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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마교관-541화 (541/670)

# 541

귀환 마교관

541화

“도사님?”

갑자기 나타난 무랑을 보고 추량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불렀다.

무랑은 숨을 거칠게 몰아쉬고 있었는데 몹시 다급해 보였다.

사실 무랑으로서는 혈사련 총타 안으로 들어와 본 적이 없었다.

때문에 그는 소싯적 와 보았던 혈사련 인근으로 순간이동을 하게 됐는데, 줄곧 여기까지 쉬지 않고 달려온 것이다.

물론, 축지 술법을 사용해서 시간을 꽤나 단축하긴 했지만, 나이가 나이인 만큼 기력이 많이 달렸다.

“문제가 생겼네. 매 총관은 어디에 있나?”

“아, 총관님은 지금 짐을 꾸리고 계십니다. 곧 떠날….”

“일단 매 총관에게 가세!”

“예? 아, 예….”

추량이 얼른 앞장서서 걸었다.

왠지 불안한 마음이 스며들었다.

지금껏 무랑이 이렇게 다급해 보였던 적은 처음이었기에.

마침 지객당으로 들어서자, 마차에 짐을 옮겨 싣는 시종들이 보였고, 그 곁에 매설란이 보였다.

“도사님?”

무랑을 알아본 매설란이 눈을 휘둥그레 떴다.

무랑이 성큼성큼 다가가 말을 꺼냈다.

“지금 당장 나와 함께 가야겠네.”

“예? 갑자기 어딜….”

“사 궁주가 위험해.”

“무슨 일이죠?”

매설란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무랑이 이렇게까지 직접 찾아올 정도면 가벼운 문제가 아니리라.

무랑이 그간의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

이야기를 듣는 내내 매설란의 표정은 시시각각 변했다.

마침내 모든 이야기가 끝나자, 추량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정말 큰 문제군요. 여긴 일단 제가 정리할 테니 총관님은 다녀오십시오.”

추량의 말에 무랑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자네도 함께 가는 거야.”

“예? 저도요?”

“그래. 아무래도 마나를 제일 잘 다루는 게 자네가 아닌가?”

“물론 제가 폐관수련을 한 덕분에 굉장한 깨달음을 얻어 마나의 근본적인….”

“됐고. 그러니 가야 하네. 시간이 없으니 다들 받게나.”

무랑이 품에서 두루마리를 꺼내 한 장씩 건네주었다.

“귀양에는 가본 적이 있는가?”

“귀주의 성도니까 당연히 가본 적이야 있지요.”

“저도 가보았어요. 대략적인 일성검문의 위치도 알고 있고요.”

매설란의 말에 무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모두 귀양에서 보세. 매 총관은 일성검문의 위치를 알고 있으니 금방 올 테고, 추량 자네는 추종술에 능하니 마음먹으면 일성검문을 금방 찾을 테지?”

“맡겨 두십시오.”

“벌써 자네들을 만나느라 일 각이 지났네. 이제 남은 시간은 겨우 한 식경도 안 될 걸세. 최대한 서둘러서 일성검문 폐관수련실로 오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무랑은 두 사람의 대답을 완전히 듣기도 전에 두루마리를 찢어서 종적을 감춰 버렸다.

매설란과 추량은 서로를 보고 고개를 끄덕인 후 두루마리를 찢었다.

잠시 후, 그곳에는 짐꾼들만 분주하게 움직일 뿐이었다.

**

무랑이 폐관수련실로 순간이동한지 얼마 지나지도 않았을 때, 매설란과 추량이 차례로 도착했다.

두 사람 모두 숨을 헐떡이는 걸 보아서는 최대한 경공을 펼쳐 달려온 모양이었다.

무랑은 얼른 의식을 준비하고는 두 사람에게 주의를 주었다.

“우선 자네들은 의식 세계에서 다른 사람으로 깨어나게 될 걸세. 하지만 지금의 자아는 온전히 가지게 될 거야.”

“한 마디로 겉모습만 다른 사람이 된다는 말이군요?”

추량의 말에 무랑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 그들에게 자네들의 영혼이 빙의되는 걸세. 그러니 자네들은 그들처럼 생각하고, 행동하고, 말해야 하네. 만약 의식 세계에 존재하는 타자가 자네들의 행동을 보고 위화감을 느낀다면….”

“어떻게 됩니까?”

“의식 세계 자체가 붕괴되겠지. 그럼 사 궁주는 기적처럼 깨어난다고 해도 미치광이가 될 걸세.”

“허얼….”

추량이 입을 딱 벌리고 다물지를 못했다.

무랑이 두 사람을 보며 진중한 표정으로 말했다.

“일단 매 총관은 아라니우스에게 빙의시킬 생각이네. 내가 아는 마족이 많진 않으니까. 그리고 량 자네는 그의 심복인 자베린의 몸에 빙의시킬 생각이야.”

