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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마교관-412화 (412/670)

# 412

귀환 마교관

412화

차재강은 천상벽력진을 펼친 상태에서 박을 재빠르게 훑어보고는 명령을 내렸다.

“덩치가 크니 오히려 공략하기가 쉽다! 쳐라!”

“존명!”

천도문도들이 두려움을 극복하겠다는 듯 일제히 대답하면서 박을 향해 쇄도해 나갔다.

천상벽력진은 모두 여덟 방위에서 세 명씩 열을 지어 자리를 잡는다.

남은 인원은 대기 전력으로 언제든 부상자가 발생하면 곧바로 교체를 한다.

“하아앗!”

“이엽!”

가장 먼저 앞에 포진한 여덟 명이 동시에 도기를 일으키며 마물을 향해 쇄도했다.

샤아악! 샥샥! 샤샤샥!

- 구으으으으응!

시퍼런 도기가 팔방에서 동시에 날아드니 박이 몸을 뒤틀며 포효를 내질렀다.

고막이 터져 나갈 것만 같은 울림이었기에 무인들이 저마다 내공을 끌어올려 청각을 보호했다.

한 차례 공격이 끝나자, 두 번째로 둘러 싼 무인들이 순차적으로 박을 향해 쇄도해 갔다.

슈우우웃, 촤아악!

- 구으으응!

촤아악!

그야말로 여기저기에서 빛이 번쩍이면서 박을 향해 어지럽게 날아들었다.

박이 목을 꺾어 들며 다시 한 번 포효했다.

- 구으어어어엉!

이번에는 좀 더 강렬한 공명이 있었기에 천장에서 돌 부스러기가 떨어지고, 땅이 지진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흔들렸다.

“멈추지 마라! 천상섬광도(天上閃光刀)를 시작하라!”

“존명!”

대답과 동시에 천상벽력진을 펼친 무인들이 엄청난 속도로 박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마치 팔방에서 불규칙적으로 빛이 마구 날아들며 박을 난자하는 듯했다.

박도 그냥 당하지는 않겠다는 듯 아홉 개의 꼬리를 세차게 휘둘렀다.

“조심해라!”

하지만 천상벽력진은 천도문이 자랑해도 될 만큼 충분히 견고했다.

어지럽게 날아드는 도공에 마침내 박이 무릎을 꿇으며 엎드렸다.

쿠우웅!

“우와아아아!”

“놈이 쓰러졌다!”

“집중력 잃지 마!”

쉬이익! 촤아악! 쉭쉭쉭! 촤촤악!

그야말로 마물을 대하기에는 환상적인 진법이었다.

한 사람을 상대로 펼치기에는 효율이 떨어질지라도 집단이나 이렇게 덩치 큰 마물을 상대로는 더 없이 효과적이었다.

합격술과 차륜술이 조화롭게 녹아 있으니, 박이 정신을 차릴 새도 없었다.

- 구으으으으응!

이윽고 박이 그대로 옆으로 넘어가 버렸다.

쿠우우웅!

육중한 울림과 함께 먼지가 구름처럼 풀썩 일어났다.

“이, 이겼다!”

“우하하하! 뭐야? 별 것 아니잖아?”

“본문의 천상벽력진은 마물을 상대로 최강이다!”

“우와아아!”

무인들이 저마다 함성을 내질렀다.

‘후후, 어떻소? 이만하면 상급 소환지도 우리에게 맡길 만하지 않으려나?’

무난하게 박을 해치운 차재강이 슬쩍 사비강을 보았다.

하지만 사비강은 팔짱을 낀 채 꿈쩍도 하지 않았다.

‘흥! 인정하기 싫다는 건가?’

그때,

“엇! 조심해!”

장기탁의 목소리가 버럭 튀어나왔다.

차재강이 휙 돌아보니, 무인 하나가 박의 뿔에 받히면서 저만치 튕겨 나가는 것이 아닌가?

- 쿠르러러렁!

엉거주춤 몸을 일으킨 박의 머리가 시커멓게 변하더니 마구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아직 끝이 아니다?’

차재강이 이맛살을 팍 구기고는 문도들을 향해 소리쳤다.

“진법을 유지하고! 섣불리 달려들지 마라!”

무인들이 일제히 천상벽력진을 다시 정비하면서 기도를 끌어올렸다.

그러는 사이 뭉그러졌던 박의 얼굴이 전혀 다른 형상으로 변했다.

“저, 저건…?”

“악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순한 양머리를 한 박이었는데, 지금은 시커먼 악마의 머리를 하고 있었다.

게다가 등에 난 커다란 눈은 충혈이라도 된 것처럼 핏빛을 뿜어냈고, 새하얀 깃털에는 검은 줄무늬가 흉악하게 새겨졌다.

그 기괴한 형상 때문에 무인들은 저마다 등골이 오싹해졌다.

위기감을 느낀 차재강이 버럭 소리쳤다.

