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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마교관-622화 (622/670)

# 622

귀환 마교관

622화

삐죽한 가시가 길게 자란 채 입매를 비트는 아들러의 얼굴은 매우 흉측했다.

그는 가시에 박힌 채 기둥에 매달린 매설란을 보면서 음흉한 웃음을 흘렸다.

“꽤나 훌륭한 몸을 가졌군. 목숨을 끊기 전에 한 번 즐겨나 볼까?”

소름끼치는 웃음을 흘린 아들러가 혀로 입술을 핥자.

스스스슷…!

기둥과 천장, 바닥에서 꾸물거리는 촉수가 뱀처럼 뻗어 나왔다.

촉수는 곧 매설란의 온몸을 휘감아 왔다.

마계수와 기생충을 관장하는 악신에게 가호를 받는 아들러였다.

때문에 그는 지금 이 지하실과 완전히 동화된 상태.

즉, 촉수의 감촉을 그는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클클, 확실히 인간의 살결은 야들야들하구나.”

스스슷…!

촉수가 매설란의 매끈한 다리를 감으면서 올라갔다.

“이놈! 그만두지 못할까!”

추량이 버럭 소리 지르면서 몸을 날리려는데.

스스스슷!

빠르게 뻗어 나온 또 다른 촉수가 그의 몸을 얽어맸다.

“이익…!”

이를 악물고 내공을 끌어올려 보았지만 역부족이었다.

돌아보니 반묘 역시 사방에서 뻗어 나온 촉수에 얽매여 옴짝달싹도 못하는 상황.

“크읏…!”

“후후. 아직도 상황 파악을 못하는구나.”

아들러가 싸늘하게 웃었다.

그때였다.

“상황 파악을 못하는 건 그쪽도 마찬가지 같은데?”

차분한 목소리.

아들러가 미간을 찡그리고는 눈길을 돌렸다.

가시에 박힌 매설란이 희미한 웃음을 짓고 있는 게 아닌가?

“무슨….”

“가시가 너무 투박해서 감각이 떨어진 모양이야.”

“……!”

그제야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은 아들러가 눈을 크게 부릅떴다.

“네년…! 어떻게…?”

츄리리리릿!

매설란의 몸을 휘어 감던 촉수들이 빠른 속도로 움직이더니 그녀의 옷깃 일부를 찢었다.

촤아아악!

찢어진 옷자락 사이로 반짝이는 비늘 같은 것이 보였다.

보통 사람의 눈으로는 잘 볼 수 없었지만, 마족인 아들러에게는 그 비늘이 분명히 보였다.

‘드래곤의 비늘…!’

그랬다.

매설란이 속곳 대신 착용하고 있는 것은 바로 예전에 사비강이 선물해 주었던 용린갑.

가시가 미처 그 용린갑을 뚫진 못한 것이다.

매설란의 입가에 싸늘한 조소가 서렸다.

“이제 상황 파악을 좀 하셨나?”

다음 순간.

“하아아앗!”

그녀가 날카로운 기합성을 터뜨리면서 두 자루의 검을 동시에 휘둘렀다.

쒸아아아앙!

퀴리리리릿! 퀴퀴퀴이이잇!

두 줄기의 강기가 칼끝에서 매섭게 날아갔다.

마치 두 마리의 뱀이 가시를 휘어 감으며 뻗어 나가는 듯했다.

그와 동시에.

- 크르러렁!

반묘가 우렁찬 포효를 터뜨렸다.

그 순간 뱀처럼 뻗어 나가던 강기는 두 마리 용으로 변했다.

콰라라라라라락!

“허업!”

아들러는 어금니를 꽉 깨물고는 모든 촉수를 자신의 앞으로 모여들게 했다.

촤촤촤촤촤촤아아악!

두 마리 용이 수많은 촉수들을 물어뜯으면서 허공에서 사라졌다.

간신히 공격을 막았다고 생각한 아들러는 다음 순간 또 한 번 두 눈을 찢을 듯 부릅떴다.

콰라라라라라라락!

이번에는 네 마리의 용이 자신을 향해서 날아드는 것이 아닌가?

뒤를 이어 여덟 마리, 열여섯 마리의 용이 날아들었다.

“이익…!”

그가 당황하는 사이 반묘가 다시 한 번 포효를 터뜨렸다.

- 크르러러렁!

그 소리가 마치 아들러에게 향하는 용들의 울부짖음처럼 들렸다.

마침내.

“안 돼애애액!”

촤촤촤촤촤촤촤아악!

아들러의 전신이 사행기검의 강기에 사정없이 난자당했다.

“크아아악!”

긴 비명이 울린 끝에 가시처럼 뻗었던 촉수가 조각조각 부서지면서 무너져 내렸다.

탁!

