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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화표국 천재 아들-38화 (38/133)

038화. 남궁세가(2)

38화. 남궁세가(2)

남궁세가의 귀객당 앞뜰.

나는 그곳 연무장에서 홀로 몸을 풀고 있었다.

정확히는 알고 있는 무학들을 하나하나 점검하고 있는 것.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쓸 만한 외공이 없을까.’

아수라파천권을 보다 자유로이 사용할 수 있도록 보조해줄 외공을 찾고 있는 것.

저번처럼 보옥의 힘을 빌려 멸화응취를 사용하는 상황이 왔을 때,

변수를 줄이기 위해선 외공을 하나 정도 익히는 것이 적절해보였다.

당분간 보옥을 마음껏 사용할 수 있게 된 상황 아닌가.

분명 모산파 무공을 찾을 때까지 보증의 의미로 이 몸이 지니고 있기로 했었다.

사용 또한 허락을 받았고.

보옥 속의 오행의 기운 또한 차곡차곡 회복이 되고 있으니···.

‘다만 내가 알고 있는 외공들은 하나같이 아수라파천권과 비할 때는 격이 떨어지는군.’

물론 적당한 외공을 떠올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쉽게도 외공은 내공에 비해, 무림인들 사이에서 그다지 큰 인기를 끌지 못하는 까닭.

당연히 그 수가 현격하게 적을 수밖에 없었고.

이는 내가 알고 있는 외공의 숫자도 상대적으로 적을 수밖에 없다는 의미였다.

결국 외공은 아니지만, 그나마 요상결의 효능이 있는 금귀방탄공만 분해했다 재조립하길 반복하고 있을 뿐이었다.

마침내 금귀수와 금귀검법까지 한 차례 펼친 뒤,

땀을 닦으며 연무장을 나왔다.

곧 끼니 시간이라, 슬슬 마무리를 하는 것.

객들을 위해 마련된 남궁세가 내의 식당으로 걸음을 옮겼다.

사흘간 숱하게 보아온 남궁세가 경내의 풍경들이 눈앞을 스쳐갔다.

참고로 하오문 제남지부에서 함께 온 백미려는 첫날 남궁세가의 심처로 들어가더니, 사흘이 지난 현재까지 감감무소식이었다.

물론 백미려로부터의 기별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이틀 전, 남궁세가의 시종을 통해 이런 말을 전해왔으니까.

“귀인께서 며칠만 기다려달라는 말씀을 전해왔습니다.”

결국 이래저래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다리는 것밖에 없었다.

이윽고 식당 안으로 들어가 적당히 자리를 잡은 채, 앉았다.

식전 음료로 황산모봉이 나왔다.

풍성하니 비강을 채우는 푸릇푸릇한 향취를 느끼며, 내 몫으로 나올 끼니를 기다릴 때였다.

웅성웅성.

밖이 점점 요란스럽게 변해갔다.

‘일부러 끼니때보다 조금 일찍 왔거늘.’

빨리 식사를 마친 뒤, 다시 외공에 대한 궁리를 시작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분위기를 보아하니, 곧 적잖은 방문객이 들이닥칠 모양.

아니나 다를까, 문이 열리며 한 무리의 무인들이 들어왔다.

입고 있는 옷을 보니, 당연히 남궁세가의···.

‘남궁세가가 아니군.’

물론 개중엔 남궁세가의 사람도 섞여 있긴 했다.

특히 마지막에 들어온 노인.

나 또한 익히 알고 있는 노인이었다.

노인이 일직선으로 걸어와 내 맞은 편 자리에 엉덩이를 붙였다.

‘인사를 해야겠군.’

가볍게 자리에서 일어나 포권을 취했다.

“맹주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등장한 노인의 정체는 무림맹주 남궁벽.

그리고 그와 함께 온 무인들은 무림맹의 무사들이었고···.

무림맹에 있을 그들이 왜 이곳에 온 것일까.

그가 마주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오랜만이네. 잘 지냈는가.”

이후 간단한 인사치레가 오갔다.

마침 주문했던 식사가 나왔고.

남궁벽 몫의 음료 또한 나왔다.

남궁벽은 황산모봉을 홀짝이며 이런 말을 했다.

“사실 자네에게 부탁이 있어 왔네.”

그들이 이곳에 온 목적이었다.

정확히는 지금 내가 머물고 있는 식당에 온 목적.

‘무림맹주의 부탁이라.’

일단 들어나 보기로 했다.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말씀하시지요.”

이후 남궁벽의 말이 이어졌다.

“···조만간 말이네.”

***

남궁벽의 부탁은 다름이 아니었다.

“···그러니 마교와의 대전에 자네도 힘을 보태줬으면 한다는 말이네.”

‘마교와의 대전이라.’

이후 나는 구체적인 내용을 물었고.

