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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마교관-556화 (556/670)

# 556

귀환 마교관

556화

능운파는 자신 앞에 나타난 사비강을 물끄러미 보더니 입매를 비틀었다.

“이게 누구신가? 모두가 우러러 보는….”

쉬이이이잇!

꽈앙!

사비강은 다짜고짜 몸을 날려 능운파의 안면을 향해 베르타스를 뻗어냈다.

아슬아슬하게 검봉을 막아낸 능운파가 뒤로 훌쩍 물러나며 미간을 좁혔다.

“예의가 없군. 말을 하는 중에….”

쉬이이이잇, 쩌어엉!

이번에도 사비강은 능운파의 말을 마저 듣지 않고 재차 공격을 이어 갔다.

그야말로 문답무용!

사비강은 끊임없이 공격했다.

이쯤 되자 능운파 역시 더 이상 말을 섞을 틈이 없었다.

그도 표정을 굳히고는 사비강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간간히 역공을 펼쳤다.

짜르르르르르릉! 꽈광!

천지가 격동했다.

두 사람의 검이 서로 부딪칠 때마다 번개라도 치는 것처럼 하늘이 번쩍거렸고,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땅이 떨려댔다.

그야말로 인간을 초월한 두 존재의 싸움.

“크하하하! 사비강! 과연 그대는 보통 인간과는 다르구나!”

사비강은 여전히 대답하지 않고 능운파를 거칠게 몰아갔다.

쩌정! 쩌엉!

마침내 사비강의 베르타스가 능운파의 가슴을 길게 찢어냈다.

츄아아아아악!

대각선의 검상이 새겨지면서 능운파의 가슴에서부터 검은 연기가 풀풀 휘날렸다.

하지만 그의 가슴이 곧 아물면서 약간의 상흔만 남겼다.

능운파의 눈동자에 이채가 서렸다.

“호오, 과연 대단하군. 이러니 만인이 우러러 보는….”

쉬이이이익!

사비강은 또 한 번 공격했다.

“이익!”

능운파가 이를 빠득 갈고는 검을 들어 막았다.

쩌어어엉!

다시 한 번 우렁찬 소음이 터져 나오면서 기파가 사방으로 훅 퍼져 나갔다.

검을 맞댄 능운파가 입매를 비틀었다.

“가소로운…! 오냐오냐 하니까 끝도 없이 기어오르는군. 벙어리라도 된 것이냐?”

그러자 사비강이 착 가라앉은 표정으로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대화는 사람하고나 섞는 것이지.”

“후후, 역시 그 오만함은 날 실망시키지 않는…!”

퍽!

사비강이 휙 돌아서며 그대로 발을 내질렀다.

가슴을 얻어맞은 능운파가 날개를 활짝 펼쳐서 버티자, 이번에는 사비강이 베르타스를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었다.

쩌어어엉!

슈우우우우욱, 꽈다아앙!

혜성처럼 떨어져 내린 능운파가 바닥에 커다란 구덩이를 만들며 파묻혔다.

그 바람에 아래에 있던 마병들이 추풍낙엽처럼 튕겨 날아가면서 아무렇게나 나뒹굴었다.

사비강이 천천히 지상으로 내려서자,

“키이익! 죽여라!”

“더러운 인간!”

“주제를 모르고 설친다! 죽여라!”

튕겨 나갔던 마병들이 마구잡이로 몸을 날리며 사비강을 덮쳤다.

하지만 사비강은 녀석들을 쳐다보지도 않은 채 베르타스를 검집에서 뽑아 들었다.

쒸아아아아앙!

퍼퍼퍼퍼퍼퍼퍼펑!

사비강이 뿌린 검기에 직격을 당한 마병들이 온몸이 터져 나가 죽었다.

조금 전 사비강이 사용한 것은 바로 일성검문의 유성검법이었다.

얼마 전 사비강이 귀양에서 일성검문을 지켜 주었을 때, 단리추는 감사의 뜻으로 문파의 비전절기인 유성검법을 알려 준 것이다.

평소 같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겠지만, 인류의 존망이 걸린 시국에서 문파의 비전절기를 지키겠다고 고집부리는 것은 멍청하다는 판단이었다.

한데 놀라운 것은 사비강이 단 일견에 유성검법의 핵심을 독파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사비강은 거기에 마나를 섞어 폭기를 더해 ‘유성폭기검(流星爆氣劍)’이라는 변형 초식을 만들어낸 것이다.

