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 마교관-608화 (608/670)

# 608

귀환 마교관

608화

파짓…! 치지짓!

“크읍…!”

능운파는 신음을 삼키면서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마왕을 노려보았다.

마치 보이지 않는 사슬에 꽁꽁 묶인 듯한 그는 허공에 뜬 채로 꿈쩍도 할 수 없었다.

‘이럴 수가…! 의념의 사슬에… 사로잡히다니!’

그랬다.

마왕은 손 하나 꿈쩍하지 않았다.

그저 싸늘한 눈초리로 돌아보았을 뿐이다.

그리고 자신은 마왕의 저 무방비한 모가지에 마력검을 쑤셔 넣기만 하면 끝날 일이었다.

한데…!

단지 마왕과 눈이 마주쳤을 뿐인데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어떻게… 이런…!’

고양이와 정면으로 맞닥뜨린 쥐는 도망갈 생각도 하지 못하는 법.

그 자리에서 온몸이 굳어 오줌을 지리면서 꼼짝도 못한다.

지금 능운파가 딱 그런 상태였다.

마왕의 의념에 사로잡힌 채 옴짝달싹도 할 수 없는 상황.

오로지 공포만이 전신을 음습해서 숨이 턱턱 막혀 왔다.

“그만 설쳐라. 너의 역할은 여기까지다.”

“누, 누가… 네놈 뜻대로… 커억!”

“무엄하구나.”

“크으윽!”

능운파는 보이지 않는 사슬에 목이라도 휘감긴 것처럼 고통으로 몸부림쳤다.

마침내 마왕이 손을 휘저었다.

마치 귀찮은 날파리를 쫓아내겠다는 듯한 태도로.

단지 그뿐이었다.

하지만 그 손짓 한 번에 능운파는 허무하리만치 날아가 버렸다.

파아앙!

“크아아악!”

단숨에 언덕 아래로 굴러 떨어진 능운파는 그제야 의념의 사슬에서 벗어나 몸을 벌떡 일으켰다.

“제길! 제길! 제기이일!”

그가 홧김에 소리를 버럭버럭 내지르면서 양손을 활짝 펼쳤다.

파짓! 파지지짓!

그의 두 손에 시커먼 마력검이 형성됐다.

그가 몸을 훌쩍 날려서 다시 언덕 위로 오르는 순간.

쑤아아아아앙!

순식간에 반투명한 막이 둥글게 형성되더니 능운파를 튕겨 내는 것이 아닌가?

터엉!

“커억!”

보이지 않는 막에 부딪친 능운파가 다시 진입을 시도했지만, 반투명한 막은 사라지지 않았다.

“빌어먹을!”

능운파가 마력검을 마구 휘두르자.

콰지지직! 치지지직!

검신과 막이 부딪치면서 연신 뇌전이 흐르는 소리를 울려댔다.

마치 외부로부터 사비강과 마왕을 보호라도 하는 듯한 막이었다.

때마침.

슈슈슈슉!

능운파 주위로 일곱 마족이 나타났다.

“폐하를 방해하지 마라.”

일곱 마족이 동시에 묵직한 목소리를 뱉어내더니, 허리춤에서 검을 뽑아 들었다.

그들은 마왕을 최측근에서 호위하는 수호마들이었다.

능운파가 이를 뿌득 갈고는 그들을 돌아보았다.

“네놈들이야말로… 이 몸을 방해하지 마라!”

그가 일갈을 터뜨리며 전광석화처럼 몸을 날렸다.

하지만 수호마들은 마족 중에서도 전투력 상위의 전사들이었다.

따다다당!

요란한 금속성에 이어 수호마들이 익숙한 차륜술을 펼쳤다.

쉬이잇!

까아앙!

“크읍!”

생각보다 강한 공격에 능운파가 입술을 질끈 씹으며 물러났다.

하지만 그에게 쉴 틈은 없었다.

조직적으로 훈련이 잘 된 수호마들은 쉴 새 없이 그를 몰아쳐 갔다.

쉬쉬쉬쉬쉿!

까가강! 따당!

능운파와 일곱 수호마들 사이에서 요란한 공방이 이어졌다.

연신 불꽃이 터져 나오고 여기저기에서 신형이 번쩍거리며 이동했다.

어느 순간 능운파가 마력검으로 바닥을 둥글게 그었다.

쿠콰콰콰콰콰아!

바닥의 파편이 허공으로 튀어 오르자, 능운파는 양손을 활짝 펼쳤다.

위우우우웅!

파편 하나하나에 마력이 덧씌워졌다.

일전에 사비강을 공격했던 그 수법과 같은 것이었다.

그때는 집을 부수어서 공격했다면, 이번에는 바닥의 돌덩이들을 이용해서 하는 공격이었다.

“뒈져랏!”

쓔슈슈슈슈웅!

날카롭게 갈린 돌덩이들이 마력에 휩싸인 채로 매섭게 날아갔다.

꽈다다다다다앙!

일곱 수호마들이 연신 검을 휘두르면서 날아드는 돌덩이들을 쳐냈다.

