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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마교관-670화 (외전 완결) (670/670)

# 670

귀환 마교관

670화(외전 43)

금의환향이었다.

멸마궁은 임무를 마치고 복귀한 백화단과 지원 나갔던 무인들을 성대하게 맞이해 주었다.

사실 궁주인 사비강조차도 이번 임무가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던 터였다.

때문에 그는 멸마궁으로 미리 기별을 넣어 연회를 준비하도록 했다.

고생한 딸과 수하들을 위한 배려였다.

뿐만 아니라, 멸마궁은 모처럼 강호 명숙까지 초빙했다.

그 바람에 연회장은 이른 저녁부터 많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역시 가장 분주하고 정신없는 사람은 조문탁이었다.

천방지축으로 날뛰는 쌍둥이를 잡으러 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연회 준비를 도왔던 유정은 무사히 돌아온 남편 자운룡을 반갑게 맞이했다.

그리고…

“혁아, 혁아! 내 아들 어디에 있니?”

연회장에 들어서자마자 단리혁을 찾는 설서린.

“령아! 령아!”

눈을 희번덕이며 옹수령을 찾아 헤매는 구강룡,

“등아! 어디에 있느냐? 너 이 녀석, 분장을 왜 지운 게냐? 이러다가 누가 못 알아보면 어쩌려고!”

얼굴을 보자마자 분칠부터 하려드는 등자경까지.

한때 사비강과 함께 이 강호를 지켰던 영웅들이 한자리에 모두 모였다.

혈사련주인 소천악과 그의 아들 흑귀 역시 초빙되었다.

적어도 이 멸마궁에서만큼은 정사의 구분이 의미 없어진지 오래였다.

특히 이번 사건으로 인해서 강호는 다시 한 번 각성하게 되었으리라.

중요한 건 정과 사가 아니라, 강호의 단합이라는 것을.

구강룡은 옹수령이 환골탈태했다는 사실을 두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지 연신 눈물을 흘렸다.

“네가… 크흡! 마침내 네가… 해냈구나. 사랑한다, 내 조카!”

누가 알았을까?

그 강단 있고 고집 센 구강룡이 조카에게 저렇게 절절 맬 줄을.

한편 연회장 한쪽에서 두 손을 맞잡은 석검영과 연설연.

두 사람은 서로를 애틋하게 바라보았다.

이제 부모님을 만나는 순간 다시 서로를 외면해야 한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팠다.

“저… 연 소저. 그간 즐거웠소.”

“저도 석 공자님과 마음껏 무공을 펼칠 수 있어서 행복했답니다.”

“부디… 몸 건강하시오.”

“네, 석 공자님도….”

연설연이 뭐라고 말을 하려고 할 때였다.

“검영아! 여기 있었구나!”

석탄강의 목소리에 연설연이 화들짝 놀라면서 얼른 손을 빼냈다.

마침 연우경과 목단화 역시 이곳으로 오고 있었다.

“연아, 그 외진 곳에서 뭐하느냐?”

연우경이 못마땅한 표정으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자연히 두 사람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석탄강과 유송령, 연우경과 목단화가 같은 자리에 있자, 오히려 석검영과 연설연이 어색한 얼굴이 되었다.

“이제 가려고 했습니다.”

“맞, 맞아요. 잠깐 작별 인사를 나누느라….”

석검영의 말에 연설연이 얼른 말을 덧붙였다.

그러자 목단화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작별 인사라니? 어딜 가려고?”

“네? 하지만… 제가 석 공자와 함께 있는 걸….”

“자자, 잡설은 그만두고 본론부터 말하는 게 어때?”

갑자기 유송령이 불쑥 끼어들면서 묻자, 연설연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반문했다.

“네? 본론이라니….”

“너희들 혼인식은 언제가 좋겠니?”

“예?”

“네?”

석검영과 연설연이 화들짝 놀라서 되물었다.

두 사람은 귀를 의심했다.

난데없이 혼인식이라니?

마침 목단화도 나섰다.

“그래, 우리가 생각해 보니 너희 둘은 참 잘 어울리는 것 같아서 말이야. 천생연분이 따로 있겠니? 너희들을 두고 하는 말이겠지.”

목단화의 말에 석검영과 연설연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두 사람을 말려야 할 석탄강과 연우경도 옆에서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

‘도대체 우리가 없는 사이에 이분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석검영과 연설연의 머릿속에는 그런 의문이 떠올랐다.

“자자, 이제 혼인 날짜부터 생각해보자.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석 달 안에 진행했으면 하는데 말이야.”

그러자 연우경이 버럭 소리쳤다.

“어허, 이 사람! 무슨 소리를 하는 건가? 석 달이라니. 너무 오래 걸리네. 한 달 안으로 진행하세. 아니, 연회가 끝나면 바로 하는 것도 나쁘지 않지.”

“허허, 그런가? 하긴 그것도 좋지.”

“자, 너희들 생각은 어떠냐?”

“괜찮지? 너희들도 찬성이지? 어서 대답해 보아라.”