“혹시 이 녀석은….”

추량이 품속의 반묘를 가리키자, 무랑이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마계의 생물인 만큼 적응력은 아주 빠르겠지만, 그 아이는 이동시킬 생각이 없네. 괜히 그런 걸 들고 다니다간 오해만 살 테니까.”

“알겠습니다. 그런데 빙의가 되면 그들의 과거도 알 수 있나요?”

“전혀. 그렇게 되면 자아를 동기화해야 하는데, 자네들이 그 세계에 녹아들어 버릴 수가 있네. 한 마디로 자네들이 자아를 찾지 못해서 아라니우스나 자베린이라고 착각한 채 그곳에 영원히 머물 수 있단 말이야.”

“그건 좀… 곤란하군요.”

“지금 그런 상황을 막으려고 자네들을 투입하는 게 아닌가? 그러니 의식을 동기화시키진 않을 생각이네. 다만 소통에 관한 술법을 걸어 둘 테니 말은 통할 걸세.”

“그럼 사부님이 계신 곳에서만 우리가 활동하게 됩니까?”

“아니. 심연의 어딘가에서 활동할 거야. 사 궁주의 상상 속 상황일 수도 있고, 사 궁주가 언젠가 들은 이야기에 관한 상황일 수도 있네. 그러니 제일 먼저 자네들이 해야 할 일은 사 궁주를 찾아서 그곳이 가짜 세계라는 것을 일깨워 주는 걸세.”

“알겠습니다.”

추량이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무랑이 두 사람을 둘러보며 말했다.

“자, 그럼 시작하겠네.”

**

함성 소리가 아스라이 들려온다.

으음. 이건 마치 뭔가 응원하는 것 같은 소리인데….

욕설도 들리는 것 같고….

추량은 온몸이 나른한 것을 느끼면서 천천히 의식을 찾아갔다.

먼저 손가락부터 움직여 보았다.

낯선 감각이 차츰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다음으로 발가락.

‘무리 없이 움직이는군.’

그때 누군가의 목소리가 매우 크게 들렸다.

“일어나라고! 이 병신아!”

순간 눈이 번쩍 뜨였다.

그 목소리에서 들려온 다급함이 본능적으로 위기를 알린 것이다.

그 순간 추량은 누워 있는 자신을 향해 떨어지는 거대한 도끼날을 보았다.

쒸에에에에엑!

“우아아아악! 이게 뭐야!”

깜짝 놀란 추량이 비명처럼 소리를 내지르면서 벌떡 일어났다.

콰직!

어른 몸통만한 도끼날이 그대로 추량이 누워 있던 자리를 내려찍으면서 단단한 바닥에 균열을 일으켰다.

“맙소사. 대체 이게 뭐야?”

추량이 넋을 놓고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그는 곧 지금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 채고는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헉! 도대체 여긴…!’

심상치 않다.

아주 심상치 않다.

하필 이런 곳에 있을 때 빙의될 게 뭐란 말인가!

지금 추량이 서 있는 곳은 비무대였다.

그리고 비무대 주변으로 수많은 마족들이 둘러싸서 열띤 응원을 펼치고 있었다.

아무래도 마계에도 중원처럼 비무대회가 있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조금 전의 일격은….

‘실제로 죽일 것처럼 날아들었지. 생사비무를 하는 건가?’

그 추측은 정확했다.

실제로 추량이 빙의된 시기는 바로 마계의 축제 기간이었다.

이 기간, 여러 마계 전사들이 무투대회에 참가하게 되는데, 우승자에게는 마왕이 직접 검을 하사하고, 막대한 자금을 상금으로 주는 등 어마어마한 혜택이 있었다.

추량이 빙의한 자베린 역시 이 무투 대회에 참가한 터였다.

그렇게 상대에게 한 대 얻어맞고 쓰러져 있는 사이에 추량이 빙의된 것이다.

사방팔방 두리번거리다 보니 마침 비무대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아라니우스가 보였다.

‘매 총관님!’

속으로 그녀를 부르자, 아라니우스의 모습을 한 매설란이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그때였다.

“어딜 한눈팔고 있는 거냐!”

육중한 덩치를 가진 상대가 허공으로 붕 날아오르더니 다시 한 번 거대한 도끼를 머리 위로 들고 내려찍는 게 아닌가?

“헉!”

추량이 움찔 놀라서는 재빨리 검을 뽑아 들었다.

쩌어어어엉!

엄청난 충격과 함께 고막을 찢어발길 듯한 소음이 광장을 가득 메웠다.

파파파파파파…!

추량은 주르륵 미끄러지면서 바닥을 깊이 긁었다.

그 바람에 그의 발자국이 두 줄로 나란히 새겨졌다.

덩치가 목을 우두둑 꺾고는 히죽 웃었다.

