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 마교관-583화 (583/670)

# 583

귀환 마교관

583화

쿠콰콰콰콰쾅!

폭음이 연이어 터졌다.

“크읏!”

커다란 바위에 등을 부딪친 하운트가 신음을 터뜨리면서 울컥 피를 토해냈다.

‘칫! 어째서…!’

그의 두 눈이 퀭해졌다.

이럴 수는 없었다.

자신이 한낱 반쪽짜리 마족에게 밀리다니!

그것도 이제 막 마족이 된 햇병아리 아닌가?

천 년 이상을 살아온 자신이 갓 태어난 마족에게 당하는 꼴이다.

“노오옴!”

하운트가 발악에 가까운 고함을 내지르면서 양손을 앞으로 쭉 내밀었다.

솨솨솨솨솨아악!

그의 전신에서 희뿌연 오러가 수백 갈래로 뻗어 나가면서 능운파를 옭아맸다.

그를 가호하는 소유와 집착의 악신이 가진 권능이었다.

거미줄처럼 뻗어 나간 오러가 능운파를 친친 옭아매면서 마치 누에고치처럼 만들어 버렸다.

하운트가 광기 서린 눈으로 능운파를 노려보며 입매를 비틀었다.

“크크! 네놈이 아무리 날고 기는 반쪽짜리 마족이라도 이번엔 벗어날 수 없을 거다! 감히 순수 혈통인 내게…! 헛!”

말을 쏟아내던 하운트가 두 눈을 부릅뜨고는 실타래처럼 뭉친 능운파를 바라보았다.

실타래 복판에서 희미한 빛이 점점 진해지더니.

촤아아아아아아악!

강렬한 빛이 터져 나오면서 실타래 가운데가 쩌억 갈라지는 것이 아닌가?

순간 갈가리 찢겨 나간 실타래 사이로 능운파의 모습이 드러났다.

전신이 검게 물든 능운파는 어느새 날개까지 돋아나 있었다.

하운트의 동공이 크게 부풀어 올랐다.

‘저놈이…!’

능운파가 입매를 비틀었다.

“겨우 이 정도라니. 실망이 크군. 순수 혈통 나리.”

“이 건방진 놈!”

하운트가 버럭 소리치며 다시 한 번 수백 가닥의 오러를 쏘아냈다.

솨솨솨솨솨솨솨솨악!

하얀 오러 줄기가 마구 날아들자, 능운파의 신형이 빛살처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가 종횡무진하면서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촤촤촤촤촤촤촤촤악!

오러 줄기가 능운파의 검에 무참히 잘려 나가면서 하얀 실처럼 휘날렸다.

그 모습을 본 하운트의 표정에 절망감이 스쳤다.

“어째서 내 오러가…!”

저렇게 허무하게 잘려 나가서는 안 될 터였다.

자신의 오러는 다른 마족들과 질적으로 달랐다.

끈적이는 점성은 거미줄처럼 달라붙고, 탄성이 심하며 질긴 성질이 있었다.

한데 능운파가 휘두르는 검 앞에서는 그저 실뭉치와 다를 게 없지 않은가?

“내가 보통의 반쪽짜리 마족과 질적으로 다르다는 걸 잊은 모양이군. 내가 말하지 않았나? 나는 그 누구보다도 특별한 존재라는 것을!”

어느새 코앞에 나타난 능운파가 그대로 하운트의 이마를 향해 검을 내질렀다.

쒸에에에에엑!

“크웃!”

하운트가 사력을 다해 물러나면서 검을 휘둘렀다.

쩌까앙!

다음 순간.

솨솨솨솨솨솨솨솨악!

다시 한 번 그의 전신에서 오러 수천 가닥이 발출됐다.

하지만.

“가소롭군.”

싸늘하게 중얼거린 능운파의 눈이 일순 커졌다.

“하앗!”

그의 입에서 기합성이 터져 나오는 순간.

쫘자자자자자자작!

공기마저 얼어붙을 것만 같은 한기가 사방으로 훅 퍼져 나갔다.

하운트는 본능적으로 호흡을 멈추며 물러났다.

자칫 숨을 들이마셨다간 폐가 얼어붙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그 판단은 옳았다.

만약 무심결에 헛바람이라도 집어 삼켰다간 그의 기도와 폐는 그 즉시 얼어붙었으리라.

하지만 그의 움직임이 둔해지는 것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지금까지 쏟아낸 마력 때문에 체력이 다한 탓도 있었다.

능운파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느려 터졌다.”

파바바밧!

능운파의 검이 수많은 그림자를 만들어내면서 하운트의 전신 요혈을 노려 왔다.

투두두두두두두두웅!

하운트가 최대한의 마력을 쥐어짜내며 실드를 펼쳤다.

그가 펼치는 실드 역시 평범한 실드와 조금 달랐다.

소유와 집착의 악신이 가진 권능 때문에 훨씬 질기고 끈적이는 성질을 지니고 있었다.

