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8화. 청염단(2)
28화. 청염단(2)
해단식 이후 며칠이나 지났을까.
쨍한 햇볕이 내리쬐는 쾌청한 오후.
나는 뒷산을 올랐다.
얼마 전 우연히 찾아낸 널따란 기암괴석.
그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오늘 수련할 무공을 떠올리고 있었다.
‘아수라파천권(阿修羅破天拳).’
권법에 화기(火氣)를 싣는 천마의 무공 중 하나.
강권(强拳)의 묘리를 담은 일격필살의 무공이다.
그리고 굳이 이를 뒷산에 올라 수련하는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아무런 제약 없이’ 무공을 펼쳐보기 위함.
비록 아수라파천권은 다른 마교의 무학들과 달리, 마기를 전혀 노출하지 않는 무학이라지만.
아니 사실 그것과 상관없이.
워낙 패도적인 무공인 까닭에 금화표국 내에서는 전력을 다해 펼치기엔, 여러모로 무리 있었던 탓이다.
‘손님으로 온 대평상단의 행수가, 혹여 지진이 난 건 아니냐며, 대경실색을 했었지.’
하여 소령에게 마땅한 수련 장소를 물으니, 뒷산을 추천하더라.
이 몸의 어머니도 종종 그리로 가 수련을 하곤 하셨다고.
그 이후 산을 올라 이곳저곳 물색을 하다, 현재의 장소를 발견했다.
물이 졸졸졸 흐르는 작은 개울과 그 개울의 둘레에 펼쳐진 작은 협곡.
천혜의 연무장이 따로 없었다.
널따란 기암괴석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시원한 개울에 발을 담근 채, 천천히 몸을 움직였다.
찰박. 찰박.
아수라파천권 1초식 멸화응취(滅火凝聚).
지옥의 겁화를 한 곳에 모은다는 의미의 초식.
우선 가볍게 몸속에 있는 천마신기를 건드렸다.
톡톡.
혈관을 타고 돌던 천마신기가 내 부름에 반응했다.
심장을 통과함과 동시에 빠른 속도로 가속.
콰과광!
이윽고 오른손으로 차곡차곡 누적되는 천마신기.
천마신기는 곧 오른손에 화기(火氣)만 남긴 채, 다시 심장으로 향했다.
그걸 몇 번이나 반복했다.
점점 더 축적되는 화기.
어느덧 터질듯이 달아오른 오른손이 보였다.
곧 오른손 손바닥 위로 작은 불꽃이 피어올랐다.
화르륵-
응축된 화기가 밖으로 표출된 것.
오롯이 화기로만 이루어진 순수한 불꽃.
화기의 결정체. 화기의 정(精).
물론 아수라파천권 1초식 멸화응취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화기의 정은 그대로 잡아둔 채, 다시 또 오른손에 화기를 응축한다.
마침내 극한까지 화기를 응축한 채,
밖으로 표출되었던 화기의 정을 다시 오른손에 흡수한다.
서서히 주먹을 그러쥐었다.
‘청염단을 흡수하기 전엔 여기서 번번이 실패했지.’
내공이 부족했기 때문이리라.
허나 지금은 가능했다.
마침내
화르륵-
극한의 화기를 머금은 오른손은 멸화(滅火)라는 새로운 피부를 입었다.
순수한 화기의 결정체가 오른손을 활활 불태운다.
근처에서 적당한 바위를 물색했다.
그 앞으로 가 차분히 자세를 잡았다.
왼다리를 앞으로 내밀고.
허리를 꼿꼿이 편다.
오른 주먹은 오른쪽 갈빗대에 붙인다.
멸화(滅火)라는 붉은 피부 위엔, 화기를 머금은 영롱한 푸른색의 권기(拳氣)가 덧씌워진다.
오른발로 그대로 바닥을 밀며, 이윽고 내지르는 정권.
후웅-
콰아아앙-!
가공할 파공음과 함께 사방으로 비산하는 파편.
동시에 일대에 후끈한 열풍이 몰아쳤다.
화아악-
온갖 산천초목이 흔들리고.
산새들이 푸드득 날아간다.
“···후.”
잠시 눈을 감고 방금 펼친 멸화응취를 복기했다.
배움은 끝이 없는 과정이니,
지금 이 순간 또한 새로운 배움이 될 터.