바닥에 착지한 매설란이 잠깐 균형을 잃고는 비틀거리자, 추량이 얼른 달려왔다.

“총관님! 괜찮으십니까?”

“괜찮… 쿨럭!”

매설란이 기침을 하며 피를 토했다.

용린갑 덕분에 치명상은 피할 수 있었지만, 아들러가 쏘아낸 가시에 맞으면서 내상을 입은 탓이다.

한편, 사행기검 초식에 당한 아들러는 커다란 기둥에서 천천히 떨어져 나오더니 그대로 앞으로 ‘쿵!’ 소리를 내며 쓰러졌다.

다음 순간.

드드드드…!

구구구구궁…!

바닥과 벽, 천장이 진동하면서 격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아들러가 갑자기 쓰러지자 마계수에 변화가 생긴 게 분명했다.

주위를 둘러보던 추량이 얼른 매설란을 부축해서 일으켰다.

“아무래도 여길 빠져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때.

스스스슷…!

바로 앞에서 무언가 불룩 솟아오르더니 매설란을 향해 확 달려들었다.

찰나지간 반묘가 포효를 터뜨리며 매설란의 앞을 막아섰다.

- 크르러렁!

“크윽! 이 미물 따위가!”

상대는 다름 아닌 아들러였다.

바닥과 한몸처럼 이어져 있는 그는 팔을 물고 늘어지는 반묘를 떼어내기 위해 마구 허우적거렸다.

그러는 사이 추량이 얼른 달려가 마나검을 내질렀다.

“좀 죽어라앗!”

쑤아아아앙!

푸욱!

“커억!”

아들러의 동공이 커졌다.

“네, 이놈…!”

돌기가 빼곡하게 박힌 아들러의 흉측한 얼굴이 더욱 보기 싫게 일그러졌다.

츠츠츳…!

돌기들이 점점 자라면서 추량을 휘어감을 듯 뻗어오는데.

촤아아악!

한 줄기 빛이 아들러의 목을 긋고 지나가더니.

츄아아아아!

피가 분수처럼 터져 나오면서 그의 머리가 바닥에 툭 굴러 떨어졌다.

“후우!”

매설란이 어깨를 늘어뜨리고는 깊은 숨을 내쉬었다.

정말이지 마지막 남은 힘까지 짜내어 가한 일격이었다.

추량이 미간을 찡그리고는 아들러의 가슴에 박혔던 마나검을 뽑아냈다.

쑤우욱!

마침내 아들러의 몸이 그대로 ‘철퍽!’ 소리를 내며 넘어가더니 지하 바닥에 완전히 녹아들어 갔다.

부글부글 끓으면서 녹아드는 그를 보며 매설란이 질린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이젠 확실히 죽었겠죠.”

“그럴 겁니다. 아으! 징글징글한 놈. 어서 여기서 나가죠.”

두 사람은 조금씩 무너져 내리는 지하실에서 서둘러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

꽈아아앙!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마치 운석이 땅에 곤두박질치는 것만 같은 충격이 천지에 격동했다.

거대한 몸집을 가진 타란트는 거침없이 공격을 퍼부었다.

콰콰콰콰쾅!

외형으로만 보자면 정말이지 ‘싸움’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을 정도의 격차였다.

사비강에게 반격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거대한 타란트가 휘두르는 마력검은 하늘에서 연신 내려치는 번개처럼 보였다.

꽝! 꽈아앙! 꽝꽝!

먼발치에서 이 과정을 지켜보는 강호 명숙들과 무인들은 그저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충격과 공포 그 자체.

신과 인간이 싸우는 모습이 저런 것인가?

아니, 과연 싸움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까?

진노한 신이 인간을 찍어 누르는 것과 무엇이 다른가?

하지만 분명 타란트는 필요 이상으로 분노하는 듯했다.

연신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고함을 내질러댔고, 그의 공격은 번번이 사비강에게 막히는 듯했다.

마침내 타란트가 허공으로 훌쩍 날아올랐다.

그 육중한 체격이 허공으로 도약한 모습은 너무나 비현실적이었다.

곧이어 그가 혜성처럼 떨어져 내리며 일갈했다.

“하찮은!”

마력검이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사비강을 내려찍는 순간.

쩌어어어엉!

공간이 뒤틀려 버릴 만큼 강렬한 소음이 터지는 동시에 사방에서 흙먼지가 자욱하게 일어났다.

슈우우우욱!

튕기듯 날아간 사비강이 그대로 암벽에 부딪쳤다.

꽈다아앙!

쿠르르르르!

암벽이 부서져 내리면서 사비강을 덮었다.

구구구구궁!

다시 한 번 자욱하게 먼지가 일어나면서 사비강의 신형을 완전히 덮었다.