“이런 젠장! 천상뇌전도(天上雷電刀)와 천상섬광도를 연환식으로 펼쳐라!”

“존명!”

천상뇌전도는 팔방에 자리를 잡은 삼인 일조가 동시다발적으로 마물에게 날아들며 일시에 도기나 도강을 퍼붓는 것을 말한다.

즉, 스물네 명의 무인들이 합격술을 펼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히는 것이다.

그 다음 차륜술인 천상섬광도를 시전해서 적을 교란시키고 지쳐 쓰러지도록 만든다는 계략이었다.

타다다다닷!

쒸쒸쒸쒸에엑!

총 스물네 명의 무인들이 동시에 날아가면서 도강과 도기를 마구 퍼부었다.

그 순간,

- 쿠르르러러렁!

박이 다시 한 번 포효를 터뜨리더니 아홉 개의 꼬리를 강하게 휘두르면서 앞발을 내려찍었다.

콰앙! 쿵! 콰당!

“컥!”

“으아악!”

여기저기에서 둔탁한 소음과 함께 비명이 솟구쳐 올랐다.

박이 발을 휘저을 때마다 빠르게 쇄도하던 무인들이 종잇조각처럼 찢어지며 날아갔다.

부우우욱!

“크아아악!”

천상뇌전도가 제대로 먹혀들기도 전에 박은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날뛰면서 마구 앞발과 꼬리를 휘저었다.

어떤 무인은 박의 발에 그대로 밟히면서 온몸이 터져 즉사했고, 어떤 무인은 꼬리에 맞아 저만치 벽에 부딪혀서 내상을 입었다.

정말이지 그 커다란 덩치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빠른 움직임이었다.

“노오옴!”

쑤아아앙!

차재강이 분노의 일갈을 터뜨리며 박에게 도강을 휘둘렀다.

하지만…

쩌엉!

박의 앞발이 차재강의 도강을 막아내는 것이 아닌가?

‘이런 미친…!’

차재강이 눈을 부릅떴다.

물론 박도 완전히 막아낸 것은 아니었다.

차재강의 칼이 박의 발톱을 베면서 발가락 사이에 깊이 박힌 것이다.

- 쿠어어어어엉!

고통을 느낀 것인지, 박이 포효를 내지르더니 그대로 앞발을 세차게 휘둘렀다.

“크웃!”

슈우우우웃, 콰아앙!

그대로 날아간 차재강이 벽에 부딪히면서 고꾸라지고 말았다.

“문주님!”

장기탁이 버럭 소리치며 달려가려는데, 화가 잔뜩 난 박이 그대로 앞발을 들어 올려 장기탁을 내려찍었다.

“헛!”

장기탁이 얼른 칼을 들어 올렸다.

그런데,

슈우우욱, 쩌카앙!

“크아악!”

놀랍게도 박의 발톱이 그대로 검을 두 동강내면서 장기탁의 가슴을 길게 찢어 버리는 것이 아닌가?

장기탁이 피를 흩뿌리며 쓰러지자, 다른 무인들이 눈을 뒤집으며 달려들었다.

“이런 마물 따위가!”

“제기랄! 죽어 버려!”

하지만 성난 박을 당해낼 자가 없었다.

그들 모두 꼬리에 맞아서 튕겨 나가거나 앞발에 밟히고 말았다.

그야말로 거대한 괴물이 무자비하게 설쳐대는 아비지옥이 따로 없었다.

“젠장…!”

차재강은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으며 눈앞에 펼쳐진 참상을 보았다.

과연 석실의 주인은 일반적인 마물과 급이 달랐다.

그렇다고…

“이대로 주저앉을까 보냐!”

차재강이 일갈을 터뜨리는 것과 동시에 바닥을 차고 빠른 속도로 쏘아져 나갔다.

쉬에에에에엑!

사선으로 베어 올리는 칼에서 시퍼런 도강이 일어났다.

찰나, 박 역시 포효를 내지르더니 앞발을 휘둘러 왔다.

- 쿠르러러렁!

쩌엉!

도강과 박의 앞발이 부딪치면서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발바닥이 베인 박이 피를 흩뿌리며 성큼 물러났고, 차재강은 그대로 포탄처럼 튕겨 나가듯 사비강 앞까지 굴러와 쓰러졌다.

“쿠웨에에엑!”

내상을 입은 것인지 차재강이 바닥을 짚고 시커먼 피를 토해냈다.

“제기랄! 육시랄!”

욕지거리를 뱉은 차재강이 벌떡 일어서다 말고 비틀거리며 쓰러졌다.

뱃속이 화끈거리는 것이 제대로 내상을 입은 모양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조금 전의 일격은 그가 평생을 갈고 닦은 낙뢰진천도(落雷振天刀法)의 마지막 초식인 낙뢰멸천(落雷滅天)이었다.

거의 일격필살에 해당하는 초식이었지만, 실패할 경우에는 본인이 쏟아 부은 공력을 온몸으로 감당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박은 발바닥을 깊이 베인 정도에 지나지 않았기에, 여전히 주변에서 달려드는 무인들을 마구 잡아 죽이고 있었다.

