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 마교관-451화 (451/670)

# 451

귀환 마교관

451화

취리리리릿!

은빛 뱀이 구불구불 춤을 추듯 적들 사이를 누볐다.

그때마다 비명과 피가 솟구치면서 마인들이 몸을 뒤집고 쓰러졌다.

매설란은 그야말로 화려하게 싸웠다.

피가 튀고 살이 찢어지며 비명이 차오르는 전장에서 그녀만이 유일하게 활짝 핀 꽃처럼 보였다.

그만큼 그녀의 무공은 우아했다.

“화려함에 부담을 느끼지 말고 마음껏 즐겨라.”

사비강이 그녀에게 해준 말이었다.

그 후로 그녀의 무공은 확실히 일취월장하고 있었다.

“이익! 이 찢어 죽일 계집년이!”

사신마 중에서도 이신마의 수족이라 할 수 있는 마불승(魔佛僧)이 이를 빠득 갈며 날아왔다.

그의 곤봉이 그대로 매설란의 머리를 내리치려는 순간,

취리리리리릿!

“크흡!”

뱀 한 마리가 은빛 비늘을 반짝이며 하반신을 타고 오르는 것이 아닌가?

순식간에 허리춤까지 올라온 녀석이 그대로 혀를 날름거리면서 옆구리를 찍었다.

푹!

“커억!”

하필 요혈이었기에 마불승은 전신의 혈맥이 가닥가닥 끊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끼면서 물러났다.

하지만 은빛 뱀은 그를 쉽게 놓아주지 않았다.

하반신이 묶인 것처럼 꼼짝 못하고 있을 때,

취리리리릿!

또 다른 뱀이 혀를 날름거리면서 목을 휘감아 오는 게 아닌가?

“크익!”

마불승이 얼른 곤봉을 앞세워 똬리를 트는 뱀을 막아냈다.

동시에 그가 호신강기를 극한으로 끌어올리며 버텼다.

취리리릿!

목을 찌르지 못한 뱀이 입맛을 다시듯 소리를 울리면서 물러났다.

찰나,

취리리리리릿!

“헛! 이건…!”

다리를 휘감았던 뱀이 허리를 감싸더니 가슴을 지나 목으로 치솟는 게 아닌가?

검의 길이가 이렇게나 길지는 못할 것이다.

강기가 마치 살아 움직이듯 섬세하고도 날렵하게 움직이는 것이다.

‘멸마관 총관은 그저 빈자리나 다름없다더니 헛소문이었구나!’

마불승은 상대를 얕잡아 본 자신을 뒤늦게 자책했지만 이미 늦은 후였다.

푹!

“커억!”

푹푹!

쇄골까지 오른 뱀이 목을 물어뜯었고, 마불승이 휘청거리면서 또 다른 뱀이 단전과 가슴 등을 연이어 물어뜯었다.

“끄으으으윽…!”

피를 흘리며 쓰러지는 마불승은 마지막으로 자신의 목을 휘감으며 똬리를 트는 뱀을 보았다.

‘제길, 끝이군.’

그는 적어도 자신의 마지막 순간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취릿!

은빛 뱀은 한순간 섬광으로 변했고, 마불승의 목은 몸에서 떨어져 나와 허공으로 솟구쳤다.

툭, 데굴데굴…!

마인들을 진두지휘하던 마불승이 목을 잃고 쓰러지자, 거칠게 몰아붙이던 마인들이 주춤거리며 몸을 사렸다.

매설란은 그때를 놓치지 않고 날카롭게 소리쳤다.

“적의 수장이 죽었다! 전부 쓸어버려!”

“옛!”

멸마관 무인들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하며 적들에게 부딪쳐 갔다.

사기가 오를 대로 오른 직후인지라 그들은 두려울 게 없었다.

슈컥! 촤아앗! 쩌엉!

“크아아악!”

“아악!”

여기저기에서 비명이 연신 솟구쳤다.

매설란 역시 쉬지 않고 적들 사이를 정신없이 누비며 살초를 펼쳤다.

그녀가 거느린 뱀은 두 마리에서 네 마리로, 다시 수십 마리로 자꾸만 변했다.

물론 그때마다 적들의 비명은 더욱 날카롭게 치솟았다.

그렇게 얼마나 정신없이 싸웠을까?

“헉, 헉, 헉…!”

멸마관 무인들이 저마다 두 팔을 늘어뜨리고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정말이지 쉴 새 없이 몰아치는 마령교를 상대했다.

이제야 끝이 보이는 듯하다.

여기저기 널브러진 부상자들로부터 신음소리는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병장기가 부딪치는 금속성은 아까부터 드문드문 들려왔다.

취리리릿, 푹!

“끄으억…!”

마침내 매설란의 검에 목이 꿰뚫린 마인 하나가 눈을 뒤집으며 쓰러졌다.

