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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마교관-484화 (484/670)

# 484

귀환 마교관

484화

한때 정도맹 내원에서 ‘검영각’이라는 명칭으로 불렸던 전각들은 이제 ‘멸마관’이라는 현판을 내걸고 있었다.

멸마관 한쪽에 위치한 대연무장은 어지간한 연무장에 비교했을 때 무척 넓었었는데, 검영각주였던 섭청이 특별히 신경 써서 만든 수련장이기도 했다.

지금 그 대연무장에는 사비강이 나눠 준 영약과 영단을 복용한 멸마관 무인들이 빼곡하게 도열해 있었다.

대부분 교관이나 조교들이었다.

마침내 대연무장 단상 위로 사비강과 매설란이 나타나자, 그들은 반짝이는 눈빛으로 시선을 들었다.

물론 개개인이 받은 영약과 단환은 차이가 있었다.

어떤 이는 무려 만년설삼을 복용했고, 어떤 이는 소환단 정도에 지나지 않는 영단을 복용했다.

하지만 그 누구도 불만은 없었다.

오히려 자신들에게 이런 기회가 생긴 것에 감사했다.

이는 아무리 소소한 영단이라도 그 자체가 귀하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사비강에 대한 무한한 신뢰가 한몫하고 있었다.

사비강이 장내를 둘러보며 내력이 담긴 목소리로 물었다.

“다들 잘 복용했나?”

“예, 관주님!”

우렁찬 대답 소리가 천지에 쩌렁쩌렁 울렸다.

곧이어, 누군가 소리쳤다.

“감사합니다, 관주님!”

“감사합니다, 관주님!”

그러자 다른 이들도 동시에 입을 모아 소리쳤다.

그야말로 패기가 넘치는 목소리였다.

그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매설란도 고개를 돌려 사비강에게 말했다.

“나도 덕분에 내공이 크게 늘었어.”

“잘 됐네. 얼마나 늘었을지 궁금한 걸?”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확인해 보니….”

하지만 사비강이 손을 들어 그녀의 말을 저지했다.

매설란이 고개를 갸웃거리고 바라보자, 사비강이 희미하게 웃었다.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돼. 지금부터 알아보면 되니까.”

“무슨…?”

사비강은 대답 대신 장내를 둘러보면서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

그 웃음을 본 용천관 출신 무인들과 신생조 출신 무인들은 왠지 모를 오싹함을 느꼈다.

사비강이 저런 표정을 지을 때면 늘 황당한 제안을 해왔기에.

아니나 다를까, 사비강의 입에서 생각지도 못한 말이 튀어나왔다.

“다들 공력이 늘었을 거다. 지금쯤 몸이 근질근질하겠지. 어떻게든 그 힘을 시험해 보고 싶을 테니까 말이야. 지금 그 기회를 주겠다. 이 시간부로 전원 나를 공격하도록.”

장내가 순식간에 침묵으로 잠겨 들었다.

그때 맹가숙이 한 걸음 나서면서 불쑥 물었다.

“진심입니까? 여기 있는 자들이 모두 한꺼번에 덤빈다면 아무리 관주님이어도….”

“무인이라면 말 대신 몸으로 해야지, 맹 영감.”

“크음. 후회하지 않으시겠습니까?”

“물론. 나를 죽일 각오로 최선을 다해서 덤벼라.”

그러자 이번엔 염자량이 불쑥 소리쳤다.

“정말 죽으실 수도 있습니다.”

“그럼 너희들이 이긴 거지. 하지만 한 가지 기억해야 한다. 너희들 역시 죽을 각오로 덤벼라. 나 역시 손속에 사정을 두지 않을 테니. 대신 검은 사용하지 않겠다. 물론 마법도 사용하지 않겠다.”

“에이, 농담이시죠?”

“농담인지 아닌지 궁금하면 직접 확인해 보든지.”

사비강의 입매가 다시 한 번 비틀렸다.

맹가숙이 껄껄 웃었다.

“모처럼 재미있군요. 그럼… 시작합니다!”

그가 말을 마치기가 무섭게,

파앙!

바닥을 차고 쏜살같이 날아갔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빠른지 범인이라면 눈으로 쫓기도 힘들 정도였다.

철컥 철컥 철컥…!

그의 손에 들린 구절창이 빠른 속도로 조합되면서 사비강을 향해 굽이치듯 날아갔다.

팟!

사비강이 발걸음을 뗐다.

그 순간 그는 흐르는 물이 되었다.

빠르다는 느낌은 없었다.

단지 굉장히 부드럽게 보일 뿐이었다.

움직임 하나하나가 너무 부드러워서 마치 여인의 춤사위를 보는 듯했다.

