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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마교관-306화 (306/670)

# 306

귀환 마교관

306화

쩡!

검과 검이 부딪치면서 커다란 소음이 일어났다.

옹기승이 뒤로 튕기듯 물러나자, 구기승은 괴물과도 같은 기합성을 터뜨리며 그대로 달려들었다.

“쿠아아아! 죽어랏!”

까강! 깡!

구기승의 검세는 매서웠다.

하지만 옹기승은 당황하는 대신 차분하게 맞대응했다.

순식간에 수십 합을 겨루었다.

한쪽에 서서 멍하니 바라보던 아버지가 얼른 나서며 끼어들었다.

“두 사람 모두 그만두어라! 이게 무슨 짓이냐?”

하지만 구기승은 그런 아버지를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반면 성인이 된 옹기승은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측은하게 바라보았다.

그는 지금 이곳이 꿈속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아버지는 저렇게 살아계신 것이리라.

옹기승이 잠깐 감상에 젖어 있는 사이, 구기승이 다시 한 번 포효를 터뜨리며 날아들었다.

“크아아아! 뒈졋!”

쉬이이잇!

구기승의 검이 한풍처럼 몰아쳤다.

순간 옹기승이 몸을 휘리릭 회전하면서 검격을 흘려보냈다.

대신 그는 부드럽게 손을 뻗어 구기승의 가슴팍에 일장을 날렸다.

펑!

“크욱!”

구기승이 훌쩍 날아가면서 가까스로 중심을 잡았다.

가슴께의 터져 나간 옷자락에서 시커먼 연기가 풀풀 휘날렸다.

구기승은 화가 난 표정으로 옹기승을 노려보았다.

“이런다고 진실이 달라질 것 같으냐?”

“글쎄. 갑자기 확인을 해야겠다는 의지가 생겼다.”

옹기승은 눈을 감은 채 대답했다.

언제였을까?

되풀이되는 악몽에 빠져서 슬픔과 절망에 잠긴 채, 이 지옥을 벗어날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렇게 수백 번 반복되는 꿈속에서 갑자기 자신에게 미묘한 변화가 일어났다.

‘이 악몽은 진짜인가?’

물론 이러한 의문은 그의 내면 바깥에서 진행 중인 정류광의 술법에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하지만 환옥에 빠진 옹기승이 그러한 사실까지 알 리는 없었다.

다만 갑자기 이 꿈의 진실에 대해 깊은 의구심을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누군가 자신에게 끊임없이 그러한 의지를 불어넣는 것 같았지만, 그 이유를 알 수는 없었다.

‘이 지옥 같은 악몽에서 빠져나간다면 알게 되겠지.’

분명 바깥에서 자신에게 뭔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이리라.

그게 좋은 것이든, 나쁜 것이든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지금 이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

마침 검은 기운을 풀풀 휘날리는 구기승이 소리치며 달려들었다.

“네놈이 그렇게 잠이나 처자면서 현실을 도피한다고 해서 진실이 바뀔 성 싶으냐!”

쉬이이익!

콰앙!

무섭게 날아든 구기승의 검이 옹기승을 아슬아슬하게 스치면서 바닥을 찍었다.

투타타타!

튀어 오른 파편이 옹기승의 몸으로 마구 날아와 부딪쳤다.

옹기승은 여전히 수면신공을 펼치면서 최선을 다해 파편들을 쳐냈다.

곧이어 구기승이 빠르게 검을 내지르며 짓쳐들었다.

쩌엉!

이번에는 검봉끼리 정확히 마주쳤다.

옹기승의 감각에 구기승은 잠깐 놀란 듯한 표정이었다.

옹기승이 그대로 물 흐르듯 보법을 밟아 가면서 구기승의 목으로 검봉을 질러 갔다.

“하찮은!”

구기승이 발을 쭉 뻗어 올리면서 날아드는 검신을 ‘퉁!’ 걷어찼다.

옹기승이 휘청거리는 사이 구기승은 재빠르게 몸을 회전하며 검을 가로로 무수히 베어 갔다.

휙휙휙휙!

피츄츄앗!

연이은 참격에 옹기승이 상처를 입고는 훌쩍 물러났다.

그의 미간에 주름이 생겼다.

‘쉽지 않군.’

반면 구기승의 입가에는 다시 여유 있는 미소가 그려졌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국 넌 내게 지배당한다.”

“…….”

“그러니 쓸데없이 힘 낭비하지 말고 모든 걸 운명에 맡겨라. 네놈의 특기 아니냐? 모든 걸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는 것.”

옹기승은 여전히 눈을 감은 채 대답을 하지 않자, 구기승이 차갑게 비웃으며 날아들었다.

