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7화. 발견(1)
17화. 발견(1)
고목나무로 이동하며 운공과 간단한 대화를 나눴다.
“운공. 우리가 저 안을 들여다보려면, 어찌 하면 좋을 것 같나.”
“글쎄. 일단 들어가야 하지 않겠나.”
“꼭 들어가야만 할까?”
마교도들이 은신해 있는 토굴을 발견한 이후.
내부를 수색할 방법을 궁리하다, 문득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간 상황.
‘진법을 이용하면 적들에게 들키지 않고 내부를 들여다 볼 수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었다.
물론 진법이란 걸 오늘 처음 본 상태이고.
진법을 사용할 주체도 이 몸이 아닌 운공이니, 무조건 된다고 확신은 할 수 없었지만.
‘시도해 볼법해.’
한 번 시도해 볼 순 있을 것 같았다.
‘운공이 사용하는 진법이란, 바깥세계의 선기와 단전 속의 선기, 그리고 음양오행의 균형을 이용하는 것처럼 보였으니.’
머릿속으로 빠르게 생각을 정리했다.
이윽고 천천히 고목나무 숲을 돌아다니며 나무들을 살폈다.
“금형, 무얼 하는 건가.”
“생기는 없되 충분한 양기를 보존하고 있는 나무를 찾는 거네.”
“죽은 지 오래지 않은 나무를 찾는다는 말인가? 왜?”
“자네가 진법에 나뭇가지를 사용했던 것과 같은 이치이네.”
참고로 나뭇가지는 양기를 상징했었고. 돌멩이는 음기를 상징했었다.
다만 나뭇가지는 크기가 작은 만큼, 머금은 양기의 양도 적을 수밖에 없지만,
죽은 지 오래되지 않은 고목나무는 상당한 양의 양기를 품고 있을 것이란 점.
문득 걸음을 멈춘 운공이 빤히 내 얼굴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이제야 눈치를 챈 건가?’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었다.
운공이 말했다.
“설마. 시체를 가린 것처럼, 저 동굴을 통째로 시야에서 사라지게 할 생각인 건가.”
운공의 입이 적잖이 벌어져 있는 것을 보니,
여태 이러한 발상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모양.
“맞네.”
분명 아까 운공이 그러지 않았나.
오직 살아있는 생물만은 진법으로 가릴 수 없다고.
선기와 생기가 충돌을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 말은 살아 있지 않은 것은 무엇이든 가릴 수 있다는 말이기도 했다.
‘이는 달리 말하면, 동굴을 투명하게 만들 수 있다는 말일 테지.’
···하물며
살아있는 생물과 죽어있는 물체가 함께 있을 땐 어떨까.
운공이 진법으로 시체를 숨겨둔 곳으로 개미 한 마리가 기어가는 걸 보고 알아차릴 수 있었다.
‘시체는 여전히 보이지 않았지만, 개미의 모습은 사라지지 않았지.’
결국 동굴에 진법을 걸면,
동굴 속에 있는 살아있는 것들의 모습만 보일 터.
애초에 그런 진법인 것 같았다.
그럼 당연히 그 안에 있는 마교도들의 모습이 훤히 보일 테고···.
더욱이 무릇 진법은 안과 밖이 다른 법이니,
놈들은 밖으로 나와 보기 전까지 본인들이 진법에 갇혔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없을 테다.
“헌데 그럼 돌멩이는 어쩔 생각인가. 그만큼 다량의 음기도 필요할 텐데. 설마 채석이라도 할 생각인가?”
나는 운공의 말에 미미하게 웃으며 예의 그 동굴을 턱짓했다.
“동굴? 그게 뭐 어쨌다고···.”
순간 운공의 얼굴이 기괴하게 일그러졌다.
“설마!”
“그 설마가 맞을 거네. 저 동굴. 아까 보니 벽과 천장이 바위로 만들어졌더군. 그러니 음기는 충분하지 않겠나.”
