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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마교관-461화 (461/670)

# 461

귀환 마교관

461화

‘지금이라면….’

일신마가 눈을 가늘게 뜨고는 광장의 기관 장치들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기관 장치들은 확실히 삐걱거리고 있었다.

생각보다는 사상자가 많이 발생했다.

하지만 일신마는 크게 개의치 않았다.

어차피 쓰고 버릴 자원이 아니던가?

그들의 희생으로 모든 기관 장치를 알아냈으니 헛된 죽음은 아닌 것이다.

게다가 인해전술로 밀어붙인 덕분에 벽면에서 쏘아지던 화살도 이제는 여분이 없는 것인지 더 이상 날아들지 않았다.

일신마의 생각에는 그저 서로 소모성 자원을 맞바꾼 것에 불과했다.

휙, 탁!

전각 위에서 뛰어내린 일신마가 서서히 마공을 끌어올렸다.

구오오오오오오…!

그의 전신에서 마기가 폭사하듯 뿜어져 나왔다.

근방에 있던 마인들이 움찔거리며 물러났다.

다음 순간,

“비켜라!”

단 한 마디.

더 이상의 경고는 없었다.

대신 일신마는 모든 마력을 칼에 실어 거세게 휘둘렀다.

쒸아아아아앙!

패마회격도(覇魔回擊刀).

마기를 가득 실은 강기가 회오리치다시피 사방으로 날아갔다.

서커커컥!

콰콰콰콰콰콰아앙!

강기는 아군을 가리지 않았다.

미처 피하지 못한 마령교도들은 상하반신이 분리된 채 비명을 내지르며 쓰러졌다.

동시에 광장 가득 설치된 기관 장치가 곳곳에서 폭음과 함께 부서져 나갔다.

그렇잖아도 조금씩 부하가 걸리면서 이상 현상이 생기던 차였다.

거기에 패마회격도의 일격을 받으니 기관 장치 상당수가 부서지고 말았다.

일신마에 이어 이번에는 삼신마가 쿵쿵거리며 달려가더니 하늘로 매처럼 날아올랐다.

정말이지 그 육중한 덩치로 믿을 수 없을 만큼 가벼운 몸놀림을 보여주었다.

곧이어,

슈우우우우욱!

혜성처럼 떨어져 내린 삼신마가 그대로 주먹을 땅바닥에 내질렀다.

꽈자아아아아앙!

요란한 소리와 함께 땅바닥이 뒤집어지면서 그 파편이 마구 튀어 올랐다.

땅속에 설치되어 있던 기관 장치도 산산이 부서지면서 사방으로 튀었다.

파파팍! 퍽퍽!

“크악!”

“아아악!”

그 파편으로 주변의 마령교도와 멸마관 무인들이 부상당하거나 죽어 나갔다.

정말이지 무지막지한 힘이었다.

수하들의 죽음에도 삼신마는 신경도 쓰지 않았다.

유성폭마권(流星爆魔拳).

삼신마의 특기 중 하나였다.

어쨌거나 일신마와 삼신마가 나선 덕분에 남문 광장의 기관 장치는 팔 할 이상이 박살났다.

여전히 멀쩡하게 작동하는 기관 장치도 있었지만, 이젠 그리 위협이 되지 않았다.

“쳐라!”

삼신마가 목청껏 소리치자, 마인들이 일제히 함성을 내지르며 남문을 향해 돌진했다.

“우와아아아아!”

“막아라! 저놈들이 절대로 남문을 통과하지 못하도록 해라!”

멸마관 무인들도 고성을 내지르며 마주 부딪쳐 왔다.

차차차차차차앙!

금속성과 고함소리가 마구 뒤섞이면서 혈투가 벌어졌다.

때마침 남문 위에 서 있던 단리정이 외쳤다.

“궁!”

처처처처처처처척!

내벽 위의 궁사들이 다시금 시위를 팽팽하게 잡아당겼다.

그 순간,

“후방 주의!”

누군가 외치자, 멸마관 무인들 중 후방에 대기하고 있던 자들이 일제히 철패(鐵牌)를 들어 올리며 방벽을 만들었다.

그러자 멸마관 무인들이 일제히 썰물처럼 빠지면서 철벽 안쪽으로 미끄러지듯 달려 들어갔다. 찰나,

“쏴라!”

단리정이 소리치는 것과 동시에 가장 먼저 시위를 놓았다.

패애애애앵!

쒸쒸쒸에에에엑!

세 대의 화살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갔다.

한 대는 일신마를, 또 다른 한 대는 이신마, 그리고 마지막 한 대가 삼신마를 노렸다.

따앙!

일신마는 칼을 휘둘러 날아드는 화살을 쳐냈다.

몸이 휘청거릴 정도의 충격이 있었지만, 부상을 입진 않았다.

이신마는 얼른 몸을 뒤틀면서 화살을 피했다.

피츗!

