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 마교관-433화 (433/670)

# 433

귀환 마교관

433화

처처처처처처척!

옥마단을 가운데에 두고 멸마관 무인들이 완전히 포위했다.

그들 모두 흉흉한 살기를 드러내고 있었는데, 여차하면 검을 뽑아들고 달려들 기세였다.

스스스스스스슥!

곧이어 제마각 지붕은 물론, 인근의 전각 지붕 위에서 그림자들이 대거 나타나면서 활시위를 팽팽하게 잡아당겼다.

“이, 이런…!”

여곤이 입술을 콱 씹고는 멸마관 무인들을 노려보았다.

완벽한 함정.

짧은 순간 수많은 생각들이 머릿속을 스쳤다.

작전이 새어 나갔나?

옥마단원 중에 배신자가 있었나?

가장 높은 가능성을 두고도 그는 이런 생각부터 떠올렸다.

어쩌면 무의식중에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은면이 배신했을 거라는 사실을.

하지만 그는 곧 무리 속에서 저벅저벅 걸어 나오는 자운룡을 보고 제일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네놈이 결국 배신을 한 거였나!”

여곤이 어금니를 뿌득 갈고 소리치자, 자운룡이 쓴 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

“그렇게 됐다.”

“이러고도 후회하지 않을….”

“아, 그 이야기는 이미 지겹도록 했다. 더 이상 후회할 행동은 하지 않기로 맹세했지.”

“미친…!”

마침 무리 중에서 매설란이 앞으로 나섰다.

그녀는 전에 없이 단호하면서도 날카로운 어조로 말했다.

“지금이라도 투항한다면 목숨만은 살려 주지.”

“흥! 본좌는 누구처럼 비겁한 짓은 하지 않는다. 겁쟁이는 더더욱 아니지! 뭣들 하느냐! 어차피 달라질 건 없다. 애초에 우리 목적은 이것들을 전부 쓸어 버리는 거다! 조져라!”

“존명!”

옥마단이 일제히 대답하면서 사방으로 흩어지듯 달려 나갔다.

타다다다닷!

그와 동시에,

패패패패패애앵!

쒸쒸쒸쒸에에에엑!

전각에서 수백 발의 화살비가 일시에 쏟아져 내렸다.

푹! 푸푸푸푹! 푹!

“크악!”

“아아악!”

옥마단원들이 저마다 비명을 내지르며 몸을 뒤집고 쓰러졌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민첩한 마인들은 날아드는 화살을 쳐내고 적진을 향해 몸을 던졌다.

“죽어랏!”

깡! 까강!

곧 병장기가 부딪치며 날카로운 금속성과 기합성, 비명이 어우러졌다.

여곤 역시 날아드는 화살을 쳐내고는 곧장 멸마관 무인들을 향해 몸을 던졌다.

카캉! 캉캉!

순식간에 옥빛 물결이 사방으로 퍼지면서 멸마관 무인들과 어우러지기 시작했다.

제마각 일대가 순식간에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촤악! 촤아악!

“큭!”

“으으윽!”

여곤의 검기에 멸마관 무인들이 몸을 뒤집으며 쓰러졌다.

과연 옥마단을 이끄는 주인답게 그는 피에 굶주린 야수처럼 싸웠다.

어차피 승산이 없는 상황.

목숨이 다하기 전까지 최대한 많은 적을 죽이는 것이 그의 유일한 목표였다.

광기 서린 검신을 연신 휘두르는 중,

까앙!

청명한 금속성과 함께 여곤이 눈을 부릅떴다.

“은면!”

자신의 검을 막아낸 자는 다름 아닌 자운룡이었다.

자운룡이 희미한 웃음을 머금고는 뇌까리듯 말했다.

“내 자리를 그리 탐냈다던데?”

“애초에 네놈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자리였다!”

“뭐, 그럴지도. 하지만 네게도 어울리는 자리는 아니지. 차라리 자면이면 모를까?”

“이익!”

여곤이 이를 빠득 갈더니 몸을 회전하며 검신을 횡으로 그어 갔다.

쒸이이이이잉!

하지만 자운룡은 이미 서너 장 밖으로 물러난 상황.

검기가 허공을 갈랐다.

“네놈만큼은 죽이고 저승으로 가야겠다!”

옥면이 카랑카랑한 소리를 내지르며 바닥을 찼다.

팟!

따다앙!

