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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마교관-436화 (436/670)

# 436

귀환 마교관

436화

“헉, 헉, 헉!”

유정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렸다.

촤촤촤촤촤촤촤!

수백 마리의 절지곤충들이 우글거리며 그녀의 뒤를 바짝 쫓아왔다.

절지곤충들은 때때로 단단하게 뭉치면서 자운룡의 얼굴 형상을 드러내며 괴성을 터뜨렸다.

“크어어! 어딜 가느냐? 정아, 나를 믿지 못하겠느냐? 이리 오려무나!”

‘사부님이 아냐! 저건 사부님이 아냐!’

콰콰콰콰콰!

절지곤충 무리가 땅바닥을 파고 들어가더니 이내 흙더미를 뚫고 솟구쳐 올랐다.

콰아앙!

튀어 오른 파편들이 유정의 등을 때리고, 살갗을 찢으며 지나갔다.

투타타타! 피츗! 피츗!

유정은 멈추지 않았다.

여기서 멈춰 버리면 자신도 저 괴물처럼 흉측하게 변해 버리고 말 것만 같았다.

‘싫어! 삼켜지기 싫어!’

그렇게 핏빛 비를 뚫으며 얼마나 달렸을까?

마침내 저만치 언덕 아래에 낡은 오두막집이 보였다.

오래 전, 사부인 자운룡을 처음 만났던 곳이기도 했다.

‘아, 저곳이라면…!’

유정은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며 내달렸다.

마침내 파도처럼 밀려드는 절지곤충 무리가 유정을 덮치기 직전, 그녀는 간발의 차이로 오두막집 안으로 들어서면서 문을 닫았다.

쾅!

절지곤충 무리가 오두막집 벽에 부딪치면서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콰직! 콱! 쿵쿵! 콰앙!

“정아! 이리 나오지 못하겠느냐? 너는 나를 실망시키는구나!”

“아니야! 넌 우리 사부님이 아니야!”

“무슨 말을 하느냐? 네가 정녕 나를 몰라본단 말이냐? 내가 바로 네 사부다! 이 버르장머리 없는 년!”

유정은 침상 옆으로 달려가 쪼그려 앉은 채로 귀를 틀어막았다.

사지가 덜덜 떨려 왔다.

‘아니야, 사부님일 리가 없어! 절대로! 사부님은 저런 괴물이 아냐!’

하지만 절지곤충 무리는 더욱 거칠게 오두막집으로 부딪쳐 왔다.

콰직! 콰앙! 콰자작!

“이리 나오너라! 이 배은망덕한 년! 용서할 수가 없구나!”

콰차앙!

마침내 창문 한쪽이 부서지면서 뜯겨 나갔다.

“크흐하하하! 이제 조금만 더…!”

절지곤충들이 광소를 터뜨리며 점점 오두막집을 무너뜨려 갔다.

**

“음…!”

사비강은 눈을 떴다.

하늘에서는 비가 내리고 있었다. 핏빛 비였다.

‘여긴…?’

몸을 일으킨 그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사방이 탁 트인 들판.

“어디지?”

그가 미간을 슬쩍 구기는데, 마침 머릿속에서 무랑의 목소리가 왕왕 울렸다.

[정신 차리게! 아직 늦지 않았어!]

그제야 사비강은 유정의 몽계로 들어섰다는 사실을 급히 떠올렸다.

지난번과 달리 현실에서 무랑이 도와주니 기억도 훨씬 빠르게 되살아났다.

얼른 정신을 차린 그가 바닥을 차고 허공으로 솟구쳐 올랐다.

팍!

창공에서 주위를 빠르게 훑어 본 사비강은 저만치 언덕 너머에서 풍겨져 오는 사이한 기운을 느꼈다.

‘저긴가?’

다음 순간,

팟!

사비강의 신형이 사라졌다.

그는 블링크와 경신법을 번갈아 시전하면서 빛의 속도로 내달렸다.

순식간에 언덕 위로 오르니, 저 먼 곳에 점처럼 박힌 오두막집이 보였다.

오두막집은 거대한 촉수 벌레에게 둘러싸여 있었는데, 금방이라도 집어삼켜질 듯 위태로워 보였다.

‘찾았군!’

아마도 저곳이 유정의 안식처이리라.

사비강은 다시 빛살 같은 속도로 달려 나갔다.

그래도 한 번 몽계에 들어섰던 경험이 있어서인지 몸은 빠른 속도로 적응하고 있었다.

소위 자각몽(自覺夢)의 단계가 이전보다 훨씬 향상된 것이다.

순식간에 초절정 수준으로 치달은 그는 어느새 천해경의 경지를 넘보고 있었다.

**

‘저리가! 제발!’