뚫려 버린 목구멍은 시뻘건 화상이 남았다.

매설란이 연검에 묻은 피를 털어내고는 허리춤에 갈무리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바닥에 쓰러진 시체가 즐비했지만, 다행히 대부분 마인들의 것이었다.

마침 고적산이 그녀 곁으로 달려와 보고했다.

“어느 정도 시간은 지체한 것 같습니다. 이제 내관으로 들어가도 될 듯합니다.”

“무랑도사님의 술법진은?”

“현재 내벽을 둘러서 설치 중이십니다. 곧 마무리 된다고 합니다.”

어느새 달려온 것인지 조문탁이 그녀 곁으로 내려서며 대답했다.

매설란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주변을 둘러보며 명했다.

“우선 부상자들부터 먼저 내관으로 이송하도록 하고, 낙오자가 있으면 보고해.”

그러자 누군가 소리쳤다.

“동문에서 싸우는 목단화 조교와 설서린 조교가 낙오됐습니다. 현재 설수민 조교가 그곳으로 달려간 상황입니다!”

“설수민 조교만으로는 두 사람을 구하기 어려울 겁니다!”

고적산이 말하자, 매설란이 나섰다.

“내가 직접 가지.”

“안 됩니다. 총관님께서는 이곳에서 총지휘를 해주셔야 합니다.”

“하지만 그 아이들을 버릴 수는 없어!”

“제가 가보겠습니다.”

불쑥 나선 사람은 다름 아닌 위검종이었다.

과연 그라면 두 사람의 운명을 맡길 만했다.

매설란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두 사람을 반드시 구해 오세요.”

“맡겨 두십시오.”

대답과 동시에 위검종이 바닥을 차고 쏜살 같이 날아갔다.

매설란이 다시 소리쳐 물었다.

“다른 곳은? 낙오자가 없나?”

“정문 쪽에 구강룡이 남았는데, 그곳으로 이미 옹기승이 달려갔습니다.”

“옹기승이…”

매설란이 가만히 그 이름을 읊조리며 생각에 잠겼다.

문득 사비강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옹기승이라면 구강룡을 구해낼 수 있을 지도 몰라.’

매설란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물었다.

“그리고 또?”

“더 이상은 파악되지 않았습니다.”

“좋아, 그럼 내벽까지 천천히 물러나면서 최대한 낙오자들이 귀환할 때까지 버티도록 한다!”

“알겠습니다!”

멸마관 무인들이 동시에 대답하면서 분주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매설란은 알고 있었다.

파도처럼 한 번 밀려왔던 마인들이 이대로 멈추지는 않을 것임을.

지금은 말 그대로 아주 잠깐 동안의 시간을 번 것일 뿐이다.

그렇게 멸마관 무인들이 상황을 정리하고 있을 때,

“낙오자 있습니다! 서문 백공보! 낙오, 낙오됐습니다아아! 흐어어엉!”

어찌나 큰 소리가 울리는지 천지가 쩌렁쩌렁 울릴 정도였다.

때문에 그 자리에 있던 멸마관 무인들 모두 고개를 돌리고 길목을 따라 달려오는 한 사내를 바라보았다.

그는 바로 등자경이었다.

평소 자신의 존재감을 눈치 채지 못하는 무인들이 이번에도 알아듣지 못할까 봐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공력을 쥐어짜 소리친 것이었다.

쓰러질 듯 말 듯 달려온 등자경은 매설란 앞에 거의 다다라서야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넘어지고 말았다.

한참이나 구른 그가 엉금엉금 기다시피 달려와 매설란 앞에 엎드려 오열하며 소리쳤다.

“백공보…! 백공보, 그 녀석이 저 때문에… 흑! 낙오… 흐끅, 낙오됐습니다!”

매설란이 눈살을 구기며 되물었다.

“무슨 소리야? 백공보가 어디에 낙오됐다는 거야?”

“서… 서문입니다! 크흡! 그 녀석이 지금… 위험합니다…!”

등자경은 눈물을 폭포수처럼 쏟아내면서 힘겹게 말을 이어 가고 있었다.

마침 곡보옥이 성큼성큼 다가오더니 등자경의 양 어깨를 붙들고 소리쳐 물었다.

“어이! 서문 어디 쪽이냐? 내가 가서 그 돼지 새끼 구하겠다! 말해!”

“서, 서문 쪽… 천성당(千星堂) 옆… 흑…! 백공보가 날… 날…! 흐어어엉!”

“제길!”

곡보옥이 이를 빠득 갈고는 벌떡 일어났다.

“총관님!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허락해 주십시오!”

하지만 뜻밖에도 매설란이 고개를 저었다.

“안 돼. 지금 가도 늦을 거야.”

곡보옥의 눈이 커졌다.

“아직 모릅니다! 총관님! 가게 해주십시오!”

