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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마교관-418화 (418/670)

# 418

귀환 마교관

418화

사비강과 무랑은 다루의 이 층에 앉아서 길가에 좌판을 깔아 놓고 묵묵히 앉아 있는 정류광을 지켜보았다.

벌써 한 시진이 넘도록 정류광은 앉은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가는 사람 몇 명이 좌판에 늘어놓은 것을 구경하다가 발길을 돌렸지만 특별한 움직임은 없었다.

“오늘 나타나긴 하는 거요?”

사비강의 물음에 무랑이 손가락 몇 마디를 짚어 가며 계산을 하다가 입을 열었다.

“나타날 걸세. 날짜는 정확히 맞췄고, 시간도 대략 맞춘 것 같으니. 좀 더 기다려 보세.”

사비강은 차를 한 모금 마신 후 천천히 운기를 해보았다.

아직도 이질감이 느껴지긴 했지만, 처음보다는 좀 더 익숙해진 기분이 들었다.

그때였다.

“나타난 것 같군.”

무랑이 허연 수염을 쓸며 길 건너의 좌판을 바라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그곳에는 죽립을 푹 눌러 쓴 낯선 사내가 좌판 앞에 서서 정류광에게 뭐라고 묻고 있었다.

주변이 워낙 시끄러운 데다가 내공을 자유롭게 다스리기 어려운 탓에 그들의 대화 소리까지 듣지는 못했다.

한참 대화를 나누던 정류광은 어느 순간 진중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더니, 죽립 사내가 건네는 종이를 받아들고는 품에 넣었다.

죽립 사내가 묵직한 돈주머니를 건네주고는 돌아섰다.

사비강과 무랑은 그 자리에서 꿈쩍도 하지 않은 채 정류광만 지켜보았다.

분명 죽립 사내는 빈손으로 돌아갔다.

아직 정류광이 어떠한 물건도 그들에게 넘기지 않은 것이다.

중요한 건 죽립 사내가 아니었다.

무엇을 그들에게 넘겼느냐다.

“이제 슬슬 움직이겠군.”

사비강의 말에 반응이라도 하듯 정류광이 천천히 좌판을 접기 시작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무는 시각이었다.

좌판을 정리한 정류광이 봇짐을 메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사비강과 무랑도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류광은 주변을 한 차례 둘러보고는 어디론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가세.”

사비강과 무랑이 그 뒤를 밟기 시작했다.

한데 정류광이 은근히 경신법을 이용하는 것인지 좀처럼 거리를 좁히기가 어려웠다.

사비강은 아직 내공을 자유롭게 운공하기가 어려웠기에 조금씩 지쳐 가는 것을 느꼈다.

오히려 무랑이 사비강보다 더 빠른 수준이었다.

“안 되겠군. 내가 지붕 위로 올라가서 녀석의 뒤를 밟을 테니, 자네가 날 보고 따라오도록 하게나. 이대로 놓치면 실패야.”

“경공을 쓸 줄 아시오? 무공을 익혔던 거요?”

“전혀.”

“한데 어찌?”

“말했잖은가? 이곳은 몽계일세. 그 사실을 인지하고 적응만 한다면 초절정 수준도 가능하지. 물론 그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뭐, 나 정도나 되니까 가능한 게지.”

말을 마친 무랑이 얼른 지붕 위로 몸을 날리더니 전음을 보냈다.

[나를 보고 따라오게나. 이대로 놓치면 안 되니까 말일세.]

“전음까지?”

[뭐, 이 정도는 어떻게든 가능하네. 다만 여긴 광아의 몽계이니 내가 강해지는 것도 한계가 있네. 어쨌거나 이 세계의 주인은 광아니까.]

“알겠소. 쫓읍시다.”

무랑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다.

사비강이 그를 보면서 골목을 따라 달렸다.

현실에서는 하늘을 날아다니는 자신이 몽계에서는 뛰는 것도 겨우 하고 있으니 문득 처지가 우습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조심하게. 나는 지름길을 이용해서 달리는 것이야. 자칫 나를 무리하게 따라오다간 의식의 경계를 넘어갈 수도 있으니.]

“이런 번잡한 골목길에서도 의식의 경계가 있다는 거요?”

[물론이지. 광아 녀석이 단 한 번도 접하지 않은 길이라면.]

“그렇군.”

사비강이 대답을 하고는 막 갈라진 골목길에서 왼쪽으로 들어서려고 할 때였다.

때마침 계명종이 반응을 하듯 울렸다.

딸랑.

사비강이 흠칫거리고는 눈앞으로 이어진 골목길을 보았다.

사비강이 소리쳤다.

“계명종이 울렸소!”

그 바람에 그를 지나가던 사람들이 흠칫거리고는 사비강을 보았다.

누구에게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기에.

