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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화표국 천재 아들-60화 (60/133)

060화. 조우(2)

60화. 조우(2)

“···저희가 칼집을 빼돌렸다는 걸, 그들에게 들키고 말았습니다. 죄송합니다.”

강불해가 이곳으로 향하고 있는 이유에 대한 노인의 말이었다.

원랜 부하들을 보내 무림맹 비고에 있는 모산파 죽간본만 챙길 생각이었지만.

칼집이 이곳에 있다는 걸 알아채고, 본인이 직접 움직이고 있다는 말.

이쯤 되니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이 칼집이 대체 무엇이기에 그렇습니까.”

“···그건.”

노인은 잠시 눈을 감더니 곧 결연한 표정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사라진 천마신공을 찾는 것과 연관이 있는 물건이라 들었습니다.”

“사라진 천마신공이라고요?”

생각지도 못한 말이었다.

당연히 되묻지 않을 수 없었다.

“천마신공이 사라졌습니까?”

“···그렇습니다.”

순간 머릿속으로 전생의 기억들이 마구 스쳐갔다.

‘···그럼 그때 뇌옥에서 강불해가 내게 건넸던 훼손된 천마신공이. 설마.’

어쩌면 이 칼집을 이용해 찾아낸 천마신공이 그것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때였다.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다.

“잠깐. 그럼 천마신공이 사라진 것과 여러분이 천인(天人)을 찾아 마신을 강림시키려는 것 사이에 혹여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겁니까.”

일종의 직감이었다.

분명 천인이 인세에 마신을 강림시킬 것이란 말도 듣지 않았나.

좌호법이 그로 인해 마도천하가 펼쳐질 것이라 했었다.

‘그런데 이런 큰 규모의 일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혹여 두 가지가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 것.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노인이 아는 정보는 이것이 끝인 것 같았다.

잠시 고민하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를 더 물었다.

“···헌데. 왜 이걸 제게 말해주는 겁니까.”

사실 가장 중요한 질문이기도 했다.

갑자기 왜 이런 엄청난 비밀을 누설하는 것인지에 대한.

이에 노인이 답했다.

“신녀님께서 말씀드리라 명하였습니다.”

순간 가늘게 떨리는 노인의 눈꼬리.

‘무언가 있는 것인가?’

내색하지 않고 물었다.

“신녀님께서 말입니까. 그럼 왜 전엔 말하지 않고···.”

“그때와 지금은 사정이 다르니까요.”

역시 내겐 말하지 못하는 다른 사정이 더 있는 것도 같았다.

“어떻게 다릅니까.”

“그건. 제 입으로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곧 그는 보다 자세한 내용은 신녀님께 찾아가 직접 여쭙는 게 어떻겠느냐 하더라.

몇 마디 대화를 더 나눈 이후 노인이 말했다.

“···그러니 어서 도망치세요. 당신이 여기서 부교주에게 잡히면 모든 것이 끝입니다.”

이러나저러나 당장 중요한 건, 부교주가 이곳으로 오고 있다는 것이란 말.

물론 내 생각에도 틀리지 않은 말이었다.

“대략적인 부교주의 위치가 어디인지 아십니까.”

“거기까진 알지 못합니다.”

고개를 끄덕였다.

‘당장은 무림맹으로 돌아가 기관진식과 진법에 의존해 버티는 수밖엔 없는 건가.’

남궁벽을 비롯한 무림맹 정예는 다가올 아침쯤 도착한다고 들었다.

그러니 버티다 보면 승산이 생길 것.

잠시 노인이 갇혀 있는 철창을 봤다.

‘생각해보니 철창도 열어주지 못했군.’

워낙 경황이 없어 그랬다.

노인은 이내 내 생각을 알아 챈 것인지, 자신은 신경 쓰지 말라고 했다.

어차피 이들도 당장 자신을 죽이진 않을 것이라고.

고개를 끄덕였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구출하러 오겠습니다. 못 다한 이야기는 그때 나누시지요.”

근처에 있던 시체에서 열쇠를 꺼내 노인에게 건넨 뒤, 밖으로 나왔다.

어느덧 섬 내부는 꽤나 부산스럽게 변해 있었다.

특히 잠입할 때 타고 왔던 배가 있던 곳 주변이 북적댔다.

아무래도 저들 또한 누군가 잠입을 했다는 걸 눈치 챈 모양.

‘하는 수 없군.’

어둠 속으로 스며든 뒤, 월묘보를 밟아가며 다른 탈출할 방법을 모색했다.

당장 놈들을 때려눕히는 방법도 있을 테지만.

지금은 그런 시간마저 아까웠다.

‘그럴 바엔 몰래 놈들의 배를 하나 탈취하는 게 나을 테지.’

