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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화표국 천재 아들-57화 (57/133)

057화. 수색(1)

57화. 수색(1)

“···마인들이 강시를 이용해 본부를 습격했다는 말입니까.”

와룡장 군사실.

군사 제갈천소의 물음에 무림맹 무사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현재 그들은 내 안내에 따라, 와룡장의 군사실로 온 상태.

비교적 연장자로 보이는 무사가 보고를 이어갔다.

“인근 포목점에 붕괴 사고가 있어, 조사차 맹원들을 파견했을 때 일이 발생했습니다.”

무사의 말에 따르면 이랬다.

“···부상자와 사상자를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는데, 별안간 시체들이 번쩍 눈을 뜨지 뭡니까. 그러더니 갑자기 강시로 변해 주변을 공격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맹에 급히 지원을 요청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순간, 맹이 비게 되었고. 그 틈을 타 마인들이 습격을 해온 것이지요.”

하필 맹에서 무사들이 빠져나오고 있던 참이라, 기관진식도 활짝 열려 있었다고.

“그래서 그들의 목적은 무엇이었습니까.”

제갈천소의 물음이었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비고가 목적이 아닐까 합니다.”

“비고 말입니까?”

“그곳의 피해가 가장 크거든요.”

동관, 은관, 금관으로 구성된 비고.

그중 동관은 반파가 되었고.

은관까지 피해가 적지 않다고 했다.

“그래도 금관은 지켜냈습니다.”

“천만다행이군요.”

물론 천만다행인 것과는 별개로 만약 놈들의 목적이 금관에 있었다면, 또 올지도 모르는 상황.

‘그리고 십중팔구 놈들의 목표는 금관이었겠지.’

아마 다들 비슷하게 생각하고 있을 테다.

‘만약 동관이나 은관이 목표였다면, 굳이 금관을 공격하지 않고 철수했을 테니.’

때문에 무림맹 무사들도 이처럼 급히 말을 몰아 이곳으로 온 것일 테다.

하물며.

‘금관에 있는 모산파의 죽간본을 노린 건가.’

근래 마교도들의 행보로 말미암아, 목적도 대략 짐작할 수 있었다.

저도 몰래 미간에 골이 잡혔다.

‘···그럼 강불해의 부하들이 동호에 집결해 있던 건, 설마 그 죽간본 때문이었던 건가.’

내심 이런 짐작도 머릿속을 스쳐갔다.

이윽고 군사실 내에 묵직한 침묵이 깔렸다.

“연회를 중단하고 급히 무림맹으로 돌아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갈천소의 말이었다.

“기우이길 바라지만, 조만간 온 강호가 피에 잠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후 우리는 몇 가지 질문을 더 주고받은 뒤 군사실 밖으로 향했다.

***

제갈세가는 순식간에 소란스러워졌다.

“마인들의 습격이 있었다고?”

“설마 또 정마대전이 일어나는 건가. 맹주님, 맹주님은 어디 계시나.”

“지금 강소성에서 급히 귀환하고 계신다고 합니다.”

와룡장에 있던 구성원 대부분은 최소한 대략의 상황 정도는 파악하게 된 것.

물론 금태강도 그랬다.

“태산아, 정말 가야겠느냐.”

금태강에게 주어진 객실 안.

나는 눈앞의 금태강을 향해 말했다.

“군사께서도 제 도움이 절실하다 하셨습니다.”

잠시 침묵이 깔렸다.

실제로 회의가 끝난 뒤, 제갈천소는 내게 간곡히 도움을 청해왔었다.

당연히 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고.

‘어차피 나는 신녀와의 이야기 때문에도 그 근방을 수색해봐야 하는 상황이니···.’

금태강은 이후 굳이 네가 희생을 감수할 필요는 없다는 말로 설득을 해왔다.

그러나 그 설득이 내게 통할 리 없었고, 결국은 씁쓰레한 얼굴로 그러더라.

