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 마교관-463화 (463/670)

# 463

귀환 마교관

463화

‘강하다…!’

곡보옥은 어금니를 빠득 갈고 마령교주를 노려보았다.

그는 어른에게 주먹이 꽉 잡힌 어린 아이처럼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완벽하게 기에 눌린 것이다.

만약 사내가 손아귀에 힘만 조금 주더라도 자신의 주먹이 똑, 하고 부러질 것만 같았다.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그렇지 않으면 떨려서 이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릴 것만 같았기에.

‘이자가… 마령교주…!’

과연 그는 사신마들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사신마도 괴물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합심해서 대적했을 때 어찌어찌 상대해 볼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그런데 눈앞의 이 사내는…

‘너무 강하잖아!’

맹주만큼이나 강해 보인다. 아니, 어쩌면 그보다 더 강할까?

모르겠다.

맹주가 정확히 어느 정도의 무공 수준인지 알 수가 없으니.

어쨌거나 분명한 건 이 순간 전의가 싹 사라질 정도로 강하다는 점이다.

오로지 마음 가득 두려움만이 차오른다.

그동안은 이해하지 못했다.

맹수 앞에 선 초식동물이 어째서 꼼작도 하지 못하는지.

하지만 지금 곡보옥이 딱 그런 심정이었다.

함부로 숨도 쉴 수 없을 것 같은 위압감.

“크읍…!”

곡보옥이 신음을 터뜨리며 입술을 질끈 씹었다.

턱선을 타고 피가 주르륵 흘러내렸다.

교주가 손에 힘을 준 것이다.

주먹이 으스러질 것만 같은 고통에 곡보옥은 최대한 내공을 끌어올려 버텼다.

마침 교주의 눈이 빛났다.

“흐음. 흥미로운 물건을 가지고 있군.”

그의 시선이 곡보옥이 착용하고 있는 철인구로 향했다.

스윽.

놀랍게도 그는 힘을 잔뜩 주고 있는 곡보옥의 팔을 들어올렸다.

마치 인형처럼 곡보옥의 팔이 올라갔다.

“이건 내가 가지도록 하지. 잘라라.”

“예…? 아, 알겠습니다!”

멍하니 대답하던 삼신마가 얼른 정신을 차리고는 벌떡 일어났다.

‘이, 이 새끼들 뭐하는 거야? 설마 내 팔을 자르겠다는 건가?’

곡보옥이 새파랗게 질린 표정으로 교주와 삼신마를 번갈아보았다.

그의 짐작대로 삼신마는 품에서 단도를 꺼내 들더니 강기를 입히고는 다가섰다.

삼신마가 단도를 들이밀며 이죽거렸다.

“원망은 마라. 너도 그랬잖아. 이기면 장땡이라고.”

“이런 개새…!”

“왜? 설마하니 비겁하단 말은 못하겠지.”

삼신마가 히죽 웃어 보이더니 단도를 높이 치켜들었다.

조금 전과는 정반대의 상황.

마침내 삼신마가 단도를 대각선으로 휘둘렀다.

쉬이이이잇, 콰직!

“크아아아아악!”

곡보옥의 입에서 참았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정말이지 지독한 고통이었다.

하지만 교주는 미간을 잔뜩 좁히고는 곡보옥의 팔을 보았다.

분명 단도가 그의 팔에 박혔는데, 완전히 잘리지 않았다.

당황하긴 삼신마도 마찬가지였다.

‘이런 미친…!’

강기를 입혀서 휘두른 단도였다.

바위도 두부처럼 자를 수 있었다.

그럼에도 곡보옥의 팔은 절반 정도 베였을 뿐이었다.

그가 단도로 내려치기 직전 곡보옥은 온힘을 다해 호신강기를 펼쳤고, 간신히 절단되는 상황만은 피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만약 철인구를 착용하지 않았더라면, 그의 오른팔은 이미 절단되고도 남았으리라.

삼신마가 얼른 단도를 뽑아내고는 다시 한 번 내리쳤다.

쒸이이이잇!

찰나,

쒸쒸에에에에에엑!

화살 두 자루가 섬광을 이끌며 날아들었다.

푹!

따앙!

츠츠츠츠츠츳!

한 자루의 화살이 교주의 검에 튕겨 날아갔고, 다른 한 자루는 삼신마의 손목에 박혔다.

삼신마는 그대로 미끄러지면서 대여섯 장이나 밀려났다.

곧이어,

쉬잇, 퍼엉!

취이이이이이익!