어쨌거나 사비강의 일격에 온몸이 터져 나간 마병들은 한동안 덤벼들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러는 사이 능운파도 부스럭거리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몸에 묻은 흙먼지를 털어내며 목을 우두둑 꺾었다.

“확실히 보통 인간이 아냐.”

“아니. 보통 인간이지. 더 이상 인간이 아닌 건 그쪽이고.”

“흥미롭군!”

말을 마친 능운파가 쏜살 같이 튀어 나갔다.

꽈아앙!

다시 한 번 격전이 벌어졌다.

**

먼발치 대운산의 분지가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

그곳에는 아들러와 자콕이 나란히 선 채 분지에서 벌어지는 격전을 가만히 감상하고 있었다.

“저자로군. 사비강….”

“회귀자라니. 참 재미있는 자요.”

자콕의 말에 아들러가 흥미로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자콕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답했다.

“나도 계시를 받고 나서는 놀랐소. 인간 중에 회귀자가 있을 줄이야.”

“하면 저자는 미래에 대해서 안다는 말이 아니오?”

“그럴 테지.”

“그것참 재미있군. 내게는 좋은 먹잇감이 되겠구려.”

“그래도 조심하시오. 혹시 모르니.”

“괜한 걱정을.”

아들러가 흉측한 미소를 그리며 혀로 입술을 핥았다.

자콕은 눈을 게슴츠레 뜬 채로 사비강과 능운파의 전투를 지켜보았다.

둘의 격전은 그야말로 경이로울 지경이었다.

자콕이 혀를 내둘렀다.

“능운파는 헬무트 그 이상이군.”

“나도 기대 이상이라오.”

“하나, 이대로면 사비강이 이길 것 같소만.”

“어쩔 수 없지. 아직은 강해진 신체에 적응을 하지 못했을 테니. 조금은 시간을 줘야 하지 않겠소?”

아들러의 말에 자콕이 슬쩍 돌아보았다.

“직접 나서시겠다?”

“그래야지. 그리고 무엇보다….”

아들러의 시선이 사비강에게 머물렀다.

“저자의 미래가 궁금하고. 그곳에서 나는 또 어떤 모습일지. 뭐, 이왕이면 저자를 내가 거둘 수 있으면 더욱 좋을 테고.”

“괜히 망가뜨리진 마시오. 저자는 좋은 재목이 될 것 같으니.”

“후후. 맡겨 두시오.”

“그럼 나는 먼저 흑성으로 돌아가 있겠소.”

말을 마친 자콕의 신형이 스르르 연기처럼 사라졌다.

아들러는 여전히 먼발치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는 사랑스럽기 그지없는 눈으로 능운파를 바라보았다.

“과연 역작이다. 하지만 아직은 미완성. 흑성으로 돌아가서 너의 능력을 더욱 보강해야 할 터. 그만하면 너의 가능성은 충분히 보였다.”

그의 입매가 천천히 치켜 올라갔다.

**

“헉, 헉, 헉…!”

능운파는 숨을 거칠게 몰아쉬었다.

동시에 그는 이해할 수가 없었다.

‘왜…? 저 놈은 아직 인간일진데?’

가슴 속에서 울분이 치솟았다.

모든 걸 내걸고 마족이 되었는데, 어째서 사비강을 이길 수 없단 말인가?

자신은 지금도 이렇게 숨이 찬데, 사비강은 여전히 태평했다.

사비강의 표정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었다.

그 어떤 분노도, 슬픔도, 절망도 없는 얼굴.

인간이 저렇게도 완벽하게 무표정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였다.

“이이익…!”

능운파가 이를 빠득 갈고는 마력을 끌어올렸다.

그 순간,

쩌적…! 쩍!

“……!”

능운파가 멈칫거리고는 자신의 팔을 보았다.

피부가 갈라지면서 시커먼 연기가 풀풀 새어나왔다.

마력이 새어나가고 있었다.

급격하게 끌어올린 마력을 신체가 버티지 못한 것이다.

사비강이 눈을 가늘게 뜬 채로 그 모습을 보며 물었다.

“어떻게 된 거지? 몸이 망가지기 시작하는 건가? 아무래도 분수에 넘치는 힘을 얻은 모양이군. 사람이라는 게 그런 거야. 눈앞의 욕망만 쫓다 보면 그렇게 망가지는 법이지.”

“사비강….”

“그래도 한때 당신을 좋아했다. 한편으로는 측은하게 생각하고. 하지만 그 심상이라는 것도 그 사람의 심연 깊은 곳에 있는 무언가를 자극할 때 생기는 거거든. 결국 당신도 당신이 생각하는 만큼 순수한 인간은 아니었던 거지.”