듣기론 하오문과 관련된 일이라는 것 같았다.

정확히는 백미려가 전달한 진학주와 관련된 일들에 남궁세가가 그간 보유한 마교의 동향에 관한 정보를 조합해 보니,

이들 또한 진학주와 마교와의 연결점을 찾아낸 것.

마침 남궁세가도 얼마 전 마교의 끄나풀을 발견한 까닭에, 이리저리 정보를 수집하고 있던 참이라 딱 맞출 수 있었다고 했다.

결국 남궁벽도 하오문주 진학주를 처단하는 여정에 힘을 보태기 위해, 본인의 직속 부대를 이끌고 이리로 왔다는 것이었다.

남궁벽은 곧 적린휘성이 함께한다면 무사들의 사기 진작에 굉장히 좋을 것이라는 말을 덧붙였다.

나는 일단 그의 말에 적당히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어차피 나 또한 참전해야 할 싸움이긴 하지.’

여러모로 나 또한 그 싸움에서 빠질 수 없을 테니.

천마신교와의 은원관계 때문에도 그랬고.

백미려와 소령의 일 때문에도 그랬다.

더욱이 공을 세우면, 또 무림맹 비고에 들어갈 수 있을 것 아닌가.

마침 고절한 외공이 필요하던 참이라, 참 공교롭다 싶었다.

다만 계속 이야기를 듣다 보니 한 가지 궁금증이 떠올랐다.

‘근데 백미려는 남궁세가와 어떤 연관이 있는 인물이길래.’

그렇지 않은가.

대체 어떤 인물이길래, 남궁벽까지 단박에 이리로 오게 만든 것일까.

물론 남궁벽의 소속이 남궁세가이고, 마교와 얽힌 일이니, 무림맹이 돕는 것이 영 이상한 일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렇지.

그는 자그마치 맹주 아닌가.

하여 넌지시 물어보기로 했다.

“그런데 혹 남궁세가와 하오문 사이에 어떤 은원 관계라도 있는 겁니까.”

내 말에 남궁벽이 은근한 표정으로 내 얼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윽고 씁쓸하니 웃으며, 본인의 앞에 있던 황산모봉으로 입술을 축였다.

대략 내 말의 진의를 파악한 것 같았다.

곧 그가 말했다.

“안 그래도 미려가 궁금해 할 거라고 그러더군.”

조금 더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곳에 오기 전에 백미려를 만나고 온 모양.

생각할 시간이 필요한지, 잠시 눈을 감더니 입가에 슬그머니 미소를 머금었다.

이내 그가 눈을 뜨며 말했다.

“일단 식사부터 하지. 그 후에 같이 산책이나 하겠나.”

이후 우리는 별다른 말없이 식사를 마쳤고.

함께 남궁세가 경내를 거닐었다.

“그게 말이네.”

꽤나 한적한 곳으로 접어들었을 무렵, 그의 입이 열렸다.

남궁세가와 백미려 사이에 얽힌 애달픈 이야기였다.

“···미려는 사실 우리 가문의 시비였네.”

“그랬군요.”

정확히는 남궁벽의 조카의 전속 시비였다고 했다.

어쨌든 과거에 그랬다는 말이었다.

이후 그녀는 모종의 이유로 남궁세가를 제 발로 나와 하오문에 몸을 의탁한 것이라 했다.

자세한 이야기는 백미려에게 듣는 게 좋을 거라고 했다.

어차피 백미려 또한 곧 이 몸을 찾을 거라나?

남궁벽과 헤어진 뒤, 하염없이 걷다 보니, 귀객당에 도착했다.

마침 이 몸을 기다리고 있었는지, 해진이 마중을 나와 있었다.

“표두님.”

그녀에게 무슨 일 있느냐 물으니···.

“루주님께서 곧 표두님이 이리로 오실 거라 하셔서요.”

귀객당 안에서 백미려가 이 몸을 기다리고 있다는 말이었다.

나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이곤 귀객당 안으로 발을 들였다.

그러곤 차분히 무엇부터 물을지 질문의 순서를 골랐다.

***

백미려와의 첫 마디는 방금 남궁벽과 나눈 대화와 그리 큰 차이가 없었다.

백미려가 말했다.

“···남궁세가와 정보들을 맞춰보다 보니, 많이 지체되었습니다.”

일종의 변명임과 동시에, 하오문과 마교가 연관이 있는 것 같다는 말.

나 또한 짐작하고 있었다고 하니, 은근히 놀라더라.

물론 백미려는 남궁벽과 달리 내게 직접적인 도움을 구하진 않았다.

그저 도와줬으면 하는 분위기를 풍길 뿐.

아마 무림맹주인 남궁벽과는 그 처지가 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나와의 관계 또한 달랐고.

‘어쩌면 내게 너무 많은 빚을 지는 것이기 때문일 수도 있지.’

