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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화표국 천재 아들-10화 (10/133)

010화. 습격(2)

10화. 습격(2)

별빛처럼 흩뿌려지는 핏방울 아래.

나는 습격자들을 향해, 쉬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휘익-

베고. 찌르고. 피하고.

또 다시 베고.

후드득-

이윽고 검신에 묻은 핏물을 털어내며 생각했다.

‘확실히 조금이지만, 검선(劍線; 칼 검, 줄 선)이 부드러워졌어.’

연신 적들과 검을 섞다 보니, 확신할 수 있었다.

아까 보초를 서며 느꼈던 감각은 역시 착각이 아니었던 모양이라고.

그때 목을 향해 적의 횡 베기가 날아왔다.

그대로 자세를 낮추며, 놈을 향해 달려들었다.

“헙!”

이내 헛숨을 삼키는 놈.

놈의 복부를 향해, 묵직하니 검을 꽂았다.

푸욱!

동시에 등 뒤에서 느껴지는 서늘한 예기.

검을 놓고 옆으로 크게 한 발 비켜섰다.

쌔액-

스쳐가는 날카로운 파공음.

파공음이 채 가시기 전에, 뒤를 돌아 성큼 앞발을 내딛었다.

이에 놈이 적잖이 당황한다.

내가 검을 놓고 덤빌 줄은 상상도 못한 듯.

놈이 반사적으로 칼을 뻗었다.

쌔액-

고개만 움직여 피해냈다.

그리고 그대로 달려들었다.

이윽고 허리를 회전시키며, 오른손 정권을 꽂았다.

퍼억!

단번에 놈의 가슴이 함몰되었다. 강권인 아수라파천권의 묘리가 담겨 있었기 때문.

주르르륵-

우당탕탕.

날아간 놈과 적들이 뒤엉켰다.

푹! 푹! 푹!

근처에 있던 표사들이 뒤엉킨 놈들의 숨통을 끊어냈다.

나는 그 사이, 재빨리 시체에 꽂혀있던 검을 회수했다.

주변을 둘러봤다.

전장이 한 눈에 담겼다.

‘다행히 늦지 않았어.’

말을 타고 도착한 덕분에 피해가 크진 않았다.

심지어 전황도 좋았다.

맨 처음 기습을 한 건 놈들이었지만.

지금은 도리어 우리가 놈들을 앞뒤로 포위한 모양새.

순식간에 전세가 뒤집힌 것이다.

‘다만···.’

딱 한 가지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다면.

‘이놈들 마교의 졸개들은 아니겠지?’

적들이 익히고 있는 무공의 종류가 마공으로 추측된다는 것.

물론 아수라파천권이나 천마신공과 같은 절세의 마공은 아니었다.

심지어 마졸들이 익히는 잡다한 마공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

하지만 그럼에도, 역천(逆天)의 기운이 느껴지는 것이, 마공은 마공이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다. 순간 섬뜩한 예기가 감각을 건드렸다.

쐐액-

고개를 돌려 반사적으로 피해냈다.

날카로운 비도가 턱 끝을 스쳐간다.

단박에 턱을 꿰뚫릴 뻔한 상황.

암기가 날아온 방향을 주시했다.

금화표국의 표사복을 입은 한 남자가 있었다.

‘저놈이 대장인가?’

그곳에 이 습격의 주동자로 보이는 놈이 있었다.

***

우드득. 우드득.

표사복을 입은 놈의 얼굴이 기괴하게 뒤틀리기 시작했다.

‘···축골공(縮骨功).’

본인의 골격을 마음대로 주무르는 무공.

과거 뇌옥에서 들어본 적이 있다.

축골공은 천마의 호법 중 한 명인, 색공음마의 주력 무공이라고.

그리고 그는 부교주인 강불해와는 경쟁 관계라 들었다.

물론 지금 놈이 펼치고 있는 건, 그것보다 한참은 아랫수준의 축골공.

느껴지는 구결로 보아, 사용을 하면 할수록 본래의 얼굴이 뭉개지는 부작용도 있을 테다.

아니나 다를까, 놈의 얼굴은 마치 녹아내린 밀랍처럼 변해갔다.

밀랍처럼 변한 얼굴 위로 짙은 마기가 느껴진다.

‘저 정도면 마졸 정도는 충분히 되겠지.’

매우 높은 확률로 그랬다.

하여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설마 천마신교도 움직인 건가?’

