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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마교관-278화 (278/670)

# 278

귀환 마교관

278화

사실 사비강이 초반부터 이렇게 무례하게 나가는 것은 일종의 기 싸움이었다.

비록 하오문에서 먼저 연락을 해왔다고는 하지만, 이들은 어디까지나 정보로 먹고 사는 문파다.

도둑, 기녀, 소매치기, 사기꾼 등 인생 밑바닥의 사람들을 긁어모으고, 변변찮은 무공으로도 오랜 기간 명맥을 유지하는 데에는 바로 개방에게도 뒤지지 않는 정보력 덕분이다.

때문에 이들은 본능적으로 정보를 무기처럼 다루는 습성이 있다.

그런 만큼 정작 중요한 정보는 빼돌린 채 곁가지만 그럴싸하게 내놓을 가능성도 농후했다.

사비강은 애초에 이들을 압박해서 그럴 가능성을 최소화하려는 의도였다.

일단 기를 죽이는 것에는 확실히 성공한 것인지, 왕이가 뺨을 씰룩이면서도 가만히 자리에 앉았다.

사비강이 왕이와 정류광을 차례로 보고 나서 무미건조한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묻는 질문에 답하는 방법이 한 가지. 너희들이 알아서 모든 정보를 내놓는 방법이 한 가지 있다. 어느 쪽이 좋겠나?”

“…….”

그야말로 광오한 태도에 왕이는 연신 뺨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사비강의 기도가 남다르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는 중이기도 했다.

베르타스가 허공으로 떠올랐던 그 순간부터 사비강은 자신의 기도를 상당 부분 드러내고 있었다.

왕이가 최대한의 체면을 차리기 위해 퉁명스럽게 대꾸했다.

“질문하시오.”

“좋아, 먼저 소화루에 갔던 일부터 확인하지. 내가 갔을 때 그날 분타가 습격당해서 사상자가 꽤 나온 걸로 아는데, 그곳을 친 조직은 어디냐?”

“끄음.”

침음을 흘린 왕이가 사비강을 빤히 바라보다 입을 열었다.

“이건 꽤 비싼 정보요.”

“나도 알아. 네 목숨만큼이나 비싸겠지.”

사비강은 노골적으로 살기를 드러냈다.

정보를 가지고 다시 한 번 더 흥정을 하려고 했다간 곧장 검을 뽑아 들겠다는 의지가 다분히 읽혔다.

‘도대체 뭐 이리 말이 안 통하는 자가…!’

왕이는 처음으로 후회했다.

사비강에게 진법을 펼쳐서 시험하면 안 되는 거였다.

아니다.

애초에 이자를 만나러 와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비싼 값에 정보를 팔아넘기고, 더불어 이자를 잘 이용해서 하오문의 실리를 추구할 생각이었다.

한데 이래서야 이 자리에서 죽지 않으면 다행한 일이 아닌가?

상황이 생각과 달리 흐르자, 왕이는 내면의 갈등이 점점 고조되고 있었다.

마침내 그가 얕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 이야기는 짧지 않소.”

“그래, 구체적일수록 길어질 수밖에.”

“그 전에 하나만 물어도 되겠소?”

“뭐냐?”

“당신은 어째서 소화루를 찾아온 거요? 정 총관을 어떻게 알아낸 거요?”

“지금쯤이면 짐작했으리라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하오문의 정보력도 별 볼일 없나보군.”

사비강이 은근히 염장을 지르자, 왕이의 표정이 굳어 갔다.

이야기를 나누면 나눌수록 뭔가 말려들어 간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사비강이 말을 이었다.

“나는 설백의 행적을 추적하다가 그가 어느 보부상과 거래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리고 그 보부상을 추적하다가 소화루까지 알게 됐지.”

사비강의 설명에 왕이와 정류광이 입을 딱 벌렸다.

그들은 알고 있었다.

사비강이 지금 아주 단순하게 설명했지만, 저 단순함 속에는 대단한 능력이 내포되어 있다는 것을.

“과연 전 감찰총국주답군.”

“너한테 평가나 듣자고 한 말이 아니다.”

“하면 그 보부상이 누군지는 알고 있소?”

“이젠 알 것 같군.”

사비강의 시선이 정류광에게 향했다.

왕이와 정류광은 사비강의 눈썰미에 다시 한 번 감탄했다.

사비강이 말을 이었다.

“기문둔갑술(奇門遁甲術)을 익힌 모양이군. 진법을 다루는 능력이 꽤 뛰어났어. 그랬으니 그동안 용케도 행적을 숨기며 잘 다닐 수 있었겠지. 꽤나 요상한 물건을 팔면서도 말이야.”

“지적하신 대로요.”

정류광이 순순히 인정했다.

사비강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왕이를 돌아보았다.

“자, 나는 너희들에게 모든 걸 대답했다. 이제 너희들 차례다. 질문은 다시 하지 않겠다.”

“후우. 좋소. 말해 드리지. 사 대협은 정마대전에 대해서 알고 있소?”

“내가 직접 겪지는 않았지만 대충 알고 있다.”

“하면, 마령(魔靈)에 대해서는 알고 있소?”

사비강이 눈살을 슬쩍 찌푸렸다.

긴 이야기가 될 것이라고 해서 어느 정도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어째서 왕이가 정마대전까지 꺼내들고 있는지 이해하기가 힘들었던 것.

“어느 정도는 알지.”

사비강이 대충 아는 바를 이야기했다.

마교가 강성했던 한때, 그들은 매우 특이한 대법에 도전하려고 한다.

바로 마령을 만드는 일이었다.