이번엔 자운룡이 검을 앞세워 막아내자, 여곤이 어금니를 악다물고는 그대로 몸을 뒤틀었다.

휘리리릭!

이제 여곤은 마치 허공에서 드러누운 것 같은 자세가 되어 빠르게 회전하며 검을 찔러 갔다.

파파파팡!

세찬 바람소리와 함께 검봉이 뻗어 가자, 자운룡이 재빨리 보법을 밟으며 검을 열십자로 휘둘렀다.

따앙! 땅땅!

“언제까지 쥐새끼마냥 피해 다닐 거냐!”

“내가 진심을 다하면 넌 죽을 거다.”

자운룡이 싸늘하게 말하자, 여곤이 눈살을 팍 구기고는 소리쳤다.

“이런 쳐 죽일 놈!”

“흥분을 가라앉혀야 검로가 제대로 보이지 않겠나?”

“흥! 네놈의 검로 따위는 보나마나지!”

슉슉슉슉슉!

여곤이 무서운 속도로 자운룡에게 휘몰아쳐 갔다.

빠른 속도로 내지르는 그의 검은 마치 수십 발의 화살처럼 보일 지경이었다.

따다다다다당!

자운룡이 검을 마구 휘두르면서 연신 물러났다.

피츗! 피츗!

여곤이 내지른 검에 옷자락이 스치면서 찢어졌지만, 자운룡은 끝까지 살초를 사용하지 않았다.

여곤이 미간을 구기며 소리쳤다.

“사비강 관주가 죽었다는 것도 헛소리였던 거냐?”

“그랬지.”

“이런 빌어먹을 새끼!”

여곤이 더욱 분기탱천하여 달려들었다.

정신없이 검기를 난사하는 중에도 자운룡은 차분하게 피했다.

그렇게 얼마나 격한 싸움을 이어 갔을까?

여곤은 조금씩 인지하고 있었다.

자운룡이 확실히 자신보다 한 수 위에 있음을.

그러던 차에 그의 눈에 한 여인이 들어왔다.

‘저년은!’

멸마관 총관 매설란!

그녀는 두 자루의 연검을 휘두르며 옥마단원들을 가차 없이 베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니 잠깐 동안 차분해졌던 이성이 다시 야생마처럼 날뛰기 시작했다.

“큭! 내 저년만큼은 죽이고 말리라!”

어차피 자운룡을 죽이기 어렵다면, 차라리 매설란의 목이라도 따는 게 나으리라.

파밧!

그가 재빨리 경공술을 펼쳐 매설란의 배후까지 한 달음에 달려갔다.

그 모습을 본 자운룡은 굳이 뒤쫓을 생각도 하지 않은 채 피식 웃었다.

“이번에도 상대를 잘못 고른 것 같은데.”

한편, 매설란의 배후로 다가선 여곤이 검을 곧장 내찌르는 그때,

쒸에에에에엑!

갑자기 좌측에서 매서운 검풍과 함께 한 마리 은빛 뱀이 굽이치며 날아드는 게 아닌가?

“헉!”

여곤이 얼른 돌아서며 검을 휘둘렀다.

스까앙!

금속성과 함께 날아들던 뱀이 두 동강 나며 튕겨 나갔다.

하지만 그 모습은 허상일 뿐.

취리리리리릿!

다시 한 번 뱀이 꿈틀거리며 연이어 달려들었다.

“크읏!”

여곤이 얼른 허리를 젖혀 피하자, 꿈틀대며 날아들던 뱀이 허공을 가로질러 배 위를 스치듯 지나갔다.

가까스로 안도하며 몸을 바로 세우려는데,

따악!

“아악!”

아랫배가 화끈거리면서 따가웠다.

그가 얼른 몸을 세우고 보법을 밟으며 물러나니, 맞은편에 휘청휘청 굽는 연검을 들고 선 매설란이 보였다.

‘이런…! 어느 틈에! 분명 배후를 완벽하게 노렸건만!’

생각보다 매설란이 강하다는 사실을 깨달은 여곤은 적지 않게 당황했다.

매설란이 눈을 가늘게 뜨고는 여곤을 노려보았다.

“아까운 목숨 굳이 버릴 것까지 있나? 어차피 금면도 죽었다. 마령교도 이제 끝이 보이니, 너도 순순히 항복하지?”

“흥! 계집년 따위가 주둥이만 살았구나. 그 주둥이가 함부로 나불거리지 못하도록 다른 걸 물려주마!”

파밧!

