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 마교관-446화 (446/670)

# 446

귀환 마교관

446화

팡!

어두운 하늘에서 신호탄이 터진 순간, 강림지를 에워싼 오천여 명의 정사연맹 무인들은 함성을 터뜨리며 노도처럼 달려들었다.

“우와아아아아!”

내력이 담긴 기합성이었기에 그들의 함성만으로도 천지가 진동하고 전각 일부가 부르르 떨며 부서져 내릴 정도였다.

“적이다!”

“빌어먹을! 저놈들은 북서쪽에 진을 치고 있지 않았나?”

“어느 틈에 여기까지 온 거지?”

마령교도들이 당황해 하며 얼른 병장기를 들고 맞부딪쳐 왔다.

하지만 작정을 하고 달려드는 정사연맹의 무인들을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 비열한 새끼들아! 정의의 심판을 받아라!”

“크크! 썩어문드러질 놈들! 네놈들은 사람 잘못 건드렸다!”

정파 무인들과 사파 무인들은 확실히 내뱉는 말과 행동에서 다른 색깔을 보였다.

어쨌거나 격한 싸움이 벌어졌고, 그 결과는 정사연맹 무인들의 압승에 가까웠다.

그들은 거침없이 강림지 중심부를 향해 밀고 올라갔다.

이대로라면 한 시진 정도만 지나도 강림지를 완전히 토벌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쉬이이잇! 퍼억!

욱청풍이 달려드는 적의 목을 일격에 베어 버린 후, 다른 한 명의 머리를 주먹으로 내리쳐 박살냈다.

그가 주변을 슬쩍 둘러보고는 옆에 선 능운파에게 말했다.

“이대로라면 큰 어려움이 없겠습니다. 과연 총군사의 작전이 제대로 먹힌 듯합니다. 우리가 오천 여 명이나 이끌고 코앞까지 다다라 있을 줄은 몰랐을 테지요.”

“흐음.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오. 이들은 무척 간악한 자들이오. 어쩌면 또 다른 꿍꿍이가 있는 지도 모르오.”

“꿍꿍이라고 해봐야 인질을 잡아 죽이는 정도겠지요. 하지만 그들은 살막이 접수했다고 하니 걱정할 것도 없지 않겠습니까?”

욱청풍이 쓸데없는 걱정이라는 듯 손을 저으며 말했다.

그는 정도맹 장로회주답게 마령교도들을 어렵지 않게 상대해 나갔다.

능운파 정도의 수준은 아니더라도, 그 역시 초절정에 이른 고수로서 충분히 위력적인 무공을 선보이고 있었다.

“이 하찮은 종자들아! 감히 네놈들이 인간을 우습게 여기고 천륜을 저버리다니! 천벌을 받을 줄 알아라!”

욱청풍이 큰 소리로 호통을 치며 적진을 종횡무진했다.

반면 능운파는 비교적 조용히 적들을 상대해 갔다.

마침 저만치 길게 이어진 장벽이 보였다.

작전을 설명하던 구윤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이곳 강림지로 의심되는 곳은 모두 네 개의 벽이 있습니다. 편의상 가장 바깥에 둘러져 있는 벽을 ‘제사벽(第四壁)’이라 부르고, 그 안쪽을 ‘제삼벽(第三壁 )’, 그 다음 ‘제이벽(第二壁)’, ‘제일벽(第一壁)’이라 칭하겠습니다.”

제사벽이다.

“벌써 제사벽이군.”

능운파는 장벽으로 달려가면서 가만히 중얼거렸다.

구윤은 제삼벽까지만 뚫어도 부상자들을 구출하는데 큰 어려움이 없을 거라고 말했다.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범위가 좁아지면서 주둔하는 적의 수도 줄어드는데다가 구출대가 안쪽에서도 치고 나온다면 제이벽과 제삼벽 사이에서 만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만약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제이벽까지 뚫고 들어가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아마 제사벽이 무너지면 마령교는 경각심을 가지고, 안쪽에서 고수들을 충원하려고 할 겁니다. 그럼 제삼벽을 무너뜨리기가 꽤나 힘겨워지겠지요. 대신 구출대는 오히려 운신이 쉬워질 겁니다. 그러니 제이벽 바깥으로 나오기가 훨씬 쉽겠지요.”

그때쯤이면 정사연맹도 제삼벽을 뚫고 들어갔을 거라는 거다.

마침 욱청풍이 검을 치켜들며 소리쳤다.

“벌써 제사벽이다! 가차 없이 휩쓸어 버려라!”

“우와아아아아아!”

다시 한 번 노도와 같은 함성이 일어났다.

정사연맹의 무인들이 사기를 끌어올리며 달려드니, 그야말로 거대한 해일이 몰려가는 것만 같았다.

그때,

“궁!”