주변으로 자욱한 연무가 피어올랐다.

타다다닷!

교주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두 기운을 느끼고는 얼른 곡보옥을 아무렇게나 집어던지고는 두 자루의 검을 뽑아 들었다.

따다앙!

그가 휘두른 쌍검이 금속성을 터뜨리며 둔탁한 충격을 전했다.

습격한 두 인영이 미끄러지듯 멀어지며 발이 끌리는 소리가 들렸다.

츠츠읏!

‘누구지?’

교주가 눈살을 슬쩍 구겼다.

하나는 가볍지만 매서웠고, 다른 하나는 무겁지만 날쌔다.

한편 자욱한 연무 속에서 한쪽 구석으로 날아간 곡보옥은 정신을 잃을 정도의 고통에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크으윽!”

그가 비틀거리며 일어나자, 누군가 그에게 빠르게 달려왔다.

곡보옥이 일권을 내지르며 기합성을 터뜨렸다.

“호락호락 당할까 보냐!”

하지만 상대는 부드럽게 그의 주먹을 흘려내더니 바람처럼 다가와 그의 배후로 돌아갔다.

그리고 가녀린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쉿! 빠져나간다!”

‘이 목소리는…!’

뒤늦게 실수를 깨달은 곡보옥이 슬쩍 돌아보자, 매설란의 아름다운 얼굴이 생긋 웃고 있었다.

“고생했어.”

“총, 총관님…!”

“작전상 후퇴야.”

“죄송합니다!”

“죄송은. 넌 최선을 다했다.”

매설란이 품에서 신호탄을 꺼내 던져 올렸다.

삐이이익, 팡!

허공에서 초록빛의 폭죽이 터졌다.

연무가 자욱한 가운데에서도 그 불꽃만큼은 명확하게 보였다.

교주가 그 불꽃을 보느라 고개를 들었을 때,

쒸아앙! 쒸아아앙!

두 줄기의 강기가 그를 향해 매섭게 날아들었다.

그 중 하나는 독기마저 품고 있었다.

하지만 교주는 냉소를 지으며 두 자루의 검을 교차해서 휘둘렀다.

쉬펑! 퍼엉!

강기가 허공에서 터져 나가면서 스르르 소멸되자, 두 인영의 기운도 멀어져 갔다.

‘달아나겠다는 건가?’

교주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는 서두르지 않았다.

대신 마기를 한껏 끌어올린 다음 사방으로 발출시켰다.

쏴아아아아아아!

강렬한 기운이 뿜어져 나가자, 주변을 가득 메우고 있던 연무가 거짓말처럼 날아갔다.

저만치 삼신마가 관통당한 팔을 쥐고 끙끙거리는 게 보였고, 남문으로 달아나는 두 사람도 보였다.

그들은 바로 적무린과 서래향이었다.

‘매설란 총관…?’

교주는 잠깐 그녀를 보고 오해했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여자에게서 느껴진 기운은 분명 사기였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두 사람이 남문 안으로 사라지자, 철문이 육중한 소리를 울리며 굳게 닫혔다.

곡보옥은 이미 안쪽으로 달아난 것인지 광장에는 보이지 않았다.

“죄, 죄송합니다!”

삼신마가 헐레벌떡 다가와 고개를 조아렸다.

반면 일신마는 다소 느긋한 표정으로 다가와 인사했다.

“오셨습니까?”

“난장이군.”

교주가 남문 광장을 둘러보며 말하자, 일신마가 희미한 미소를 머금으며 답했다.

“오랜만의 외출이라 조금 즐겼습니다. 죄송합니다.”

“이신과 사신은?”

“이신은 죽었고, 사신은 비상 통로 출구를 찾으러 교외를 수색 중입니다.”

일신마는 이신마의 죽음을 전하면서도 시종 담담했다.

마치 사제의 죽음이 그에게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것처럼.

오히려 삼신마가 흥분해서 소리쳤다.

“교주님! 제가 반드시 놈들을 처리하겠습니다! 복수할 기회를…!”

교주가 손을 들어 올리고는 삼신마의 말을 막았다.

“됐다. 여긴 내가 맡을 테니 너희들은 사신을 찾아가도록. 출구로 나오는 녀석들은 한 놈도 남김없이 쓸어 버려라.”

“존명.”

두 신마가 동시에 대답하고는 몸을 날렸다.

교주는 다시 한 번 주변을 둘러보았다.

마침 저만치 남문을 향해 악착같이 기어가는 부상자가 보였다.