“조심히 잘 다녀와라.”라고.

내 의견을 존중해 내리는 결정이란 말도 함께였다.

“물론입니다.”

“전에 네가 그랬지? 첫 표행 때 건네줬던 검과 해독단의 의미, 조금 더 고민을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다녀와서 꼭 대답을 듣고 싶구나.”

돌아가는 상황이 워낙 심상치 않으니 건네는 말 같았다.

괜히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맺혔다.

이후 나는 너스레를 떨며 태천이나 따라오지 않도록 잘 챙겨 달라 말을 건넸다.

“공명심에 무리를 할지도 모릅니다.”

“분명 그럴 것 같구나.”

잠시 칼집에 대한 이야기도 꺼낼까 했지만,

‘그건 아직 확실치 않으니.’

꺼내지 않았다.

작별인사는 웃으며 건넸다.

이후 밖으로 나와 여장을 준비했다.

동시에 기사(氣絲)를 풀어 슬쩍 소식을 전달해주던 꼬마의 행방도 찾아봤지만···.

‘최소한 이 근처엔 없는 것 같군.’

대체 그들에겐 무슨 일이 닥친 걸까.

간단한 행낭을 꾸린 뒤, 와룡장 밖으로 나왔다.

그런데 그때였다.

“···자네들, 왜 여기 이러고 있나.”

문득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저도 몰래 걸음을 멈췄다.

금화표국 표사들 몇몇이 무장을 갖춘 채, 대기하고 있던 것.

특히 나와 비교적 관계가 가까운 표사들인 걸로 보아,

‘설마 이 몸을 기다리고 있는 건가.’

다만 단순히 안부 인사를 건네려 모였다고 하기엔 그들의 차림새가 너무 거창했다.

아니나 다를까.

“표두님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장표사가 대표로 말해왔다.

“나를? 왜?”

“왜긴요. 함께 가려고 그러죠.”

그러면서 “흐흐흐.” 웃어댄다.

사안의 심각성을 모르는 것인지,

너무도 당연하게 따라 나서겠다는 그들.

이후 그러더라.

저번에 무림맹으로 향하실 땐, 자신들을 떼어놓고 가서 내심 섭섭했다고.

물론 이들이 따라오면 도움이 되긴 할 테다.

실제로 남궁세가와 함께 하오문의 일을 처리할 때, 내 편이 없어 상당히 서러웠지 않았나.

다만.

‘이들에게 너무 위험하다는 것이 문제지.’

신녀가 전했던 정보와 엮어 생각해보면, 무려 강불해의 심복들과 엮인 일이지 않나.

어쩌면 마교의 간부들과 직접 접촉을 해야 할지도 몰랐다.

하여 막 거절을 하려 할 때였다.

“공자님.”

문득 등 뒤에서 느껴지는 익숙한 기척.

소령이었다.

그녀가 잽싸게 말해왔다.

“공자님께서 그러셨잖아요. 내 사람이 다치는 건 싫다고요.”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그녀.

“저희들도 마찬가지예요.”

소령의 얼굴이 결연했다.

내 거절을 원천봉쇄하겠단 의지가 보일 정도.

피식- 웃음이 났다.

“···왜 웃으세요?”

“아니야.”

이후 들어보니, 소령이 표사들을 설득했다고 한다.

돌아가는 상황으로 말미암아, 내가 당연히 무림맹으로 향할 것 같았다나?

표사들의 표정도 하나같이 결연했다.

‘어찌 해야 할까.’

단순히 거절하기엔, 이들의 태도가 너무 단호했다.

특히 소령의 모습은 흐뭇하게 보일 정도였다.

얼마 만에 보는 소령의 주체적인 모습인지···.

‘백미려가 그랬지. 과거의 소령은 절대 소심한 아이가 아니었다고.’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특별히 더 조심하라 일러두는 수밖엔.’

이후 우리는 함께 말을 몰아 무림맹이 있는 무한으로 향했다.

