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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마교관-427화 (427/670)

# 427

귀환 마교관

427화

“뭐라?”

능운파가 눈썹을 일그러뜨리고는 일대주를 노려보았다.

그때였다.

콰아아아앙!

느닷없이 건물 한 채가 부서져 나가면서 후끈한 열기가 뻗어 나오는 것이 아닌가?

곧이어,

쿵! 쿵! 쿠웅!

육중한 소음과 함께 그곳에서 불기운을 머금은 마물이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녀석이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땅이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떨려 왔다.

생전 처음 보는 마물의 모습에 능운파의 눈동자가 커졌다.

“저건… 뭔…?”

“킥킥… 뭐긴 뭐겠소? 맹주를 저승으로 보낼… 컥!”

입을 함부로 놀리던 일대주는 결국 맹주의 손에 의해 목이 꺾여 절명하고 말았다.

털썩!

맹주는 일대주를 바닥에 아무렇게나 부리고는 허리를 폈다.

그의 뒤로 승룡대 열두 명이 잔뜩 경계하는 태세로 마물을 노려보며 다가왔다.

“맹주님, 위험해보입니다.”

마물의 덩치는 어지간한 건물 한 채 정도였다.

게다가 온몸이 불길에 휩싸여서 이글거리고 있었는데, 두 손은 가시가 박힌 철퇴를 들고 있었다.

후웅. 후웅. 후웅.

녀석은 마계의 괴물 중에서도 상급에 속하는 발루크였다.

하지만 맹주나 승룡대가 발루크에 대해 알리가 없었다.

다음 순간,

후웅, 후웅, 훙! 훙! 훙훙훙!

투타타타타탕!

“헛!”

“막앗!”

맹주와 승룡대가 본능적으로 검을 앞세우며 호신강기를 끌어올렸다.

발루크가 들고 있던 철퇴에서 가시가 뽑혀 나오면서 맹주와 승룡대를 덮쳐 간 것이다.

쩌엉! 따앙! 따다다앙!

“크읏!”

맹주의 몸이 십여 장이나 미끄러지면서 건물 벽에 등을 부딪쳤다.

그가 황급히 주위를 둘러보니, 승룡대원들 중 절반이 갑자기 날아든 철 가시를 막지 못하고 치명상을 당해 죽어 버렸다.

하지만 분노가 끓어오를 사이도 없이 발루크가 그대로 바닥을 차고 날아오르더니 능운파를 찍어 누르듯 떨어져 내렸다.

꽈앙!

“크윽!”

능운파가 호신강기를 극한으로 끌어올리면서 검을 들어 철퇴를 막았다.

슈슈슉!

철퇴에서 다시 가시가 자라 나오고 있었다.

철퇴에서 또 한 번 가시가 발사되려는 순간,

“칫!”

능운파가 혀를 차고는 얼른 몸을 굴렸다.

투타타타탕!

다시 한 번 철 가시가 날아갔다.

능운파가 얼른 호신강기와 함께 검을 휘두르며 가시를 쳐냈다.

그러자 발루크 역시 철퇴를 사정없이 휘두르며 덤벼들기 시작했다.

땅! 쩌엉! 쩡!

녀석은 거침이 없었다.

쉴 새 없이 휘몰아쳐 오는 공격에 능운파는 정신을 제대로 차릴 수가 없었다.

‘전신이 화염에 휩싸인 마물이라니…!’

능운파는 이를 악물며 연신 검을 휘둘러댔다.

문득 사비강이 했던 말이 스쳐지나갔다.

“맹주님의 심후한 공력이라면, 상대하지 못할 마물은 거의 없습니다. 다만, 마물의 전투 방식이 생소해서 다소간의 어려움이 있을 뿐이지요. 외형에 놀라지 말고, 방식에 당황하지 마십시오.”

그런데 확실히 지금은 외형에 놀라고 방식에 당황하고 있었다.

서화평원 대전투에서 충분히 겪었다고 생각했음에도, 이 마물들에게는 매번 적응이 되지 않는 것이다.

쩌엉!

생각에 빠져 있는 능운파의 머리 위로 다시금 철퇴가 떨어졌다.

검을 들어 겨우 막은 능운파가 이를 빠득 갈았다.

철퇴에 박힌 가시가 다시 쑤욱 자라나기 시작했다.

그때,

“마물 따위가 감히! 맹주님에게서 떨어져라!”

승룡대원 세 명이 일시에 날아올랐다.

“안 돼!”

능운파가 얼른 소리쳤지만 이미 늦은 상황이었다.

투타타타탕!

사방으로 발사된 철 가시가 그대로 달려들던 승룡대원들의 심장을 관통하면서 날아갔다.

“커억!”

“억!”

승룡대원들이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며 숨을 거두자 능운파의 눈이 뒤집혔다.

“노옴!”