“너까지 잃을 수는 없어!”

“총관님…! 그 녀석은 그래도 절 위해서 동료들을 데리고 구하러 와줬던 놈입니다! 매번 사파라고 무시했던 그놈도 그랬는데, 제가 그놈을 버려 둘 수는 없습니다!”

“곡보옥!”

“죄송합니다!”

“멈춰!”

매설란이 날카롭게 소리쳤지만, 곡보옥은 이미 경신법을 펼쳐 달려간 후였다.

한데 그가 미처 십여 장을 벗어나기도 전에,

쉬이이잇, 탁!

곡보옥 앞을 막아서는 그림자가 있었으니,

“……!”

“침착해.”

그를 막아선 자는 다름 아닌 단리정이었다.

곡보옥이 뭐라고 말하려고 하자, 그보다 조금 더 빨리 단리정이 말했다.

“가지 마라.”

“이런 씨벌, 너까지 왜 이래?”

“보고 왔다. 이미 늦었다. 그 녀석은….”

단리정의 눈길이 등자경에게 슬쩍 향했다.

“…후회 없이 갔을 거다.”

곡보옥의 표정이 퀭하게 변해 버렸다.

그는 단리정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듯 멍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갔을 거라니…? 설마 그놈이 죽었다는 거야? 거짓말이지? 지금 너 내가 그 녀석 구하러 가지 못하게 하려고 일부러 거짓말을 씨불이는…!”

짜아악!

곡보옥의 뺨이 휙 돌아갔다.

어찌나 세게 맞았는지 온몸이 휘청거릴 정도였다.

단리정이 날카롭게 외쳤다.

“어리광부리지 마! 지금은 전쟁 중이야! 상관의 명령에 절대 복종해! 다시 말하지만 백공보가 죽는 건 내가 확실히 확인했다.”

“씨벌… 거짓말. 그놈이 죽다니… 그렇게 강한 놈이… 나만큼이나 강한 놈인데. 그놈이 죽다니! 말이 안 되잖아!”

쩌어어엉!

콰자자자자자작!

곡보옥이 울분을 터뜨리며 주먹으로 바닥을 내려찍자, 사방으로 균열이 뻗어 나가면서 땅이 쩌억 갈라졌다.

그 자리의 누구도 곡보옥을 말리거나 타이르지 않았다.

곡보옥이 허리를 꺾어 들고 포효하듯 소리 질렀다.

“젠자아아앙!”

**

“하아, 하아, 하아…!”

설서린과 목단화는 서로를 등진 채로 거칠게 숨을 몰아쉬었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적을 베고 찔렀는지 일일이 기억도 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한편, 두 여인을 상대하는 귀살색마 역시 내심 혀를 내둘렀다.

“정말 지독한 년들이군. 도대체 얼마나 죽은 거야?”

그는 바닥에 널브러진 마인들의 시체를 훑어보았다.

목숨만은 붙여 두라는 명이 이렇게 막대한 피해를 불러올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두 여자를 어떻게 해볼 심산으로 그렇게 명령했는데, 나중에는 오기로 버텼다.

하지만 더 이상은 안 된다.

이대로 피해가 늘어나면 자신의 주인인 삼신마는 물론, 교주까지 화나게 할 수가 있다.

결국 그가 체념한 듯 말했다.

“목숨 따위는 어찌 되어도 상관없으니 저 두 년을 잘게 다져 버려라.”

“존명!”

마인들이 기다렸다는 듯 대답했다.

그런 와중에도 귀살색마는 최대한 두 여자의 몸이 성하길 바랐다.

외모도 반반한데다가 이 정도 무공 수위를 자랑할 정도면 자신이 흡입할 수 있는 음기 또한 대단할 터였기에.

하지만 이미 데일 대로 데인 마인들은 더 이상 손속에 사정을 둘 생각이 없었다.

“죽어랏!”

“흐아앗!”

마인들이 일제히 기합성을 터뜨리며 두 여인에게 쇄도했다.

까강! 채채채챙!

화르르르르릇!

사심자와 마칸의 꼬리가 다시 춤을 추기 시작했다.

하지만 인해전술로 밀어붙이는 마인들에게 언제까지나 같은 수준으로 대항하는 것은 힘겨운 일.

특히 다수의 적을 상대하기에 최적인 무기를 지닌 설서린에 비해, 목단화의 공력 소모는 더없이 심했다.

게다가 옆구리에 부상을 입은 상태였기에 시간이 흐를수록 체력이 고갈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그녀가 마법을 함께 사용할 수 있다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그조차도 시간이 흐르면서 마인들은 적응하고 있었다.

마침 귀살색마가 수하들의 머리를 밟아 가며 경공을 펼치더니, 순식간에 목단화 앞에 내려서며 칼을 내질렀다.

“네년이 먼저다!”

쒸에에에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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