갑자기 추궁이 시작되자, 석검영이 당황해서 소리쳤다.

“잠깐! 잠깐만요! 갑자기 왜 이러세요? 저희가 혹시 뭔가 굉장한 잘못을 저질렀나요? 차라리 때리세요.”

연우경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그게 무슨 소리냐? 내가 왜 사랑하는 딸과 소중한 사위를 때리겠느냐?”

“그러게 말이야. 영아, 나도 내 아들과 며늘아기를 때릴 생각은 추호도 없다.”

유송령까지 거들었다.

이제 석검영과 연설연은 멍한 표정이 되었다.

“자, 혼례에 대해 자세히 얘기 나눠 보세.”

석탄강이 두 사람을 떠밀며 걸었다.

두 사람은 귀신에 홀린 표정으로 터벅터벅 걸음을 옮겼다.

마침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 단리정이 눈살을 푹 찌푸리고는 나타나서 주변을 둘러보았다.

“도대체 우리 아들은 어디로 간 거야?”

**

모두가 연회장에서 시끌벅적한 분위기를 즐기고 있을 때, 단리혁은 조금 떨어진 별채 입구에서 서성였다.

옥류향이 머물면서 진백에게 치료를 받는 요양처.

그래서인지 연회장과 달리 이곳은 무척이나 조용했다.

한참을 망설이던 그가 우뚝 멈춰 서서는 크게 심호흡을 했다.

‘그래, 정면으로 마주 보자.’

마음을 굳힌 그가 막 걸음을 내딛으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문이 열리면서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

“아!”

두 사람이 동시에 서로를 보고는 탄성을 터뜨렸다.

단리혁은 그녀를 한눈에 알아보았다.

달빛을 받으며 서 있는 여인은 바로 옥류향이었다.

두 사람의 눈동자가 격하게 떨렸다.

“향아….”

단리혁의 목소리가 떨렸다.

잠시 멍한 표정으로 서 있던 옥류향이 이내 부드러운 웃음을 머금고 입을 열었다.

“혁아… 혁이 맞지?”

“아…, 응. 어디 나가는 길이었나 봐.”

“응….”

“어딜…?”

어색한 대화가 오갔다.

너무 오랜만이었다.

서로가 성장한 모습이 조금 낯설게 느껴질 만큼.

어쩌면 항상 서로를 그리워했기에 더 그랬는지도 모른다.

늘 오래전 그때의 모습만 매일 같이 떠올렸을 테니까.

“…연회장에.”

“아….”

단리혁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입을 다물었다.

무슨 말을 어떻게 이어 가야 할지 생각나지 않았다.

정말이지 고개를 들 수 없을 만큼 어색한 상황이 계속 이어졌다.

침묵을 먼저 깬 것은 옥류향이었다.

“넌 어디 가는 길….”

“아, 난 잠깐 산책하러. 답답해서.”

“아… 그래.”

왜 거짓말을 했을까?

왜 널 보러 왔다고 말하지 못했을까?

아직도 용기가 부족한 거냐?

단리혁은 스스로를 질책하면서도 입으로는 엉뚱한 말을 뱉었다.

“그럼… 가봐.”

“응?”

“연회장….”

“아… 이젠 안 가도 돼. 괜찮아.”

“왜…?”

“그냥… 그곳에서 보고 싶었던 사람… 이제 봤으니까.”

대답을 하는 옥류향이 살짝 붉어진 얼굴로 미소를 지었다.

그 순간 단리혁의 가슴이 내려앉았다.

그와 동시에 다리에 힘이 풀렸다.

단리혁은 그렇게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미안해! 정말 미안해! 나 때문에… 네가 나 때문에…!”

결국 단리혁은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그날 어머니 품에 안겨서 다 울지 못했던 걸까?

그때의 그 감정이 다시 고스란히 돌아와 있었다.

눈물이 차올라 목소리가 이어지지 않았다.

미안한 감정인지, 슬픈 감정인지 모를 정도로 울음만 가득 찼다.

“그날 내가… 내가 더 잘했어야…!”

울면서 말을 뱉으니 무슨 말인지 스스로도 모를 지경이었다.

그러던 어느 순간 단리혁이 우뚝 멈췄다.

그의 어깨를 어루만지는 부드러운 손길.

단리혁이 고개를 들어보니 옥류향이 부드러운 표정을 지으며 마주 쪼그리고 앉았다.

“혁아… 고마워. 날 찾아와줘서.”

“흑…!”

단리혁은 결국 다시 아이처럼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그가 잔뜩 울음에 젖은 목소리로 말했다.

“미안해… 더 일찍 찾아오지 않아서… 난… 미안해서… 너무 미안해서… 난….”

“괜찮아. 그리고 고마워. 혁아. 보고 싶었어.”

“나도… 나도 보고 싶었어!”

두 사람이 서로 부둥켜안았다.

옥류향의 눈가에도 이슬이 맺히더니 곧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녀는 생각했다.

지금 흘리는 이 눈물은 분명 달콤한 눈물일 것이라고.

그리고 멀찍이 그들이 내려다보이는 지붕 위.

