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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마교관-518화 (518/670)

# 518

귀환 마교관

518화

갑자기 등장한 사비강을 보면서 존야가 이맛살을 구겼다.

사비강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 생각해 보니 우리 애를 데려가는 거니까 미안할 일은 아니군. 그렇다면 미안하다는 말은 취소.”

“사비강….”

“나를 알고 있구나, 꼬마야. 물론 유명한 사람을 이름만 부르게 되는 심리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당사자를 앞에 놓고 이름만 덜렁 부르면 안 되지. 그것도 한참이나 어린 꼬마가. 적어도 ‘사비강 오라버니’라고 불러야 하지 않겠느냐?”

“흥! 듣던 대로 오만방자하군. 하나 겉모습만 보고 내 나이를 지레짐작하고 반말지거리를 하는 건 네놈도 똑같구나. 네놈이 생각하는 것보다 내 나이가 많다네.”

말을 마친 존야가 수신호를 다시 내렸다.

뜻을 알아들은 흑기사들이 일제히 사비강을 향해 마력을 뿜어내며 달려들었다.

찰나,

“썬더 크로스(Thunder Cross).”

사비강이 나직이 읊조리자,

파지지직! 치지지직!

뇌전의 구체가 그의 주변으로 형성되더니 사방팔방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파바앙! 파지지직! 치지직!

흑기사들이 얼른 검을 휘두르면서 날아드는 뇌전의 구체를 쳐냈다.

하지만 8서클의 경지에 오른 사비강이 발출한 뇌전은 마족 기사들에게도 꽤나 위협적이었다.

“크읏!”

감전된 마족들이 비틀거리며 겨우 중심을 잡았다.

다음 순간,

번쩍!

사비강의 신형이 사라지는가 싶더니 존야 코앞에 나타나는 게 아닌가?

사비강이 히죽 입매를 치켜 올렸다.

“꼬마야. 나도 네가 생각한 것보다 나이가 많단다.”

쒸에에에에엣!

베르타스가 허공을 가르며 존야의 목을 향해 곧장 날아들었다.

“어림없는!”

존야가 일갈을 내지르며 몸을 낮게 숙이더니 그대로 일장을 뻗어 왔다.

꽈앙!

사비강의 실드와 존야의 일장이 격렬하게 부딪치며 천둥 같은 울림이 터져 나왔다.

촤아아악!

두 사람이 동시에 뒤로 대여섯 장이나 밀려났다.

사비강이 재미있다는 듯 웃었다.

‘웃어…?’

존야는 이번 일격으로 사비강 또한 긴장하리라고 생각했다.

한데 저렇게 웃고 있다는 건 자신감인가? 아니면 허세인가?

사비강이 베르타스로 머리를 벅벅 긁으며 말했다.

“역시 생각보다….”

“강해서 놀랐나?”

“아니. 생각보다 작아서 잘 피한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노옴!”

존야가 바닥을 차고 섬광처럼 쏘아져 나갔다.

다음 순간,

“스톤 월.”

사비강이 다시 한 번 주문을 읊조리자, 땅바닥에서 거대한 바위가 일렬로 솟구쳐 오르는 것이 아닌가?

쿠드드드드득!

존야가 그대로 검을 열십자로 휘둘렀다.

퍼콰아앙!

장벽이 무너지는 것과 동시에 포탄처럼 쏘아져 나간 존야가 그대로 검을 내질렀다.

“죽어랏!”

푸욱!

그녀의 검봉이 살점을 찢으며 파고들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그녀는 눈을 부릅뜨고 눈앞에 선 자를 바라보았다.

“존, 존야…! 죄, 죄송…!”

놀랍게도 존야가 내찌른 자는 지금까지 옹기승에게 술법을 걸어 두었던 황노였다.

“황노…!”

“쿨럭!”

황노가 핏덩이 섞인 침을 토해냈다.

존야가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검을 뽑아내자, 황노가 그 자리에 고꾸라지더니 다시는 움직이지 못했다.

“젠장!”

그녀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야말로 살기만으로도 사람을 죽일 수 있을 정도로 무지막지한 기운이 몸에서 풀풀 풍겨 나왔다.

“버릇없는 꼬마구나. 화가 난다고 어른 앞에서 욕지거리를 내뱉다니.”

사비강이 헤실헤실 웃으며 놀리듯 말하자, 존야가 두 팔을 활짝 펼치고는 기합성을 터뜨렸다.

“하아아아압!”

구구구구구구…!

그녀의 몸에서 강렬한 마기가 흘러나오며 주변을 가득 채웠다.

추희룡을 비롯한 혈사련 무인들은 헛바람을 삼키며 얼른 내공을 끌어올려 대응했다.