잠시 후 먼지 안개가 차츰 사라지자, 무너진 바위를 딛고 선 사비강의 모습이 천천히 드러났다.

“실컷 까불었나?”

사비강이 싸늘한 조소와 함께 물었다.

순간 발끈한 타란트가 곧 냉정함을 되찾으며 중얼거렸다.

“슈비츠… 약점을 없애버렸다는 건가?”

“약점이라….”

“너희 인간의 가장 큰 약점은 바로 갈대처럼 흔들리는 감정이지. 쉽게 희망을 품었다가 너무나 쉽게 절망하는. 지금 저들도 잠시나마 희망을 품었다가 뜻밖의 상황이 벌어지니 절망에 휩싸이지 않았나? 저리 되면 결국 인간은 자멸해 버리는 종족이지.”

타란트의 시선이 전장으로 흘깃 향했다.

전장에서는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많은 무인들이 껍질을 까고 나온 대마괴와 처절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아닌 게 아니라, 그들은 지금 잠시나마 품었던 희망을 잃고 절망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타란트의 시선이 다시 사비강에게 향했다.

“한데 너는 지금 그 감정을 배제한 것 같군.”

사비강이 피식 웃었다.

타란트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왜 웃지?”

“네 착각이 웃겨서.”

“착각?”

“그래. 나도 인간인 이상 감정이 없을 순 없지. 단지 지금 난 집중하고 있는 것 뿐.”

“집중이라… 그런다고 달라질 건….”

“뭐가 달라지는지 보여 주마.”

사비강이 말을 가로지르더니 히죽 웃었다.

그러고는 양손을 활짝 펼치자, 베르타스와 고스트가 허공에 둥실 떠올랐다.

잠시 후, 두 자루의 검이 형형한 빛을 뿜으며 빙글빙글 회전하면서 서서히 떠오르기 시작했다.

마치 검 하나하나가 각각의 의지를 가지고 움직이는 듯했다.

두 자루의 검이 품은 기운은 강기와도 다르고 오러와도 달랐다.

사비강은 이를 ‘태천원기(胎天原氣)’라고 이름 지었다.

이 세상이 만들어지기 위해서 응축되었던 태고의 기운!

사비강은 그 기운과 하나가 되어 있었다.

태천원기를 다루는 방법?

그런 건 모른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표현하기가 어렵다.

굳이 설명하자면 일반적인 내공심법과도 다르고, 혈맥을 타고 흐르는 길도 다르다.

어떤 면에서 보면 그것은 ‘법(法)’이나 ‘식(式)’에 얽매일 수 없는 경지.

현재 사비강은 인간의 한계를 초월한 상태.

때문에 그는 태천원기를 다루는 것이 숨 쉬는 것 마냥 자연스러웠다.

“이제부터 인류의 무서움을 뼈에 새겨 주마.”

마침내 사비강의 입에서 얼음장처럼 차가운 말이 떨어졌다.

타란트가 눈을 가늘게 떴다.

사비강이 나직이 말을 이어 갔다.

“감정 때문에 인간이 나약하다고 했나? 하지만 그 나약함이 강함을 만든다는 걸 가르쳐 주지.”

사비강이 손을 한 차례 저었다.

그러자 두 자루의 검이 붉은 기운과 검은 기운을 품은 채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쒸아아아앙!

두 자루의 검은 계속해서 솟아올랐다.

마침내 까마득하게 멀어져서 시야에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 모습을 잠깐 지켜본 타란트가 미간을 구겼다.

“뭐하는 거지?”

“당해 보면 알아.”

사비강이 나직이 읊조리듯 말을 이었다.

“네가 말한 그 절망 속에서 피어난 무공이다. 그 첫 번째 초식, 혼세식(混世式)!”

말을 마친 사비강이 그대로 손바닥을 땅바닥에 내려쳤다.

쩌어어어어엉!

고막이 터져 나갈 듯한 굉음과 함께 천지가 격동했다.

곧이어.

쫘자자자작!

츄파파파파파!

대지진이 일어난 듯 바닥이 쩍쩍 갈라지면서 그 사이로 태천원기가 마구 솟구쳐 올라왔다.

꽈과과과과과아앙!

‘천지격변’이라는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이리라.

땅이 흔들리면서 갈라지고 태천원기가 솟구치자, 하늘에 뜬 구름도 흔들리더니 무너지듯 비를 뿌리기 시작했다.

촤아아아아아!

곧이어 타란트가 딛고 선 땅이 쩌억 갈라지면서 끝 모를 낭떠러지가 나타났다.

“이 무슨…!”

갈라진 땅 아래에서는 태천원기가 거대한 작두처럼 날카롭게 솟구쳐 올랐고, 바닥은 끝없이 무너져 갔다.

타란트의 표정에서 당혹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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