“아쉽군. 이번엔 정말 보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상대가 쓴 투구는 두 개의 뿔이 솟아나 있었고, 정면은 철가면으로 덮인 채 눈과 코만 뚫려 있었다.

머리는 완전무장을 한 것처럼 단단하게 둘렀는데, 상체는 훤히 드러난 채 체인으로 몇 바퀴를 감았을 뿐이었다.

‘괴이하게도 생겼네.’

덩치가 주먹을 손바닥에 팡팡 부딪치더니 말했다.

“어이, 애송아. 이제 그만 끝내주마.”

추량이 콧잔등을 씰룩이고는 덩치를 노려보았다.

그렇잖아도 정신을 차리자마자 죽을 위기를 직면해서 기분이 몹시 나빴는데, 자꾸만 이렇게 신경을 건드리다니.

“네 마음대로 안 될 걸? 지금의 난 예전과 다르다고. 무지무지 강해졌거든.”

호기롭게 소리치는데….

‘어라? 분위기가 왜 이러지?’

관람자들이 이맛살을 슬쩍 찌푸린 채 자신을 올려다보는 게 아닌가?

덩치 역시 미간에 주름을 새기고는 물었다.

“말투가 왜 갑자기 그 모양이냐? 그것도 교란술이냐?”

‘아차…!’

지금 자신이 자베린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너무 당황한 게 문제다.

어떻게든 이 위기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서 추량이 재빨리 바닥을 차고 선공에 나섰다.

“시끄럽다!”

노호성을 터뜨리면서 추량이 주먹을 쭈욱 뻗었다.

그런데…

‘왜 검을 들고 있지?’

당황한 추량은 그제야 자신이 카르텔의 수호구를 착용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이런 젠장! 지금 나는 자베린인 걸 또 잊다니!’

원래의 계획이라면 마나검을 내뻗은 다음 필살기를 이용해 마나 파편을 저 덩치 녀석에게 박아 줄 생각이었다.

한데 허공에다가 삽질하는 것도 아니고, 허공에 검질을 하고 있으니 덩치가 볼 땐 얼마나 기가 차겠는가?

“뭐하는 거냐? 지금 날 무시하는 거냐?”

결국 덩치가 나직이 으르렁거리면서 입매를 씰룩였다.

“정녕 죽고 싶어서 용을 쓰는구나!”

순간 덩치가 쿵쾅거리며 달려오기 시작했다.

비무대가 들썩일 정도의 육중함!

‘이런 제길!’

추량이 두 눈을 질끈 감았다.

의식 세계로 소환되자마자 죽을 운명이라니!

하필 이런 곳으로 소환시킨 무랑이 원망스러웠다.

‘의식 세계에서 사망하면 실제로도 죽은 거나 다름없다고 했는데….’

그때였다.

추량은 몸속에서 뭔가가 꿈틀거리는 것을 느꼈다.

내공인가?

아니다.

자베린의 몸에 내공이 있을 리가.

뭐지?

혈맥을 따라서 힘차게 휘도는… 것이 아니라, 핏줄을 따라서 휘돈다?

피의 흐름인가?

뭔가 느낌이 온다.

이건 카르텔의 수호구를 발현시킬 때와 비슷한 흐름이지 않은가?

마침 덩치가 코앞에 다다라서는 도끼를 치켜들었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

“으아아아아아아앗!”

추량이 기합을 내지르며 두 팔을 활짝 펼쳤다.

어차피 죽을 운명이라면 발악이라도 하자는 심정으로.

그냥 본능이 이끄는 대로 피의 흐름을 다루면서 뭔가를 터뜨려냈다.

그리고 차가운 도끼날이 자신의 정수리를 살짝 찍었다고 생각하는 순간,

촤촤촤촤촤아악!

덩치의 전신에서 피가 터져 나오는 것이 아닌가?

마치 피부의 모든 땀구멍에서 기화된 피가 한순간에 터져 나오는 것만 같았다.

순식간에 핏빛 연무에 휩싸인 덩치가 입에 거품을 물더니 그대로 쿵, 쓰러졌다.

장내가 순식간에 고요해졌다.

추량은 멀뚱멀뚱 두 눈을 뜬 채 쓰러진 덩치를 보았다.

아무래도 죽은 모양이었다.

다음 순간,

“저런 나쁜 새끼!”

“축제를 모독했다!”

“저 기본도 안 되어 있는 새끼를 봤나!”

“죽어 버려! 싸가지 없는 놈아!”

거의 모든 마족이 욕설을 쏟아 붓는 게 아닌가?

그 순간 휘슬이 울렸다.

삐이이이이이익!

심판으로 보이는 자가 저 위에서 소리쳤다.

“자베린 실격!”

“우우우우우!”

마족들이 자베린을 향해 야유를 보냈다.

추량은 그저 영문을 모른 채 두 눈만 멀뚱거릴 뿐이었다.

‘뭐야? 내가 이긴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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