“흥! 대답할 기운도 없나보구나!”

쉬리리릭!

순간 구기승의 몸이 수 갈래로 쪼개지더니 부채꼴처럼 펼쳐지면서 진법을 형성해 공격해왔다.

까라라라랑!

옹기승이 수면검공을 펼치면서 수많은 구기승을 상대했지만 역시나 역부족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옹기승은 점점 지쳐 갔고, 상처도 하나둘 생기기 시작했다.

“후후! 그 좋은 기세는 다 어디로 갔느냐!”

구기승이 나이답지 않게 일갈을 터뜨리며 마지막으로 장력을 날려 왔다.

퍼퍼퍼펑!

순간 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장력에 얻어맞은 옹기승이 종잇조각처럼 날아가 털썩 쓰러졌다.

“크윽…!”

옹기승이 신음을 흘리고는 비틀거리면서 일어났다.

외부로부터 흘러들어온 모종의 자극이 자신을 깨웠지만, 이미 환옥에 터를 잡고 있는 저 녀석은 만만치가 않은 상대였다.

어린 아이라고 우습게 생각했다간 낭패를 보고 말리라.

구기승이 입매를 비틀어 올리며 이죽거렸다.

“네가 아무리 발악한들 세상이 바뀔 거라고 생각하는가? 이곳은 바로 너의 세상이다. 너의 과오로 채워진 너만의 지옥. 엎지른 물을 다시 주워 담을 방법은 없는 거야.”

“…닥쳐.”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모양이군.”

구기승이 표정을 굳히고는 옹기승을 보았다.

순간 옹기승이 눈을 번쩍 뜨고는 구기승을 응시했다.

늘 눈을 감고 있거나, 졸린 눈이었던 그였기에 지금의 모습은 사뭇 달라보였다.

옹기승이 희미한 미소를 머금고는 말했다.

“날 가르치는 교관이 그러더군. 잠이 들지 못할 정도로 예민해져 있을 때는 너무 애쓸 필요 없다고 말이야. 차라리 완전히 깨어나서 현실을 직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뭔 헛소리를….”

구기승이 미간을 잔뜩 구기고는 중얼거리자, 옹기승이 더욱 눈을 크게 뜨며 히죽 웃었다.

“보인다고. 네놈의 그 허세가! 애초에 내 머릿속에서 굴러다니던 녀석을 이 두 눈으로 보지도 않고 상대하려고 했던 것 자체가 잘못이었는지도.”

“뭔 개 소리냐!”

구기승이 짜증스럽게 소리치며 그대로 일검을 휘두르며 마주쳐 왔다.

쉬이이잇!

쒜에에엣!

두 사람이 그대로 검을 내찌르며 부딪쳐 갔다.

다음 순간,

쩌엉!

기의 충돌과 함께 엄청난 충격음이 터져 나갔다.

곧이어,

카차자자자자장!

옹기승의 검이 그대로 구기승의 검신을 파쇄해 가면서 지체 없이 파고드는 것이 아닌가?

“허억!”

구기승이 믿을 수 없다는 듯 두 눈을 부릅떴다.

그러는 사이 어느새 옹기승이 커다랗게 뜬 눈을 구기승의 얼굴 앞에 바짝 들이밀며 속삭이듯 말했다.

“이게 너의 허세다. 이 실체도 없는 새끼야.”

카카앙! 푸우욱!

마지막 손잡이마저 뚫어 버린 옹기승의 검은 그대로 뻗어 나가며 구기승의 심장을 관통했다.

“커억…! 어, 어떻게 네놈이…!”

가슴에 검이 박힌 구기승이 비틀거리며 물러났다.

옹기승은 손을 놓고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털썩 쓰러진 구기승의 가슴에서 시커먼 기운이 풀풀 풍겨 나오면서 연기처럼 흩어져 갔다.

저벅저벅 걸어간 옹기승은 검의 손잡이를 쥐더니 발로 구기승의 가슴팍을 밀어 뽑아냈다.

쑤우욱,

털썩!

바닥에 쓰러진 구기승은 한참이나 몸을 꿈틀거리더니 이내 시커먼 재가 되어서 사방으로 흩어져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담담히 바라보던 옹기승이 고개를 들었다.

마침 지금까지 안절부절 못하던 아버지가 옹기승과 눈이 마주치자 움찔 거리고는 물었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일이냐? 아들아.”

옹기승이 피식 웃었다.

그러더니 검을 들어 아버지를 가리키고는 냉랭한 표정으로 물었다.

“당신. 나 본 적 있어?”

“뭐, 뭐라고?”

“본 적도 없을 텐데. 내가 왜 당신 아들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너, 넌 대체 무슨 소리를…!”

“길게 끌 생각은 없다.”

