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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마교관-500화 (500/670)

# 500

귀환 마교관

500화

“쿠와아아아아!”

거대한 마물이 마구 몸부림치며 포효를 터뜨렸다.

녀석의 울부짖음 때문에 공동이 쩌렁쩌렁 울렸다.

무인들이 저마다 내공을 끌어올려 소리를 차단했다.

어지간한 전각만 한 크기의 마물.

머리는 세 개였다.

개를 닮은 머리와 멧돼지를 닮은 머리 그리고 소를 닮은 머리.

팔은 네 개였고, 꼬리는 모두 아홉 개였는데 뱀처럼 흐느적거리며 독침을 쏘았다.

벌써 녀석의 독침에 당해서 쓰러진 무인들이 상당수였다.

녀석의 이름에 대해 아는 자가 없었기에 토벌대는 ‘삼두마(三頭魔)’라고 불렀다.

삼두마의 머리 중 개를 닮은 녀석은 상반신이 찢어져 나간 무인의 다리를 질겅질겅 씹어대고 있었다.

공동 주변에는 온통 부상으로 신음하는 자들이 가득했다.

그렇다고 삼두마가 멀쩡한 것은 아니었다.

녀석 역시 몸 여기저기에 검과 창이 박혀 있었다.

다만, 부상을 입은 것치곤 워낙 힘이 넘쳐 보였기에 무인들은 저마다 은근한 두려움을 느꼈다.

“맹주님, 녀석의 약점이 좀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능운파 곁으로 내려선 욱청풍이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매설란도 다가와 소리쳤다.

“부상자들이 너무 많아요! 우선 다친 자들을 안전한 곳으로….”

“지금 그럴 때가 아니오!”

능운파가 냉정한 목소리로 외치자, 매설란이 얼른 입을 다물었다.

다소 야박하다는 생각이 들지라도 전시에는 상관의 명령이 절대적이어야 한다.

위계가 흐트러지는 순간 전장은 아수라장이 되고 말기에.

“욱 회주!”

“예, 맹주님!”

“놈의 꼬리로 달린 아홉 마리 뱀을 맡을 수 있겠소?”

“송구합니다만 혼자서는 무립니다.”

“이 단주!”

“예, 맹주님!”

이자준이 얼른 달려와 대답했다.

이 와중에도 토벌대는 삼두마를 에워싸고 사투를 벌이는 중이었다.

촌각을 다투는 상황.

“욱 회주와 함께 꼬리 부분을 맡도록 하게! 녀석들이 쏘아내는 독침을 조심해야 하네!”

“알겠습니다!”

“매 총관!”

“네!”

“내가 삼두마의 시선을 끌어보겠소. 녀석들이 내게 집중하면 그걸 이용해서 삼두마 중 한 녀석의 머리를 베어주시오.”

매설란은 맹주가 말한 ‘그것’이라는 게 블링크 마법을 말한다는 걸 알아챘다.

“알겠습니다! 반드시 해보겠습니다!”

“좋소.”

능운파가 고개를 끄덕여 보이고는 바닥을 차고 날아갔다.

타앗!

그는 곧바로 토벌대에게 명령을 내렸다.

“물러서지 마라! 오늘 우리는 저 마물을 물리치고 인간의 위대함을 마족들에게 일깨워 줄 것이다! 무인에게 한계란 없다!”

“우와아아아!”

내공을 실은 목소리가 무인들의 마음을 격동하게 만들자, 저마다 함성을 내지르며 삼두마에게 달려들었다.

그러는 사이 능운파는 허공답보를 펼치며 삼두마의 정면으로 날아갔다.

파파파파팟!

그의 무공만으로도 토벌대의 사기가 상승할 정도였다.

일전에 보았던 곤륜파의 운룡대구식보다도 신속하면서도 유연한 경신법이었다.

“노오옴! 네놈들이 있을 곳이 아니다! 썩 사라져라!”

쒸아아아앙!

일순 능운파의 검을 에워싸며 강기가 솟구쳐 올랐다.

위협을 느낀 것인지 삼두마가 얼른 발톱을 날카롭게 세우고는 휘저었다.

저 발톱에 전신이 갈기갈기 찢겨 나간 무인만 해도 열이 넘었다.

따다다다다다당!

상당한 마력 때문인지 녀석의 발톱은 강기와 부딪치면서도 부러지거나 잘려 나가지 않았다.

“크읏!”

능운파가 뒤로 물러날 때였다.

[지금이오!]

그가 전음을 보내자마자 매설란이 버럭 외쳤다.

“블링크!”

팟!

순간 그녀의 몸이 사라지더니 삼두마의 머리 위에 거짓말처럼 나타났다.

곧이어,

“하아아아앗!”

쑤아아아아앙!

검강이 일어나면서 멧돼지 머리를 내리쳤다.

써커엉!

츄아아아아아!

멧돼지 머리가 잘려 나가면서 피가 폭포수처럼 터져 나왔다.

쿠웅!

집채만 한 머리가 떨어지자 땅이 떨릴 지경이었다.

