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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마교관-567화 (567/670)

# 567

귀환 마교관

567화

피피피피피피피피핑!

작은 돌기들이 사방팔방으로 날아가며 춤을 췄다.

푹푹푹푹푹푹푹…!

“아아악!”

“끄악!”

돌기에 관통당한 마족들이 비명을 내지르며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뭘 어떻게 할 겨를이 없었다.

돌기들은 무척 빨랐다.

차차차차차차차차착!

한 바탕 허공을 휘저은 돌기들이 조문탁의 허리춤으로 돌아와 빼곡하게 박혔다.

검은 돌기들은 바로 조문탁이 부리는 검은 벌집이었다.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셀모스가 쓰러진 수하들을 보고는 어금니를 빠득 갈았다.

“이 무슨…!”

그가 불길이 이글거리는 눈동자로 조문탁을 노려보았다.

“네놈이 한 짓이냐?”

“그래.”

조문탁이 턱을 치켜들고는 거만한 자세로 대답했다.

인간을 무시하는 마족들을 도발하기 위한 행동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셀모스는 조문탁의 건방진 표정에 화가 머리 끝까지 치솟았다.

“이 시건방진 놈이…!”

파밧!

셀모스의 신형이 감쪽같이 사라지더니 순식간에 조문탁의 등 뒤에 나타났다.

“죽어랏!”

그가 칼을 휘두르는 순간,

화르르르륵! 퍼엉!

등 뒤에서 갑자기 불덩이가 날아드는 것이 아닌가?

마지막 찰나에 실드를 펼치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불에 녹아버릴 뻔했다.

“어느 놈이…!”

셀모스가 미간을 구기고는 돌아서는데,

파바밧!

쒸이이이이잉!

시퍼런 검강이 그의 목을 노리면서 빠른 속도로 날아들었다.

“어딜!”

셀모스가 얼른 검을 들어 막았다.

까앙!

청명한 금속성과 함께 불꽃이 튀어올랐다.

셀모스에게 검강을 날린 자는 다름 아닌 연우경이었다.

한데 인간의 공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촤르르르르르르르륵!

이번엔 어디선가 쇠사슬이 미끄러지는 소리가 들리더니 강기를 품은 낫자루가 허공을 찢어발기며 날아드는 것이 아닌가?

“이익…!”

셀모스가 얼른 허리를 비틀면서 사슬낫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것을 느꼈다.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었다.

어째서 인간이 자신을 이렇게까지 궁지로 몰아넣는단 말인가?

분명 이 인간들은 그동안 자신이 대했던 자들과 어딘지 달랐다.

조금 전 불덩이가 날아든 것만 봐도 그렇다.

이곳 중원인들이 마법을 쓸 줄 안다는 것은 들어본 적이 없다.

셀모스가 정신을 차릴 겨를도 없이,

파바바바밧!

사슬을 밟으며 그림자 하나가 빛살처럼 날아들었다.

“하아아앗!”

앙칼진 기합성과 함께 그림자가 허공으로 불쑥 솟구쳤다.

셀모스가 실드를 펼치면서 떨어지는 그림자에게 맞섰다.

그림자는 바로 유송령이었다.

쒸아아아아아아앙!

시퍼런 도강이 셀모스의 머리를 정확히 반으로 쪼갤 기세로 떨어져 내렸다.

쩌어엉!

츠즈즈즈즈즈즛!

도강을 정면으로 받아낸 셀모스가 뒤로 주르륵 미끄러지면서 물러났다.

‘어찌 이럴 수가…!’

양팔이 저릿하게 울렸다.

다리가 후들거렸다.

더욱 놀라운 것은 마음 한편 깊은 구석에서 은근한 두려움마저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었다.

가끔 마족들을 놀라게 하는 인간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건 정말이지 가뭄에 콩나듯 드문 일이었다.

그런 인간에게 걸리는 건 둘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

그 인간이 기형적으로 강하거나, 그 마족이 기형적으로 약하거나.

적어도 자신이 기형적으로 약한 편은 아니다.

한데 인간들에게 이 정도로 밀린다?

물론 일대일의 싸움이 아니라지만, 이렇게까지 자신을 궁지로 몰아넣을 수 있단 말인가?

이래서야 마치 마족을 사냥하기 위해 구성된 조직 같지 않은가?

“도대체… 네놈들 정체가 뭐냐?”

셀모스가 이를 빠드득 갈고는 물었다.

그러자 조문탁과 연우경, 유송령과 석탄강이 나란히 마주서며 조소를 지었다.

“벌레 같은 마족을 잡는 인간님이시다. 사비강 궁주님의 수제자들이라고 할 수 있지.”

“사비강…?”

들어본 이름이다.