여곤이 다시 한 번 바닥을 차고는 쏜살같이 날아갔다.

매설란이 눈을 가늘게 뜨더니 그대로 여곤을 향해 마주쳐 왔다.

여곤은 내심 조소를 머금었다.

‘강공으로? 가소롭군!’

보통 연검을 사용하는 무인은 정면 승부보다는 변초와 허초를 이용한 간접 승부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연검 자체가 변화무쌍하면서도 민첩한 특징을 가지기 때문이다.

해서 힘의 대결보다는 적을 교란하고 눈과 마음을 어지럽게 만드는 검술에 어울린다.

한데 이렇게 강공으로 부딪쳐 오다니?

매설란에 대해서는 이미 들은 바가 있었다.

멸마관의 총관이긴 하지만 사비강에 비하면 한참 실력이 모자란다는 그녀였다.

‘차라리 잘 됐다. 이 기회에 저년이라도 저승 길 동무로 삼아야겠구나!’

여곤이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곧장 검을 빠르게 내질렀다.

이번에도 수십 발의 화살이 수평으로 날아가는 듯했다.

쉭쉭쉭쉭쉭쉭!

그런데 다음 순간 매설란이 보법을 밟자,

취리릿! 취리릿!

허공을 굽이치며 날아들던 뱀 한 마리가 순식간에 수십 마리로 변하더니 수십 발의 화살을 비집으며 각각 파고드는 것이 아닌가?

변초와 허초를 함께 녹인 초식인 사령검(蛇靈劍)이었다.

‘어엇!’

찰나지간, 여곤은 수십 마리의 뱀 중 한 마리가 자신의 목을 물어뜯으려고 날아드는 것을 보았다.

그가 얼른 초식을 거두고는 보법을 전환했다.

파바바밧!

전진하던 보법에서 갑자기 측면으로 이동하게 되자 자연히 무리가 따랐다.

‘허초!’

여곤은 뒤늦게 목을 물어뜯으려던 뱀이 허초라는 것을 눈치 챘지만, 이미 다른 뱀이 그의 옆구리를 물어뜯고 있었다.

푹!

“커억!”

여곤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물어뜯긴 옆구리가 불에 타들어가는 것처럼 화끈거렸기 때문이다.

‘독사(毒蛇)인가!’

그가 얼른 내공을 운기해 보았다.

다행히 독 기운은 느껴지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그의 옆구리를 찍은 연검은 바로 조신량이 다크번의 날개 뼈를 이용해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즉, 여곤은 중독당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화상을 입었던 것이다.

이를 확인한 여곤은 내심 안도했다.

만약 중독이라도 당한 것이라면 앞으로 싸우는 데에 많은 어려움이 따랐을 터였다.

하지만 그는 그 짧은 순간의 운기가 치명적인 빈틈을 만들어냈다는 것을 미처 몰랐다.

취리리리릿! 취리리리릿!

이번에는 세 마리의 뱀이 한꺼번에 그의 목과 가슴, 허벅지를 향해 달려들었다.

파바바밧!

여곤이 엉겁결에 뒤로 물러나면서 검을 뻗어냈다.

‘제길! 어떤 게 허초인지 모르겠군!’

마음이 다급해진 그가 먼저 목과 가슴으로 날아드는 뱀 대가리를 쳐냈다.

허벅지를 노리는 것이 진짜라고 하더라도 치명상을 입지 않을 것이기에 내린 결정이었다.

한데 그가 휘두른 검이 허무하게 허공을 베며 지나쳤다.

대신 그의 허벅지를 노리고 날아든 뱀이 야무지게 살점을 파고들었다.

푸욱!

“크윽!”

오른쪽 허벅지에서 통증을 느낀 여곤이 휘청거리는 틈을 타, 매설란이 그의 배후로 자연스럽게 돌아갔다.

“한낱 계집에게 이렇게 힘을 못 써서야….”

매설란의 서늘한 목소리에 여곤은 등골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도대체 누가 매설란이 강하지 않다고 했던가?

적어도 그녀는 소문으로만 듣던 매설란이 아니었다.

초절정을 넘어선 지 한참은 되어 보이지 않는가?

여곤이 잽싸게 돌아서는데,

취리리릿! 취리리릿! 취리리릿!

수십 마리의 뱀이 그녀의 소매에서 어지럽게 뻗어 나왔다.

“이이이익!”

휙휙휙휙휙!