“우오오옷! 매설란 총관님이 녀석의 머리 중 하나를 베었다!”

“우와아아아!”

토벌대의 사기가 다시 한 번 솟구쳤다.

하지만 위기는 곧바로 이어졌다.

비명과도 같은 괴성을 내질러대던 삼두마가 순간 아래로 떨어져 내리는 매설란을 그대로 낚아챈 것이다.

“크와아아아악!”

화가 날 대로 난 삼두마가 매설란을 삼킬 것처럼 입으로 가져갔다.

절체절명의 순간!

“노오오옴!”

능운파가 사자후를 터뜨리며 단숨에 허공답보를 펼쳐 날아갔다.

다음 순간, 그가 양팔을 활짝 펼치자 그의 검에 시퍼런 강기가 맺히면서 앞으로 쭈욱 뻗어 나갔다.

이기어검술이었다.

슈커억!

그가 날려 보낸 검이 그대로 삼두마의 턱 아래를 뚫고 머리 위로 튀어나왔다.

마지막 남은 소머리가 미친 듯이 비명을 내질렀다.

능운파는 거기서 멈추지 않고 곧장 소머리 위로 날아올랐다.

그야말로 전광석화와 같은 움직임이었다.

블링크 만큼 빠르진 않았지만, 범인이라면 눈으로 쫓기 힘들 정도로 신속했다.

“하아아앗!”

우렁찬 기합성과 함께 능운파가 전신의 무게를 실어 아래로 일장을 내질렀다.

그의 독문무공 중 하나인 벽력투심장(霹靂透深掌)이었다.

짜르르르르르릉! 꽈자앙!

마치 하늘에서 벽력이 내려친 것과 같은 뇌전이 삼두마의 전신을 관통하며 지면까지 퍼져 나갔다.

콰자자자자작!

그 여파가 어찌나 큰지 삼두마가 서 있던 자리 사방으로 균열이 가면서 뇌전이 흘렀다.

그 때문에 삼두마를 에워싸고 공격하던 무인들이 뇌류에 감전되면서 찌릿한 통증을 느껴야만 했다.

벽력투심장이 극성에 이른 효과였다.

몇몇 부상자들은 그 통증을 이기지 못해 의식을 잃을 정도였다.

“크어어어어…!”

소머리만 남은 삼두마는 그대로 신음을 흘리더니 이내 눈을 허옇게 뒤집고는 쿵, 소리와 함께 쓰러지고 말았다.

가까스로 삼두마의 손아귀에서 빠져나온 매설란이 겨우 한숨을 돌리는 사이, 능운파가 허공에서 천천히 내려서며 삼두마의 사체 위에 꼿꼿하게 섰다.

“삼, 삼두마가… 죽었다.”

“녀석이… 죽었다!”

“우와아아아아! 맹주님 만세!”

“우리가 이겼다! 맹주님이 삼두마를 처리하셨다!”

살아 남은 무인들이 저마다 환호성을 지르며 능운파를 찬양했다.

능운파는 모처럼 흡족한 표정으로 그들을 둘러보았다.

‘그래, 이 모습이다. 앞으로 내가 봐야 할 광경이. 앞으로 내가 걸어가야 할 길에 보일 광경은 이런 것이다!’

매설란이 맹주에게 다가가 포권을 취했다.

“맹주님의 무위에 진심으로 감탄했습니다. 많이 배웠습니다.”

“과찬이오.”

마침 이자준도 다가와 보고했다.

“꼬리뱀의 독침에 당한 부상자가 한 명 있습니다만, 빠른 후속 처치로 목숨엔 지장이 없을 듯합니다. 맹주님 덕분에 싸움이 길어지지 않아 모두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일세.”

이번엔 욱청풍이 다가오며 찬사를 보냈다.

“무위가 더 고강해지신 것 같습니다. 이 늙은이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경지군요.”

욱청풍의 찬사에 능운파가 기분 좋게 웃었다.

“허허, 어쩌자고 이렇게 띄우시오? 겨우 마물 한 마리를 처리한 것뿐인데.”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능운파는 내심 우월감을 느끼며 흡족했다.

모두가 자신을 우러러보면서 만세를 외치는 광경이 얼마만이던가?

자신을 바라보는 무인들의 눈빛에 경외감이 가득했다.

‘그래, 바로 이 자리다. 이런 자리가 내가 있어야 할 자리다.’

능운파의 눈빛이 그 어느 때보다도 빛났다.

그런데 그때,

드드드드드드드…!

갑자기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땅이 흔들리는 게 아닌가?

“엇? 뭐, 뭐지?”

“단순히 지진인가?”

“아니다! 땅속에 뭔가가 있어!”

누군가 소리쳤다.

동시에 무인들 모두가 바닥을 내려다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조금 전 벽력투심장으로 균열이 갔던 자리가 점점 더 크게 벌어지고 있었다.

다음 순간,

쿠콰콰콰콰콰아아앙!

엄청난 진동과 함께 시커먼 그림자가 불쑥 솟구치는 게 아닌가?

그 바람에 몇몇 무인들이 튕기듯 날아가 벽에 부딪치며 쓰러지고 말았다.