···강불해가 청염단을 취한 시기와는 별개로?

어쨌든 상황이 썩 좋진 못했다.

이러면 계획을 처음부터 다시 세워야만 했다.

지금 이 몸의 수준으론 아직 마교를 상대할 수 없을 테니까.

자칫 전생의 상황이 반복될 수 있었다.

납치 말이다.

최악의 경우엔 죽을지도 몰랐다.

사실 거기까지 생각할 것도 없었다.

당장 눈앞의 상대도 여태 상대한 적들 중 가장 강한 수준.

‘일류 초입.’

놈이 들고 있는 비도에 어렴풋한 검기(劍氣)가 보인다.

“···후우.”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었다.

저도 몰래 어깨가 굳어져 있었다. 그걸 가만히 풀어냈다.

동시에 놈의 행동들을 관찰하며 놈이 익힌 무학들을 분석했다.

‘비도가 주무기인 건가?’

발끝이 가벼워 보이는 걸 보니, 신법에 특화되어 있었고.

팔은 투척에 특화되어 상대적으로 날렵했다.

‘암기술을 쓰는 자이니, 당연히 독도 사용하겠지.’

아마 금태천 일행에 산공독을 먹인 것도 저놈의 작품일 터.

순간 놈이 몸을 움직였다.

좌측으로 달리며 비도를 던져댄다.

쐐액- 쐐액- 쐐액-

다행히 던진 물체에 내공을 싣는 수준은 아닌 모양.

나 또한 몸을 움직였다. 놈과 같은 방향으로 달리며 비도를 피해냈다.

슈욱- 슈욱-

마지막 하나는 검으로 막아냈다.

팅!

그때 튕겨낸 비도 뒤에 숨겨져 있던 아주 작은 바늘 하나.

순간 상체를 뒤로 크게 뒤틀어 피해냈다.

쐐액-

그리고 이처럼 자세가 무너진 내게로 새로운 비도들이 날아들었다.

‘젠장.’

근처에 있던 적의 시체를 들어 막아냈다.

푹! 푹! 푹!

이윽고 그 시체를 방패삼아 그대로 달려들었다.

‘···이런. 거리가 좀처럼 좁혀지지 않아.’

놈의 경신술이 생각보다 더 뛰어나, 따라잡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어찌하면 좋을까.’

물론 나 또한 경공을 모르는 건 아니다.

다만 천마신공에 어울리는 걸 아직 찾지 못해, 비교적 수련을 덜한 것일 뿐.

한참동안 쫓고 쫓기기를 반복했다.

그래도 다행히 전장의 상황은 내게 유리한 방향으로 돌아가기 시작했다.

마인들이 하나둘 전투 불능이 되어가고 있던 것.

결국 시간은 내 편이란 말이었다.

놈의 행동에서 점점 초조함이 묻어나기 시작했다.

나는 한 마리의 철갑을 두른 거북이처럼 놈의 비도를 꾸준히 막아냈다.

챙- 챙- 챙!

마침내 우리를 제외하곤 전투가 거의 끝이 난 상황.

놈은 이내 몸을 돌려 이곳을 벗어나려고 했다.

놈은 본인의 뛰어난 신법이라면, 능히 도주가 가능할 것이라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물론 지금까지의 상황만 놓고 보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추론이었다.

하지만

‘네 패배다.’

상대가 이 몸이라서 불가능했다.

순간.

나는 놈을 향해 들고 있던 검을 내던졌다.

슈욱-

여태 놈이 사용하던 비도술이었다.

전투 중에 익히고 따라한 것.

신법은 아무리 빨라도 비슷한 수준의 비도술 보다 빠를 수 없었다.

이윽고

푹!

검날이 놈의 등을 꿰뚫고 가슴으로 빠져나왔다.

“컥!”

외마디 비명과 함께 쓰러지는 놈.

나는 놈을 향해 달려갔다.

심장은 빗겨갔으니, 놈을 생포하여 천마신교의 동향에 대해 심문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그때였다.

치이익-

놈의 몸에서 뿌연 연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이내 놈은 순식간에 한줌 핏물이 되어버렸다.

‘이런.’

화골산이란 독극물로 스스로의 몸을 녹인 것일 테다.

아마 흔적을 남기지 않기 위함이었을 터.

주변에서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마, 마교인가 봐!”

“나도 들어본 적 있어! 놈들은 죽을 때 시체를 남기지 않는다고!”