때문에 능운파의 검봉이 닿을 때마다 하운트의 실드는 탄성을 가진 것 마냥 늘어나고 달라붙으면서 쉽게 뚫리지 않았다.

하지만 그마저도 지독한 한기가 주변을 감싸자 실드에 실금이 새겨지면서 곧 깨질 것만 같은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쩌어어억!

실드에 커다란 균열이 가더니.

쫘자자자자자작!

실드가 갈기갈기 찢어져 나가는 것이 아닌가?

‘젠장! 이럴 수는 없어!’

하운트는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자신에게 날아드는 검을 보았다.

곧이어.

푸푸푸푸푹!

능운파의 검봉이 하운트의 전신을 꿰뚫었다.

검을 휘둘러 막아내기에는 능운파의 움직임이 너무 빨랐다.

“커어억!”

하운트가 피를 토하면서 물러났다.

“이익…!”

이를 빠득 간 하운트가 마지막 마력을 쥐어짜면서 오러를 뿜어냈다.

“혼자만 죽진 않는다악!”

솨솨솨솨솨솨솨솨솨아악!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오러 줄기가 능운파의 전신을 감쌌다.

하지만 능운파는 가늘게 뜬 눈으로 하운트를 비웃을 뿐이었다.

“벌레처럼 버둥거리는 꼴이라니. 이제 보니 너희 마족은 한계가 분명한 종족이군. 인간의 장점과 마족의 장점을 고루 가진 나야말로 진정 최강의 존재다.”

말을 마친 능운파가 손에 쥔 검을 날려 보냈다.

쒸에에에에에엑!

동시에 그가 양손을 활짝 펼치자.

콰콰콰콰콰콰콰콰앙!

그를 향해 달려들던 오러 줄기들이 폭발에 휘말리면서 먼지처럼 흩어져 날아갔다.

다음 순간.

푸욱!

슈우우우우욱, 꽈다앙!

능운파가 날린 검이 그대로 하운트의 목을 뚫으면서 뻗어 나가 커다란 바위에 꽂혔다.

목이 꿰뚫린 하운트는 입을 쩍 벌린 채 바위에 매달린 형국이 되었다.

그는 절망 어린 눈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능운파를 바라보았다.

‘어째서 저런 반쪽짜리에게…!’

그는 끝까지 자신의 패배를 인정할 수 없었다.

천천히 다가선 능운파가 하운트의 가슴으로 손을 가져갔다.

츠츠츠츠츠츳!

그의 손가락에서 손톱이 칼날처럼 날카롭게 자라나오기 시작했다.

다음 순간.

푸우욱.

“커허어억!”

목이 뚫려 잔뜩 쉰 비명이 하운트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

곧이어.

부아아아악!

능운파는 망설임 없이 하운트의 심장을 뽑아냈다.

마침내 하운트는 한 차례 경련을 일으키더니 이내 고개를 푹 숙인 채 늘어지고 말았다.

능운파는 탐욕에 이글거리는 눈으로 펄떡이는 심장을 바라보았다.

‘드디어…!’

그의 손에 들린 심장이 일순 용암덩어리처럼 검붉게 변하더니.

스스스스스스!

검은 잿더미가 되어 능운파의 콧속으로 스며들었다.

깊이 숨을 들이 쉰 능운파가 이내 두 눈을 뜨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의 눈동자가 잠시 다양한 색깔로 변하다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가 양손을 쥐었다 펴길 반복하며 읊조렸다.

“소유와 집착의 악신이라. 나쁘지 않군. 지금까진 돼지 목에 걸린 진주였어.”

흡족하게 중얼거린 그가 바위에 꽂힌 하운트의 시선을 보다가 손을 뻗었다.

쒸이잉!

검이 뽑혀 나오면서 그의 손에 돌아오자, 심장을 잃은 하운트의 시신이 털썩 쓰러졌다.

능운파는 바리탄이 있던 곳으로 돌아와 목을 우두둑 꺾었다.

“그럼 새로 얻은 권능이나 즐기면서 좀 느긋하게 기다려 볼까?”

나직이 중얼거린 그의 몸에서 수백 가닥의 오러가 줄기줄기 뻗어 나오며 넘실거렸다.

하운트와 달리 칠흑처럼 검은 오러였다.

수백 가닥의 오러는 저마다 도검의 형상을 나타내면서 예기를 뿜어냈다.

다음 순간.

촤촤촤촤촤촤악!

수백 가닥의 오러 줄기가 뻗어 나가면서 주변의 나무들을 단숨에 썰어 나갔다.

잠시 후.

쿠구구구구구구구웅!

뿌연 흙먼지를 일으키면서 수십 그루의 나무들이 쓰러졌다.

능운파가 서 있는 곳을 중심으로 반경 십여 장에 서 있던 나무들이 초토화되었다.

“후후, 하하하하!”

그가 기분 좋게 웃음을 터뜨렸다.

확실히 강해졌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무공으로 따지자면 내공이 일 갑자 정도는 늘어난 기분.

능운파가 빙그레 웃으며 중얼거렸다.