순식간에 공력이 폭발하듯 일어나자, 발루크가 튕기듯 주춤 물러났다.

그런데 그 순간,

푸욱!

“쿠아아아아악!”

녀석이 갑자기 몸을 뒤틀더니 비명을 내지르는 게 아닌가?

능운파 역시 놀라서 눈을 휘둥그레 떴다.

발루크의 가슴에서 매의 발톱만큼이나 날카롭게 생긴 손이 불쑥 튀어나와 있었다.

잠시 후,

부우욱!

파육음과 함께 손이 쑥 빠져나가자, 발루크가 신음을 흘리며 그대로 앞으로 고꾸라졌다.

쿠웅!

쓰러진 발루크를 밟고 선 자는 다름 아닌 악천괴였다.

그의 손에는 뜨겁게 타오르는 심장이 쥐어진 채로 자욱한 연기를 피우고 있었다.

치이이이익…!

뭔가가 타들어가는 소리가 나는데도 극음의 내공을 익힌 악천괴는 미간만 슬쩍 찌푸릴 뿐이었다.

“뜨거워 뒈지는 줄 알았네.”

그가 손에 쥔 심장을 아무렇게나 휙 던지자, 능운파가 눈썹을 한껏 찌푸리며 물었다.

“당신은 설마… 주작혈조…?”

능운파가 기억 한편에 새겨진 별호를 중얼거리자, 악천괴가 시큰둥한 표정으로 대꾸했다.

“오랜만이오, 맹주.”

“주작혈조! 당신이 틀림없군! 하지만 어떻게? 분명히 당신은 죽은 게….”

“거… 못 본 척 합시다. 그래도 내가 도와준 셈이니. 뭐, 내 뜻이라곤 할 순 없지만. 어쨌든 말이오.”

“대체 무슨 소리를….”

마침 악천괴 뒤로 살막의 살수들이 대거 내려섰다.

‘살’이라는 글자를 확인한 능운파의 표정이 더욱 묘하게 일그러졌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요? 살막이라니? 설마 당신이….”

그때였다.

쾅! 쾅! 콰콰콰쾅! 꽈앙!

천지가 격동하는가 싶더니 둥글게 위치한 건물들이 모조리 터져 나가는 것이 아닌가?

동시에 그곳에서 불길에 휩싸인 발루크들이 성큼성큼 걸어 나왔다.

맹주가 미간을 구기며 신음처럼 중얼거렸다.

“화령마가 또…!”

“아무래도 지금은 노닥거릴 때가 아닌 것 같소, 맹주. 이거 불타는 밤이 되겠구먼.”

말을 마친 악천괴가 열 손가락을 쫙 펼친 다음 불길에 휩싸인 마물들을 둘러보았다.

**

어느 순간부터 소음이 사라졌다.

이따금씩 튀어나오면서 칼을 부려오던 마인들도 더 이상은 보이지 않았다.

언덕이 시작되는 시점부터 그랬던 것 같다.

언덕을 따라 여러 건물들이 늘어서 있었지만, 인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진법인가?’

그렇다고 보기에는 분명 언덕 위의 정자는 지속적으로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렇게 사비강이 언덕의 중턱쯤 다다랐을 때였다.

처처처처처처척!

길 끝에 금빛 무복을 갖춰 입은 마인들이 빽빽하게 나타나더니,

“쳐랏!”

엄청난 기세로 휘몰아치듯 달려오기 시작했다.

“우와아아아아아!”

금빛 물결이 언덕을 따라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그 사나운 기세에 사비강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쓸데없는 짓을 하는군.”

사비강이 손을 뻗더니 시큰둥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볼케이노.”

다음 순간,

짜르르르릉!

쿠구구구구궁!

엄청난 진동과 함께 언덕이 갈라지면서 용암이 분출했다.

콰아아아아!

“흐이이익!”

“우아아아악!”

그야말로 지옥도가 따로 없었다.

순식간에 용암에 삼켜진 마인들이 수두룩했다.

그 엄청난 범위의 재앙에 맞서서 마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별로 없었다.

사비강은 플라이 마법을 펼쳐 비탈길을 따라 펼쳐진 지옥도를 감상하며 언덕 위로 날아올랐다.

한편, 그 모습을 정자 위에서 내려다보던 금면인은 눈을 가늘게 떴다.

“과연 대단하군. 놀랍구나. 이 정도일 줄이야. 하지만… 네놈도 혼마(混魔)를 꺾진 못할 것이다.”

그렇게 가만히 중얼거린 금면인이 바닥을 발로 툭 차자,

기이이이잉.

기관 장치가 작동하면서 정자 아래로 나선형 계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금면인이 그 아래로 사라지고 나자, 한참 후 도착한 사비강 역시 나선형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갔다.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계단이었다.

그렇게 어둠 속으로 한참을 내려가니 커다란 공동이 나타났다.