“어금니에 화골산을 박아놓고, 독단 깨물 듯이 깨물어 몸을 녹인다지?”

뿌드득.

이가 갈렸다.

동시에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이로써 놈이 마교도일 것이란 추측은 확신이 되었다.

아무래도 약왕의 보물 사건에 천마신교도 발을 담그고 있는 것 같다.

***

습격을 겪은 이후.

금화표국의 표행단은 객잔에서 잠을 청했다.

뒤숭숭한 시기이니 만큼, 당분간은 야영을 자제하기로 결정을 내린 것.

물론 객잔이라고 해도 안전하기만 한 건 아닐 테지만,

그래도 야영보단 백 번 나을 터였다.

섬서성 순양시의 박인객잔 일 층.

금태천은 소면을 한 그릇 시켜놓고 젓가락으로 깨작거리고 있었다.

‘내가 만약 고집만 부리지 않았더라면···.’

전날 있었던 습격에 대해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그랬다면 둘째 형 일행과 떨어지지 않았을 테니, 대처도 한결 수월했을까?’

물론 결국엔 둘째 형의 도움을 받아 습격을 무사히 막아내긴 했다.

표사들의 인명 피해도 그리 크지 않았고.

···그렇지만 표물이 망가지는 것을 막아내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였다.

그들이 운반하고 있던 녹송석 공예품들은 절반 이상이 금이 가거나 깨지고 말았다.

애초에 녹송석이 충격에 약한 광물인 탓도 있을 테지만.

그건 그들에게 호송 의뢰를 맡긴 상단에서, 눈 하나 깜짝하지 않을 변명일 것이다.

결국 이는 당연히 표행의 실패를 의미했고.

표행의 실패는 막대한 보상금과 금화표국의 파산을 의미했다.

‘어떻게 해야 하지?’

골똘히 머리를 싸매보지만, 뚜렷한 해결책이 생각나지 않았다.

상상할 수 없는 우울감에 가슴이 답답하고 귀까지 먹먹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데,

가만히 그의 옆자리에 앉는 사람들이 있었으니.

둘째 형의 무리였다.

금태산과 그의 시비.

그리고 호송 의뢰를 맡은 자매.

‘둘째 형이 데리고 나온 건가.’

괜히 우울해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기 싫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그때였다.

“네 책임이 아니다.”

귓가로 나지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고개를 돌려 말을 한 당사자를 봤다.

둘째 형이었다.

그는 별일 아니라는 듯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말하고 있었다.

“마교의 놈들이었다. 이런 걸 우린 불가항력이라고 하지.”

다리가 벌벌 떨렸다.

자리를 피하고 싶은데, 움직이질 않았다.

털썩-

결국 다시 자리에 앉았다.

고개를 숙여 깨작거리던 소면을 바라봤다.

“···하지만 손해는 손해잖아.”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이대론 파산하고 말거야.”

잠시 숙연한 공기가 내려앉았다.

둘째 형도 이 말엔 달리 해줄 수 있는 위로가 없나보다.

괜히 감정만 북받쳐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그런데 그때였다.

“···저 공자님들.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요.”

둘째 형의 전속 시비인 소령의 목소리였다.

‘뭘 모른다는 거지?’

고개를 돌려 대답할까 하다가, 눈물을 들키기 싫어 그냥 못 들은 체했다.

이에 둘째 형이 대신 대답을 했다.

이윽고 그녀가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마교면 무림맹에서도 쫓고 있는 거 아니에요?”

무슨 소리를 하나 했더니.

‘···저런 당연한 소리를.’

“···저는 잘 모르지만, 그럼 신고 보상금도 있지 않을까요? 얼마 전에 그런 규정이 생겼다는 얘기를 우연히 들은 것도 같아서요. 요즘 마인들 잡는 게 워낙 위험해져서 신설했다고···.”

순간 모두의 눈이 번쩍 뜨였다.

그러고 보니 그랬다.

금태천도 얼마 전 그런 이야기를 얼핏 들었던 것도 같다.

다만 생긴 지 얼마 안 된 규정이라 많이들 모를 테다.

애초에 몇 되지 않을 테지만, 알고 있던 사람들도 다들 워낙 경황이 없어 깜빡한 모양이고···.

다음 행선지가 무림맹 섬서 지부로 정해지는 순간이었다.

***

섬서성 종남산으로 향하는 행렬 속.

“소령아, 네 공이 크다.”

“뭘요. 공자님. 직접 싸우신 공자님도 계신데요.”