그 중 하나가 미처 돌덩이를 막아내지 못해 튕겨 날아갔다.

기세를 탄 능운파가 그대로 바닥을 차면서 수호마 중 하나에게 달려들었다.

“이 몸을 우습게보지 마라!”

그가 일갈을 터뜨리는 것과 동시에 보법을 밟으면서 그대로 마력검을 내질렀다.

이는 그가 인간이었던 시절 즐겨 사용하던 무공이기도 했다.

바로 일침혈검(一針血檢)이라는 초식으로 단 일 수에 적의 급소를 꿰뚫어 죽여 버리는 검초였다.

마침내 마력검이 수호마의 복부를 그대로 내질렀다.

푸욱!

“크읍!”

수호마가 이를 꽉 깨물고 신음을 흘렸다.

그런데.

“헛!”

능운파가 깜짝 놀라며 물러나려고 했지만, 복부가 뚫린 수호마가 그 상태에서 능운파의 팔을 휘어 감았다.

‘이런!’

능운파가 상대를 발로 걷어찼지만, 수호마는 끄떡도 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노옴!”

우렁찬 고함 소리와 함께 등 뒤에서 수호마가 칼을 내리쳤다.

촤아아악!

섬뜩한 파육음과 함께 등이 화끈거렸다.

“크이이이익!”

능운파가 이를 빠득 갈고는 전신에서 마력을 뿜어냈다.

그 순간 시커먼 마력 줄기가 뻗어 나가면서 팔을 잡고 늘어지는 수호마의 전신을 친친 휘어 감았다.

곧이어.

촤촤촤아아악!

수호마의 전신이 마력 줄기에 의해 갈가리 찢어지면서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변해 버렸다.

그 직후, 능운파의 머리로 칼날이 떨어져 내렸다.

“어딜!”

능운파가 버럭 외치면서 몸을 팽이처럼 회전했다.

휘파파파팍!

“크악!”

“크윽!”

수호마들이 튕기듯 날아가자, 능운파는 곧장 자신의 등을 벤 자에게 날아갔다.

“까불지 마라!”

일갈을 터뜨리는 것과 동시에.

촤아아아악!

그의 전신에서 다시 한 번 소유와 집착의 악신이 가진 권능이 발현됐다.

끈적끈적한 오러 줄기로 변한 마력이 그물처럼 뻗으며 날아갔다.

“이익!”

수호마가 얼른 칼을 휘둘러 오러 줄기들을 끊어내려고 했지만, 거미줄처럼 점성을 가진 그것들은 좀처럼 잘려 나가지 않았다.

능운파가 곧장 적의 품으로 쇄도하면서 마력검을 내질렀다.

파지지짓!

번개처럼 나타난 마력검이 그대로 심장을 꿰뚫으려는 순간.

푸욱!

옆구리에서 느껴지는 뜨끈한 감각!

“크억!”

신음을 뱉어낸 능운파가 비틀거리면서 물러났다.

어느새 나타난 또 다른 수호마가 그의 옆구리에 검을 내지른 것이다.

“이런 쳐 죽일…!”

능운파가 이를 빠득 갈고는 적을 노려보았다.

여섯 명의 수호마들이 흉흉한 살기를 드러내면서 능운파를 완전히 포위한 채 거리를 좁혀 왔다.

능운파가 연신 몸을 돌리면서 주변을 경계했다.

그가 하운트의 권능까지 흡수했다지만, 마왕을 측근에서 지키는 칠대 수호마들을 동시에 상대하는 건 무리였다.

게다가 부상까지 입은 몸.

‘이것들을 어떻게…?’

찰나.

스파파바밧!

여섯 명의 수호마들이 일제히 합공을 해왔다.

능운파가 몸을 재빨리 회전하면서 선풍폭검(旋風爆劍) 초식을 펼쳤다.

그의 마력검과 부딪친 수호마들의 검이 일시에 터져 나갔다.

콰콰콰콰콰앙!

부상을 깊게 입었던 탓에 적들에게 치명상을 줄 수는 없었지만, 거리를 충분히 벌리는 것에는 성공했다.

그 틈을 타서 능운파가 빠르게 도약하면서 날아올랐다.

후우웅!

그의 전신이 거뭇하게 변하면서 날개가 튀어 나왔다.

창공을 가르며 빠르게 날아간 능운파는 뒤에서 쏘아진 불덩이에 한쪽 날개를 맞고 그대로 곤두박질치고 말았다.

쿠당탕탕!

“크윽!”

수호마들은 끈질겼다.

그들은 블링크를 시전하면서 능운파를 끝까지 따라왔다.

마침내 절벽에 등을 기댄 능운파가 마력검을 앞세우고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이 썩을 놈들! 오냐, 끝까지 짓밟아 주마. 와라!”

수호마들이 무표정한 얼굴로 다가왔다.

그런데…

드드드드…!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절벽에서 돌무더기가 부스러지며 떨어져 내렸다.

흠칫한 수호마들이 서로 눈짓을 주고받더니.

스팟!

순간 눈 깜빡할 사이에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사라진 적들을 보면서 능운파는 긴장이 풀려 힘이 쭉 빠져 버렸다.

