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02
귀환 마교관
502화
“무슨 부탁이신지요?”
욱청풍이 고개를 갸웃거리고는 물었다.
능운파가 한참을 생각하다가 입을 열었다.
“내 생각에 이 목걸이를 착용한다면, 분명 내 몸에 변화가 일어날 듯하오. 이유는 모르겠지만 더 강해질 거란 확신이 드오.”
맹주의 뜻을 눈치 챈 욱청풍이 단호한 어조로 소리쳤다.
“맹주님! 안 됩니다. 이런 요사스런 물건을 몸에 지니시는 것만으로도….”
“그래서 부탁하는 거요. 만약 내가 이 목걸이를 착용한 후에 이성을 잃으면 욱 회주께서 나를 좀 말려 주시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서라도.”
“맹주님. 옛 성현들이 말하길 유혹은 애초에 멀리하는 게 좋다 하였습니다. 그 목걸이는 확실히 보통 요사스러운 물건이 아닌 듯합니다. 당장 던져 버리십시오!”
“하나 회주의 눈과 귀에는 맥없이 당하는 본맹의 무인들이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소?”
“그렇다고 무엇인지도 모르는 물건을 함부로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 제발 이 늙은이를 믿고 던져 버리십시오!”
“도대체 언제까지 저들의 비명을 듣고만 있으란 말이오!”
참다못한 능운파가 버럭 소리쳤다.
그의 두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그것이 죽어 가는 무인들에 대한 안타까움 때문인지, 참을 수 없는 욕망 때문인지 모호해 보였다.
“맹주님. 어떤 부작용이 있을지 알 수 없습니다. 제발 이 늙은이의 말을 들어주십시오.”
욱청풍이 다시 한 번 간곡하게 말했다.
그만큼 맹주가 들고 있는 목걸이는 어딘지 위험해 보였다.
심상을 제때 치유한 욱청풍은 능운파보다 훨씬 더 이성적으로 그 목걸이를 볼 수 있었다.
능운파가 한참을 침묵하다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정녕 그것이 옳은 방법이겠소?”
“그렇습니다! 맹주님!”
“…알겠소. 내 잠시 눈앞의 유혹에 마음이 흔들렸나보군.”
능운파가 긴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이지 잠깐 이성을 잃었다.
수하들을 살리고 싶단 생각보단 강해지고 싶단 욕망이 더 컸음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래, 나 스스로의 힘으로 강해지지 않는다면 무슨 소용이랴. 이깟 요물에 기댈 일이 아니다!’
마음을 굳힌 능운파가 손에 든 목걸이를 내던지려고 할 때였다.
꽈자아아앙!
푸스스스스!
요란한 소리가 동굴에 쩌렁쩌렁 울리더니 저만치 보이는 촉수가 미친 듯이 꿈틀거리며 벽과 바닥, 천장에 마구 부딪치는 게 아닌가?
다음 순간,
꽈자자자아앙!
다시 한 번 폭음과도 같은 소리가 쩌렁쩌렁 울렸다.
스르르르르르르!
- 꾸으어어엉!
이번에는 촉수가 빠른 속도로 되돌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맹주님! 아무래도 뭔가 변화가 생겼나 봅니다!”
“가봅시다!”
“앞장서겠습니다!”
능운파가 대꾸하자마자 욱청풍이 먼저 촉수가 미끄러져 나간 길로 달리기 시작했다.
능운파는 그의 뒤를 따라 달리면서 미간을 좁혔다.
‘조금 전에 울린 소리는 분명 마물의 비명소리였다. 누군가에게 당한 건가?’
그때 다시 동굴 전체가 뒤흔들리면서 강한 진동이 일어나더니 마물의 비명소리가 또 한 번 울렸다.
분명했다.
누군가 그 무시무시한 마물을 궁지로 몰아넣는 것이다!
‘대체 누가…?’
때마침 ‘쿠웅!’ 하는 육중한 소리가 울리더니 한 차례 진동을 끝으로 더 이상의 소음이 이어지지 않았다.
능운파와 욱청풍이 반사적으로 멈춰 서서는 서로를 바라보았다.
‘설마…?’
그때, 아스라이 들려오는 함성 소리!
“와아아아! 사비강 관주님이 오셨다!”
“이제 우린 살아서 돌아갈 수 있어!”
“사비강 관주님이 저 괴물을 쓰러뜨리셨다! 만세! 만만세!”
“역시 사비강 관주님이시다!”
욱청풍의 표정이 이내 환하게 밝아졌다.
“다행입니다! 사비강 관주가 소식을 듣고 왔나 봅니다!”
“그런 것… 같군.”
욱청풍이 반색하며 달려가는 사이, 능운파는 걸음을 완전히 멈추고 말았다.
그가 손에 들린 목걸이를 다시 한 번 힘주어 잡았다.