보다 못한 차재강이 사비강을 돌아보고는 버럭 고함을 내질렀다.

“이런 니미! 당신은 대체 뭐하고 있는 거요? 도와주지 않고! 완전히 쫄아서 얼어붙은 거요?”

사비강이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걸리적거리지 않게 도와주고 있었소.”

차재강이 잠시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이익…!”

“아, 아직도 걸리적거렸소? 그럼 좀 더 물러나 있지.”

사비강이 정말로 좀 더 물러나자, 차재강이 이를 뿌득 갈다가 고개를 푹 숙이고는 사정했다.

지금은 자존심이나 분노를 표출할 때가 아니었다.

“도와주시오. 본문의 문도들이… 죽어 가고 있소!”

사비강이 착 가라앉은 눈빛으로 차재강을 바라보더니 이윽고 입을 열었다.

“그럼 걸리적거리지 말고 물러나 있어라.”

“뭣…?”

내심 발끈하며 고개를 들던 차재강은 더 이상 말을 이을 수가 없었다.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어!’

사비강의 눈매는 전에 없이 매서워져 있었다.

그가 미간을 슬쩍 좁히고는 말했다.

“안 들렸나? 걸리적거리지 말고 물러나 있으라고 했는데.”

명백한 하대.

하지만 지금 사비강의 전신에서 우러나오는 기운 때문에 차재강은 그 사실조차 눈치 채기 힘들었다.

그저 본능처럼 발걸음이 움직이고 있었다.

사비강이 그의 곁을 지나며 걸어가자, 단리정을 비롯한 토벌대가 그 뒤를 따랐다.

이윽고 사비강의 입에서 명령이 떨어졌다.

“무랑초환진을 펼쳐라.”

“존명!”

사사사삭!

순간, 토벌대가 흩어지면서 진을 펼쳤다.

원형을 이루는 천도문과는 달리 멸마관 토벌대는 부채꼴 모양으로 진을 펼쳤다.

제일 먼저 나선 무리는 바로 곡보옥이 이끄는 방어조 열 명이었다.

그 뒤에는 옹기승이 이끄는 공격조와 단리정이 이끄는 원거리 공격조가 합해서 열 명.

마지막으로 등자경이 이끄는 치유조가 다섯 명이었다.

어찌 보면 무척 단순한 진법.

이를 본 차재강은 내심 탄식을 흘렸다.

‘우린 여기서 죽겠구나. 이들에게 희망을 걸 수는 없겠어.’

그 뿐만 아니라 천도문의 무인들도 모두 같은 생각이었다.

애초에 저토록 단순한 진법을 중원에 공표하면서 표준으로 삼으라고 했다는 것 자체가 이해 불가였다.

그러거나 말거나 곡보옥은 우렁찬 고함을 터뜨리며 박에게 달려들었다.

“덤벼라!”

곡보옥이 이끄는 방어조가 일제히 박에게 다가가 공격을 퍼부었다.

- 쿠러러렁!

박이 포효하면서 앞발로 곡보옥을 내려찍었다.

하지만 이 순간을 위해서 몸을 강철보다 단단하게 갈고 닦은 그였다.

콰직!

발목까지 땅에 파묻히면서도 곡보옥은 쓰러지지 않았다.

놀랍게도 그는 두 손으로 박의 발을 받쳐 들고 있었다.

뿐만 아니라 다른 생도들 역시 박의 공격을 꽤나 잘 막아내고 있었다.

적어도 박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진 못하지만, 쉽게 당하지도 않았다.

대부분 곡보옥처럼 신체가 유별나게 강하거나, 경신법이 뛰어나 공격을 잘 피할 수 있는 자들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크읏! 거기 잠꼬대! 뭐하냐? 어서 공격하지 않고!”

그러자 옹기승이 다섯 명의 근접 공격조를 이끌고 박에게 쇄도해 갔다.

쒸에에엑! 쒹쒹쒸익!

촤앗! 촤촤촤아앗!

검강과 검기가 날아들면서 박의 아랫배를 난자했다.

하지만 그 중 한 명이 박의 공격을 막지 못해 나가떨어졌다.

방어조가 미처 손을 쓰지 못한 탓이다.

그러자 등자경이 이끄는 치유조가 재빨리 투입되면서 부상자를 이끌어냈다.

그러는 사이 단리정은 원거리 공격조에게 명령을 내렸다.

“눈을 정조준해라!”

“옛!”

화살과 비수가 마구 날아갔다.

한편 이 광경을 지켜보던 차재강은 내심 혀를 차고 있었다.

“이 단순한 방식이 통할 리가. 전부 전멸하지 않으면 다행…”

하지만 그는 말을 마저 잇지 못했다.

놀랍게도 그 단순한 방식이 먹혀들고 있었다!

아니, 다시 보니 이건 절대 단순한 방식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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