하나 먼 거리에서도 사비강의 목소리를 알아들은 무랑이 전음을 보내 왔다.

[그 갈림길을 말하는 모양이군. 왼쪽 골목으로 들어서면 거리가 좁혀지지만, 광아 녀석이 한 번도 가지 않았던 길이라는 거지. 오른쪽 길로 들어가게나. 조금 돌아가지만 어쩔 수 없지.]

아마도 정류광은 일부러 길을 복잡하게 꼬아 가며 이동한 모양이었다.

당시에도 그는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고 있었다는 뜻이리라.

사비강이 오른쪽 길로 들어서서 달리자 계명종은 잠잠해졌다.

무랑의 전음이 들려 왔다.

[자네와 거리가 벌어져서 더 이상 전음을 전하기 어려울 것 같네. 북동쪽 어귀로 가게나. 나는 이대로 쫓을 테니!]

사비강은 무랑의 지시대로 북동쪽을 향해 달렸다.

이동하면서 점점 몸이 적응하는 것인지 발걸음이 빨라졌다.

내공을 운기하는 것 역시 훨씬 수월해지고 있었다.

처음에는 손발을 놀리는 것이 허공을 휘젓는 것처럼 이상했는데, 이제는 완전히 발이 땅에 붙은 것 같았다.

딸랑… 딸랑…

계명종이 이따금씩 소리를 울리며 경고를 보내 왔다.

겉보기에는 멀쩡한 길이었는데, 그곳으로 들어서는 순간 완전히 길을 잃고 미아가 된다고 하니 일부러 모험을 할 필요는 없었다.

사비강은 계명종이 울릴 때마다 방향을 틀어서 돌아갔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던 순간, 사비강이 바닥을 툭 차고 날아올랐다.

‘됐다!’

내공을 운기하기가 한층 수월해지면서 몸이 가뿐하게 날아올랐다.

툭, 툭, 툭!

사비강은 그대로 담벼락을 차며 날아올라서는 담장 위에서 다시 한 차례 더 뛰어올랐다.

그의 몸이 허공을 가로지르며 건물 지붕 위로 날아갔다.

하지만 몽계에 완전히 적응을 하지는 못한 탓인지 지붕 위에 다다르기도 전에 몸이 추락하고 말았다.

“칫!”

사비강이 혀를 차면서 얼른 손을 뻗어 난간에 매달렸다.

간신히 지붕 위로 올라선 사비강이 어깨를 이리저리 돌리고는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확실히 몸을 많이 움직이니 적응하는 속도가 점차 빨라지는 기분이었다.

이제는 지붕과 지붕 사이쯤은 가뿐하게 넘어갈 수 있을 정도로 경공을 펼칠 수 있었다.

그렇게 북동쪽을 향해 한참을 달리다 보니 저만치 무랑이 보였다.

사비강이 속도를 내어 무랑 곁으로 다가가자, 무랑이 깜짝 놀란 표정으로 돌아보았다.

“벌써 적응이 된 겐가?”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일류 정도는 될 것 같소.”

“허허. 천해경에 이른 자가 몽계에서는 일류라. 확실히 몽계에서는 나 같은 자에게 유리하지. 오히려 현실보다 펄펄 날 수 있으니까 말일세. 한데 자네는 이미 현실에서 초인적이니….”

“그보다 정류광은 어디에 있소?”

“저기 가고 있네. 아무래도 여길 벗어나서 저 산으로 들어갈 것 같군. 다른 사람들의 이목이 있으니 그리 빠른 속도로 이동하진 않는 듯하네.”

두 사람이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마을 어귀까지 다다랐을 때였다.

사비강과 무랑이 정류광을 쫓기 위해 지붕에서 뛰어내리려는 순간이었다.

쒸엑! 쒸엑! 쒸에엑!

날카로운 파공음에 이어 비수가 날아드는 게 아닌가?

“헛!”

“엇!”

두 사람이 헛바람을 집어 삼키면서 얼른 몸을 뒤틀어 피했다.

잠시 후 그들 주변으로 시커먼 그림자들이 에워쌌다.

‘마기…!’

복면을 쓴 적들에게서 느껴지는 기운은 명백한 마기였다.

복면인 중 우두머리로 보이는 자가 한 걸음 나섰다.

“웬 놈들이냐?”

사비강이 눈살을 슬쩍 구긴 채 그를 보며 되물었다.

“마령교냐?”

“……!”

수장은 물론 다른 복면인들조차 놀라는 듯했다.

이 시기엔 아직 마령교가 본격적으로 활동하기 전이었기에 더욱 놀랐으리라.

“네놈이 어떻게 그걸…?”

“다 아는 방법이 있지. 우린 미래에서 왔거든.”

사비강이 씨익 웃으며 말하자, 수장 복면인이 눈살을 팍 찌푸리더니 소리쳤다.