‘그나저나 저놈들이 왜…?’

조금 이상하다고 느낀 능운파가 고개를 돌린 순간.

“저건… 뭐야?”

그가 미간을 잔뜩 구기고는 협곡 사이를 바라보았다.

쿠콰콰콰콰콰아앙!

“크아아악!”

“살, 살려줘어억!”

“으아아악!”

수백, 아니 수천 명에 이르는 무인들이 떼로 몰려나오면서 비명을 내질러댔다.

그리고 그 뒤로는 두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괴생명체가 꾸물거리면서 기어 나오고 있었다.

대마괴였다.

대마괴의 속도는 어마어마했다.

경공을 펼치며 달려 나오는 무인들은 순식간에 대마괴에게 깔려 죽거나 그대로 삼켜지듯 흡수되고 말았다.

대마괴는 그야말로 거침이 없었다.

비좁은 협곡조차도 암벽을 무참히 부숴 가면서 전진해 오고 있었다.

그것도 한 마리가 아니었다.

둘, 셋, 넷…

‘제길, 어디서 저런 괴물이…!’

마침내 가까이 다가온 무인들이 능운파를 그대로 지나치면서 달려갔다.

공포에 질린 그들은 능운파의 존재를 눈치 채지도 못했다.

아니, 어쩌면 눈치를 챘지만 무시하고 있는지도 몰랐다.

더 큰 공포가 바로 뒤에 버티고 있으니 그럴 수밖에.

츄라라라라락!

마침내 새하얀 촉수가 능운파를 향해서 날아들었다.

“이 시건방진 미물 따위가!”

능운파가 버럭 고함을 내지르면서 날아드는 촉수를 마력검으로 쳐냈다.

투우웅!

하지만 마력검은 촉수를 잘라내지 못했다.

대신 촉수가 마력검에 엉겨 붙자.

파지지짓!

순식간에 마력검이 소멸되고 말았다.

능운파가 이를 빠득 갈고는 날개를 활짝 펼치며 날아올랐다.

“이놈이나, 저놈이나 나를 무시하는구나!”

일갈을 터뜨린 그가 순식간에 오러를 내뿜었다.

촤르르르르륵!

허공에 뜬 능운파를 향해서 다시 끈적이는 촉수 수십 가닥이 날아들었다.

동시에 능운파의 전신에서도 끈적이는 검은 오러 줄기가 뻗어 나갔다.

이윽고 촉수와 오러 줄기가 뒤엉키는 순간.

촤촤촤촤촤아아악!

놀랍게도 낫처럼 변한 오러 줄기가 대마괴의 촉수를 조각조각 잘라내는 것이 아닌가?

소유와 집착의 악신이 가진 점성의 강도가 더 강했던 것이다.

- 뀌야아아아악!

처음으로 촉수가 잘려 나가자, 잔뜩 화가 난 대마괴가 포효를 터뜨렸다.

대마괴의 표피에 드러난 수많은 얼굴들이 동시에 절규하며 비명을 내질렀다.

“크윽!”

능운파가 얼른 마력을 끌어올리며 버텼다.

찰나,

쒸아아아아앙!

“헛!”

촉수 하나가 다시 능운파를 향해 날아들었다.

촉수의 끝은 사람의 얼굴이었다.

입이 길게 찢어지면서 능운파를 집어삼키려는 순간.

“어림없다!”

능운파가 다시 한 번 소리치면서 쌍장을 뻗어냈다.

역시나 악신의 권능에 따라 끈적이는 검은 오러가 발출됐다.

꽈자아아앙!

검은 오러가 그대로 촉수를 감싸는 듯 하더니 그대로 폭발했다.

그 반발력에 능운파가 튕기듯 멀어졌다.

멀찍한 곳에 혜성처럼 떨어져 내린 능운파는 두 다리로 바닥을 세게 디뎠다.

콰앙!

그가 떨어진 주변으로 분화구처럼 움푹 구덩이가 파였다.

“훅, 훅, 후욱…!”

능운파는 옆구리에 난 상처를 쥐고는 숨을 몰아쉬었다.

식은땀이 이마에 송골송골 맺혔다.

“제길! 엉망진창이군!”

사비강과 함께 마왕을 죽이려고 했다.

한데 이젠 따로 떨어져서 마물과 싸워야 하는 신세라니!

정말이지 일이 엿같이 돌아가지 않나?

탁탁탁.

재빨리 혈을 짚어 지혈했다.

옆구리에서 피가 멈춘 것을 확인한 그는 천천히 심호흡을 했다.

저만치 먼 곳에서는 사비강과 마왕이 아직까지 싸우고 있었다.

빛이 번쩍이고, 핏빛 안개가 자욱하게 퍼지는가 하면, 어느 순간 새하얀 기운이 터져 나왔다가, 또 푸른빛으로 변하곤 했다.

더 이상 그곳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었다.

능운파는 이를 빠득 갈았다.

‘어쩌다가 이 지경까지…!’

그가 주먹을 콱 말아 쥐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언제 나타난 것인지 마물들이 어슬렁거리면서 그를 포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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