‘확실히 강불해가 펼쳤던 멸화응취와는 달라.’
사실 이 아수라파천권은 강불해가 내게 분석을 요청하기 위해 몰래 구해온 천마의 무공이지 않은가.
당연히 당시 강불해도 이 아수라파천권을 몰래 익혔었다.
하여 뇌옥에서 내게 한 차례 시연을 보였던 적이 있다.
‘···그리고 그때 보았던 멸화응취는, 보다 더 패도적이었지.’
만약 강불해가 방금 그 암석을 때렸다면, 잘게 쪼개져 사방으로 비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리에서 가루가 되었을 테다.
어쩌면 그 너머까지 충격이 전해져 산사태가 일어났을지도 몰랐다.
‘아무래도 내공의 차이 때문일 테지.’
물론 큰 문제는 없었다.
이건 단순히 내공의 문제이니, 언젠간 메워질 터.
그리고···.
‘나는 강불해에게 없는 것도 있고.’
감았던 눈을 떴다.
입가에 절로 미소가 맺혔다.
방금 내가 두들긴 바위의 파편들을 살폈다.
주먹이 닿았던 부위가 검게 그을려 있다.
하물며 발갛게 달아올라 있는 것들도 몇몇 개.
‘그 짧은 접촉만으로 이 정도의 화기(火氣)를 전달할 수 있다라.’
청염단을 흡수해 극양지체의 공능을 얻은 덕분이었다.
그만큼 이 몸이 품고 있는 화기의 농도가 짙기 때문이리라.
‘이정도면 어지간한 절정까지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것 같군.’
현재 내 내공 수위는 완숙한 일류의 경지에 달해있지만, 무공의 특성상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았다.
물론 진법 등 다른 무기들을 적절히 활용한다면, 그 이상도 능히 상대할 수 있을지 모르고.
이윽고 멀찍이 몸을 숨기고 있던 진희원을 불렀다.
“진표사!”
그녀가 흠칫 놀라면서 쭈뼛쭈뼛 다가온다.
사실 아까 산을 오를 때, 진희원도 함께 데려온 상황.
오늘이 청염단을 온전히 흡수하기 위한, 마지막 탕약을 먹는 날이라 그랬다.
그녀는 오늘 이 결과를 바탕으로 이따 저녁에 탕약을 한 번 더 만들어주겠다고 했다.
'마지막 탕약은 복용자의 상태를 보고 재료를 선별함이 좋다고 했던가.'
하여 청염단의 효능을 가장 확실히 보일 수 있는 아수라파천권을 골랐다.
“표, 표두님, 저. 저. 음. 이 파편들 좀 살펴도 될까요?”
약간 얼이 빠진 진희원.
방금 내가 펼친 멸화응취의 파괴력에 머릿속이 새하얗게 타들어간 모양.
아마 상상도 못한 위력이었나 보다.
나는 적당히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진희원은 재빨리 암석의 파편들을 살피기 시작했다.
잠시 그런 진희원을 보고 있노라니,
문득 청염단(淸炎丹)을 섭취하던 그날의 일들을 머릿속을 스쳐갔다.
***
청염단.
순수한 불의 결정체와 같은 영약.
반갑자의 내공을 얻을 수 있으며.
운이 좋다면 체질까지 변해,
극양지체의 공능 또한 얻을 수 있게 해주는 영약.
‘허나 이런 기연이 그냥 주어지는 건 아니었지.’
처음 흡수한 청염단은 한 마리의 불타는 용과 같았다.
전신 대맥을 불태우며 움직이더니,
이윽고는 손끝과 발끝에 있는 세맥까지 파고들어 자신의 세력을 과시했다.
화르륵-
흡사 불타는 용이 혈관 속에서 몸부림치는 기분.
이에 나는 재빨리 천마신공을 운용했다.
쿠구궁- 콰악!!
천마신기가 거칠게 그 용을 그러쥐었다.
어디서 감히 너 따위가 내 구역을 침범하느냐고. 그리 말하는 것 같았다.
패도적인 천마신공의 기운 앞엔 그 용 또한 그리 거대하지 않았다.
심지어 일단동체를 이루고 있어 몸 곳곳 천마신기가 머물지 않는 곳이 없으니.