“죽여 버리겠다!”

존야가 일갈을 터뜨리더니,

스팟!

귀신처럼 사라진 그녀가 다음 순간 사비강의 배후에 나타났다.

쒸에에에엑!

쩌어엉!

베르타스와 존야의 검이 부딪치면서 불꽃이 터져 나왔다.

사비강이 그대로 발을 내지르자 존야가 실드를 펼쳐 막아냈다.

쉬카앙! 쩌엉! 팡! 펑! 까앙!

두 사람 사이에서 눈으로 쫓기도 힘든 공방이 연이어 벌어졌다.

연신 불꽃이 튀어 올랐다.

이를 지켜보던 사람들은 지금의 상황도 잊은 채 모두 넋을 놓아 버렸다.

감히 누군가 끼어들 틈조차 없었다.

워낙 빠르고 예리한 공격과 아슬아슬한 방어가 이어지고 있었기에 자칫 잘못 끼어들면 오히려 방해가 될 수 있었다.

게다가 두 사람이 뿜어내는 어마어마한 기운은 근처에 다가가는 것만으로도 내상을 입을 정도로 강렬했다.

때문에 추희룡은 물론 마족 기사들마저 적당한 거리를 두고 주변을 경계할 뿐이었다.

마침내 존야가 바닥을 툭 찍어 차더니 허공으로 솟아올랐다.

사비강이 놓칠세라 그 뒤를 바짝 추격했다.

까라라라라랑! 깡깡!

폭죽이라도 터뜨리는 것처럼 요란한 소리와 함께 불꽃이 연신 터지면서 하늘로 솟구쳤다.

‘맙소사…!’

추희룡은 체면도 잃은 채 입을 딱 벌리고 말았다.

도대체 저 둘은 얼마나 강하단 말인가?

혈사련 무인들 역시 경악을 넘어 경외감까지 보였다.

목숨을 건 싸움이 저리도 현란하고 아름다울 수 있단 말인가?

두 사람은 이제 허공에서 부유한 채로 싸우는 중이었다.

그야말로 인간의 영역을 초월한 싸움!

그것이 사비강과 존야의 대결이었다.

마침내 두 사람의 검이 거세게 부딪치는 순간,

쩌어어어엉!

천지를 격동하는 소음과 함께 사방으로 강한 기풍이 훅 불어 나갔다.

“크읏!”

“다들 조심해라!”

혈사련 무인들이 재빨리 내공을 끌어올리며 천근추의 수법으로 기풍을 이겨냈다.

하지만 몇몇 이들은 기풍에 휩쓸리듯 날아가 버렸고, 전각의 기와들은 태풍이라도 얻어맞은 것처럼 멀찌감치 날아가 버렸다.

마족 기사들 역시 마력을 한껏 뿜어내며 버텼다.

사비강과 존야는 서로 검을 맞댄 채로 꿈쩍도 하지 않았다.

“허공에 뜬 채로 검을 맞대고 힘을 겨루다니…!”

“저런 싸움을 실제로 볼 수 있다는 게 행운인 건지… 불행인 건지….”

혈사련 무인들이 넋을 놓고 중얼거리는데, 추희룡이 퍼뜩 정신을 차리고는 자귀에게 말했다.

“너는 저들을 막아라! 나는 방으로 들어가서 해야 할 것이 있다!”

“알겠습니다!”

자귀를 비롯한 호신위들이 일제히 마족 기사들을 향해 검을 겨누었다.

마족 기사들 역시 이젠 존야로부터 시선을 거두고 추희룡을 노려보았다.

마족 기사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수신호를 내리자, 그들이 일제히 호신위들을 향해 부딪쳐 갔다.

“막아라!”

자귀가 소리치자, 지붕에 남아 있던 궁수들이 일제히 활시위를 놓았다.

패패패패패패패애앵!

쒸쒸쒸쒸쒸쒸쒸에에엑!

이번에 날아든 화살은 아까와 달리 빳빳한 철시였다.

투퉁! 투투투투우웅!

카창!

‘깨졌다!’

자귀가 두 눈에 힘을 주었다.

마족 기사들의 전신을 두르고 있던 실드가 산산이 깨져 나간 것이다.

그런데…

타타타타탕!

마족 기사들의 몸에서 불꽃이 일어나면서 철시가 마구 튕겨 나가는 것이 아닌가?

철시가 갑주를 뚫지 못한 것이다.

“이익…! 쳐라!”

자귀를 비롯한 호신위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시퍼런 검기와 검은 오러가 서로 부딪치면서 금속성을 일으켰다.

하지만 마족 기사들의 무위는 어지간한 초절정 고수 수준이었다.

“크아악!”

“으악!”

