찮은가.”
“괜찮습니다, 맹주님.”
그로부터 여러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강소성에서 생포한 마인들을 심문하여 알아낸 정보들이 꽤 많다고 했다.
그중엔 이런 정보도 있었다.
“마인들의 말에 따르면 현재 신녀가 천산을 벗어났다고 하더군.”
“···?”
머릿속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동시에 한 가지 기억이 더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신녀의 부하인 노인에게 들었던 내용.
‘분명 상황이 변해서, 원래라면 안 알려줄 정보를 알려주는 것이라 했지?’
그게 신녀가 천산을 내려왔다는 말이었던 걸까.
···대체 왜.
더욱이.
‘그러고 보니, 감옥 속 노인에게 너무 늦지 않게 구출해주겠다는 말도 했었군.’
그런 약속도 했었다.
그는 지금 어찌 되었을까.
무사히 탈출했을까.
입술을 짓이겼다.
“···자네 내 말을 듣고 있는 건가.”
맹주 남궁벽의 말이었다.
내색 않고 대답해주었다.
“그렇습니다.”
이후 그가 말했다.
“···방금 말했듯이 자네의 공이 대단하여 제안 하나와 선물 하나를 준비했네.”
정신이 팔려 듣지 못했는데, 그런 말을 하고 있었나 보다.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말씀하시죠."
이후 그는 품에서 금빛의 패를 꺼내며 말했다.
“우선 선물이네.”
'그러고 보니, 저번에도 선물이라며 금패를 건넸었지.'
이번에도 마찬가지인 것일까.
고개를 끄덕이며 금패를 받았다.
그런데···.
“저번과는 금패의 모양이 조금 다릅니다?”
이번 금패는 모양이 조금 달랐다.
순간 바쁜 것도 잊고 눈동자가 팽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