강기를 머금은 화살이 그의 안대를 끊어내면서 지나갔다.

주륵.

이신마가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피를 소매로 스윽 훔쳤다.

안대가 떨어진 자리에 움푹 파인 눈구멍이 흉측하게 보였다.

마지막으로 삼신마는 미처 화살을 피하지 못했다.

푸욱!

그의 어깨에 단리정이 쏜 화살이 반 뼘 정도나 깊이 박혔다.

“크읍!”

다크번의 날개 뼈로 만든 화살촉이었기에 그는 어깨가 타들어 가는 듯한 통증을 느꼈다.

“이런 개 같은…!”

삼신마가 어깨에 박힌 화살을 뚝 부러뜨리고는 분을 터뜨리는데,

쏴아아아아아아!

하늘이 새카맣게 물들면서 화살비가 쏟아지는 것이 아닌가?

투타타타탕!

“크악!”

“아악!”

화살비를 피하거나 막지 못한 마인들이 몸을 뒤집으며 쓰러져 갔다.

하지만 철벽 안쪽으로 몸을 우겨넣었던 멸마관 무인들은 모두 무사할 수 있었다.

한 차례 죽음의 소나기가 쏟아진 직후,

“우아아아! 죽어라!”

“이 악랄한 마교도놈들아! 지옥에나 떨어져라!”

멸마관 무인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마주쳐 왔다.

차차차차창! 퍽! 푹!

다시 난투가 벌어졌다.

분노와 울분, 죽음의 공포와 절망이 남문 광장에 마구 뒤엉키며 온갖 소음을 만들어냈다.

약자를 죽인 강자는 보다 더 강한 자에게 잡아먹혔다.

삶과 죽음의 경계 속에서 사람들은 점점 광기에 젖어들어 갔다.

아수라장 속에서도 교주의 제자인 세 사람은 유난히 돋보였다.

그들의 무공은 가히 패도적이었다.

전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짙은 마기는 살이 따가울 만큼 강렬하고 거칠어서 감히 가까이 다가가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특히 세 사람 중에서도 이신마는 유독 잔인했다.

그는 비도술을 주특기로 사용했는데, 유난히 적의 눈에 집착하는 버릇이 있었다.

쉬이이잇, 푹!

“커억!”

쉬이잇, 팍!

“크아악!”

그가 비수를 날리기만 하면 어김없이 멸마관 무인들이 눈을 부여잡으며 쓰러졌다.

“아악! 내 눈!”

“크헉!”

앞을 보지 못한다는 공포와 지독한 통증에 허우적대는 무인들.

이신마는 시종 광기 서린 웃음을 지으며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날아다녔다.

특히 적의 눈알을 직접 손으로 뽑아낼 때는 흥분을 감추지 못해 거칠게 숨을 몰아쉬곤 했다.

심지어 뽑혀 나온 눈알을 손에 쥐고 뜯어먹는 모습까지 보였다.

그야말로 사람이기보단 짐승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이신마가 그렇게 뽑아낸 눈알 하나를 질겅질겅 씹으며 주변을 둘러볼 때였다.

“어이, 그게 그렇게 맛있으면 너한테 남은 하나나 마저 뽑아 먹지 그래?”

낯선 목소리가 이신마의 등을 때렸다.

이신마가 뺨을 씰룩이고는 천천히 돌아보니 젊은 남자가 차갑게 식은 눈으로 빤히 노려보는 게 아닌가?

남자는 비수 한 자루를 던졌다가 받길 반복하면서 경멸 어린 시선을 던지고 있었다.

그는 바로 조문탁이었다.

이신마가 이죽거렸다.

“호오, 네놈도 그 쓸모없는 눈깔을 뽑아 줘야겠구나.”

“글쎄, 난 제대로 사용하고 있다고.”

“아니지. 상대를 알아보지도 못하는 네놈의 눈깔은 아무짝에도 소용없다.”

이신마가 탁한 목소리를 흘려내더니 마기를 진득하게 뿜어냈다.

범인이라면 그 앞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기절할 정도의 위압감이었다.

“네놈 눈깔은 무슨 맛일지 궁금하군!”

순간 이신마가 바닥을 차고는 쏜살같이 튀어 나갔다.

동시에 그의 손에서 비수 한 자루가 섬광을 이끌며 날아갔다.

쒸에에에엑!

“실드!”

쉬까앙!

조문탁 앞으로 반투명한 막이 형성되면서 날아들던 비수가 맥없이 튕겨 나갔다.

동시에 조문탁이 비수 한 자루를 던졌다.

쒸에에에엑!

이번에는 이신마가 얼른 손을 뻗으며 실드 마법을 펼쳤다.

“방호!”

쉬깡!

한데 튕겨 날아간 비수가 공교롭게도 저만치 뒤에서 싸우던 마인의 급소에 박혀 버렸다.