벼락을 맞은 듯한 얼굴의 운공.
“···자네는 정말. 내 살면서 여러 대단한 사람들을 보아왔지만, 자네 같은 사람은 또 처음 보네.”
“얼른 죽은 나무나 찾게.”
“자네의 말은 이 일대를 하나의 진법으로 만들겠단 것 아닌가.”
“그렇지. 저 동굴의 벽과 천장을 커다란 하나의 돌멩이로 간주할 생각이니.”
양기를 나타내는 나뭇가지는 죽은 나무로 대체를 하고.
음기를 나타내는 돌멩이는 동굴 그 자체로 대체를 한다는 말.
“대단하네. 누가 감히 이런 생각할 수 있겠나.”
“자네가 이곳에 들어올 때 그러지 않았나. 종남산 안에는 천연의 진법들이 많다고. 물론 그것들은 사람의 손을 거친 것이 아닐 테지만, 결국 이와 비슷한 이치 아니겠나.”
“그래도 그렇지!”
나는 운공의 말에 가만히 미소를 만들며, 고개만 끄덕여줬다.
마침내 적당한 나무를 몇 그루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들을 동굴의 사방에 살포시 놓았다.
이윽고 운공에게 선기를 움직이라 시켰다.
구구궁-
운공은 본인의 몸속에 있는 선기와 종남산을 떠돌고 있는 선기를 공진시키기 시작했다.
‘몇 번을 봐도 아름답군. 나중에 이 또한 차근히 궁리를 해봐야겠어.’
선기라는 무형의 기운이 뭉쳐 유형의 덩어리가 되고.
이 덩어리는 눈덩이가 굴러가듯, 인근의 안개들을 끌어왔다.
마침내, 유형의 덩어리는 동굴의 주위에서 눈처럼 풀어지기 시작했다.
사르르-
점점 옅어지는 동굴의 흔적.
‘가능하겠지?’
이윽고 그 내부가 슬쩍슬쩍 들여다보이기 시작했다.
역시 성공한 것이다.
옆에서 그 모습을 보는 운공의 얼굴이 희희낙락이었다.
···마침내 내부가 훤히 드러나고.
살아있는 사람들과 거대한 물줄기가 하나 보였다.
“잠깐. 저건 평범한 양민들 아닌가.”
운공이 경악을 했다.
실제로 살아있는 사람들 중엔, 무공을 익히지 않은 걸로 보이는 사람들도 여럿 섞여있었다.
포박된 채, 마교도로 보이는 놈들의 앞에 무릎이 꿇려 있었다.
얼핏 보기에도 납치를 당한 것과 같은 모양.
“설마. 종남산 안에서 저런 사특한 짓을!”
운공이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근처에 목내이(미라)처럼 말라비틀어진 사람들도 보이는 걸로 보아,
무언가 사특한 대법을 시행하던 중인 것도 같았다.
‘설마. 약왕의 보물과 저 대법 사이에 무슨 상관관계라도 있는 것인가.’
운공은 이를 뿌드득 갈면서 계속 말을 이었다.
“금형, 어서 구하러 가자고!”
‘다행히 마교도의 숫자는 몇 안 되는군.’
당장 구출해도 문제가 없을 것 같았다.
운공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그때였다.
‘···잠깐만.’
문득 묘한 기시감이 뇌리를 간질인 것.
‘어찌 저게 가능하지?’
동굴의 보다 더 깊숙한 곳.
그곳에 보이는 장엄한 물줄기.
혹은 지하수.
거기서 이상한 점을 느낀 것이다.
동굴로 향하며 운공에게 물었다.
“운공, 자네. 혹시 뭐 이상한 게 보이진 않나?”
“이상한 것?”
“원래라면 이치에 맞지 않는 것 말이네.”
“무슨 문제라도 있는가?”
“아니네.”
나는 그 물줄기를 뚫어져라 바라봤다.
