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 마교관-386화 (386/670)

# 386

귀환 마교관

386화

“헉!”

갑자기 뻗어 온 살기에 등부형이 헛바람을 삼키며 몸을 뒤틀었다.

하지만 광기에 휩싸인 사비강은 등부형이 눈으로 쫓기도 힘들만큼 빨랐다.

쉬컥!

“크아악!”

옆구리가 베이면서 등부형이 몸을 비틀며 비명을 터뜨렸다.

찰나,

쒸이이엑! 쒸이이익!

푸른 검기와 검은 검기가 동시에 사비강을 향해 날아들었다.

사비강이 몸을 비틀면서 베르타스를 횡으로 그었다.

쑤아아아앙!

따다앙!

두 줄기의 검기가 튕겨 나가면서 와해되자, 위검종과 자운룡이 기합성을 터뜨리며 다시 좌우에서 베어 들어왔다.

“교관님!”

능소소가 저도 모르게 소리치며 청의봉을 뻗었다.

그러자 이전까지 소환되지 않던 실레스틴이 나타나며 곧장 세 사람을 향해 날아갔다.

후아아아아아앙!

느닷없이 강풍이 불어닥치자, 자운룡과 위검종이 검을 거두고는 얼른 중심을 잡았다.

반면, 사비강은 그대로 바람결에 떠밀리듯 날아가며 바닥을 거칠게 나뒹굴었다.

능소소가 얼른 자운룡과 위검종에게 달려가며 따졌다.

“두 분 무슨 짓이에요! 교관님께 살기를 드러내고 공격하다니!”

“오해입니다, 능 조교. 전 단지 등부형 선배님이 위험하다는 생각에 나선 것입니다.”

“아무리 그래도 방금 전의 공격은 방어를 위한 게 아니었잖아요! 관주님을 죽이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었다고요!”

그러자 위검종이 차갑게 말대꾸했다.

“그러지 않으면?”

“뭐라고요?”

“그러지 않으면 관주님을 제압할 방법이 있나?”

“그걸 지금 말이라고….”

“이봐, 아가씨. 잘 들어. 지금 관주님은 폭주 상태야. 그렇잖아도 여기서 관주님을 당할 사람은 없어. 그런데 방어에 전념하면서 싸워라? 그럼 여기 남은 사람들 다 죽을 텐데? 죽이겠다는 일념을 가지고 덤벼도 관주님을 제압할 수 있을까, 말까야.”

능소소가 입술을 질끈 씹었다.

한편, 바닥을 굴러간 사비강은 비척거리며 일어나 여전히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하악, 하악, 하악!”

“관주님…!”

능소소가 사비강을 부르며 다가가려는데,

“크아아아아아아!”

사비강이 느닷없이 허리를 꺾어 들며 포효를 내지르는 게 아닌가?

“크읏!”

“으윽…! 소리가…!”

그 공명에 석실이 쩌렁쩌렁 울리면서 돌가루가 부서져 내렸다.

우르르르릉!

어디선가 불길한 소리가 들려왔다.

표하림이 천장을 두리번거리다가 말했다.

“동, 동굴이 무너져 내리려고 한다!”

그의 말대로 여기저기에서 지속적으로 돌가루가 부서져 내리고 있었다.

마침내,

슈우우우, 쿠웅!

커다란 바위 하나가 석실 한 가운데에 서 있는 등부형 바로 옆에 떨어졌다.

“우아아악!”

등부형이 비명을 지르며 엉덩방아를 찧었다.

“빨리 여길 빠져나가야 해요!”

여소정이 소리치자, 표하림이 얼른 달려가 진경산을 등에 업었다.

그대로 출입문을 향해 달리려던 표하림은 우뚝 멈추고 말았다.

출입구 쪽에 꼿꼿하게 서 있는 사비강.

핏빛으로 물든 그의 눈은 더 이상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

광기와 굶주림에 사로잡힌 맹수의 눈.

“크르르…!”