그러고 보니 조금 전에 자카르트 백작 앞에 나타났던 그 인간이 사비강이던가?

“뭐가 됐든 겁 대가리를 상실한 벌레들이구나. 내 네놈들을 산 채로 찢어발겨주마.”

말을 마친 셀모스가 목을 우두둑 꺾더니 어깨부터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으득. 으드득…!

그의 몸이 점점 부풀면서 기괴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조문탁이 눈살을 찌푸리고는 연우경에게 슬쩍 말을 건넸다.

“점점 흉측해지는데?”

“뭔가 강해지는 과정처럼 보이는군.”

“이제 본격적인 싸움인가?”

유송령이 커다란 도를 움켜쥐면서 천천히 투기를 끌어올렸다.

마지막으로 석탄강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툭 던지듯 말했다.

“다들 준비해라.”

“염려 붙들어매라고.”

네 사람이 천천히 기수식을 취했다.

상대의 변이가 끝나면 동시에 공격할 생각이었다.

마침내 셀모스의 변이가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덩치는 두 배 가깝게 커졌고, 양손은 마치 가재 집게처럼 크고 단단한 무기가 되어 있었다.

그가 하늘을 꺾어들며 포효를 내질렀다.

“쿠어어엉!”

하늘과 땅이 떨릴 만큼 커다란 포효였다.

마치 사자후처럼 기운이 담겨 있었기에 네 사람은 내공을 끌어올려 방어해야만 했다.

“꽤나 징그러워졌군.”

“그래, 벌레는 원래 징그러워야 제대로니까.”

연우경과 유송령의 대화 끝에 셀모스가 입매를 비틀며 탁한 목소리로 말했다.

“잘도 날 이렇게까지 몰아붙였겠다. 네놈들은 이제 후회…!”

찰나,

쒸이이이이잉!

“컥!”

한 줄기 날카로운 기운이 뒤에서 날아드는가 싶더니 셀모스의 목을 단숨에 날려버리는 것이 아닌가?

한껏 투기를 끌어올리고 전투 준비를 하던 네 사람이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허공으로 솟구쳐 오르는 셀모스의 머리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툭, 데굴데굴…!

츄아아아아아아! 쿠웅!

머리를 잃은 셀모스의 거대한 몸이 피를 분수처럼 뿜어내고는 바닥에 쓰러졌다.

그 뒤에는 다름 아닌 헬무트가 시퍼런 마력을 뿜어내는 검을 들고 서 있었다.

맥이 탁 풀려버린 조문탁이 입술을비죽 내밀고는 말했다.

“우리가 죽여야 할 놈이었소!”

“그런데 왜 죽이지 않고 지켜만 보고 있었지?”

헬무트의 말에 연우경이 착 가라앉은 시선으로 대답했다.

“훈련의 일환이었소. 다양한 경험을 쌓기 위해서.”

“훈련?”

헬무트가 차갑게 조소하더니 휙 돌아섰다.

“마족을 우습게 보지 마라. 가능한 그들이 변이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 게 최선이다. 그렇지 않으면….”

그때였다.

드드드드드드드드…!

땅이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떨리기 시작하더니,

쿠콰아아아앙!

저만치 보이는 전각이 박살나면서 거대한 존재가 불쑥 솟구쳐 올라왔다.

마치 거대한 애벌레를 닮은 모습이었는데, 몸 곳곳에 수많은 얼굴들이 아우성치듯 소리를 질러댔고, 전신에는 수천 개의 촉수가 꿈틀거리고 있었다.

상상 이상으로 거대한 괴물을 본 네 사람이 넋을 놓자, 헬무트가 착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을 이었다.

“보다시피 저런 경우도 생기니까.”

헬무트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자카르트 백작…! 저건 좀 위험한데…’

그가 네 사람을 돌아보며 명령에 가까운 어조로 말했다.

“저 녀석에겐 절대 가까이 가지 마라. 괜한 호승심으로 죽고 싶지 않다면.”

**

츄리리리릿!

수백 가닥의 촉수가 사비강을 향해 날아들었다.

파바바밧!

사비강이 얼른 베르타스를 휘저으며 날아드는 촉수를 쳐냈다.

따다다다당!

허물거리는 촉수는 눈에 보이는 것과 달리 금속성을 울리며 튕겨 나갔다.

촉수 하나하나에 마력이 담겨 있기 때문이리라.

사비강을 향해 뻗어 나오는 촉수는 끝이 없었다.

츄리리리리리릿!

파바밧!

사비강은 마치 끈이 떨어진 연처럼 마구 흩날리듯 보법을 밟았다.

규칙성은 없었다.

거의 본능에 가까운 움직임이었다.

날아드는 촉수를 보고 피하는 게 아니라, 피하고 보니 촉수가 날아드는 식이었다.