‘청염단의 입장에선 도망치려 해도 도망칠 수 없었을 테지.’
하물며 진희원이 전해준 탕약 덕분에 흡수 속도 또한 빨랐으니···.
그저 억눌리고 또 억눌릴 수밖에 없었음이라.
결국 이대로라면, 무난하게 흡수할 수 있는 상황.
그런데 그때였다.
몸속에 잠들어 있던 선기(仙氣). 내것이 아닌 그 선기가 갑작스레 변수로 작용한 것.
사실 누구도 이 몸처럼 몸에 선기를 억지로 가둘 수 없을 테니. 대비할 수 없는 게 당연했다.
청염단과 선기는 곧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화르르륵-
콰앙!
꼭 분진폭발과 같았다.
이에 온몸에 선기(仙氣)를 머금은 화기(火氣)가 몰아치기 시작했다.
밖으로는 피부가 벗겨지기 시작했고.
안으로는 온갖 장기와 뼈가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물론 요상결의 효능을 지닌 금귀방탄공이 바로 수복을 하였지만.
그 고통까지 사라지는 건 아니었다.
뼈와 살을 태우는 고통을 견디길 닷새째.
그때가 되어서야 간신히 그 불꽃을 잠재울 수 있었다.
마침내 번쩍 눈을 떴다.
이윽고 상념에서 빠져나와 피식 웃었다.
‘결과적으론 전화위복이었지. 선기 덕분에 환골탈태도 온전히 이루게 되었으니까.’
사실 그랬다.
일전에 골격을 제외한 채, 반쯤 성공했던 환골탈태.
이 또한 마저 이룰 수 있게 되었으니.
녹아내린 골격에 선기(仙氣)가 섞여든 덕분이었다.
'몸은 금귀방탄공으로 전부 수복됐고.'
하물며 반 갑자의 내공은 물론이요,
극양지체의 장점인 농밀한 화기 또한 얻게 되었으니···.
정확히는 언제든 농밀한 화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몸이 된 것.
원래 얻을 것을 다 얻고. 선기 덕분에 추가로 환골탈태도 완성하게 된 셈.
“표두님, 다 됐어요.”
마침 진희원도 파편들을 전부 살핀 모양.
함께 산을 내려가며 생각했다.
‘나는 강불해에겐 없는 극양지체라는 장점까지 있으니···.’
그보다 더 강해지리란 건, 그저 시간 문제일 뿐, 명확했다.
물론 극양지체로 인해, 화기가 농밀해짐으로 육체에 오는 반동이 훨씬 더 심해지긴 했다.
실제로 아까 벗겨졌던 오른 주먹의 피부는 이제야 온전히 회복된 상태.
실제 아수라파천권을 쓴 직후엔 하얗게 뼈까지 드러나는 상황이 되었었다.
그나마 금귀방탄공과 일단동체, 그리고 환골탈태 덕분에 이정도인 것.
‘아마 강불해도 이래서 청염단을 먹지 않은 걸지도 모르지.’
이 반동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리라.
그에겐 내게 있는 것이 없었으니까.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 보니, 금방 금화표국의 현판 앞에 도착했다.
진희원이 상기된 얼굴로 말했다.
“표두님. 탕약은 바로 만들어드릴게요. 그럼 지금보다 화기가 조금 더 농밀해질 거예요.”
그러고 보니.
‘아직 탕약을 한 번 더 먹어야 한다는 건, 여전히 조금 더 강해질 여지가 남았다는 건가?’
저도 몰래 입꼬리가 호선을 그렸다.
하루하루 강해지는 기분이, 어찌 싫을쏘냐.
나는 그런 진희원을 향해 수고하라는 말을 남기며,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이윽고 걸음을 옮겨 표국 안으로 향했다.
아직 해가 떨어지려면 시간이 남았으니,
청명각으로 돌아가 다른 무공들도 연습을 하면 좋을 것 같았다.
‘청염단은 아수라파천권 말고도 제왕보와 금귀방탄공에도 발전을 주었으니까.’
해가 떨어진 이후엔 형님인 금태강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기로 했으니, 부지런히 움직여야 했다.
***
고즈넉한 저녁.
금화표국의 화주전 국주실.
금태강은 마주앉아 식사를 하고 있는 둘째를 봤다.