사비강은 정말 맹수처럼 으르렁거렸다.

사납게 찢어진 입가에서는 침이 걸쭉하게 흘러내렸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운룡과 위검종이 검을 내세우고는 사비강을 노려보았다.

자운룡이 입을 열었다.

“관주님은 우리가 맡을 테니, 나머지는 늦기 전에 동굴을 빠져나가도록 하세요.”

“하지만…!”

능소소가 안절부절 못하며 나서자, 위검종이 버럭 소리쳤다.

“어서!”

결국 등부형이 몸을 일으키고는 생도들을 이끌었다.

“자자, 나가자! 곧 이곳 전체가 무너지게 생겼다. 능 조교도 어서!”

결국 등부형과 능소소는 생도들을 이끌고 출입구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타앗!

그들을 이대로 보내지 않겠다는 듯 사비강이 귀신처럼 몸을 날렸다.

하지만 동시에 자운룡과 위검종이 사비강에게 격돌해 갔다.

쑤아앙! 쑤아아앙!

두 줄기의 검강이 일어나자, 사비강도 방향을 틀어 두 사람에게 맞부딪쳐 갔다.

쑤아아아앙!

붉은 검강과 푸른 검강 그리고 검은 검강이 서로 뒤엉키며 요란하게 부딪쳤다.

쩌어어엉!

콰르르르르!

강렬한 공명에 석실은 더욱 빠른 속도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우아아악! 어서 달려! 어서!”

등부형이 비명을 지르며 내달리기 시작했다.

이미 그는 뒤따르는 생도들이 어떤 상황인지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한편 그 와중에도 진백은 한쪽 바닥에 고여 있는 여인의 피를 호리병에 조심스럽게 담고 있었다.

후에 여인의 피가 어떤 식으로 사용될 수 있을지 연구하기 위함이었다.

“진 당주님! 어서 달려야 해요!!”

“잠깐 이것만 더 담고….”

“빨리요! 시간 없어요!”

이번엔 능소소가 그를 강제로 잡아끌며 이끌었다.

능소소는 실레스틴을 부려 뒤처진 생도들을 떠밀다시피 내달렸다.

쿠구구궁! 쿵! 쿵!

이제 커다란 바위도 마구 떨어지기 시작했다.

자운룡과 위검종 그리고 사비강은 삼각형의 꼭짓점을 이루듯 마주 선 채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어느 순간 자운룡이 힐끔 시선을 들어 허공을 보았다.

마침 커다란 바윗덩이 하나가 사비강의 머리 위로 떨어지고 있었다.

슈우우우욱!

마침내 사비강을 찍으려는 순간,

팟!

사비강이 날았다. 동시에,

꽈아앙!

바윗덩이가 부서지며 파편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리고 자운룡과 위검종도 몸을 날렸다.

파바밧! 팟!

쉬이이이익!

세 사람은 떨어지는 바윗덩이를 발로 밟아 가며 경공을 펼쳤다.

“하아아앗!”

자운룡이 검강을 일으키며 그대로 사비강의 심장을 노리며 날아들었다.

사비강은 떨어지는 바윗덩이를 발로 툭 차더니, 몸을 팽이처럼 휘리릭 회전하며 자운룡의 검강을 흘려보냈다.

곧이어 그가 왼손을 쭉 뻗자 마법이 발현됐다.

키이이이잉!

음속의 바람을 날려 상대방을 폭파시켜 버리는 소닉 버스터였다.

천만 다행히도 소닉버스터가 자운룡의 몸에 닿기 직전, 떨어져 내리는 바윗덩이에 작렬했다.

퍼콰아앙!

바윗덩이가 산산조각나면서 그 파편이 비수처럼 사방으로 튀었다.

투타다다다다다당!

퍼퍽! 퍽!

위검종이 얼른 호신강기를 펼치며 검을 휘둘러 날아드는 파편들을 쳐냈다.

하지만 바윗덩이와 매우 가까이에 있었던 자운룡은 전신의 수십 군데에 관통상을 입고 말았다.