제사벽 어딘가에서 마령교도 하나가 큰 소리로 외치자,

처처처처처처척!

벽 위를 따라 시커먼 옷을 입은 궁수들이 속속 모습을 드러내더니 활시위를 팽팽하게 잡아당겼다.

“쏴라!”

명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패패패패패애앵!

쒸쒸쒸쒸쒸쒸쒸에에엑!

수천 자루의 화살이 어둠을 더욱 짙게 칠하면서 소낙비처럼 날아들기 시작했다.

퍼퍽! 퍽! 푹!

“크아악!”

“아악!”

까앙! 팅!

거침없이 달려들던 정사연맹의 무인들이 몸을 뒤집으며 쓰러지는가 하면, 호신강기나 병장기를 이용해 날아드는 화살을 쳐내기도 했다.

능운파가 어금니를 뿌득 갈고는 일갈했다.

“모두 비켜라!”

순간 앞을 막고 있던 연맹의 무인들이 바닷물이 갈라지듯 좌우로 물러났다.

능운파가 성큼성큼 걸음을 내딛더니, 이내 빠른 속도로 경공을 펼쳐 달려 나갔다.

타앗!

“흐아아앗!”

능운파가 허공으로 도약하면서 호선을 그리듯 떨어져 내렸다.

날아오르는 순간은 가벼웠으나, 떨어지는 순간에는 마치 매가 먹이를 낚아챌 때만큼이나 무겁고 빨랐다.

쒸이이이이잇!

짜르르르르릉!

한 줄기 시퍼런 강기가 수직으로 날아가자, 바닥과 하늘을 잇는 광휘가 그대로 제사벽 한가운데를 때렸다.

꽈자아아앙!

어마어마한 폭음과 함께 제사벽이 그대로 절단되면서 그곳에 주둔해 있던 궁수들이 비명을 터뜨리며 쓰러져 나갔다.

그야말로 무시무시한 위력이었다.

무위낙성검(武威落星劍).

맹주 능운파가 익힌 독문절기 중 하나로, 그 파괴력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어지간한 전각 하나 쯤은 무위낙성검으로 흔적도 없이 날려 버릴 정도였으니.

그렇게 제사벽 한쪽이 속절없이 무너지자, 마령교도 역시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가자!”

능운파가 외치자, 연맹의 무인들은 하늘을 찌를 듯 사기가 솟구쳤다.

그런데 그때,

쿠쿠쿠쿠쿠쿠쿠콰아앙!

천지가 진동하더니 저만치 뒤쪽 언덕 중턱쯤에서 뭔가가 마구 튀어나오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능운파를 비롯한 연맹의 무인들이 화들짝 놀라서 돌아보았다.

“저건…?”

욱청풍이 미간을 팍 구기고는 언덕 중턱에서부터 갑자기 나타난 마물들을 노려보았다.

“쿠아아아!”

“꾸우우웅!”

그동안 보고 들었던 온갖 마물들이 땅속에서 튀어나오더니 연맹의 무인들을 향해 무작정 달려오는 것이 아닌가?

슬라임 종류의 마물부터 시작해서 마병들과 발루크에 이르기까지 온갖 다양한 마물들이 바글거렸다.

한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그그그그그긍!

지축이 뒤흔들리는가 싶더니 이내 언덕 위에서 거대한 바위 조각이 솟구쳐 올라왔다.

“뭐야? 저건? 기관 장치인가?”

“사람 조각처럼 생겼는데?”

연맹의 무인들이 미간을 잔뜩 좁히고는 언덕을 에워싼 석상을 바라보았다.

사실 그것들은 마계에서 ‘골렘’이라고 부르는 것들이었는데, 중원인이 그런 것들을 알 리가 없었다.

몸을 한껏 웅크린 골렘들은 그저 바위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쨌거나 연맹의 무인들은 골렘보다 당장 눈앞에서 달려드는 마물들이 더 신경 쓰였다.

“쿠아아아!”

“쿠어어어!”

바올드와 마병들 거기에 발루크와 같은 상급 마물들까지.

“이런 제기랄! 저것들부터 족쳐!”

“흐아아압!”

연맹의 무인들이 도검을 휘두르며 마물들에게 맞부딪쳐 갔다.

**

강림지가 내려다보이는 절벽 위.

천리경을 들어 상황을 살피던 구윤은 흠칫거리고는 미간을 잔뜩 좁혔다.

“저게 뭐지?”

갑자기 언덕 위에서 거대한 석상들이 튀어나왔다.

한데 석상은 더 이상 움직임도 없이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새로운 기관 장치인가? 하지만 뭘 위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다시 천리경을 들어 확인해 보았다.

마침 몇몇 부상당한 무인들이 언덕을 따라 오르고 있었다.

그들이 막 석상을 지나치려고 할 때였다.