유정은 쪼그려 앉은 채 눈을 질끈 감고 귀를 틀어막았다.

콰앙! 쿵! 콰앙! 우지끈!

마침내 지붕이 뜯겨 나갔다.

콰자자작!

지붕이 뜯겨 나간 자리로 핏빛 비가 쏟아져 내렸다.

키리릭. 키리리릭!

수백 마리의 절지곤충들이 벽을 타고 기어올라서는 지붕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이번에도 절지곤충들은 서로 뒤엉키며 자운룡의 얼굴 형상을 만들어냈다.

“알다가도 모를 아이는 혼나야지. 겉과 속이 다른 아이는 혼나야지. 너는 나를 무척 실망시키는구나.”

“너는 내 사부님이 아니야!”

“시끄럽다. 내 먹이가 되어라! 이 은혜도 모르는 년!”

다음 순간 절지곤충들이 맹렬한 속도로 유정에게 쇄도했다.

키리리리리리릭!

절체절명의 순간,

휘우우웅!

한 줄기 바람이 불어오는가 싶더니, 날카로운 섬광이 절지곤충들의 몸통을 단숨에 그어 버렸다.

촤아아아아악!

철퍽! 철퍽철퍽!

순식간에 몸이 절단된 절지곤충들이 그대로 바닥에 떨어지며 녹색 액체를 토해내고는 스르르 녹아들었다.

“사부님…?”

유정이 그제야 고개를 들고는 갑자기 나타난 남자의 뒷모습을 멍하니 보았다.

베르타스를 허리춤에 패용한 사비강이 유정을 돌아보더니 저벅저벅 걸어왔다.

“울지 마라. 네 사부가 많이 후회하고 있단다.”

유정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대신 굵은 눈물 줄기만 흘릴 뿐이었다.

“아아…”

정체 모를 서러움에 유정이 그대로 무너지듯 쓰러지려고 하자, 사비강이 얼른 그녀를 품에 안았다.

“용서는 너의 몫이다.”

잠시 후, 사비강의 전신이 빛 가루가 되어 부서지는가 싶더니 이내 허공으로 흩어져 갔다.

**

“이런 젠장, 빨리 일어나란 말일세!”

느닷없는 고함소리에 사비강이 눈을 부릅떴다.

‘여긴…?’

“멍청하게 있을 시간이 없어! 진 당주와 날 죽일 셈인가!”

다시금 귀를 찌르는 목소리에 사비강이 얼른 몸을 일으켰다.

멸마관의 지하 수련실.

몽계에서 돌아온 것이다.

하지만 무척 짧은 시간에 현실과 몽계를 오가다 보니 온전히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

‘지금은 현실인가?’

그가 멍하니 앉아 있자, 무랑이 다시 버럭 고함을 내질렀다.

“지금 우리 상황이 눈에 보이지도 않는가!”

그제야 사비강이 고개를 돌려 무랑과 진백을 보았다.

두 사람은 여기저기에서 마구 날아드는 절지곤충들을 정신없이 피하고 있었다.

절지곤충들은 모두 유정의 단전에서부터 뻗어 나왔는데, 진녹색 체액을 질질 흘리면서도 쉼 없이 설쳐댔다.

무랑이 재차 소리쳤다.

“그나마 술법을 이용해서 지금 이것들이 방향을 잃도록 만들어서 간신히 버티고 있는 게야! 그러니 어서 정신 차리고 이것들을 처리하라고!”

방향을 잃었다지만 수백 마리의 절지곤충이 제멋대로 설치고 있으니, 운이 없다면 언제 녀석들에게 죽을 지 알 수 없는 상황.

마침내 온전하게 정신이 돌아온 사비강이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다행이군. 늦지 않아서.”

“지금 태평한 소리 하고 있을 때가 아닐세! 어서 저것들을 처리하라고!”

“뭐, 알겠소. 귀찮게 장례 치를 일은 없겠소.”

말을 마친 사비강이 순간 검강을 일으키더니 단숨에 유정에게 달려가 베르타스를 휘둘렀다.

쒸에에에에엑!

써컹!

천해경의 경지에 이른 그에게 방향을 잃은 절지곤충을 상대하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단전에서 튀어나온 수백 마리의 절지곤충들이 그대로 절단되면서 바닥에 떨어져 꿈틀거렸다.

철퍽! 철퍽!

동시에 사비강이 손을 뻗어 단전에서 튀어나온 절지곤충들을 움켜잡고는 거칠게 잡아 뜯었다.

부우우우욱!

그렇게 유정의 몸에서 뽑아낸 절지군총들을 바닥에 내팽개치고는 곧바로 빙결 마법을 펼쳤다.

“아이스 필드!”

쩌저저저저적…!