공동 바닥에 다다르자 저만치 서 있는 금면인이 보였다.

‘이 공동을 만들기 위해서 인공으로 만든 언덕이었던 건가?’

마침 금면인이 무엇을 어떻게 한 것인지 천장의 덮개가 육중한 소리를 울리며 완전히 닫혔다.

금면인이 입을 열었다.

“사비강. 만나서 반갑군.”

“우리가 반가워 할 사이는 아닌 것 같은데.”

“하하. 그렇지. 하지만 자네는 반갑지도 않은 날 보기 위해 이곳까지 왔군. 보아하니 미끼를 문 것 같지도 않은데.”

“재활용이 안 되는 쓰레기를 소각하러 왔다.”

“소문만큼이나 재미있는 친구로군. 하나, 자네가 날 따라 여기까지 온 것은 실수일세.”

“모르나본데. 난 살면서 실수를 아주 많이 저지르는 놈이야.”

“흥! 언제까지 그렇게 여유를 부릴 수 있는지 두고 보지!”

말을 마친 금면인이 어디론가 지풍 한 줄기를 날렸다.

피융!

곧이어,

철컥, 드르르르륵!

기관이 작동하는 소리와 함께 공동 한쪽의 창살이 들어 올려졌다.

사비강이 돌아보자, 그곳에서 나신의 여인이 멍한 표정으로 걸어 나왔다.

금면인이 빙그레 미소 지었다.

“만만하게 보면 큰 코 다칠 걸세. 자네의 그 오만함이 오늘의 죽음을 불렀다고 생각하게.”

사비강이 눈을 가늘게 뜨고는 여인을 물끄러미 보았다.

금면인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저건 ‘혼마’라고 부르는 괴물일세. 본교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병기지. 본좌가 자네를 이기기 어렵다는 건 이미 짐작했네. 해서 저걸 준비해 두었지.”

“그래서?”

“뭐? 허허. 하긴. 저 왜소한 모습을 보면 방심할 만도 하지. 긴 말은 필요 없을 테지. 혼마! 저놈을 죽여랏!”

금면인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울렸다.

순간,

키리리리리리릭!

괴상한 마찰음에 이어 여인의 전신에서 절지곤충 수백 마리가 자라났다.

가녀린 여인의 몸에서 지네처럼 생긴 절지곤충 수백 마리가 자라나는 모습은 그야말로 엽기적이었다.

사비강이 얼른 바닥을 차고 물러나면서 베르타스를 휘둘렀다.

쑤아아아앙!

강기가 무지개를 그리듯 날아가자, 사방에서 덮쳐 오던 절지곤충들이 파편이 되어서 흩어져 날아갔다.

처처처처척!

치이이익!

곤충의 체액이 바닥에 떨어지면서 타들어가는 소리를 냈다.

‘역시 키메라를 만들어 냈군.’

사비강이 미간을 팍 구기자,

“키햐아아!”

여인이 입을 쩍 벌리면서 괴성을 내질렀다.

순간 그녀의 목구멍에서 또 다시 수십 마리의 절지곤충이 자라나면서 사비강에게 날아들었다.

뿐만 아니라 그녀의 등에서도 수백 마리의 절지곤충이 뻗어 나오면서 사비강을 위협했다.

금면인이 손가락질을 하며 앙천광소를 터뜨렸다.

“크하하하하! 이제 조금 위기의식이 생기느냐? 넌 언제나 눈엣가시 같은 놈이었지! 내 비록 널 이길 수 없더라도 저건 네놈을 없애 버릴 만큼 충분히 강하다. 그리고 저건 내 명령에 절대복종 하…!”

광기 서린 고함을 내지르던 금면인이 순간 말을 뚝 멈추고는 그대로 굳어 버렸다.

분명 조금 전까지만 해도 저 멀리에 서 있던 사비강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반면 사비강에게 날아들던 절지곤충들은 그대로 관성을 이기지 못해 벽과 바닥에 마구 충돌하며 굉음을 일으켰다.

쿠콰콰콰쾅!

금면인이 뻣뻣한 자세로 천천히 돌아섰다.

어느새 금면인의 뒤에 선 사비강이 히죽 입매를 비틀었다.

“모르나 본데… 난 한 놈만 패.”

쒸에에엑!

베르타스가 허공을 갈랐다.

서걱!

동시에 금면인의 머리가 허공으로 떠올랐다.

그 와중에도 금면인은 생각했다.

‘왜 세상이 빙글빙글 돌고 있는 것일까? 어라…? 저건 내 몸…?’

툭, 데굴데굴…

츄아아아아!

머리를 잃은 금면인의 몸이 피분수를 뿜어내며 쿵! 소리와 함께 쓰러졌다.

사비강의 눈빛이 더 없이 차갑게 식었다.

“사람을 두고 저거라는 둥, 괴물이라는 둥 하는 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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