“헉!”

구윤은 저도 모르게 헛바람을 집어삼키고 말았다.

놀랍게도 바위처럼 꿈쩍도 하지 않던 석상이 갑자기 비호처럼 움직이면서 무인들을 아작내는 것이 아닌가?

강림지에서 빠져나가려고 하는 자들이 모두 그 거대한 석상에게 짓밟히면서 즉사하고 말았다.

무인들을 처리한 석상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제자리로 돌아가서 굳어 버렸다.

구윤이 마른 침을 꿀꺽 삼키고는 중얼거렸다.

“저게 바로… 제오벽(第五壁)이었던 건가?”

순간 뒤통수를 딱 때리듯 떠오른 생각.

“설마… 제오벽은 들어가는 걸 막는 게 아니라, 빠져나가는 걸 막겠다는 건가?”

**

플라이 마법을 펼친 사비강은 허공에 부유한 채로 아래를 가만히 내려다보았다.

제사벽 바깥에서 정사연맹 무인들이 치열한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한데 생각지도 못한 제오벽이 생겼다.

사비강은 그것들이 단순한 벽이 아니라 ‘골렘’이라는 사실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뭐하자는 거지? 여기에 가둬서 전멸하겠다는 건가?’

만약 그런 거라면…

“너무 우습게 보였나 본데.”

사비강이 싸늘하게 웃으며 천천히 손을 들어 올렸다.

부상자들을 무난하게 확보한 이상 은밀히 빠져나갈 생각은 애초에 없었다.

정사연맹이 제사벽에서 부딪치고 있을 때, 이미 사비강은 제삼벽까지 모조리 뚫어 버릴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는 그것을 행하기 직전이었다.

마침내 사비강이 손을 불쑥 뻗으며 읊조렸다.

“블레이즈 템페스트(Blaze Tempest).”

다음 순간,

휘아아아아아아앙!

어마어마한 불길의 폭풍우가 생성되더니 주변을 휩쓸기 시작하는 게 아닌가?

콰콰콰콰콰콰!

“으힉! 뭐, 뭐야? 이건!”

“우아아아악!”

“제, 제기랄! 불이다! 불!”

느닷없이 불 바람이 불어 닥치자 마령교도들이 기겁을 하면서 흩어지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불비가 떨어져 내리면서 곳곳이 활활 타오르니 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사비강이 악천괴에게 전음을 흘렸다.

[이동해라.]

[끄음. 그러지.]

숭마각에서 사비강의 마법을 지켜본 악천괴는 내심 혀를 내둘렀다.

‘세상에. 내가 저런 괴물의 뒤통수를 치려고 했다니.’

그가 수하들을 향해 명을 내리자, 살수들이 저마다 부상자들을 데리고 천천히 이동하기 시작했다.

한편 사비강이 제일벽 위에 내려서자, 주변에 있던 마령교도들이 기겁을 하며 달려들었다.

“이, 이놈! 어디서 나타난 거냐!”

“웬 놈이냐!”

“죽여 버려!”

마령교도들이 일시에 달려들었다.

하지만 사비강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대신 다시 한 번 양손을 활짝 펼치며 소리쳤다.

“헬 파이어!”

후아아아아아앙!

순간, 초고온의 열기가 사방으로 휘몰아쳐 갔다.

“흐억! 크아아아악!”

“뜨, 뜨거워어어억!”

처절한 비명이 마구 솟구쳤다.

사비강은 하이 레벨의 마법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펼쳐 나갔다.

“볼케이노!”

꾸궁! 쿠구구구궁!

츄아아아아!

땅이 갈라지면서 불기둥이 솟구치고, 용암이 터져 나왔다.

“흐익! 으아아악!”

“살, 살려줘흐어억!”

그야말로 지옥도가 따로 없었다.

느닷없이 화마가 휩쓰는 것도 모자라 이번에는 땅이 갈라지고 용암이 튀어나오다니!

마령교도들은 이 상황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사비강은 하이 레벨 마법 공격을 마음껏 퍼부었다.

‘찜찜한 구석이 있을 땐, 최대한 빨리 처리하는 게 상책이지.’

그는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마령교도 한 명을 베르타스로 베어 버리고는 뚜벅뚜벅 걸어갔다.

**

존야의 입매가 히죽 올라갔다.

그녀가 몸을 가늘게 떨었다.

분명 그녀는 희열을 느끼고 있었다.

그녀가 작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됐다! 역시… 저놈은 효용 가치가 있었어! 무려 8서클을 저리 쉽게 구사하다니! 하하하!”

이미 한 번 확인한 적이 있었지만, 다시 보니 더욱 마음에 든다.

“하하하! 하하하하!”

그녀의 낭랑한 웃음소리가 숲속에 짜랑짜랑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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