그가 교주와 눈이 딱 마주쳤을 때,

‘흐익…!’

그는 본능적으로 죽음을 직감했다.

그리고 그 직감은 어김없이 들어맞았다.

피융, 퍽!

한 줄기 지풍이 날아가면서 그의 머리가 터졌다.

교주는 무감한 시선을 들어 남문 위를 보았다.

그곳에서는 단리정이 활시위를 팽팽하게 당기고는 교주를 겨누고 있었다.

‘저거군. 멸마관의 신궁이라는 게.’

한편 교주와 눈이 마주친 단리정은 일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강하다…!’

지금껏 시위를 당기면서 이렇게 떨린 적이 없었다.

오히려 그는 시위를 당긴 순간이 가장 마음 편했다.

한데…

‘죽는다…!’

이번에는 오히려 죽음의 위협을 느끼고 있었다.

이 시위를 놓았다간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위협!

온몸이 사시나무처럼 덜덜 떨렸다.

탁.

단리정이 흠칫거리고는 돌아보았다.

누군가 자신의 어깨를 잡은 것이다.

매설란이었다.

“잘해줬어. 이제 가자.”

“총관님…”

“분하지만 당장의 자존심을 세울 일이 아냐.”

“…예.”

단리정이 시위를 내려 두고는 몸을 돌렸다.

매설란은 무인들을 모두 이끌고 내관의 언덕을 올라 관주전으로 돌아왔다.

정자에 올라서 보니 마인들이 남문을 부수고 내관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진법은 완성된 거죠?”

매설란이 몸을 돌려 무랑에게 물었다.

무랑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시진은 버틸 걸세.”

“그 정도면 충분하겠군요. 그럼 어서….”

말을 꺼내던 매설란이 흠칫거리고는 언덕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놀랍게도 마령교주는 곧장 언덕을 향해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무랑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저자의 내공이 상당히 심후한 모양일세. 내 진법이 전혀 통하지가 않는군!”

물론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심혈을 기울여 만들었다면 제아무리 마령교주라고 할지라도 저리 간단히 뚫진 못했으리라.

하지만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으로 급히 만든 미로였다.

그러다 보니 마령교주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마령교주는 주변으로 강기를 날려대면서 진법의 구성을 깨부수고 있었다.

그 뒤를 마인들이 천천히 따랐다.

이 상태라면 마인들이 관주전까지 치고 들어오는데 한 식경이면 충분할 듯했다.

매설란이 입술을 질끈 깨물고는 돌아섰다.

“서둘러야겠어요!”

그는 곧바로 관주전 지하 연무장에 있는 부상자들부터 지룡도를 이용해 탈출하도록 지시했다.

제일 먼저 고적산이 철혈대를 이끌고 앞장을 섰고, 그 뒤를 이어 초환당주 진백이 의생들을 지휘하며 부상자들을 실어 날랐다.

마지막으로 교관들과 생도들이 뒤를 따랐다.

그때까지도 정자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매설란에게 단리정이 다가와 말했다.

“이제 거의 다 대피했습니다. 총관님도 어서….”

“늦어.”

“예?”

“이대로는 우리가 따라잡히고 말 거야. 여기서 막을 사람이 필요해.”

“하지만 지룡도에는 기관 장치도 매설되어 있으니 쉽게 따라잡히진….”

“아니.”

매설란이 고개를 저었다.

“저자의 무공은 그 정도로 막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야.”

그녀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언덕 아래쪽에서 요란한 폭음이 전해졌다.

교주가 날린 강기에 전각 하나가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그 덕에 복잡하게 얽혀 있던 미로 중 다시 이 할 정도가 부서져 버렸다.

이 상태라면 곧 마령교주가 이곳에 당도할 것이고, 멸마관 무인들이 지룡도를 빠져나가기도 전에 따라잡힐 것이다.

게다가 지금 눈에 보이지 않는 그의 제자들도 신경이 쓰였다.

어딜 간 걸까?

만약 지룡도의 출구를 찾아 나선 것이라면, 그야말로 진퇴양난이 되는 셈이다.

매설란이 쓴 웃음을 지었다.

“이제야말로 방법이 없네. 다들 가도록.”

“예?”

차창!

매설란이 두 자루의 연검을 뽑아 들고는 굳은 표정을 지었다.

“누군가는 남아서 저자를 막아야 해. 내가 최대한 시간을 벌어 볼 테니 가라.”

매설란은 생각했다.

그래, 어쩌면 그 꿈.

그가 아니라 나의 마지막 운명을 나타낸 걸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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