호신위들이 피를 뿜으며 쓰러져 갔다.

순식간에 절정 고수 일곱이 죽어 나가자, 이제 자귀와 초절정 고수 셋만이 남게 됐다.

“이익…!”

열 명의 마족 기사들은 거침이 없었다.

보다 못한 현무룡이 활을 버리고는 검을 뽑아 들며 소리쳤다.

“가자!”

“우와아아!”

궁수들이 저마다 기합성을 터뜨리며 지붕 위에서 뛰어내리기 시작했다.

“설치지 마라!”

마족 기사 한 명이 사자후처럼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터뜨리자, 궁수들 중 몇 명이 피를 토하며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그가 발산한 강력한 마력을 버티지 못한 것이다.

하지만 그 직후,

“이놈들! 여기가 어디라고 온 것이냐!”

다시 한 번 허공을 가득 메우는 사자후!

고개를 들어 보니 또 한 무리의 무인들이 도착해 있었다.

바로 월섬당주 소천악이 이끄는 무인들이었다.

“저놈들을 이 땅에서 사라지게 만들어라!”

“존명!”

무인들이 대답과 동시에 후원으로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곧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다.

한편 밤하늘에 뜬 사비강과 존야는 서로 검을 맞댄 채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았다.

존야는 어금니를 빠득 갈았다.

“사비강…! 어째서 사사건건 방해를 하는 거지?”

“오히려 내가 묻고 싶군. 어째서 마족의 앞잡이가 된 것인가?”

“나를 이렇게 만든 것은 바로 너희 인간들이다. 애초에 나를 마령으로 만든 게 바로 너희들이다.”

“말은 바로 해야지. 널 그렇게 만든 건 마교의 욕심이었지.”

“그렇지. 마교. 잊고 있었군. 너무 오래된 일이라… 하나, 마교가 멸망하고 나서 너희 정도맹은 어린 마령들을 어찌 대했는지 아느냐?”

“…….”

“추살(追殺)하라 명했다! 우린 그저 살고 싶었을 뿐이었는데! 너희들은 우리 존재 자체를 죄악으로 여겼지!”

사비강이 히죽 입매를 치켜 올렸다.

“그래서? 그래서 인간을 전부 적으로 돌리기로 작정했다는 건가?”

“그게 문제라도 된단 말이더냐!”

“문제지. 너 또한 결국 그 멍청한 인간들과 같은 짓을 하는 거니까.”

“웃기지 마라! 그래도… 그래도 바리탄 후작님만큼은 날….”

“착각하지 마.”

순간 사비강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그 표정이 워낙 차가웠기에 존야조차도 흠칫거릴 정도였다.

“나이 꽤나 처먹었다면서 왜 그렇게 애처럼 굴고 있나? 바리탄이 널 각별히 여긴다고 생각하는 거냐? 설마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닥쳐!”

“아니, 좀 더 떠들어야겠어. 네가 적당히 멍청해야 입이라도 다물겠는데. 이건 뭐, 상상 이상으로 멍청해서 말이다.”

“닥치라고! 네놈은 뭐가 그리 특별하다고 생각하느냐!”

차아앙!

존야가 검강을 일으키며 휘두르자, 사비강의 신형이 멀찍이 물러났다.

팟!

다음 순간 존야가 사비강의 배후에 나타났다.

“이미 내가 자주 써먹는 수법이라고!”

사비강이 일갈하며 돌아서서 검을 휘두르는데,

쏴아아아아아앙!

순간 검은 안개가 주변으로 자욱하게 퍼져 나가면서 한치 앞도 보이지 않았다.

분명 베르타스가 존야를 베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칼날에는 아무것도 걸리지 않았다.

‘마공인가?’

사비강이 이맛살을 구기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완전한 어둠.

마치 흑귀가 펼친 그 어둠 속으로 들어온 것만 같았다.

하지만 사비강은 알고 있었다.

이 어둠은 가짜라는 것을.

분명 환각과 비슷한 것이리라.

그 증거로 자신은 어느새 바닥에 두 발을 디디고 있었으니까.

적어도 스스로 움직인 게 아니다.

그렇다고 존야가 9서클의 텔레포트 마법을 사용했을 거란 생각은 조금도 하지 않는다.

역시 환각이리라.

놀랄 건 없다.

어차피 마교에 뿌리를 둔 마공이니 흔한 현상이다.

대체로 마공의 경지가 궁극에 이르면 상대에게도 심마를 심을 수 있기에.

때마침 뒤쪽에서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가만히 서 있을 수도 없기에 사비강은 얼른 몸을 돌리고 소리가 난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점처럼 희미했던 빛이 점점 커지더니 어느 순간 사비강을 완전히 집어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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