“앞으로도 하고 싶은 말 있으면 망설이지 말고 다 해.”

다그닥. 다그닥.

나는 소령과 진희원, 진소원이 타고 있는 마차의 옆에서 말을 몰며, 피식- 웃었다.

‘이러면 손해를 메우고도 남는 건가?’

무림맹 섬서 지부의 총관과 나눈 대화가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아니, 이럴 수가! 어떻게 마인이 섬서까지!”

“그럼 신고 포상금도 나오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신고 포상금만 나오겠습니까. 보자. 머릿수가 하나둘셋···. 마인들 머리 당 추가금도 지급됩니다. 그리고 여기 화골산의 흔적도 있으니. 특별금도···.”

상당히 말이 많은 총관이었지만,

그래도 금화표국의 금전적 문제는 호쾌하게 해결해주었다.

정확한 액수는 내부에서 상의를 거쳐야 할 것이라 했지만,

넌지시 말해준 금액만으로도 이번 표행의 손실은 매우고도 남을 것 같았다.

‘이정도면 충분하지.’

그렇게 얼마나 더 이동했을까.

“표두님, 종남산까지 얼마나 남았어요?”

문득 마차 창문 밖으로 머리를 빼꼼 내민 진소원이 물어왔다.

나는 잠시 아이를 바라보다 웃으며 대답해주었다.

“이제 거의 다 왔구나.”

아이는 곧 친척을 만난다는 말에 굉장히 들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우와! 언니. 언니. 곧 도착이래!”

반면 창문 틈새로 보이는 진희원의 모습은···

‘동생만 친척 분한테 맡기고 본인은 다시 호북으로 돌아간다고 했지?’

아이와 상당히 대비됐다.

그녀는 눈동자에 한껏 슬픔을 머금고 있었다.

물론 어떤 사정이 있는지는 여전히 알지 못한다.

혹시 소령은 알까 싶어 슬쩍 물어봤지만, 그 사정만큼은 소령도 알지 못했다.

“언니, 친척 분은 어떤 사람이야?”

“음, 굉장히 좋은 사람?”

···저 질문만 몇 번을 주고받는지.

마침내 눈앞에 목적지가 보인다.

종후무관.

저곳이 목적지라고 했다.

우린 상당히 천천히 마차를 몰고 있었다.

첫째는 진희원의 어지럼증 때문이었고.

둘째는 둘이 조금이라도 더, 시간을 오래 보낼 수 있도록 해주기 위함이었다.

이윽고 무관 앞에 도착했다.

자매가 마차에서 내렸다.

손을 흔드는 진소원에게 마주 손을 흔들어주었다.

“달포 뒤에 이 앞으로 마중 나오겠습니다.”

진희원에겐 달포 뒤 다시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겼다.

진희원은 일전에 달포 정도 동생과 머물렀다 내려가고 싶다고 요청했었다.

당연히 난 달포 남짓의 시간 동안 청염단을 찾기 위해, 종남산을 이 잡듯이 뒤질 계획이었다.

물론 마인들은 조심하면서 말이다.

마인들 때문에 포기하기에는 청염단이 지닌 약효가 너무도 뛰어났으니까.

당시 강불해는 이걸 자신의 부하에게 먹였었는데.

그 부하는 청염단을 먹고···.

그렇게 인사를 마친 뒤 말머리를 돌렸다.

‘보자. 이제 영약을 구하기 위해 본격적으로 준비를 해볼까?’

히이잉-

그런데 그때였다.

‘음? 왜 다시 돌아오지?’

진희원이 별안간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는 것 아닌가.

나는 잠시 말을 멈춰 세웠다.

“무슨 일 있습니까.”

곧 도착한 진희원이 말했다.

“이거요.”

“이게 뭡니까?”

순간 두 눈에 의아함이 맺혔다.

‘후박엿?’

“깜빡하고 표두님께는 못 드린 것 같아서요. 소령 언니한테만 주고···.”

그러고 보니 그랬다.

물론 나 또한 맛을 보긴 했지만, 그건 소령이 자신의 몫을 몰래 나눠줘서 그런 것 아닌가.

나는 입가에 진한 웃음을 만들며 후박엿을 주머니에 넣었다.

“고맙습니다.”

훈훈하게 웃으며 인사했다.

‘참 좋은 사람이네.’

영약을 찾으러 가는 길.

덕분에 푸근한 마음으로 움직일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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