‘···설마 또 성취가 있던 건가.’
물론 얼마 전 영약을 취한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그래도 그렇지.
‘요 며칠 전, 해단식 때 보았던 것과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있군.’
잠시 마른침을 삼켰다.
어쨌든 이는 금화표국의 흥복이었다.
이윽고 금태강의 입이 열렸다.
“성취가 있었던 모양이구나.”
금태산은 그렇노라 대답을 했다.
헌데 어찌나 여상스럽게 대답을 하는지,
그에겐 이런 성취가 너무도 당연한 것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하여 저도 몰래 피식 웃음이 나왔다.
“정말 많이 변했어. 그래. 내가 널 부른 이유는 알고 있느냐?”
잠시 식사를 멈춘 금태산이 빤히 금태강을 보았다.
금태강은 그런 금태산을 향해, 입가에 웃음을 만들며 마저 입을 열었다.
“전에 건넸던 검과 해독단 있지 않느냐.”
사실 오늘 금태강이 금태산을 부른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금태산이 첫 표행을 떠나는 날, 슬쩍 불러 건넨 검과 해독단. 그때 분명 그 의미를 생각해보라 했었다.
“생각해보았느냐?”
이에 금태산이 곧장 대답했다.
“물론입니다.”
실제로 그는 이 문제에 대한 답변을 진즉에 생각해두었기 때문이다.
“호오. 그래?”
금태강은 눈을 빛냈다.
‘어떤 답변을 하려나.’
사실 이 문제는 달리 답이 없었다.
그저 답변하는 사람이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가치관이 무엇인지, 그의 본심을 슬쩍 떠보기 위한 질문이었다.
물론 금태강도 이 질문을 받았었고.
금태천도 비슷한 질문을 받았었다.
이에 금태강은 검은 표국을 지키는 무기이고.
해독단은 나와 내 사람들을 살릴 수 있는 도구라고 했다.
반면 금태천은···.
‘자신보다 약한 적에게 패배하지 않게 해주는 최소한의 무기라 했지.’
금태강은 내심 기대를 한 채 금태산의 입에 주목을 했다.
그리고 그때 금태산의 입이 열렸다.
“다만 아직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금태강의 얼굴에 미미한 균열이 생겼다.
“···뭐라?”
상상도 못했던 대답이었던 탓이었다.
‘나를 농락하는 것인가.’
어쩌면 기대가 너무 과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금태강의 심정을 짐작한 것인지,
금태산은 본인의 앞에 있던 차로 입을 축이고 마저 말을 이었다.
“검에 뜻을 담기엔 제 경지가 아직 부족했고. 해독단을 사용하기엔 걸리는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
“···.”
크게 꾸지람을 하려던 금태강은 순간 말문이 탁하고 막히고 말았다.
일단 더 들어보기로 한 것.
“···조금 더 자세히 말해보겠느냐.”
이윽고 금태산이 대답했다.
“검의 의미라 함은 본디 그 주인에 의해 결정이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검의 주인이 타인을 죽이고자 한다면 살검(殺劍)이 되는 것이고. 마찬가지로 살리고자 한다면 활검(活劍)이 되는 것이라 생각을 합니다. 표국에서도 마찬가지일 테지요. 허나 여기에는 필연적인 조건이 하나 필요합니다.”
“···필연적인 조건?”
“그렇습니다.”
“그게 무엇이냐.”
금태강은 어느덧 몰입해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윽고 금태산의 입이 열렸다.
“그건. 검 끝의 방향을 관철시킬 수 있는 힘이라 생각합니다.”
금태강은 잠시 금태산을 바라보았다.
상상도 못한 답변이었다.
동시에 엄청난 답변이기도 했다.
하여 일단 고개를 끄덕이곤 해독단의 의미를 묻기로 했다.
“그럼 해독단은 무슨 말이냐.”
“···해독단은.”
잠시 멋쩍은 미소를 보이는 금태산.
아까까지라면 설마 변명을 준비하는 것인가, 싶었을 테지만.
검에 대한 대답을 듣고 난 지금은 아니었다.
괜히 기대가 됐다.
이윽고 그의 입이 열렸다.
“해독단을 사용할 만큼 강한 적을 만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군.”
머지않아 식사를 마쳤다.