타탕…!

마침내 구절창이 사비강을 아슬아슬하게 스치더니 허공을 내찔렀다.

다음 순간, 맹가숙은 자신의 품으로 파고든 사비강이 씨익 웃는 모습을 보았다.

등골에 소름이 오소소 듣는 순간,

파파팟!

사비강이 맹가숙의 몸을 향해 손을 몇 차례나 빠르게 뻗었다.

하지만 그 속도가 워낙 빠르고 정신이 없어서 맹가숙은 뭐에 어떻게 당했는지도 알 수 없었다.

곧이어,

퍼엉!

맹가숙의 오른쪽 가슴에서 일장이 터졌다.

슈우우우우욱, 꽈다앙!

포탄처럼 날아간 맹가숙이 벽을 부수며 나뒹굴었다.

“크윽…! 쿠웨에엑!”

가슴을 움켜쥐며 비틀비틀 일어나던 맹가숙이 무릎을 꿇더니 각혈을 했다.

나름 회심의 일격이었건만, 단 일합을 견디지 못하고 나가떨어진 것이다.

얼굴이 하얗게 질린 맹가숙이 뺨을 씰룩였다.

“이런… 니미…!”

풀썩!

그는 결국 맥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그 모습을 본 무인들이 저마다 입을 딱 벌린 채 사비강을 돌아보았다.

모두의 머릿속에 같은 생각이 떠올랐다.

‘이게 뭐야…? 정말로 죽일…?’

맹가숙의 뒤를 이어 달려들려던 무인들이 완전히 돌처럼 굳은 채 움직이지 못했다.

실컷 영약을 먹인 다음에 죽인다니!

이런 변태적이고 가학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이 세상천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아니다.

사비강이라면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들의 머릿속이 복잡하게 뒤엉켜 갈 때, 사비강이 싸늘한 표정으로 무인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죽을 각오로 덤비라고 분명히 경고했을 텐데.”

꿀꺽.

무인들이 서로를 돌아보았다.

‘진짜야? 이거?’

마침 방각이 얼른 맹가숙에게 달려가 맥을 짚었다.

사비강이 픽 웃었다.

“걱정 마라. 아직 죽지는 않았다. 간신히 숨은 쉬겠지. 하지만 지금 잘못 건드리면 정말 죽을 걸?”

그러자 방각이 얼른 물러나며 맹가숙으로부터 거리를 두었다.

사비강은 쓰러진 맹가숙을 보며 무신경하게 중얼거렸다.

“그렇다곤 해도 천년설삼으로 겨우 이십 년 치의 내공 상승이라… 역시 나이 탓인가? 아슬아슬하게 턱걸이했군.”

그 순간 모두의 표정이 해쓱해졌다.

단 일합으로 맹가숙의 내공 성취까지 파악했단 말인가?

이래서야 정말 괴물이 아닌가?

뿐만 아니라 성취도를 안다는 건, 평소 맹가숙의 기량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었다는 뜻이 아닌가?

염자량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장내를 둘러보았다.

‘설마 관주님은 이곳에 있는 무인들 모두의 내공을 다 기억하고 있단 말이야?’

그러는 사이 사비강은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 갔다.

“보다시피 너희들이 기대치 이상의 내공 상승을 이루지 못했다면 죽을 거다. 만약 맹 영감이 십구 년 치의 내공을 취했다면 조금 전의 일격으로 명을 달리했을 테지.”

그러자 조문탁이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물었다.

“그, 그 기준이 뭡니까? 기대치의 기준요!”

“그거야 당연히….”

사비강이 씨익 웃었다.

“내 마음대로지.”

“그게 무슨…!”

“내가 세운 그 기준에 닿지 않는 정도라면 정말 죽을 테니 그리 알아라. 그러니 신중하고도 신중하게 공격해 오도록.”

멸마관 무인들의 표정이 바뀌었다.

이제야말로 사비강을 공격하면서 진지하게 죽음에 대해 생각하게 된 것이다.

모두가 기가 질려 잔뜩 굳어 있을 때, 유일하게 다른 감정을 품고 있는 이가 있었으니….

“하아앙! 역시 서방님은 너무 멋져요!”

간드러지는 목소리에 이어 어울리지 않는 살기를 뿜어내며 설서린이 달려들었다.

휘르르르르르르륵!

마칸의 꼬리에 불길이 일어나면서 사방으로 가시 같은 촉수가 뻗어 나갔다.

사비강이 얼른 보법을 밟으며 튕기듯 물러나자, 이번에는 등 뒤에서 매설란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금이얏! 모두 쳐랏!”

그녀의 명령에 장내의 무인들이 순차적으로 사비강에게 쇄도해 왔다.