이후 다행스럽게도 당장 출항 준비를 앞둔 배를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근처에 마인들이 도열해있는 걸로 보아,

무림맹 공격을 위한 지원군을 운반할 목적을 가진 걸로 보이는 배.

저 배에 잠입하는 것이 괜찮을 것 같았다.

하여 그렇게 그 근처로 이동한 뒤, 때를 노릴 때였다.

문득 들려오는 목소리.

“주인님께 기별이 왔다고?”

저도 몰래 고개가 돌아갔다.

‘···저 자는.’

아까 꼬마의 뺨을 때리던 여자.

그리고 분명···.

‘초상화에서 본 강불해의 심복.’

여자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직접 뭍으로 가신다는 말인가.”

구체적인 내용은 들리지 않았지만 대략 짐작은 할 수 있었다.

‘저들이 주인님이라 부를 사람이야 뻔하니.’

강불해가 이곳 섬에 오지 않고 곧장 뭍으로 향할 것이라는 말.

‘불행 중 다행인 건가.’

물론 완전히 낙관할 순 없었다.

저 말 속 주인이 정말 부교주인지도 불분명했고.

부교주가 직접 뭍으로 간다면, 그것도 그것 나름 문제이니.

‘그가 곧장 무림맹으로 간다면···.’

현재 남아 있는 병력으로 모산파의 죽간본을 지킬 순 없을 터.

십중팔구 빼앗기지 않을까 싶었다.

그 과정에서 무림맹이 궤멸적인 타격을 입는 것은 물론이었다.

그러니 이러나저러나 이곳을 탈출한 뒤, 서둘러 무림맹으로 가야 했다.

‘그곳에 가서 손을 보태야 할 테지.’

이후 조심스레 놈들의 배에 올라탔다.

***

무창상단의 창고 안.

“장표사님, 괜찮으세요?”

소령이 다급히 다가가 장표사를 부축했다.

장표사가 찢어진 옆구리를 지혈하며 말했다.

“그래, 고맙다. 소령아.”

소령은 장표사를 창고 한 쪽 벽에 가만히 기대주었다.

“일단 쉬고 계세요.”

장표사에게 금창약을 건네곤, 천천히 창고 내부를 둘러봤다.

여기저기 널린 마인들의 시체.

현재 그들은 이곳에 있던 마인들을 전부 처단한 상황.

그 모습을 보고 있노라니, 소령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공자님은 대체 몇 수 앞을 내다보시는 걸까.’

이곳으로 오기 전, 금태산은 그런 말을 했었다.

적들의 숫자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라고.

그러니 걱정 말라고.

당시엔 그저 긴장하지 말라고 그런 말을 건네는 것이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지.’

그런데 정말 금태산 공자님의 말처럼,

딱 소령과 표사들이 상대할 수 있을 수준의 적들만 존재하고 있었던 것.

‘물론 우리라고 피해가 아예 없던 건 아니지만···.’

물론 소령과 표사들 또한 부상을 입긴 입었다.

대표적으로 장표사.

강시의 공격에 옆구리가 크게 찢어졌다.

옆에서 장표사가 상처에 금창약을 바르며 말했다.

“강시랑 싸워본 적이 없으니. 여러모로 애를 먹었어. ···방심만 안 했어도.”

방심하고 있다가, 죽은 마인 몇몇이 갑작스레 강시로 변해 꽤나 어려움을 겪은 것.

“그래도 공자님께서 강시들의 약점이 백회혈이란 걸 몇 번이고 말씀해주신 덕분에 큰 피해는 없었잖아요.”

“그건 그래.”

이러한 장표사의 부상에도 이번 전투는 분명 완벽한 승리임에 틀림이 없었다.

곧 다른 표사들도 소령과 장표사 주변으로 하나둘 모여들었다.

“뿌듯하구먼.”

“자네도 그런가?”

이후 그들은 이게 다 표두님 덕분이란 말을 주고받았다.

그렇게 그들은 한참 동안 무창상단의 창고 안에서 휴식을 취했다.

***

쏴아아-

물살을 가르는 배의 소리.

‘곧 뭍이 머지않았군.’

대략 일 다경 정도 남은 상황.

나는 그림자 속에 몸을 숨긴 채, 갑판 위의 마인들을 살폈다.

적지 않은 수의 마인들.

그리고 적지 않은 수의 강불해의 심복들.

잠시 고민에 잠겼다.

남은 시간 동안 숫자를 죽여 놔도 괜찮지 않을까 싶었던 것.

하물며.

‘배의 상판과 하판이 완벽히 분리되어 있으니.’

상판에서 소란이 나도 하판으로 소식이 전달되는 데까진 시간이 꽤 걸린다는 뜻.