‘또 사비강인가…!’
다시금 목걸이에서 속삭임이 들려왔다.
이번에는 달콤한 속삭임이 아니었다.
조롱 섞인 비웃음이었다.
바보 같이 왜 망설인 거지?
사비강은 마계의 도구를 사용하지 않고 저렇게 강해진 줄 아는가?
그 역시 마계의 도구를 가지고 있어.
당장 그가 든 검만 해도 마계의 검이다.
그는 그 검으로 더욱 강해졌지.
뿐만 아니라 그는 온갖 마계의 물건을 다 사용한다.
한데 어째서 너는 마계의 물건을 기피하는 거지?
이성을 잃을까 봐?
그런 겁쟁이는 강해질 자격이 없어.
넌 결국 그런 존재야.
꽈드득…!
능운파가 어금니를 갈았다.
아직도 귓가에서는 사비강을 연호하는 함성이 쟁쟁하게 울리고 있었다.
‘그래, 그가 강해진 것도 마계의 기물을 사용한 것 때문이 아니던가!’
마음을 굳힌 능운파는 손에 든 목걸이를 지체 없이 목에 걸었다.
다음 순간,
“허억!”
그는 전신이 뻣뻣하게 굳어 가는 것을 느끼면서 헛바람을 집어 삼켰다.
‘뭔가… 잘못된 건가?’
하지만 그런 생각도 잠시,
“크아아악!”
꽉 다문 입술을 비집고 비명이 터져 나왔다.
전신의 근육과 혈관이 뒤틀리는 것만 같았다.
그의 혈맥을 따라 검붉은 빛줄기가 연신 지나갔다.
“끄으어…!”
얼마나 고통 속에서 허우적댔을까?
능운파의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광경이 왜곡되고 뒤틀리기 시작했다.
마치 사막의 신기루처럼 이상한 것이 보였다가 사라지기도 했다.
한참이 지났을 때, 그의 혈맥을 따라 흐르던 빛줄기도 사라졌다.
그의 몸에서는 검붉은 기운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후우우.”
긴 숨을 내쉬자, 마음이 착 가라앉았다.
꼭 감았던 눈을 떴을 때, 능운파는 몸이 날아갈 듯 가벼운 것을 느꼈다.
뿐만 아니라 전신에서 넘쳐나는 기운을 느꼈다.
‘이건가…!’
정말이지 황홀한 수준이었다.
왜 진작 이 목걸이를 사용하지 않았을까?
그래, 사비강은 벌써부터 사용하지 않았던가?
“흐흐흐!”
나직이 웃음을 흘리던 능운파가 갑자기 뚝 그치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는 곁눈질을 했다.
뭔가 그림자가 지나간 것.
찰나,
탓, 슈아아아아악!
그가 빛살처럼 몸을 날리더니 단숨에 검을 휘둘렀다.
쉬컥!
찰나지간에 그림자는 상하반신이 양분되면서 쓰러졌다.
쓰러진 녀석을 보니 처음 보는 마물이었다.
잠시 후 다른 그림자들이 능운파를 둘러쌌다.
‘감히 네놈들이 날 상대하겠단 말이냐!’
타닷! 쉬이이이잇!
능운파의 검이 춤을 추었다.
빛줄기가 번쩍일 때마다 단말마의 비명이 차올랐다.
그렇게 광란의 춤사위를 한 바탕 벌이고 나자, 그의 주변으로는 온통 마물의 시체로 가득했다.
“후우, 후우…!”
거친 숨을 내쉬는 그의 전신에서 연신 검붉은 기운이 풀풀 휘날렸다.
때마침 등 뒤의 기척을 느낀 능운파가 반사적으로 몸을 날렸다.
“어딜!”
쉬이이이익!
검봉이 그림자의 목을 뚫으려는 순간,
“맹주님!”
귓가에 닿은 다급한 외침!
익숙한 목소리에 얼른 정신을 차린 능운파는 검봉이 겨누는 상대를 보고는 화들짝 놀라며 물러났다.
“욱 회주!”
“맹, 맹주님…? 여기서 대체 무슨 짓을…?”
“아… 잠시 착각했소. 미안하게 됐소.”
“아, 아무리 그래도 이건…?”
“사과하지 않았소. 내가 잠시 그대를 마물로 착각해서….”
“맹주님! 제가 아니라 여기 쓰러진 자들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욱청풍이 버럭 고함을 내지르자 그제야 능운파가 움찔거리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순간 그의 눈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커졌다.
‘이, 이게 대체…!’
그가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는 비틀거렸다.
자신의 주변에 널브러진 시체들.
그들은 모두 이번 토벌대에 참가한 무인들이었다.
능운파가 천천히 뒷걸음질을 쳤다.
‘이럴 수가…! 어째서? 분명이 난 마물을 베었는데…!’