바닥끝에서부터 새하얀 서리가 점점 퍼져 나가더니, 퍼덕거리던 절지곤충들을 순식간에 얼려 갔다.

사비강이 무랑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부적!”

“알겠네!”

무랑이 대답과 동시에 미리 준비했던 부적을 품에서 꺼내 날렸다.

슉슉슉! 슉! 슉!

화살처럼 날아간 부적이 뿌리째 뽑힌 절지곤충들을 가운데에 두고 각각 정해진 위치에 철썩철썩 달라붙었다.

짜악!

잠시 후 무랑이 합장을 하며 주술을 읊기 시작했다.

“암타이라(暗打利羅) 사불타(死不咤)…”

다음 순간 부적들이 붉게 빛나면서 순식간에 타들어 갔다.

스르르르르…!

잠시 후 꽁꽁 얼었던 절지곤충들이 녹아 버리기 시작하더니 보이지 않는 힘에 이끌리듯 서로 모여들면서 단단하게 뭉치기 시작했다.

이윽고 완전한 돌덩이처럼 뭉쳐진 절지곤충 군집이 한 차례 옥빛을 뿜어내더니 그대로 구슬처럼 굳어 버렸다.

우우우우웅!

뒤늦게 무랑이 안도의 숨을 내쉬고는 중얼거렸다.

“후우, 다… 끝났네.”

“고생하셨소. 진 당주님, 저 아이를 좀 봐주십시오.”

“그, 그러겠네.”

진백이 한 차례 몸서리를 치고는 얼른 유정에게 달려가 맥을 짚었다.

“끄음. 거의 죽어 가고 있어. 하지만 아직 희망은 있네.”

그가 얼른 품에서 침을 꺼내 유정의 몸 이곳저곳에 놓기 시작했다.

매우 신중한 표정이었지만, 동작 하나하나만큼은 무척이나 신속하고 망설임이 없었다.

어찌나 집중을 하는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진백의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 버렸다.

마침내…

“하아…!”

유정이 입을 살짝 벌리고는 뜨거운 숨을 토해냈다.

고약한 냄새가 물씬 풍겨 왔다.

날숨을 통해서 탁기가 빠져나간 것이다.

탁. 탁. 탁!

진백은 곧이어 유정의 몸 여기저기를 점혈하면서 내공 치료를 이어 갔다.

아니나 다를까, 그 이후로 호흡이 점차 안정이 되는가 싶더니 유정의 안색도 차츰 좋아졌다.

그제야 진백이 털썩 엉덩방아를 찧듯 주저앉으며 중얼거렸다.

“이제 한시름 놨네.”

“살겠습니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네. 이젠 이 아이의 의지에 달렸어.”

“그럼 살겠군요.”

사비강이 싱긋 웃으며 답하고는 한쪽에 떨어져 있는 흡혼충의 군집을 주워 들었다.

흡혼충의 군집은 정류광의 몽계에서 보았을 때처럼 보기 좋은 구슬 모양이었다.

이렇게 예쁘게 생긴 것이 그토록 흉측하게 변할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건 이제 어떻게 할 텐가?”

무랑이 묻자, 사비강이 씨익 웃으며 답했다.

“써먹을 곳이 있소.”

“다신 보기도 싫군.”

“아마 도사께선 다시 보게 될 거요.”

“어허, 재수 없는 소리.”

사비강이 무랑과 진백을 보며 싱긋 웃었다.

“어쨌든 모두 수고해 주셨습니다.”

“밥 한 번 사는 걸로 끝날 일이 아닐세.”

무랑이 이마에 맺힌 땀을 소매로 훔치며 투덜거리자, 사비강이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어차피 밥은 나중에 사려고 했소. 해줘야 할 일이 하나 더 남아서 말이오.”

“뭐야?”

“아까 말했잖소. 다시 보게 될 거라고. 이 흡혼충의 군집으로 마칸의 꼬리라는 무기를….”

“나는 못 들은 걸로 하겠네. 다신 보기도 싫다니까!”

무랑이 저벅저벅 걸어가자, 사비강이 얼른 말을 덧붙였다.

“이번에는 이렇게 위험한 일도 아닐 거요.”

“일 없네! 일 없어!”

“밥 두 번 사겠소.”

“글쎄, 일 없다니까!”

“그러고 보니 얼마 전에 추량이 물 좋은 기루를 알아 놓았다던데….”

무랑이 버럭 소리 질렀다.

“도대체 날 뭐로 보고!”

하지만 사비강은 여전히 미소를 거두지 않은 채 말을 이었다.

“특히 설향(雪香)이라는 기녀가 그렇게 끝내준다고….”

“허참! 그래서… 내게 부탁할 일이 뭔가?”

어느새 무랑의 표정은 전에 없이 진중해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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