“크윽!”

바닥에 떨어진 자운룡이 얼른 점혈을 해서 피가 흐르는 것을 막았다.

그나마 파편들이 몸을 깔끔하게 관통한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었다.

“후우우!”

자운룡이 얼른 내공을 운기하자, 격동하던 기혈들이 차츰 안정을 취해 갔다.

마침 자운룡 곁으로 위검종이 내려섰다.

그의 주위로 은은하게 퍼져 있던 검은 기운이 일순 몸 안으로 흡수되듯 갈무리 되었다.

그 모습을 본 자운룡이 혀를 내둘렀다.

“대단한 신공이군요.”

“너도 만만치 않은 것 같은데.”

“전 아직 한참 부족하지요. 그나저나 이 정도면 생도들도 꽤 벗어났겠지요?”

“아무래도 상관없지. 당장 여기서 죽게 생긴 건 나니까.”

자운룡이 부드럽게 웃으며 물었다.

“대체 당신은 정체가 뭡니까?”

“네놈들에게는 그저 사파 나부랭이지.”

“근데 왜 사파 나부랭이가 관주님에게 살기를 드러냈을까요?”

위검종이 자운룡을 빤히 노려보았다.

“네놈이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

“저야 살기 위해서지요.”

“나도 마찬가지다. 저 괴물을 상대하려면 어쩔 수가 없으니까.”

위검종의 눈길이 사비강에게 향했다.

사비강은 여전히 융단 위에 꼿꼿하게 선 채로 고개를 숙이고는 거칠게 호흡하고 있었다.

이렇듯 본능적으로 싸우다가도 이따금씩 움직이지 않는 것을 보면, 아마도 그가 내면의 갈등을 겪고 있는지도 몰랐다.

“저 괴물… 이길 수 있을까요?”

“글쎄. 지금으로선 불가능해 보이는군.”

그 말을 끝으로 두 사람은 대화를 나누지 않았다.

주변으로 퍼져 있던 핏빛 기운이 점차 사비강의 몸 안으로 갈무리 되는 것을 보았기에.

저 핏빛 기운이 갈무리 되었을 때 사비강은 다시 폭주하리라.

자운룡이 표정을 굳히고는 말했다.

“이길 수 없다면… 매장합시다.”

“시간벌기 밖에 되지 않을 거다.”

“다른 좋은 방법이 있다면 말하시고요.”

“…매장하지.”

“좋습니다. 그럼 지금!”

자운룡의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두 사람은 천장으로 솟구치며 강기를 쏟아 부었다.

쑤앙! 쑤앙! 쑤앙! 쑤아앙!

쿠콰콰콰콰콰!

요란한 소리와 함께 석실의 천장이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출입구 쪽으로 빠르게 물러나면서 지속적으로 천장과 벽을 향해 강기를 난사했다.

나중에는 위검종이 주로 사비강에게 강기를 집중해서 날렸고, 자운룡은 천장을 부수기 위해 강기를 날렸다.

사비강의 발을 묶어 두면서 석실을 무너뜨릴 속셈이었다.

꽈르르르르릉! 꽈앙!

이윽고 석실이 완전히 무너져 내리면서 사비강을 집어삼켜 버렸다.

두 사람은 재빨리 출입구 밖으로 몸을 날려 생도들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

꽈르르르릉! 꽈과앙!

뒤쪽에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묵직한 진동이 울려 왔다.

생도들과 함께 달려가던 능소소가 멈칫하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진경산을 등에 업은 표하림이 소리쳤다.

“능 조교님! 멈추면 안 됩니다!”

그제야 능소소도 입술을 쿡 씹고는 다시 달려갔다.

‘관주님… 무사하셔야 해요!’

경공을 펼치며 달려가는 동안 주의해야 할 것은 떨어져 내리는 바윗덩이들이었다.

다행히 통로를 가득 메우며 달려들던 벌떼는 이제 보이지 않았다.