여곤이 발작하듯 검을 마구 휘둘러댔다.

하지만 그의 검은 전부 허공만 벨뿐이었다.

한편, 두 사람의 싸움을 지켜보던 자운룡은 내심 감탄을 금치 못했다.

‘대단하군. 매설란 총관이 저 정도의 실력일 줄이야.’

얼핏 보면 매설란의 검술은 쓸데없이 화려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조금만 더 깊게 보면 그 화려함이야말로 사사검법의 본질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실 매설란도 처음에는 이 문제로 깊은 고민에 잠긴 적이 있었다.

자고로 훌륭한 검술일수록 무미건조한 법이라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당시 그녀는 사비강에게 조언을 구했고, 이런 대답을 들었다.

“사사검법은 화려한 게 생명이야. 당신만큼이나 아름답고 화려하면서 변화가 무쌍해야 하는 검법이지. 그러니 더욱 신명나게 익혀 봐. 화려하고 아름다울수록 당신의 연검이 더욱 살아 움직이게 될 테니.”

그때부터 매설란은 고민을 접고 수련에만 몰두했다.

재미있었다.

칼자루를 휘두르는 게 이렇게 재미있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신명이 났다.

그리고 실력이 일취월장하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조신량에게 연검을 선물 받은 이후로는 더욱 무공이 상승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 화려해야 한다는 건 분명 이런 점을 두고 말한 거겠지!’

마지막 순간, 매설란은 여곤의 코앞까지 다다라서는 속삭이듯 말했다.

“나쁜 아이에게는 역시 계도가 필요하겠지.”

찰나, 여곤은 온몸에 힘이 쭉 빠져나가면서 묘하게 나른한 기분마저 느꼈다.

사실 이는 매설란이 매혼섭공을 사용했기 때문이었지만, 경황이 없는 여곤이 그런 것까지 눈치 챌 수는 없었다.

취리리리리릿!

지금까지와 달리 뱀 두 마리가 느긋하게 팔다리를 휘감으며 자신의 몸을 타고 올라왔다.

휘링… 휘링…!

팔과 다리를 감은 두 마리의 뱀이 혀를 날름거리며 언제라도 여곤을 물어뜯을 듯 흐느적거렸다.

매혼섭공에 당한 여곤은 더 이상 내공을 뜻대로 운기하기도 어려웠다.

매설란의 무공이 상승하면서 매혼섭공 역시 더욱 견고해졌기에 나타나는 현상이었다.

‘제길 몸이…!’

여곤은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식은땀을 느꼈다.

매설란이 나직이 읊조렸다.

“계도가 끝나면 죽여 주지.”

그녀가 말을 마치자마자,

취릿! 취리릿!

두 마리의 뱀이 동시에 여곤의 살갗을 베며 빠른 속도로 미끄러져 갔다.

취릿! 취릿! 취리리릿!

마치 두 줄기의 빛이 꿈틀거리며 여곤의 전신을 마구 휘어감아 이동하는 것 같았다.

마침내 두 자루의 검이 매설란의 손에 돌아와 꼿꼿한 모양을 되찾았을 때,

사락… 사락… 사락…!

여곤의 옷자락이 갈기갈기 찢어지며 그대로 벗겨지는 것이 아닌가?

얼마 전 정도맹에서 찾아온 이충의 옷이 벗겨질 때와 비슷한 양상이었다.

다만 지금은 옷이 발가벗겨진 여곤이 온몸으로 피를 뿌리며 쓰러졌다는 것만 다를 뿐.

그 와중에도 여곤은 중요 부위를 가리고는 넘어갔다.

멍하니 지켜보던 자운룡이 헛기침을 하고는 말했다.

“악취미입니다.”

“이, 이번엔 고의가 아니었어요!”

매설란이 얼른 대꾸했다.

그냥 혼쭐을 내 줄 생각이긴 했어도 옷을 벗길 생각은 없었는데.

하지만 자운룡은 믿지 않는 눈치였다.

“하긴. 부창부수(夫唱婦隨)라지요. 사비강 관주님과 함께 계시니 이런 악취미도 함께 즐기게 된 걸지도….”

“아니라고요!”

매설란이 버럭 소리치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녀가 얼른 이 대화에서 빠져나가려는 듯 크게 소리쳤다.

“옥마단주가 쓰러졌다!”

그녀의 고함 소리에 멸마관 무인들이 함성을 터뜨렸고, 옥마단원들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사기를 잃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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