***

제갈세가에서 무림맹으로 향하는 길.

옆에서 소령이 물어왔다.

“공자님, 누구 찾는 사람이라도 있으세요?”

내 손가락 사이로 새빨간 기사(氣絲)가 쉬지 않고 넘실거렸기 때문.

이에 나지막이 대답해주었다.

“개인적으로 연락을 주기로 했던 사람이 있는데, 통 연락이 안 돼서.”

일전에 보따리를 건네줬던 노인과 노인의 심부름으로 쪽지를 건넸던 꼬마의 냄새를 수시로 추적해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둘 다 무림맹 근처에 있는 것 같군.’

방금 막, 얼추 위치도 파악을 한 상태.

다만 노인은 한 자리에 멈춰있는 것 같다면,

꼬마는 쉬지 않고 어딜 돌아다니고 있는 것 같았다.

“저도 같이 도와드릴까요?”

“괜찮아. 찾은 것 같아.”

틈틈이 제갈세가의 비고에서 꺼낸 살귀의 무구, 비도 묶음도 만지작거렸다.

비도의 끝자락에 천잠사를 묶고 던졌다 당기기를 반복.

투명한 금강석으로 만들어진 비도라, 기습의 효과가 상당할 것 같았다.

물론 열두 개의 비도 중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건 네다섯 개밖엔 안 되는 실정이지만,

‘이정도만해도 상당한 무기가 될 테지.’

실제로 일행 중 누구도 내가 비도를 연습하고 있다는 걸 알아채지 못할 정도.

‘이 비도를 온전히 사용하려면 특별한 비도술을 익혀야 하는 것 같군.’

그런 생각을 하며 얼마나 이동했을까.

마침내.

“고, 공자님. 저거 연기 아니에요?”

무림맹이 있는 무한에 도착할 수 있었다.

다만.

‘조금 늦은 건가.’

한 차례 더 마인들의 습격이 있었던 것 같다.

급히 말을 몰아 무림맹으로 향했다.

***

모락모락.

새까만 연기를 뿜어내는 무림맹.

그 안으로 말을 몰았다.

‘화공(火攻)을 쓴 건가.’

마인들이 불이라도 질렀는지,

무림맹 정문을 비롯한 상당수의 건물들은 불에 타 소실된 상태.

“폐허가 달리 있는 게 아니네요.”

소령이 서글픈 목소리로 말했다.

소령은 특히 쓰려져 있는 시체들에서 눈을 떼지 못하더라.

적당히 달래주며, 인기척을 찾아 안으로 계속 말을 몰았다.

다그닥. 다그닥.

그러던 그때였다.

“키약!”

별안간 쓰러져 있던 시체 하나가 벌떡 몸을 일으키더니, 냅다 달려드는 것.

‘···마인들 중 일부의 몸에, 죽으면 강시가 되도록 설계를 해놓은 건가.’

타고 있던 말이 깜짝 놀라, 히이잉- 소리를 내며 앞발을 들었다.

“가, 강시!”

옆에 있던 표사가 반사적으로 소리쳤다.

그 사이 나는 재빨리 말의 안장을 박차고 위로 뛰어올랐다.

팟!

빙그르르- 몸을 회전시키며,

옷소매에 있던 비도를 꺼내, 그대로 놈의 골통을 향해 던졌다.

슉- 푹!

이후 바닥에 착지했다.

놀란 말의 고삐를 쥐며 표사들에게 말했다.

“강시들은 백회혈이 약점이다.”

풀썩!

백회혈이 파괴되자 그대로 쓰러지는 강시.

평소라면 백회혈을 파괴하는 대신, 다가가 백회혈에 손을 대고 기운을 흡수하는 방식을 썼을 테지만···.

‘표사들도 앞으로 계속 강시와 싸워야 할 테니.’

일종의 가르침이었다.

당장 약간의 내공을 취하는 것보단, 이게 더 좋았다.