금태강과 금태산은 차를 나누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누었다.
“이후 행선지는 정했느냐.”
“무림맹 본부에 다녀올 생각입니다.”
“무림맹 본부?”
“그렇습니다. 초청장을 받았으니 가는 게 도리라 생각합니다.”
“그렇지.”
이후 금태강은 몇 가지 조언을 건넸다.
아무래도 표국의 국주를 하다 보면, 상대적으로 세상일에 밝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 아직 남들은 잘 모르는 정보도 알고 있었다.
“근래 몇몇 무가의 여식들이 납치를 당하는 일이 있었다고 하더구나. 아직 흉수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나는 네가 조심했으면 좋겠구나.”
“마교일 확률이 높겠군요.”
“내 생각도 그렇다. 일전에 네가 말한 음양굴 사건도 있고.”
이후 금태산이 나가고.
금태강은 가만히 눈을 감았다.
한 번 더 금태산의 답변을 곱씹었다.
“검에 뜻을 담기엔 제 경지가 아직 부족했고. 해독단을 사용하기엔 걸리는 것이 너무 많았습니다.”라.
처음엔 몰랐으나, 지금은 이 대답의 의미를 명확히 알 수 있었다.
‘스스로 보다 더 강해질 수 있으리란 확신이 없다면 이런 답변은 할 수 없지.’
반대로 이런 검과 해독단으론 자신을 재단할 수 없다는 말과도 같았다.
‘근래 성취를 보면, 단순한 허장성세는 아닌 것 같고.’
잠시 생각을 정리하다 눈을 떴다.
마침 금화표국의 총관이 들어와 그를 향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총관, 아무래도 둘째는 우리와 그릇 자체가 다른 것 같아.”
묘하게 희열이 감도는 목소리였다.
총관은 잠시 멈칫하였지만, 이윽고 적당히 대답을 해주었다.
“그렇군요. 표국의 흥복입니다, 국주님.”
“자네도 그리 생각하나?”
금태강은 아까까지 금태강이 앉아 있던 자리를 가만히 바라봤다.
이윽고 총관에게 말했다.
“총관. 이번에 태산이가 무림맹에 다녀오면, 그때 넌지시 혹시 뭐 필요한 건 없는지 물어보게. 국주로서 도움을 줘야지.”
***
다음 날, 아침.
금태산은 짐을 꾸려 금화표국을 나왔다.
목적지는 호북성 무한에 있는 무림맹 본부.
정확히는 무림맹 본부에 있는 비고였다.
그곳에 혹시 멸문한 모산파의 무공이 있을까 그런 것.
말을 몰아 금화표국을 벗어났다.
다그닥. 다그닥.
참고로 일행은 소령이 유일했다.
이번엔 표행이 아니니, 최대한 간단히 꾸린 것.
‘물론 여장도 간단했고.’
먼 거리를 이동하는 것도 아니니,
간단한 상비약과 은자 주머니, 그리고 허리춤에 찬 검이 끝.
‘그러고 보니···.’
허리춤에 찬 검을 보자, 문득 어제 금태강과 나눈 대화가 생각났다.
검과 해독단의 의미.
사실 금태산은 이 질문의 의도를 진즉에 파악하고 있었다.
다만.
‘솔직히 대답할 순 없는 것이지.’
물론 금태강에게 한 말도 거짓말은 아니었다.
다만 핵심을 밝히지 않은 것.
‘결국 내 검 끝이 향할 곳은 천마신교일 테니까.’
이런 말은 차마 할 수 없었다.
해가 떨어질 쯤, 일행은 무림맹 본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웅성웅성.
헌데.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입구에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몰려 있는 걸 발견할 수 있었다.
무복이 같고 느껴지는 기세가 비슷한 걸 보면, 다들 같은 무관의 사람들인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사람들을 달래고 있는 무림맹 무사들이 보였다.
이윽고 문지기에게 맹주에게 받은 초청장을 보여주었고.
출입 허가가 내려졌다.
일단의 무리를 지나쳐 본부 안으로 발을 들였다.
동시에 얼핏 소란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누가 죽었나 보군.’
아마 그런 것 같다.
다만 아직 흉수가 밝혀지지 않은 모양.
일단 걸음을 옮겨, 맹주실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