대체 저 물줄기는 왜 진법의 영향을 받지 않는 걸까.
그렇지 않은가.
물줄기가 살아있는 것도 아니고.
‘허면 물은 진법으로 가릴 수 없는 건가?’
만약 그렇다고 해도 문제였다.
만약 가릴 수 없다고 해도.
물줄기가 자체적으로 빛을 내는 건 아닐 것 아닌가.
물줄기가 있는 땅속 깊숙한 곳으론 빛이 들어올 리 없는 상황에서.
야명주가 있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왜 눈에 보이냔 말이다.
왜 미약하나마 은은히 빛을 내고 있단 말인가.
‘운공은 납치된 사람들 때문에 정신이 팔려 눈치 채지 못하고 있는 것 같지만, 저건 분명 이상한 일이야.’
지금 눈에 보이는 것이라곤,
오직 생기를 머금은 것들 중 빛이 닿는 곳에 있는 것들과 그 물줄기뿐이니.
그러던 그때였다.
덜컥.
순간 두 눈이 번쩍 뜨였다.
“금형, 갑자기 왜 멈추나.”
“아니네. 계속 가세.”
강불해가 말했던 장보도의 마지막 문구.
그 문구가 머릿속에 빠르게 스쳐간 것이다.
어둡고 맑음은 뭇 골짜기마다 다르니.
걷다보면 도달하는 곳이 무릉도원이라.
걸음을 옮기며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정리했다.
이윽고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걸렸다.
‘···어쩌면.’
그 문구의 해답이 저곳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
종남파(終南派)의 대회당(大會堂).
소령은 속으로 눈물을 삼켰다.
‘···공자님.’
도사들의 비협조적인 태도 때문이었다.
종남산의 길안내를 부탁했더니.
설마 이토록 매몰찰 줄이야.
분명 종남파의 장문인은 공명정대한 사람이라고 들었는데.
그 밑에 있는 사람들은 어찌 이리 무정할 수 있단 말인가.
“자네들이 간다고 달라지는 게 있는가.”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저희는 표국이잖아요. 산길 찾는 일은 저희만큼 잘하는 사람도 없어요.”
“종남산은 그냥 산이 아니네.”
“그러니 더욱 가야 해요. 어떤 변수가 발생할지 모르잖아요. 그리고 그럴 땐 사람이 하나라도 더 많은 게 유리하겠죠.”
“흠흠. 그건 맞는 말이긴 하지만, 그래도 불가하네.”
···맞는 말이라고 해놓고 거절하는 건 뭔가.
살면서 몇 번이나 이렇게 똑 부러지게 말을 해봤을까 싶을 정도로 말을 했지만.
돌아오는 건 번번이 거절뿐.
너무도 단호한 거절에 소령을 비롯한 표사들과 진희원마저 어리둥절할 정도.
소령은 초조한 심정에 연신 입술만 깨물었다.
물론 금태산 공자님은 매우 뛰어나신 분이지만.
그래서 괜찮으실 거라고 믿고 있지만.
···그래도 사람은 만약이라는 것이 있지 않은가.
실제로 강호에선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것이고.
뛰어난 동냥들도 하루가 멀다 하고 사고로 죽어나가지 않나.
안전한 곳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착각이었다면?
혹은 함정에 빠진다면?
‘···언제 눈 먼 칼에 맞을지도 모르고.’
소령은 다시 한 번 입을 열었다.
“저희가 많은 걸 바라는 건 아니잖아요. 길안내만 해주세요.”
그래도 아쉬운 건 이쪽이니, 한 번 더 굽히고 들어갔다.
하지만 이후 돌아온 대답은?
“우리가 그 청년이 뭐가 예뻐서 편의를 봐줘야 하는가.”
대체 공자님이 누구 때문에 들어가셨는데!
이런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꾹 참았다.
어쩌면 너무 화가 나 말문이 막힌 걸지도 모르겠다.