“닥쳐라! 사비강!”

능운파가 버럭 고함을 내지르며 바닥을 차고 날아들었다.

사비강이 표정을 굳히고는 베르타스를 고쳐 잡았다.

이제 마지막 일격이 되리라.

길게 끌 싸움이 아니었다.

사비강은 느끼고 있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능운파가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다만 지금처럼 그의 신체가 갑자기 생겨난 힘을 담지 못하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을 주게 되면 그는 그 힘을 온전히 소화하게 될 것이다.

원래 악이라는 것이 그렇지 않던가?

처음에는 나쁜 짓을 저지르고 나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악을 담는 그릇이 그만큼 약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번, 세 번 악행을 저지르게 되면 양심은 더 이상 반응하지 않는다.

악을 담는 그릇이 그만큼 단단해졌다는 뜻이다.

마족이 될 경우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넘쳐나는 마력을 담아내지 못해서 신체에 무리가 생기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적응해 간다.

그러니 그의 신체가 저 마족 특유의 마력에 적응하기 전에 끝내야 한다.

타앗!

마침내 사비강도 바닥을 차고 튀어 나갔다.

찰나,

스팟!

두 사람 사이에 그림자 하나가 불쑥 나타났다.

그림자는 바로 아들러였다.

펑!

아들러가 뒤로 손을 뻗어 날아들던 능운파를 쳐냈다.

“컥!”

단말마 비명을 터뜨린 능운파가 저만치 멀어져 갔다.

동시에 아들러의 얼굴에서 수십 개의 촉수가 뻗어 나왔다.

츄르르르르륵!

촉수는 그대로 사비강의 온몸에 달라붙었다.

마치 빨판이라도 붙어 있는 것처럼 사비강의 몸에 척척 꽂혀서는 마력을 흘려보내기 시작했다.

동시에 아들러와 사비강 주위로 검은 안개가 자욱하게 번져 나갔다.

아들러가 사비강의 의식 세계에 접속하는 순간이었다.

한편, 튕겨 나간 능운파는 벌떡 일어나서 다시 달려들려다가 멈칫거리고는 상황을 지켜보았다.

본능적으로 지금은 나설 때가 아님을 알아챈 것이다.

그렇게 큰 숨 한 번 쉴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아들러와 사비강을 덮고 있던 자욱한 안개가 순식간에 사라지는 게 아닌가?

‘벌써 끝난 건가?’

능운파가 미간을 잔뜩 찡그린 채 바라보았다.

사실 의식 세계에서는 수년의 시간이 걸리더라도 현실에서는 촌각에 지나지 않는 법.

한데 의식 세계에서 빠져나온 아들러의 상태가 좀 이상했다.

촉수를 거둬들인 아들러의 표정이 새파랗게 질려 있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그는 몸을 가늘게 떨고 있었다.

반면 사비강은 어딘지 사악해 보이기까지 하는 미소를 지으며 아들러를 보았다.

“아들러. 이렇게 보니 감회가 새롭군.”

“히익…!”

아들러가 화들짝 물러나다가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분명 사비강을 보는 그의 두 눈에는 공포가 가득했다.

능운파가 고개를 갸웃거리고 다가가려고 하는데,

“하아앗!”

아들러가 얼른 두 손을 땅에 짚으며 기합성을 내질렀다.

동시에 마계어를 뭐라고 중얼거리자,

꾸르르르르릉! 꾸드드드득!

분지가 다시 시커멓게 물들면서 늪처럼 끈적끈적한 액체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사비강이 얼른 몸을 날려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아들러는 다시 두 손을 하늘로 뻗었다.

마치 그는 무서운 귀신이라도 본 아이처럼 굴었다.

쏴아아아아아앙!

검은 빛의 반투명한 막이 둥근 천장을 이루면서 사비강을 격리했다.

잠시 후, 결계 안의 분지가 검은 연기로 채워지는가 싶더니,

팟!

거짓말처럼 그곳에 가득했던 마병들이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물론 아들러와 능운파 역시 감쪽같이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동시에 대운산 분지를 둘러싸며 버티고 있던 신수가 검은 연기를 휘날리며 먼지처럼 사라졌다.

사비강이 피식 웃었다.

“아들러, 잔뜩 쫄았나 보군.”

혼잣말을 중얼거린 사비강이 넋을 놓고 있는 구윤과 악천괴를 향해 천천히 날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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