“쳐라! 단, 저놈이 말을 할 정도는 살려 둬라.”

“존명!”

복면인들이 일제히 대답하면서 사비강과 무랑을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사비강이 무랑에게 전음을 흘렸다.

[기회를 봐서 먼저 가시오. 내가 염장을 질러 놓았으니, 저들은 날 생포하려 들 것이오. 자신들의 정체를 어떻게 알아냈는지 궁금할 테지. 나중에 내가 쫓아갈 수 있도록 표식을 남기시오.]

[알겠네. 열십 자 모양의 칼자국을 새겨 놓겠네.]

사비강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에게 날아드는 복면인의 팔을 잡고는 그대로 꺾어 버렸다.

우두둑!

“끄아아악!”

복면인이 비명을 내지르면서 쓰러지자, 이번에는 뒤에서 또 다른 복면인이 검을 내지르며 날아들었다.

“노옴! 건방 떨지 마라!”

“건방 떤 적 없다.”

사비강이 싸늘하게 말하더니 그대로 검을 발로 걷어찼다.

따악!

“커억!”

동시에 일장을 뻗자, 장력을 얻어맞은 복면인이 비명을 지르며 날아갔다.

“이 개자식!”

“죽엇!”

복면인들이 사방에서 도검을 내질러 왔다.

사비강이 씨익 웃으며 몸을 뒤틀었다.

“대가리가 하는 말 못 들었냐? 죽이지 말라잖아.”

몇 개의 도검이 사비강을 아슬아슬하게 스쳤고, 또 몇 개의 도검은 베르타스에 부딪히면서 튕겨 나갔다.

하지만 모든 검을 막거나 피할 수는 없었다.

아직 몸이 완전히 적응되지 않은 상황이었기에 허벅지가 베이고 옆구리를 찔리고 말았다.

“큭…!”

사비강이 비틀거리며 물러나는 순간, 무랑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적을 가차 없이 걷어차고는 몸을 날렸다.

[조심하게!]

그가 달아나는 것을 확인한 복면인들이 일제히 몸을 날리려는데,

“어딜 가는 거냐!”

사비강이 버럭 노호성을 터뜨렸다.

내공이 실려 있었기에 이제 막 경공을 펼쳐 뒤쫓으려던 복면인들이 주춤거리며 물러났다.

“크윽!”

“저놈…! 내공이 이 정도였나?”

복면인들의 시선이 흔들렸다.

사비강은 화끈거리는 옆구리와 허벅지의 감각을 느끼면서 입매를 비틀었다.

‘통증을 느끼니 더욱 적응 속도가 올라가는군!’

무랑의 말에 의하면, 이곳이 몽계라고는 하지만, 여기서 죽으면 영혼이 죽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그러니 무턱대고 몸을 굴려서도 안 된다.

다만 어느 정도의 고통은 확실히 몽계에 적응하는데 도움을 주고 있었다.

사비강이 복면인들을 훑어보며 소리쳤다.

“와라! 이 거지새끼들아!”

“저 미친놈…!”

“뼈와 살을 발라 주마!”

복면인들이 약이 바짝 올라서는 몸을 날렸다.

쉬이익! 쒸에엑! 쉭쉭!

“진작 그랬어야지!”

사비강이 일갈을 터뜨리며 그대로 마주쳐 갔다.

따당! 땅! 땅!

베르타스가 어지럽게 날아들었다.

사비강의 검공은 확실히 엉성했다.

본래 그가 익힌 것은 상당한 수준의 무공인데, 지금 그의 몸은 그만한 무공을 펼쳐 보일만큼 적응되지 않은 것이다.

그러다 보니 어딘지 엉성하고 헐거운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

하지만 그 묘한 부조화가 복면인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기에는 충분했다.

‘뭐, 이런… 검법이!’

‘도대체 이 녀석 정체가 뭐지?’

시간이 흐를수록 사비강은 강해지고 있었다.

겨우 일류를 넘은 수준이라고 생각했던 복면인들은 점점 당황스러워졌다.

수장 복면인이 입술을 질끈 씹었다.

‘도대체 저놈 뭐야?’

행여나 정류광을 따라 올 하오문도들을 차단하기 위해서 감시하고 있었는데, 하오문도로 보이지도 않는 놈이 갑자기 나타나지 않았나?

게다가 일류 정도 수준으로 보였던 자는 아직도 자신의 수하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물론, 몸은 만신창이가 됐다.

지금 사비강의 몸은 상처투성이니까.

머리부터 발끝까지 칼에 베인 상처가 난잡하게 나 있었고, 피가 질질 흐르고 있었다.

그럼에도 사비강은 버티고 있었다.

오히려 악귀처럼 입매를 비틀며 조소하고 있었다.

“뭘 주춤거리고 있나? 덤벼 보라니까. 난 이제 슬슬 재미있어지려고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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