“이왕이면 바리탄이 비헤더즈를 전부 제거하고 만신창이가 된 상태로 나타나면 좋겠는데 말이지.”

**

퍼콰콰콰콰콰콰아앙!

요란한 폭음 끝에 독으로 물든 진녹색의 눈보라가 태풍처럼 휘날렸다.

눈앞에 자욱한 독무 때문에 네 명의 비헤더는 눈살을 구기고는 가만히 기감을 끌어올렸다.

“죽었을까?”

라크나스의 말에 드라칸이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모르지. 하지만 적어도 치명상은 입었을 테지.”

“그렇겠지?”

“그럴 거다.”

드라칸이 고개를 끄덕이며 확신했다.

이 정도의 공격을 받으면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기적에 가깝다.

그럼에도 살아 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은 상대가 다름 아닌 바리탄이기 때문이다.

오래 전부터 전투력 하나 만큼은 인정받은 그였다.

방심은 금물이다.

조금 전만 해도 아찔한 순간이었다.

사실 지금까지 나서지 않았던 마지막 비헤더인 이즈란의 능력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치명상을 입거나 목숨을 잃었을 자는 바로 카멘자일이었을 지도 모른다.

어쩌면 라크나스가 상대를 무중력 진공 상태로 만들었을 때, 다소 방심을 한 것인지도 모른다.

허공에 떠서 버둥거리는 바리탄에게 드라칸은 신나게 독창으로 변한 얼음 창을 날려 보냈고, 카멘자일은 그것을 기분 좋게 구경만 하고 있었다.

한데 느닷없이 드라칸이 입을 쩍 벌리더니 자신을 단숨에 삼키려는 것이 아닌가?

화들짝 놀라면서 물러나고 보니, 바리탄이 매혹의 악신 권능으로 모습을 변형시킨 다음 카멘자일의 혼을 홀린 것이었다.

뒤늦게 비헤더즈가 합공을 퍼부었고, 이즈란까지 가세해서 특능을 발휘했다.

마지막 비헤더인 이즈란의 특능은 바로 상대의 마력과 악신의 권능을 봉인하는 것이었다.

결국 바리탄은 지금 무중력 진공 상태에서 악신의 권능과 마력까지 봉인된 상태로 네 명의 공격을 받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후우우우우우웅!

한 차례 바람이 세차게 불자, 주변을 가득 채운 독무가 흩어져 날아갔다.

희뿌연 독무 너머로 바리탄의 그림자가 보였다.

드라칸이 눈을 가늘게 뜨고는 중얼거렸다.

“드디어 놈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되겠군.”

“얼마나 흉측할지 내기라도 해볼까?”

카멘자일이 이죽거렸다.

라크나스가 말을 받았다.

“그 아들러 백작보다 흉측할 거라는 것에 한 표 던지지.”

“동감. 오죽이나 못났으면 악신의 권능으로 항시 자기 모습을 숨기….”

카멘자일이 말을 꺼내다 말고 멍한 표정으로 입을 벌렸다.

그 뿐만 아니라, 다른 세 명도 흠칫거리고는 서서히 드러나는 바리탄의 모습을 보았다.

네 명이 동시에 넋이 나간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바리탄이… 여자였어?”

그랬다.

놀랍게도 독무가 사라진 자리에 서 있는 자는 호리호리한 몸매를 지닌 여인이었다.

그것도 매우 아름다운!

입가에서 가느다란 선혈을 흘린 바리탄이 네 명의 비헤더를 쏘아보았다.

[과연. 마왕의 직속 암살대답군.]

냉랭한 여인의 목소리가 비헤더즈에게 들렸다.

라크나스가 눈자위를 흠칫거렸다.

“말을? 분명 진공 상태일 텐데? 마력으로 소리를 전한 건가?”

하지만 이즈란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멍청한 소리. 지금 저 년은 마력은 물론 악신의 권능도 봉인된 상태다.”

“그런데 어떻게 소리를 전하는 거야?”

“그걸 내가 어찌 알아!”

이즈란이 신경질적으로 대꾸했다.

그러는 사이 바리탄이 입매를 비틀었다.

표독스러운 얼굴로 비웃는 그 표정마저도 매혹적인 그녀였다.

카멘자일이 피식 웃더니 혀로 입술을 핥았다.

“어찌됐든 즐길 거리가 생겼잖아? 저리 예쁜 계집인 줄 진작 알았더라면 좀 더 살살 다뤄 줬을 텐데 말이야. 일이 끝나면 재미 좀 볼 수 있겠어.”

그때였다.

“조심햇!”

드라칸이 버럭 소리치는 것과 동시에,

팟!

카멘자일의 눈이 퀭해졌다.

그는 순식간에 자신 앞에 나타난 바리탄을 믿을 수 없는 눈으로 보았다.

‘뭐야? 이거. 마력과 권능이 봉인되었다면서…!’

카멘자일의 시선이 따지기라도 하듯 이즈란에게로 돌아가는 순간,

쒸에에에에에엑!

바리탄의 검이 그의 목을 향해 날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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