그의 하얗고 긴 수염이 덜덜 떨려 왔다.
“맹주님. 괜찮으십니까? 정녕 이들을 해한 것이 맹주님이십니까?”
“아, 아니오…! 난…!”
“하면 어째서 여기에 이들이…!”
욱청풍의 시선이 능운파의 피 묻은 검신으로 향했다.
아직도 식지 않은 피가 능운파의 검신에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능운파가 욱청풍의 시선을 따라 자신의 검을 한 번 내려다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럴 리가 없었다.
절대로…!
그때,
‘정말인가? 정녕 이들이 마물이 아니라는 걸 몰랐나?’
심연에서 들려오는 또 다른 목소리.
그것이 목걸이에서부터 전해진 것인지, 순수한 본인의 속내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나는 몰랐다. 정말 몰랐다. 내 눈에는 그저 이들이 마물로만…!’
속으로 생각하던 능운파가 순간 흠칫거리고는 눈을 크게 떴다.
떠올랐다.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던 그 순간이!
바람을 가르듯 쏘아져 나가는 검무에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그 검으로 사람을 벨 때의 감촉은 황홀경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짜릿했다.
오랜만이었다.
검을 들고 휘두르면서 이런 쾌감을 느낀 것은.
뭔가 그림자가 지나간 것.
찰나,
탓, 슈아아아아악!
그가 빛살처럼 몸을 날리더니 단숨에 검을 휘둘렀다.
쉬컥!
찰나지간에 그림자는 상하반신이 양분되면서 쓰러졌다.
쓰러진 녀석을 보니 처음 보는 마물이었다.
잠시 후 다른 그림자들이 능운파를 둘러쌌다.
‘감히 네놈들이 날 상대하겠단 말이냐!’
타닷! 쉬이이이잇!
능운파의 검이 춤을 추었다.
빛줄기가 번쩍일 때마다 단말마의 비명이 차올랐다.
그렇게 광란의 춤사위를 한 바탕 벌이고 나자, 그의 주변으로는 온통 마물의 시체로 가득했다.
“후우, 후우…!”
거친 숨을 내쉬는 그의 전신에서 연신 검붉은 기운이 풀풀 휘날렸다.
때마침 등 뒤의 기척을 느낀 능운파가 반사적으로 몸을 날렸다.
“어딜!”
쉬이이이익!
검봉이 그림자의 목을 뚫으려는 순간,
“맹주님!”
귓가에 닿은 다급한 외침!
익숙한 목소리에 얼른 정신을 차린 능운파는 검봉이 겨누는 상대를 보고는 화들짝 놀라며 물러났다.
“욱 회주!”
“맹, 맹주님…? 여기서 대체 무슨 짓을…?”
“아… 잠시 착각했소. 미안하게 됐소.”
“아, 아무리 그래도 이건…?”
“사과하지 않았소. 내가 잠시 그대를 마물로 착각해서….”
“맹주님! 제가 아니라 여기 쓰러진 자들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욱청풍이 버럭 고함을 내지르자 그제야 능운파가 움찔거리고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순간 그의 눈이 금방이라도 터질 것처럼 커졌다.
‘이, 이게 대체…!’
그가 손으로 입을 틀어막고는 비틀거렸다.
자신의 주변에 널브러진 시체들.
그들은 모두 이번 토벌대에 참가한 무인들이었다.
능운파가 천천히 뒷걸음질을 쳤다.
‘이럴 수가…! 어째서? 분명이 난 마물을 베었는데…!’
그의 하얗고 긴 수염이 덜덜 떨려 왔다.
“맹주님. 괜찮으십니까? 정녕 이들을 해한 것이 맹주님이십니까?”
“아, 아니오…! 난…!”
“하면 어째서 여기에 이들이…!”
욱청풍의 시선이 능운파의 피 묻은 검신으로 향했다.
아직도 식지 않은 피가 능운파의 검신에서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능운파가 욱청풍의 시선을 따라 자신의 검을 한 번 내려다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럴 리가 없었다.
절대로…!
그때,
‘정말인가? 정녕 이들이 마물이 아니라는 걸 몰랐나?’
심연에서 들려오는 또 다른 목소리.
그것이 목걸이에서부터 전해진 것인지, 순수한 본인의 속내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나는 몰랐다. 정말 몰랐다. 내 눈에는 그저 이들이 마물로만…!’
속으로 생각하던 능운파가 순간 흠칫거리고는 눈을 크게 떴다.
떠올랐다.
미친 듯이 검을 휘두르던 그 순간이!
바람을 가르듯 쏘아져 나가는 검무에 기분이 좋았다.
그리고 그 검으로 사람을 벨 때의 감촉은 황홀경이라고 표현해도 좋을 만큼 짜릿했다.
오랜만이었다.
검을 들고 휘두르면서 이런 쾌감을 느낀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