허물어지는 강시의 뒤로 우르르 몰려온 무림맹 무사들의 얼굴이 보였다.

녹초가 된 표정으로 이곳을 보고 있는 걸 보니, 아마 방금까지도 적들과 싸웠던 모양.

이후 무림맹 무사들에게 다가가 포권을 취하며 물었다.

“이게 무슨 일입니까.”

우리보다 한 식경 먼저 도착해있던 군사 제갈천소가 다가와 씁쓸한 얼굴로 대답했다.

“보시다시피 방금 습격이 있었습니다.”

말에서 내려 물었다.

“피해상황은 어떻습니까.”

“인명 피해는 많지 않습니다. 다만 건물들이 상당 부분 소실됐습니다.”

이후 그러더라.

“와서 건물들에 불부터 지르더군요. 아마 기관진식들을 파훼하려 그런 것 같습니다.”

고개를 끄덕였다.

아마 이전 습격과 달리, 제갈천소가 이곳에 있으니 저들 또한 나름 꾀를 쓴 것이리라.

“다음 습격을 위해 교두보를 마련한 것도 같군요.”

“제 생각도 같습니다.”

기관진식은 여러 기물들을 이용하여 진법과 비슷한 효용을 내는 기술.

이처럼 기물들이 전부 소실되면 쓸 수 없었다.

그러니 이는 그 허점을 정확히 찌른 것이라고도 볼 수 있었다.

‘아쉬운 대로 진법이라도 설치해줘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며 마저 물었다.

“그럼 비고는 어찌 되었습니까.”

“그나마 그건 지켜낼 수 있었습니다.”

불행 중 다행.

“놈들의 목표가 워낙 명확해 보여 그리로 병력을 집중한 채 놈들을 맞았습니다.”

달리 말하면, 다른 곳은 포기하고 비고만 지켰다는 의미.

동시에 무림맹에서 선제적으로 움직일 수 없었던 의미이기도 했다.

자칫 놈들을 추격하러 나갔을 때, 습격이 오면 어떡하나.

더욱이.

“제 생각엔 조만간 또 습격이 있을 것 같은데, 군사님 생각은 어떠십니까.”

“제 생각도 같습니다. 오래 끌진 않을 것 같습니다. 저들도 이곳으로 지원군이 오고 있음을 알 테니···.”

적들이 조만간 또 들이닥치지 않을까 생각되는 상황.

“혹 달리 계획이 있으십니까.”

고개를 끄덕이는 제갈천소.

“없어도 있어야지요. 나름 생각해둔 기관진식이 있는데, 함께 설계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재료를 구해와 설치하겠다는 말.

결국 이러나저러나 기관진식으로 최대한 시간을 끌어보겠다는 의미였다.

달리 명쾌한 방법이 없기 때문에 낸 궁여지책 같기도 했다.

“이후 표두님께서 몇몇 정예를 이끌고 놈들을 수색해주셨으면 합니다.”

마냥 기다릴 수만도 없으니, 기관진식 설치를 마친 뒤 적당히 때를 봐서 움직여달라는 말이었다.

조금 답답하지만,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작전이었다.

지금으로선 달리 방도가 없기도 했다.

‘만약 놈들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만 있다면, 그건 또 다를 테지만···.’

문득 그런 생각을 하며 아쉬움에 입맛을 다실 때였다.

‘잠깐. 저 아인?’

순간 무림맹 멀찍이 보이는 익숙한 그림자.

그 그림자는 이 몸을 발견하더니, 급하게 등을 돌려 달아나기 시작했다.

반사적으로 기사를 뻗어 냄새를 추적했다.

역시나.

‘분명 내게 신녀의 심부름을 왔던 아이인데···.’

대체 왜 도망치는 것일까.

급히 주변을 둘러봤다.

제갈천소에게 말했다.

“잠시 변소 좀 다녀오겠습니다.”

이후 빠르게 꼬마를 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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