이어 도사들은 자기들끼리 쑥덕거리며 금태산의 흉을 보기 시작했다.
경내로 술을 들이자는 제안을 했을 때부터 알아봤다는 둥.
원래도 경우가 없는 사람이니, 이처럼 대책 없이 들어가 사람을 곤란하게 한다는 둥.
그러니 우리가 도와줄 필요가 없다는 둥.
꼭 가지 말아야 하는 이유를 찾는 사람들 같았다.
그때 옆에 있던 장표사가 성을 내며 중얼거렸다.
“혹시 저 사람들. 산에 들어가기 싫어서 그러는 거 아니야?”
그 말을 듣고 다시 보니, 틀린 말이 아닌 것 같았다.
다만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여기 있는 십여 명의 도사들 중.
어찌 길안내를 해주겠다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을까.
물론 그래도 몇몇은 양심에 찔리는지, 눈을 감고 아예 외면을 하는 걸 선택하기도 했지만.
‘그래봤자지.’
어쨌든 야속할 수밖에 없었다.
“더 이상 우린 할 이야기가 없으니 이만 나가게.”
심지어 이젠 축객령이다.
“원래라면 그 금태산이란 청년도 우리의 허락 없이 들어간 것에 대해 책임을 물어야 할 터. 그걸 묻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으로 생각하게.”
이젠 숫제 엄포까지 놓고 있다.
강호의 도리가 언제 이리 바닥까지 떨어졌단 말인가.
소령은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심지어 이곳은 사파의 소굴도 아니고.
비록 말석에 불과하지만, 구파일방 중 하나인 종남파가 아닌가.
참다못한 장표사가 앞으로 나섰다.
“거! 너무들 하시는 거 아닙니까!”
“뭐라? 자네 지금 뭐라고 했나?”
장표사의 말에 축객령을 내렸던 도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일촉즉발의 상황.
“그렇잖습니까! 제가 배운 건 없어도 이건 압디다. 사람 목숨이 걸렸는데 이렇게···.”
“외인이 우릴 가르치려 드는가!”
결국 분위기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그럼 저도 외인인가요?”
“지, 진희원 소저.”
진희원이 나서고 나서야 그나마 조금 수그러들 정도.
이에 참다못한 장표사가 그냥 우리끼리 가자고 소리를 버럭! 지르고.
도사들은 삿대질을 하며 소리를 치는 상황.
‘···이제 다 틀렸어.’
정말 우리들끼리라도 들어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 때였다.
그때 문득 등 뒤에서 휑한 바람이 불어왔다.
동시에.
“쯧쯧.”
혀 차는 소리가 귓가를 간질였다.
“자, 장문인.”
아무래도 방금 막 종남파의 장문인이 문을 열고 들어온 모양.
“···돌아오셨습니까.”
도사들이 부랴부랴 자리에서 일어나 인사를 해보였다.
장문인은 이윽고 도사들을 향해 타박을 시작했다.
“내 밖에서 이야기를 조금 들었는데, 어찌 이리 형편없는가.”
“그, 그게.”
도사들의 얼굴이 창백하게 변했다.
장문인은 면벽수련이니 뭐니 몇 마디 말을 더 하더니,
이윽고 몸을 돌려 소령과 표사들을 보더라.
“아이야, 하나 묻겠다.”
종남파 장문인의 말이었다.
소령은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잽싸게 대답했다.
“네!”
이에 그가 말했다.
“만약 내가 들여보내주면 그 공자란 사람을 찾을 순 있겠느냐.”
순간 가슴이 벅차올랐다.
‘안내해준다는 건가?’
소령이 꿀꺽 마른침을 삼키며 다급하게 대답했다.
“네, 네! 있어요. 분명 찾을 수 있어요. 제가 추적술을 할 줄 알거든요.”
“호오. 그래? 시비가 추적술을 익히고 있다라.”