사비란이 남몰래 눈가를 훔치고는 중얼거렸다.

“칫, 망나니 같은 녀석이 사람 울리네.”

그때.

“너, 우냐?”

불쑥 들린 목소리.

“앗!”

깜짝 놀란 사비란이 옆에 서 있는 사비강을 보고는 눈을 흘겼다.

“아빠! 기척 좀 내달라니깐.”

“기척을 낸 거다.”

“거짓말.”

“진짠데.”

“안 믿어.”

“슬프네. 딸이 아빠를 안 믿는다니.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세상에서 네가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남자다.”

“피이. 언젠간 나한테도 아빠보다 더 믿을 수 있는 남자가 나타날 걸?”

순간 사비강이 흠칫거리고는 돌아보았다.

“너, 설마….”

“뭐? 왜?”

“남자 생겼냐?”

“무슨 말이야? 아직 그런 것 없어.”

“그렇지? 아직 없지?”

사비강이 다소 안도하는 표정으로 묻자, 사비란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너무하네. 이러다가 딸래미 혼사까지 막겠어.”

“막아야 한다면 막아야지.”

“어어, 아빠가 그런 말 하니까 좀 섬뜩한데?”

“역시 그렇지?”

사비강이 히죽 웃자, 사비란이 입술을 비죽 내밀었다.

“그 표정 바보 같아.”

“이 녀석이 아빠한테 말버릇 보게.”

사비강이 이맛살을 잔뜩 찌푸리자, 사비란이 풋 웃었다.

그제야 사비강 역시 희미한 웃음을 머금었다.

사비란이 밤하늘을 보며 물었다.

“그런데 어떻게 한 거야?”

“뭘?”

“섬검목가와 흑천도가를 화해시킨 것.”

“그건 네가 했지.”

“하지만 혼사 이야기가 나올 정도는 아니었어. 그 후에 아빠가 손을 쓴 거겠지.”

“오, 역시 우리 딸은 똑똑해.”

“어떻게 한 거야?”

“그냥… 둘이 사이좋게 지내면 기가 막힌 무공을 전수해 주겠다고 했지, 뭐.”

“정말 그런 게 있어?”

“있겠냐? 그냥 열심히 굴려야지.”

“헐. 그러다가 아빠 미움 받아.”

“괜찮다. 공공의 적이 생기면 그들은 더욱 결속하게 될 테니까. 기어이 내가 희생해 주지.”

“그게 아니라… 아빠 즐기는 것 같은데. 남을 골려먹는 것 자체를.”

“헛! 눈치 챘냐?”

“아빠도 참.”

다시 한 번 사비강과 사비란이 동시에 웃음을 터뜨렸다.

한참 후 사비강이 저만치 걸어가는 단리혁과 옥류향을 보며 물었다.

“이번 임무를 통해서 뭘 좀 느꼈느냐?”

“응. 많이 느꼈지.”

“그럼, 어디 감상을 좀 들어볼까?”

“역시 남자를 빨리 만나서 나도 허전한 옆구리를 채우고 싶다는 것.”

“딸….”

사비강은 이제 거의 울상이 되어서 사비란을 돌아보았다.

사비란이 깔깔거리며 말했다.

“농담이야, 농담.”

“역시 그렇지?”

“그런데… 한 가지 궁금한 게 생겼어.”

“뭔데?”

사비란이 사비강을 돌아보았다.

“아빠는 왜 그렇게 강호를 지키려고 했어? 구석구석 살펴보면 이 강호… 정말 엉망진창인데. 온갖 나쁜 일도 많이 일어나고. 악인들 투성이잖아.”

“그런 것… 알 게 뭐냐?”

“응?”

“그런 것까지 생각하면 뭘 어떻게 하겠어?”

“그럼….”

“그냥… 그저 내 앞에 놓인 소중한 것들을 지키기 위한 것이었을 뿐. 당장 내가 사랑하고, 내게 소중한 사람을 지키기 위해서. 그래, 그냥 그게 전부였다.”

사비란은 말없이 사비강의 옆모습을 바라보았다.

왜일까?

처음으로 아빠가 멋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빠.”

“응?”

“나, 아빠 같은 남자랑 혼인해도 좋을 것 같네.”

“오오, 정말이냐? 잠깐… 이거 좋아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나 같은 놈이라… 좀 애매한데?”

“뭐야? 아빠!”

“하하하!”

사비강의 웃음에 사비란도 웃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아스라이 연회장의 흥겨움이 전해져 왔다.

사비강이 나직이 읊조렸다.

“우리 딸, 언젠가는 아빠보다 훨씬 널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서 혼인해라. 아빠 정도로는 어림없지.”

“응? 뭐라고?”

“아니야. 아무것도.”

사비강이 예의 그 바보 같은 웃음을 씨익 그렸다.

마침 두 사람의 웃음 위로 풍등이 날아오르고 있었다.

그랬다.

삼십여 년 전 그날처럼.

저마다의 염원이 담긴 풍등이 하늘 높이 날아오르고 있었다.

[귀환 마교관] (외전) 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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