매설란은 사비강에게 쏘아지듯 날아가며 생각했다.

‘세상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공격하라고 소리치는 날이 올 줄이야!’

다음 순간, 사비강이 휙 몸을 회전하는가 싶더니, 수도를 이용해 연검을 쳐냈다.

퀴리잉!

연검이 휘청거리며 옆으로 튕기듯 날아갔다.

검신이 활처럼 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충격이 매설란의 어깨까지 타고 전해져 왔다.

그녀가 중심을 잃은 틈을 타서 사비강이 곧장 품으로 파고들었다.

‘부족해. 최선을 다해서 죽일 각오로 덤비라고 했잖아.’

촌각보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사비강의 눈동자에서 매설란은 그런 그의 뜻을 읽었다.

매설란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설마…! 당신은 진짜 날 죽일 생각이야?’

‘공력이 충분히 상승했다면 죽진 않겠지.’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만약 내가 기대치 이상 상승하지 않았다면!’

‘그럼 어쩔 수 없어.’

‘이런 나쁜 사람…!’

정말이지 잠깐 눈이 마주친 그 사이에 수많은 뜻이 오고갔다.

그리고 사비강의 장력에 맞서 매설란이 호신강기를 극한으로 끌어올리는 그 순간,

타아아앙!

사비강이 돌연 돌아서더니 옆에서 날아든 흑패도의 옆면을 때렸다.

“크아아악!”

염자량이 충격을 이기지 못해 비명을 내지르며 저만치 나가떨어졌다.

곧이어,

촤르르르르르륵!

쇠사슬이 스치는 소리가 들리면서 낫자루가 허공을 가르며 사선으로 날아들었다.

사비강이 보법을 밟자 순식간에 사슬 위로 사뿐히 떠올랐다.

“여기도 있다고요!”

마침 사슬을 따라 달려오던 유송령이 거신도를 파도처럼 이끌며 휘둘러 왔다.

쏴아아아아앙!

사비강은 쇠사슬을 발로 차듯 튕기며 훌쩍 물러났다.

거침없이 날아간 흑패도의 도기가 오히려 사비강에게 달려들던 다른 무인들에게 날아가 부딪쳤다.

따다다다당!

“크윽!”

“으윽!”

몇몇은 간신히 도기를 막아냈지만, 몇 명은 꽤나 깊은 부상을 입고 쓰러지고 말았다.

사비강이 차갑게 조소를 지었다.

“혼전에서는 조심해야지. 아군이 다치지 않도록. 무조건 힘만 믿고 까불면 안 되는 이유다.”

“그리고 항상 뒤를 조심해야 할 이유는 여기 있지요!”

돌연 사비강의 등 뒤에서 방각이 나타나더니 쌍도를 휘둘러 왔다.

쒸아앙! 쒸앙!

날카로운 도기 두 줄기가 사비강의 등짝을 향해 날아들었다.

‘됐어!’

방각이 쾌재를 불렀다.

이걸로 정말 죽일 수는 없더라도 상당한 부상은 입힐 수 있으리라.

죽이는 건 그 다음 문제다.

그런데…

스스스슷…!

사비강의 신형이 마치 신기루처럼 사라지는 게 아닌가?

“그렇지. 항상 뒤를 조심해야지. 그리고 압도적인 기량 차이가 아니라면 뒤에서도 조용히 닥치고 있어야지.”

“헉!”

등골이 서늘해진 방각이 얼른 돌아서는 순간,

탁탁탁!

순식간에 점혈을 당한 그는 그 자리에서 일순 돌처럼 굳어 버리고 말았다.

뒤이어,

퍼억!

사비강의 발길질에 그 역시 속수무책으로 날아가더니 한쪽 벽을 완전히 부수며 나뒹굴었다.

부스럭… 부스럭…!

방각이 무너진 돌 더미를 치워 내며 가까스로 몸을 일으켰다.

“씨벌…!”

풀썩!

겨우 욕지거리 한 마디 내뱉은 그는 그렇게 쓰러지더니 다시 일어나지 못했다.

무인들 모두 입을 딱 벌린 채 사비강을 보았다.

그들 모두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했다.

“제기랄! 더 강해졌잖아?”

“왜? 왜 더 강해지지? 그렇게 강한 괴물이 또 강해질 수도 있는 거야?”

“니미럴…!”

사비강이 뒤늦게 생각났다는 듯 말했다.

“아, 나도 만년설삼 먹었다.”

그러자 무인들이 이구동성으로 소리쳤다.

“제길! 그건 반칙 아닙니까?”

“적이 너희들 허락 맡고 강해진다더냐?”

사비강이 차갑게 웃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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