순간, 소령은 본인이 말실수를 했다는 자각을 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감수하기로 했다.
“그럼 가자꾸나. 어차피 나 또한 들어가려던 참이니.”
그렇게 소령과 표사들, 진희원은 금태산을 찾아, 종남산의 심처로 발길을 들였다.
***
동굴 안.
장보도의 해답을 찾은 것과는 별개로
안에 있던 마교도들은 상대를 해야 했다.
휘릭-
날아오는 비도를 목을 꺾어 피한 다음, 손에 쥔 칼을 던졌다.
휘릭- 푹!
내게 비도를 던진 흑의인의 미간에 정확히 꽂히는 장검.
‘···비도술은 이렇게 하는 것이지.’
그때 눈앞으로 거대한 창이 휘둘러왔다.
훙-
뱀처럼 날아오는 창두.
자세를 낮추며 성큼 걸음을 내딛었다.
아직 이름을 정하지 못한 보법을 밟았다.
휙- 휙-
기기묘묘하게 창을 피하며, 놈에게 파고들었다.
“헙!”
놈이 헛숨을 삼킨다.
나는 그대로 놈의 가슴팍을 향해, 오른손 정권을 뻗었다.
퍼억!
아수라파천권의 묘리가 실린 강권.
가슴이 함몰 된 채, 동굴 벽에 처박히는 놈.
이때 옆에서 또 다른 적이 박도를 휘두른다.
쉬익- 착!
잽싸게 손을 움직여 놈의 손목을 낚아챘다.
금귀수.
그대로 당기며 품으로 성큼 파고들었다.
동시에 몸을 회전시키며 놈의 턱에 팔꿈치를 꽂았다.
퍽!
소리가 경쾌한 걸 보니, 턱뼈가 으스러진 모양.
그때 귓가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금형, 저번보다 움직임이 더 매끄러워진 것 같구먼.”
방금 그게 마지막 적이었던 모양이다.
이어 동굴 안이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사, 살았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마교도들에게 납치되어 있던, 무공을 익히지 않은 무리였다.
우리는 일단 그들을 진정시켜주며 묶여 있던 포박을 풀어주었다.
잠시 후 운공이 입을 열었다.
“금형, 일단 이분들을 데리고 밖으로 나가야 할 것 같네.”
확실히 그랬다.
상태가 말이 아닌 사람들이 있으니, 분명 누군가는 데리고 나가야 할 터.
“그래. 그래야지.”
다만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고개를 돌려 예의 물줄기가 있던 곳을 바라봤다.
‘저쪽이었지?’
동굴로 들어오기 직전.
그 위치는 외워두었다.
‘지금 나가도 될까?’
만약 나갔다 돌아왔는데, 그 사이 변화가 생긴다면?
가령 마교도가 다시 온다거나.
여타 다른 변수가 생길 수도 있지 않나.
그때 문득 주변에 널린 시체들이 보였다.
잠시 고민하다 입을 열었다.
“다녀오게. 나는 뒷정리를 하고 있겠네. 여기 무고하게 희생된 분들도 많지 않나.”
강호의 도리를 이유로 들었다.
실제로 목내이 상태로 죽은 무고한 희생자도 여럿.
누군가는 이들의 넋을 달래줘야 할 것 아닌가.
운공은 자신은 미처 생각 못했다고 감탄을 하더라.
이후 진법은 어쩔 생각이냐고 물었고.
“내가 누군가. 걱정 말게.”
운공의 눈을 보며 대답했다.
이에 운공은 씨익 웃었다.
“금방 데려다 주고 돌아오겠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재빠르게 시체들을 묻어줬다.
그리고 이후, 예의 그 물줄기가 있던 곳으로 향했다.
괜히 심장이 두근거렸다.
‘과연 무엇이 있을까.’
청염단이 있을까?
혹은 약왕의 또 다른 보물?
입가에 절로 웃음이 맺히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