의지로 몸을 움직이는 게 아니라, 몸이 움직이는 대로 의지를 내맡기는.

파바바바박!

콰자자자장!

촉수가 바닥을 파고들면서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노옴! 메뚜기처럼 잘도 뛰어다니는구나!”

거대 애벌레처럼 변한 자카르트가 노호성을 터뜨리면서 마구 촉수를 휘둘렀다.

콰자자장! 꽈앙!

거대한 촉수가 하늘에서 떨어져내리자, 전각 하나가 순식간에 박살나면서 산산조각 났다.

마괴를 포식한 자카르트는 말 그대로 괴물이었다.

사비강은 수비 방식을 바꿨다.

조금 전까지는 블링크와 천해심보를 번갈아서 사용했다면, 이젠 천해심보만 사용했다.

수천 가닥의 촉수가 거침없이 달려들 때마다, 사비강은 신출귀몰한 경신법으로 이리저리 잘도 피해 다녔다.

그러면서도 이따금씩 베르타스를 휘두르거나 장력을 날려 촉수를 튕겨내기도 했다.

때때로 마법을 섞어보았지만 그다지 효율적이진 않았다.

그렇게 얼마나 촉수를 피하고 튕겨 냈을까?

마침내 수천 가닥의 촉수가 제멋대로 뒤엉키면서 스스로 구속되는 모양새가 되어 버렸다.

줄곧 기다려왔던 순간이었다.

사비강의 기세가 완전히 변했다.

지금까지는 방어 일변도였다면, 이제는 오로지 공격에만 모든 의식을 실었다.

파바밧!

그가 재빨리 달려나가면서 베르타스를 날렸다.

쉬이이이이잉!

강기를 품은 베르타스가 허공을 찢으며 곧장 자카르트의 몸통으로 쇄도했다.

생긴 모양은 마치 애벌레 같았지만, 그 피부는 파충류처럼 단단한 자카르트였다.

마침내 베르타스가 자카르트의 배를 베어내며 지나갔다.

촤아아아아악!

배가 갈라진 자카르트가 얼른 촉수를 휘둘러 베르타스를 후려쳤다.

퍼카앙!

콰자앙!

베르타스가 전각을 부수며 날아가 버렸다.

그 틈을 타서 사비강은 그대로 자카르트의 갈라진 상처에 권강을 꽂아 넣었다.

꽈앙!

주먹이 꽂히자 마치 폭약이 터지는 것만 같은 소리가 울렸다.

그런데…

“후후후. 이것이 최선인가? 하찮은 인간!”

자카르트는 고통도 느끼지 않는지 수십 개의 얼굴이 비웃음을 짓더니 찢어진 상처 부위가 입처럼 벌어지면서 거미줄 같은 타액을 뿜어내는 것이 아닌가?

츄리리리리리릿!

“크읏!”

사비강이 얼른 천해심보를 이용해서 물러났지만, 워낙 가까운 거리였기에 자카르트가 뿜어낸 타액이 조금 더 빨랐다.

끈적끈적한 타액은 사비강을 친친 감으면서 구속했다.

꽈드드드득…!

내공을 끌어올려 거미줄처럼 엉겨붙은 타액을 끊어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후후. 잘 먹겠습니다!”

자카르트의 몸에 박힌 수십 개의 얼굴이 여러 가지 목소리로 말하더니 이내 몸통 복판에 커다란 입이 생겨나는 것이 아닌가?

쩌어어어억…!

한껏 벌어진 입이 사비강을 그대로 삼켜 버리려는 순간,

쒸에에에에엑!

촤촤촤촤촤촤아악!

베르타스가 다시 날아들면서 사비강의 몸에 엉겨 붙은 타액을 깔끔하게 끊어냈다.

“미꾸라지 같은 놈!”

순간 사비강이 훌쩍 물러나면서 베르타스를 낚아채고는 그대로 화살처럼 날아갔다.

순간 시퍼런 강기가 솟구치면서 그대로 자카르트의 배를 다시 한 번 더 갈랐다.

촤아아아악!

하지만 이번에도 자카르트는 수십 개의 얼굴로 비웃을 뿐이었다.

“소용없는 짓.”

그의 말대로 자카르트의 갈라진 살점은 어느새 꿈틀꿈틀 봉합되더니 이내 원래의 모양대로 돌아와 있었다.

사비강이 미간을 슬쩍 구겼다.

“과연. 소용없는 짓이군. 그럼 소용있도록 만들어야지.”

“후후. 네깟 놈이 무슨 재주로?”

“간단하잖아? 먹은 걸 토해내게 만들어야지.”

사비강의 입매가 어딘지 사악한 미소로 뒤틀렸다.

동시에 그가 누군가에 전음을 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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