하오문도는 은혜를 입으면, 꼭 곱절로 갚는다는 말을 언젠가 들어본 적이 있었다.

이후 그녀는 조만간 또 남궁세가 장로들과 회의를 해야 한다고 했다.

하여 이곳에 온 목적 중 아직 이루지 못한 걸 어서 이뤄야 한다고 했다.

정확히는 모산파 무공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는 것.

이윽고 그녀가 한 꾸러미의 서찰을 건넸다.

“이 서찰에 모산파 무공이 있을 것이라 추정되는 위치들을 적어두었습니다.”

대략 대여섯 군데 정도였다.

대체로 강소성에 있는 도관과 산들.

이후 그녀는 이런 말도 덧붙였다.

“다만 강소성에는 현재 진학주가 머물고 있어 각별히 조심을 하셨으면 합니다.”

현재 하오문 본부 또한 강소성으로 이전을 했다는 말.

공교로웠다.

‘설마 진학주도 모산파 무공에 관심이 있는 건 아니겠지?’

문득 이런 생각도 들었지만, 이내 고개를 털었다.

현 상황에선 별달리 도움이 되지 않는 추측이었다.

서찰을 고이접어 품에 넣으며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어차피 나 또한 맹주와 함께 그들을 처단하러 가야 하니, 겸사겸사 해결하면 되겠군.’

동선을 단축할 수 있을 테니, 오히려 좋았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이후 몇 마디 말을 더 나눴다.

···정확히는 아까까지 내심 궁금했던 걸 물었다.

아까 남궁벽이 그러지 않았나. 백미려와 남궁세가의 관계에 대해선 직접 물으라고.

‘그런 말을 들었는데, 묻지 않을 수 없지.’

하여 넌지시 남궁벽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꺼내니, 그녀는 차분히 본인의 사정을 풀어놓았다.

“사실 저는 젊었을 적. 이곳의 시비였습니다.”

여기까진 익히 아는 내용.

다만.

“남궁세가의 막내 공자님과는 정을 통하는 사이였죠.”

시비였으나, 그 한계를 넘어 남궁세가의 직계와 사랑을 틔웠다는 말.

다만 그녀와 연인이었던 막내공자는 원체 몸이 약했다고 한다.

머지않아 그가 병환으로 죽은 뒤, 그녀는 남궁세가를 떠났다고 했다.

이후 그 슬픔을 잊고자 이곳저곳 배회하다, 하오문에 스며들었다나?

그 이후엔 남궁세가와 간간이 연락이나 주고받는 사이가 되었다고 했다.

물론 진학주가 하오문주로 취임한 이후엔,

정파를 멀리하라는 하오문 내부 방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관계가 소원해졌다고 했다.

대략 그녀의 복잡한 사정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그래서 귀인이라는 말에 표정이 침울해졌던 것이군.’

아마 죽은 정인이 생각났던 모양.

더불어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처럼 심적으로 힘든 공간에 제 발로 찾아온 용기가 대단하다는 생각.

‘그만큼 그녀는 그녀 휘하의 사람들을 진심으로 아끼는 걸 테지.’

나아가 하오문의 안위를 걱정하는 걸 테다.

···사실 그녀는 내게 이러한 사정을 구구절절 이야기할 필요도 없었다.

일종의 치부 아닌가.

‘어쩌면 이 몸과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보다 현 상황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 기인한 행동일지 모르지.’

남궁벽에게 조언을 들었을지도 몰랐다.

물론 나쁘게 보이진 않았다.

그저 하오문을 향해, 그녀가 할 수 있는 발버둥의 일환으로 보일 뿐.

하긴 이처럼 책임감이 있는 인물이니,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는 것이기도 할 테다.

순간 이런 헌신적인 모습에, 저도 몰래 목구멍까지 소령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지만, 애써 내리눌렀다.

이건. 아무래도 소령에게 먼저 묻는 게 맞을 테니.

이후 시간은 빠르게 흘렀다.

남궁세가 내로 점점 무사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주로 출타해 있던 남궁세가의 무력대와 평소 남궁세가와 연이 있는 무관의 무사들이었다.

나로서는 견문을 넓힐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하물며 개중엔 외공을 단련한 걸로 보이는 무인들도 있었다.

마침 외공에 대해 한창 고민을 하고 있던 참이라, 유독 눈에 띄었는지도 모르겠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더 흘렀을까.

출정을 위한 대부분의 준비가 모두 끝났을 무렵.

남궁벽이 내게 찾아와 말했다.

“이제 출발하세.”

마침내.

꽤나 많이 것이 엮여 있는 이번 여정을 출발할 때가 된 것이다.

나는 말에 오르며 말했다.

“가시죠.”

이후 우리는 철면야탑 진학주와 마교도들이 있는 강소성을 향해, 분주히 말을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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