말을 마친 옹기승이 바닥을 차고는 쏜살같이 날아갔다.

덥썩!

옹기승이 손을 뻗어 상대의 머리를 쥐었다.

“커억! 너, 너…! 정신 차려라!”

귀를 때리는 절박한 외침.

똑같다.

반복되던 악몽과 다시 같아졌다.

하지만 옹기승은 눈을 부릅뜨고는 상대를 뚫어질 듯 응시했다.

그러자 묘한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툭, 투둑. 툭툭.

옹기승의 손에 잡힌 아버지의 얼굴에 점점 핏대가 솟아오르더니 갑자기 그 형태가 변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제야 본 모습을 보이는군.”

옹기승이 손에 잡힌 머리를 보며 싸늘하게 읊조렸다.

그의 손에 잡힌 자는 다름 아닌 사부였다.

그리고 저쪽 구석에 죽어 널브러진 자가 바로 아버지였다.

“어째서 죽인 겁니까?”

옹기승은 지금까지와 똑같은 질문을 던졌다.

역시나 같은 대답이 돌아왔다.

“크억…! 어쩔… 수가… 내 모든 걸 설명할 테니…. 커억!”

“어째서엇!”

“끄아아악!”

퍼억!

사부의 머리가 터져 나갔다.

옹기승은 허탈한 숨을 내쉬고는 눈을 감았다.

이제 다시 이 지옥이 시작되겠지.

그런데…

“노옴! 감히 백로님을!”

“저 어린 녀석을 죽여라!”

반복이 멈췄다?

담벼락을 넘어 수많은 무인들이 들이닥치더니 옹기승을 향해 검을 휘둘러오는 게 아닌가?

옹기승이 반사적으로 튀어나가며 그들과 검을 섞기 시작했다.

어느 순간 옹기승의 유체가 이탈하는가 싶더니 하늘 위에서 지상에 펼쳐지는 처절한 전투가 고스란히 내려다보였다.

지상에서는 어린 구기승이 이성의 끈을 놓고 싸우고 있었다.

수많은 혈사련 무인들을 전멸시키기까지 걸린 시간은 불과 일각도 걸리지 않았다.

뿐만 아니라 구기승의 전신에서 우러나오는 강렬한 마령지기가 혈사련 무인들을 공포로 질리게 만들고 있었다.

모든 무인을 베어낸 구기승은 그대로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옹기승이 얼른 내려가려는데, 마침 문이 열리면서 피비린내 나는 현장으로 한 사람이 들어섰다.

그는 바로 혈사련주였다.

혈사련주 허무극은 쓰러진 구기승을 차가운 눈초리로 내려다보다가 슬며시 안아들었다.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검은 그림자가 그의 곁으로 스르르 나타났다.

“이 아이의 기억을 바꿀 수 있겠나?”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지금이라면 어렵지 않게 성공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하게.”

“알겠습니다.”

검은 그림자가 구기승의 혈도 몇 군데를 점하더니 곧 머리에 손바닥을 올려 두고는 운기를 시작했다.

이를 내려다보는 옹기승의 눈동자가 분노로 활활 타올랐다.

**

꿈틀.

옹기승의 손가락이 미약하나마 움직였다.

다음 순간, 그의 가슴에 손을 대고 있던 정류광이 식은땀을 훔쳐내며 돌아섰다.

“이걸로 됐소. 하지만 대법은….”

“대법은 깨질 거다.”

“무슨 소리요? 난 그저 기억을….”

“조작된 기억. 공교롭게도 그것이 이 녀석에게는 가장 괴로운 기억이었을 거다. 그래서 대법도 그 기억을 이용해서 환옥으로 만들었을 거고. 결국 가짜 기억에 대법을 걸었는데, 그 가짜가 사라졌으니 대법도 사라질 수밖에.”

“과연. 당신의 말대로라면 그럴 가능성도 있겠소.”

“자, 이제 두 사람은 좀 죽어 줘야겠다.”

“죽다니… 무슨…?”

사비강이 두 사람의 입에 사령환을 던져 넣더니 턱을 탁탁 올려쳐 강제로 삼키게 만들었다.

그 일련의 동작이 무척이나 빠르고 매끄러웠기에 구강룡과 정류광은 미처 반응하지도 못하고 당하고 말았다.

“잠시 죽은 것처럼 만들어 주는 묘약이지. 내가 신호를 보낼 때까진 움직이지 말도록. 재미있는 걸 보고 싶다면 말이야.”

다음 순간, 사비강이 두 사람에게 부드러운 장력을 날려 한쪽 구석에 쓰러지도록 내버려 두었다.

그리고 하단성 쪽을 힐끔 보고는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아슬아슬했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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