어떤 이는 아예 균열이 간 지하 깊은 곳으로 추락하기도 했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무인들이 공동을 가득 채우며 나타난 존재를 흔들리는 눈동자로 바라보았다.

매설란 역시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입에서 신음처럼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맙소사… 저게 뭐야?”

**

벌컥!

한 달이 다 되도록 굳게 닫혀 있던 문이 드디어 열렸다.

어두컴컴한 실내.

그곳에서 한 남자가 저벅저벅 걸어 나왔다.

남자의 전신에서는 하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로 어슬렁거리며 나타난 마수 한 마리.

바로 추량과 반묘였다.

둘은 한 달 가까이 폐관수련을 하다가 이제야 바깥 공기를 쐬었다.

애초에 사비강은 반묘와 함께 상호작용하는 추량에게 특별히 폐관수련을 하도록 지시했다.

수련법에 대해서는 일찌감치 알려 주었다.

그 결과 추량은 비약적인 발전을 이룰 수 있었다.

스스로 느끼기에도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듯했다.

추량이 착 가라앉은 음성으로 말했다.

“사부님을 찾아가자, 반묘.”

크르렁!

한 차례 포효를 터뜨린 반묘가 푸르스름한 기운을 내뿜는가 싶더니 이내 고양이처럼 작아져서는 추량의 품으로 쏙 들어갔다.

추량은 곧바로 관주실로 찾아갔다.

마침 사비강이 자리에 있었다.

“오랜만에 찾아뵙니다, 사부님.”

추량이 포권을 취하며 진중한 태도로 인사를 올렸다.

“그래, 진전은 좀 있었나?”

“예, 덕분에 상당한 발전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럼 다행이군. 마나 량이 많이 상승했겠어.”

“기존의 세 배에 가깝습니다.”

“반묘에게 감사해야겠네. 일단 확인이나 해보자. 따라와.”

“예, 사부님.”

사비강이 추량을 데리고 후원으로 가더니 멈칫하고는 물었다.

“그런데 너…”

“말씀하십시오.”

“왜 갑자기 무게를 잡고 난리냐?”

“예…?”

“왜 어울리지 않게 무거운 표정을 지으면서 있어 보이는 척을 하냐고.”

“후후. 폐관수련을 하다 보니 깨달음을 얻어서 절로 이렇게 변한….”

쉬이이이이잇!

순간 사비강이 베르타스를 내질러 갔다.

짧은 찰나였지만 추량은 사비강으로부터 살의를 느끼고는 반사적으로 왼팔을 뻗었다.

“하앗!”

후아아아아아아앙!

쩌어어엉!

베르타스와 마나 방패가 부딪치면서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우웅! 우웅! 우웅…!

푸른빛 마나 방패는 소멸하지 않은 채 묘한 파동을 울렸다.

추량이 소리쳤다.

“깜짝 놀랐잖아요!”

“날 죽일 생각으로 덤벼라.”

“아무리 그래도 갑자기 이렇게 공격을… 허억!”

쉬이이이잇!

사비강이 다시 한 번 검을 내질러 왔다.

이번엔 방패를 비껴들어오는 것이었기에 추량이 얼른 보법을 밟으면서 마나검을 내질렀다.

까아아앙!

다시 한 번 날카로운 금속성이 들리면서 불꽃이 튀었다.

‘좋아, 그럼 어디 한 번!’

울컥 화가 치민 추량이 반사적으로 마나를 운용했다.

짜자자자작!

일순 마나검에 균열이 가더니,

촤촤촤촤촤촤촤아악!

수십 조각의 마나 파편들이 터져 나가는 것이 아닌가?

그의 필살기인 파기검이었다.

한데 그 개수와 강도가 이전에 비하면 놀라울 정도로 많고 강했다.

뿐만 아니라 조각조각 깨진 파편들이 오로지 사비강에게만 날아드는 것이 아닌가?

각 파편들이 날아갈 방향까지 정할 수 있는 경지까지 다다른 것이다.

투타타타타타…!

사비강이 베르타스를 어지럽게 휘두르며 모든 마나 조각들을 남김없이 쳐냈다.

푸른빛의 마나 조각이 산산이 부서지자, 사비강 앞으로 푸른 빛 알갱이가 눈부시게 비산했다.

마침내 베르타스를 갈무리한 사비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대치는 충족했군. 수고했다.”

그러고는 돌아서서 걸어가는 사비강의 뒷모습을 보며 추량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와… 사부님은 왜 저럴 때조차 멋있냐?”

역시 멋이라는 건 무게 잡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었던가?

그때였다.

사비강 앞으로 홍염이 뚝 떨어져 내렸다.

“급보입니다! 맹주님이 이끈 토벌대가 위기에 처했습니다. 전멸을 각오할 만큼 위험합니다!”

“뭐?”

“또 하나, 마족들이 사천의 두정산(頭頂山)에 출몰했습니다. 단순히 소환지가 개방된 수준을 넘어 마족 기사들까지 작정을 하고 조직적으로 나타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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