한참 달려가니 막다른 길이 나타났다.

“여기가 어디지?”

“길이 없잖아!”

당황한 생도들이 우왕좌왕했다.

빛이 없으니 심리적으로 더욱 다급해졌다.

능소소가 침착하게 주변을 둘러보았다.

‘여긴 다크번을 상대했던 곳…!’

그녀가 얼른 바닥을 살폈다.

“여기다!”

다행히 바닥에 뚫린 구멍이 보였고, 가득 차올랐던 늪은 말끔히 사라진 상태였다.

능소소와 생도들이 앞 다투어 구멍 아래로 뛰어내렸다.

자이렌과 전투를 치렀던 공동 아래에 다다른 생도들은 곧바로 출구를 찾아 달렸다.

“출구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역시 석실에 있는 수장을 제거하면 모든 게 원상복귀 되는 모양입니다.”

하지만 아직 안심하기에는 일렀다.

꽈르르릉! 꽈앙!

다시 한 번 육중한 소리가 들리더니 천장에서 마구 바윗덩이가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능소소가 실레스틴을 부리고, 생도들이 도검을 휘두르며 떨어지는 바윗덩이들을 쳐냈지만, 몇몇 바윗덩이는 정말로 목숨을 앗아 갈 수 있을 정도로 위험했다.

쾅! 쿠웅! 콰작! 쾅!

바윗덩이가 우박처럼 쏟아져 내리는 와중에도 생도들은 멈추지 않고 내달렸다.

그 와중에 한 명의 생도가 바윗덩이에 깔리면서 머리가 깨져 즉사하고 말았다.

하지만 누구도 멈출 수 없었다.

애도할 시간은 이 동굴을 완전히 빠져나간 후에 가져도 충분했다.

“출, 출구다!”

“출구가 보입니다!”

저만치 빛이 나타나자, 생도들이 환한 표정으로 소리쳤다.

그야말로 희망의 빛 줄기였다.

콰콰콰콰앙!

등 뒤에서는 연신 동굴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누군가 달려오는 기척도 느껴졌다.

‘교관님들이다! 그럼 관주님은?’

궁금증이 일어났지만 능소소는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지체했다가는 무너져 내리는 동굴에 깔려 죽을 수도 있었다.

대신 그녀는 청의봉을 뻗으며 모든 심력을 쏟아 부었다.

“실레스틴!”

후아아아아앙!

순간 강렬한 바람이 일어나며 그녀와 생도들을 일시에 동굴 밖으로 떠밀었다.

“우아아앗!”

“으아아아!”

마침내 동혈은 능소소를 비롯한 생도들을 토해내듯이 뱉어냈다.

쿠당탕탕!

동혈 밖으로 튕기듯 날아온 생도들이 마구 바닥을 나뒹굴었다.

그와 동시에 육중한 소리를 울리며 동혈 입구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쩌르르르릉!

먼지가 구름처럼 일어났고, 땅은 한참이나 떨렸다.

마침 먼지구름을 제치고 두 사람이 훅 나타났다.

“헉, 헉, 헉!”

바로 자운룡과 위검종이었다.

만약 조금만 늦었더라면, 그들도 저 동굴에 깔려 맑은 공기를 마실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콰아아앙!

느닷없이 벽력과도 같은 소리가 울리더니 그림자 하나가 무너진 동굴 안에서 튀어나오는 것이 아닌가?

그 바람에 바위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 올랐다.

쉬이이잇, 탁!

커다란 호선을 그리며 붉은 혜성처럼 떨어진 그림자.

그는 바로 광기에 사로잡힌 사비강이었다.

생도들 모두 사비강의 뒷모습을 본 채 숨을 꿀꺽 삼켰다.

고개를 푹 숙인 사비강의 뒷모습만으로도 뭐라 형용할 수 없는 위압감이 물씬 풍기고 있었기에.

누구보다도 믿었던, 누구보다도 의지했던 관주가…

이젠 그들에게 가장 위험한 존재가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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