수하가 픽 쓰러지는 것을 본 이신마가 눈살을 슬쩍 찌푸렸다.

‘운이 없군.’

그러다가 멈칫,

‘설마… 계산하고?’

미간을 좁히고는 다시 조문탁을 노려보았다.

조문탁은 여전히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비수 하나를 던졌다 잡길 반복했다.

‘그럴 리가 없지! 허세다.’

이신마는 다시 한 번 고개를 저었다.

설마 비수가 튕겨 나갈 각도까지 계산하고 던졌을 리가 없다.

그렇다면 저놈이야말로 암기류를 다루는데 있어서 경지에 오른 자가 아닌가?

그 정도의 암기술을 보이려면 사천당문쯤은 되어야 하리라.

저 어린 나이에 그런 경지를 이룰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왜 자꾸 찜찜한 기분이 드는 건지….

어쨌거나 한 가지 사실은 분명 놀라웠다.

이신마가 입매를 비틀며 말했다.

“과연. 멸마관에는 마령공을 사용하는 것들도 있다더니. 그게 사실이었군.”

“뭘 모르나본데. 그건 원래 마령공이 아니라 우리 관주님 거야.”

“여긴 미친놈이 한둘이 아니군!”

이번에는 이신마가 양손을 활짝 펼치면서 소리쳤다.

“풍비도(風飛刀)!”

찰나,

씽! 씽! 씽! 씽! 씨이잉!

마치 허공에 보이지 않는 칼날이 생성되듯이 매서운 바람이 휘몰아쳤다.

바로 바람의 칼날을 만들어 날려 보내는 윈드 블레이드(Wind Blade) 마법이었다.

이번에도 조문탁이 실드를 펼쳐 막아냈다.

투타타타타타탕!

그러는 사이 이신마가 품에서 수백 자루의 비수를 꺼내 들고는 정신없이 날려댔다.

“어디까지 버티나 두고 보마!”

슈슈슈슈슈슉!

타타타타타타탕!

마치 뜨거운 철판에 콩을 볶는 것만 같은 소리가 마구 울렸다.

강기를 머금은 비도와 실드가 부딪치면서 주변으로 자욱한 기운이 흩어지듯 퍼져 나갔다.

투타타타타타탕!

그러고도 한참이나 비도를 날린 이신마는 양손에 딱 한 자루씩 남을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공격을 멈추었다.

스으으으으…!

실드에 부딪친 강기가 터지면서 안개처럼 자욱하게 피어오른 연무가 서서히 걷혀 갔다.

이신마는 입매를 슬쩍 치켜 올렸다.

강기의 연무가 피어오를 때쯤 그는 남은 한쪽 눈으로 분명히 볼 수 있었다.

실드가 깨져 나가는 것을.

그 후로도 수십 자루의 비도가 날아들었으니 지금쯤 적은 고슴도치가 되어 있을 터였다.

“적을 알아보지 못한 죄이니, 네놈 눈알을 내가 취해 주마.”

이신마가 손에 든 비도를 혀로 슬쩍 핥고는 걸음을 뗐다.

이 순간이 가장 즐겁다.

눈을 도려내기 직전, 겁에 질린 상대의 얼굴을 바라볼 때.

그런데…

“어떻게…?”

멈칫한 그의 눈동자가 찢어질 듯 커졌다.

강기의 연무가 사라진 자리에는 조문탁이 멀쩡한 모습으로 서 있는 게 아닌가?

그리고 그의 주변으로는 검고 작은 알갱이가 둥실 떠오른 채로 천천히 회전하고 있었다.

마치 조문탁의 몸을 보호해 주듯.

그 기이한 모습에 이신마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게 대체 뭐지?”

조문탁이 비소를 지으며 읊조렸다.

“뭐긴 뭐냐? 네놈 모가지를 딸 내 무기지! 하아아앗!”

순간 조문탁이 기합성을 내지르자,

피피피피피이잉!

수백 개의 알갱이들이 일제히 하늘로 날아올랐다.

곧이어 검은 벌떼들은 무서운 속도로 이신마를 향해 쇄도했다.

쏴아아아아아아!

촤촤촤촤촤촤촤아악!

이신마는 비도 두 자루를 양손에 든 채로 꿈쩍도 하지 못했다.

그는 그대로 얼어붙은 것처럼 서 있었다.

뭔가를 하기에는 이 검은 돌기들이 너무나 빨랐다.

촤르르르르르륵!

어느새 검은 돌기들은 조문탁의 허리춤으로 돌아가 벌집처럼 빼곡하게 박혔다.

“후우, 후우, 후우!”

조문탁의 거친 숨소리가 이신마의 귀에 닿았다.

잠시 후,

츄아아아아아아아아!

전신이 찢겨 나간 이신마가 피를 분수처럼 터뜨리더니 고목처럼 넘어갔다.

쿠웅!

그는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이 무엇에 당한 것인지 미처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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