‘어차피 여기서부턴 헤엄쳐가도 그리 시간상 손해가 없을 것 같기도 하고.’

그런데 그때였다.

“끼이울.”

문득 멀찍이서 날아오는 작은 매 한 마리.

‘전서응?’

마교에서 사용하는 연락 수단이었다.

다만 아직 이곳에 있는 마인들은 아무도 그걸 발견하지 못한 상황.

이곳에 있는 마인들 중, 이 몸만큼 기감이 발달한 사람이 없기 때문일 테다.

더욱이 깜깜한 밤인 까닭에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것.

‘정보를 가로채 볼까?’

나쁘지 않은 생각 같았다.

전서응을 통해 전달할 정도라면, 어쩌면 강불해가 보낸 정보일지도 모르는 상황.

심지어 현재 가장 필요한 정보가 그의 동향 아닌가.

‘더욱이 전서응을 사냥할 비도 또한 있으니.’

결심은 빨랐고 행동은 더욱 빨랐다.

빠르게 배의 돛대 위로 몸을 날렸다.

슈욱!

망을 보고 있던 마인을 제거한 뒤, 진법을 설치해 시체를 가리고 때를 기다렸다.

이윽고 전서응이 피격 거리에 들어왔을 때, 비도를 던졌다.

슈욱-

빛살처럼 뻗어나가는 비도.

깜깜한 바다 위로 금강석으로 만들어진 투명한 비도가 별빛과 함께 아롱졌다.

푹!

푸드득.

정확히 전서응의 목을 꿰뚫었다.

곧장 천잠사를 당겨 낚아 올렸다.

흡사 낚시를 하는 기분.

이후 전서응의 다리에 묶인 쪽지를 풀었다.

저도 몰래 마른침이 넘어갔다.

과연 어떤 정보가 있을까.

이윽고 발견한 정보는···.

‘안 돼!’

분명 강불해에게 온 쪽지는 맞았다.

다만.

‘일이 꼬였군.’

상당히 당황스러운 내용이었다.

***

쪽지의 내용은 다름이 아니었다.

‘···이 몸을 쫓아 무창상단의 창고로 향하고 있다는 건가.’

분명 칼집 때문일 터.

일단 강불해는 이 몸이 마인들에게 속아 그곳을 습격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았다.

어쩌면 그곳에 우리 표국의 표사들이 있고.

무림맹에선 내 모습이 발견되지 않으니,

마인들은 당연히 내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하고 보고를 올렸을지도 모르겠다.

저도 몰래 입술을 깨물었다.

그곳엔 소령과 표사들이 있지 않나.

자칫 그들이 강불해를 마주치기라도 하는 날엔···.

뭍과의 거리를 살폈다.

다행히 곧 도착이었다.

다만 그럼에도 한시가 급했다.

‘잠자코 기다릴 바엔 차라리.’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수라파천권 1초식 멸화응취.

그걸 활용하여 도약을 할 순 없을까.

그럼 단번에 뭍에 도착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던 것.

사실 2초식 멸화충천이 하체에 진기를 도인해 도약을 하는 초식이지 않나.

비록 내공의 양이 부족해 사용하진 못하고 있지만.

‘그래도 같은 아수라파천권이니.’

비슷하게 흉내는 낼 수 있지 않을까.

이후 진기를 도인했다.

양손에 지옥의 겁화를 만드는 대신 이번엔 하체에 집중했다.

불타오르는 다리.

화르륵-

궁하면 통한다고 했던가.

될 것 같았다.

물론 부작용도 있었다.

불이 붙으며 주변이 환해진 것.

마인들의 시선이 쏠렸다.

그들은 곧 나를 발견하고 무기를 든 채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걸 신경 쓸쏘냐.

그대로 뜀박질을 시작했다.

제왕보.

달려오는 적들이 넘실거리는 불길에 휩싸여 넘어졌다.

쿵쿵쿵.

왼발 오른발 왼발.

배가 출렁였다.

흔들리는 갑판 위에서 그대로 도약.

쾅!

종남파에서 훔쳐 배운 진천공의 묘리도 섞여 들었다.

진천공이란 이름처럼 하늘을 떨쳐 울리는 벼락이 되었다.

배는 물에 잠기고.

이윽고 이 몸은 공중으로 떠올랐다.

부웅-

순간 머릿속에 일종의 깨달음이 왔다.

아수라파천권에 대한 깨달음.

‘다만 지금은 그런 걸 신경 쓸 시간이 없지.’

어쩔 수 없었다.

착지 후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대로 무창상단 창고로 향했다.

이땐 몰랐지만,

훗날 돌아보면 이는 아수라파천권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어쨌든

마침내 소령과 표사들이 있는 무창상단의 창고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제발 무사해야 할 텐데.'

이윽고 다급히 창고의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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