중원 각지에서 어린아이들을 납치해서 실시한 이 대법은, 체내에 강력한 마기를 축적해서 어떠한 마공이든 손쉽게 익히도록 만드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는 선천지기부터 아예 마기로 탈바꿈시켜 버리는 무서운 대법이었는데, 이후에는 지속적인 세뇌와 술법 등을 이용해서 교주의 수족으로 만드는 것이 그들의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마대전 발발 후 오랜 전쟁 끝에 마교는 결국 무너졌고, 마령이 된 아이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이에 정도맹에서는 마령들을 추적해서 남김없이 처리했다.

비록 어린아이라고는 하지만 그들 몸에 축적된 엄청난 양의 마기를 제거할 방법이 없을뿐더러, 그대로 두었다가 성인이 되었을 시에는 당대 교주와 필적할 정도로 무서운 마인이 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사비강의 말을 들은 왕이가 찬찬히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그때 모든 마령들이 제거되지는 않았던 거요.”

“그럴 리가.”

사비강은 쉽게 믿어지지가 않았다.

“믿기지 않을 테지만 사실이오. 그날 우리 분타를 습격한 조직은 바로 그 마령을 섬기는 마교도들이었소.”

“확실한 건가?”

“확실하오.”

사비강은 왕이의 눈을 빤히 바라보았다.

진실을 가리기 위해서였다.

하오문의 정보는 언제나 양날의 칼이다.

이들이 개방과 다른 점이 있다면, 개방보다 더 많은 정보를 취급하면서도, 사이사이에 거짓 정보를 섞어서 팔아먹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사실인 듯했다.

“이해가 안 되는군. 네 말대로 살아남은 마령이 있다손 치자. 그런데 왜 겨우 하오문 따위를 친 거지?”

“당신은 왜 하오문 따위를 찾아오셨소?”

“그야 말했다시피 설백이 거래를…!”

말을 꺼내던 사비강이 멈칫하고는 왕이를 보았다.

왕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령도 마찬가지 아니겠소?”

“하오문이 가진 기물을 노렸다는 거군. 그들의 압박을 느꼈었나?”

“진즉 느꼈지.”

“언제부터?”

“정확히 말하자면 정사대전이 한창 벌어질 때쯤이었소.”

사비강은 가만히 생각에 잠겼다.

뭔가가 잘못된 거다.

전생에서 마령은 이렇게 두각을 드러내며 설치지 않았다.

한데 이번 생에 마령이 나타났다.

정확히 어떤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자신이 강호의 판도를 바꾸면서 그 영향이 마령에게도 미친 게 분명하다.

왕이가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분타는 바로 그 마령교에게 당한 거요.”

“마령교라….”

“그들은 스스로를 그리 지칭하는 것으로 알고 있소.”

“좋아. 다음 질문.”

왕이는 이미 무슨 질문인지 알고 있다는 듯 손을 들어 올리더니 입을 놀렸다.

“본문이 신비한 물건을 수집하기 시작한 건 대략 십 년이 좀 안 됐을 거요. 아주 우연한 기회로 찾게 됐지. 당시 본문의 문도 한 명이 협곡 깊은 곳에서 상자를 발견했는데, 그때 괴상한 물건들이 쏟아져 나온 거였소.”

사비강은 그것이 아마도 깨진 결계에서 발견된 마계 도구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왕이가 말을 이었다.

“한데 그 괴상한 물건들이 또 발견 된 거요. 물론 우리가 발견한 건 아니었소. 진짜로 어느 보부상이 산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발견한 거지.”

“그래서?”

“우리는 그 보부상을 상대로 사기를 쳐서 빼앗았소.”

“그런 말을 잘도 떠드는군.”

“우리의 생명줄을 단순히 힘으로 뺏는 당신에게 듣고 싶은 말은 아니군.”

“계속해라.”

“아무튼 우리는 그때부터 이 기물이 단순한 유적 따위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지. 그래서 기물을 찾기 위해 각지의 문도들을 움직이기 시작했고….”

“상당량을 모을 수 있었다는 거군. 그리고 그 물건들을 네가 보부상 행세를 하며 고액에 팔아넘기기도 했고.”

사비강의 시선이 정류광에게 향했다.

“그렇소.”

정류광은 이번에도 순순히 인정했다.

사실, 이건 그리 큰 문제도 아니다.

이들이 전생에도 이 같은 짓을 해왔을 가능성은 높다.

실제로 정도맹이 각지에 마계 도구가 분포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하오문의 정보력에서 비롯되었던 것이니까.

다만….

‘내가 회귀하면서 역사가 바뀌었고, 어떤 인과에 따라 마령이 마계 도구를 습득했다는 거군.’

이는 상황에 따라 매우 심각한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마령은 애초에 대법으로 만들어진 개조 인간이다.

정말로 그때의 마령이 아직까지 살아서 온전한 자아를 가지고 있다면, 이는 마교 교주가 살아 있는 것보다 더 위험한 경우다.

게다가 마교는 마계와 상통하는 부분이 많다.

“마지막 질문을 하지. 마령은 어째서 너희들이 그런 기물을 가졌다는 것을 알았지?”

“거기에 대해서는 나도 모르겠소. 다만, 분명한 것은 그걸 안 게 이 년도 채 되지 않았다는 거요. 우리가 압박을 느낀 게 대략 일 년여 전부터니까 말이오.”

“그럼 마령교는 언제부터 조직되어 있었던 건가?”

“사실, 마령교는 대략 오 년 정도 전부터 조직되어 있었소. 하지만 그때는 마령교의 힘이 워낙 약해서 우리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지.”

“약했던 이유는?”

“그때는 마령이 깨어나지 않았거든.”

“자세히.”

“그들이 마령을 모시고는 있었지만, 자아가 없었단 말이오. 마치 멍청한 주인을 섬기는 것 같았지.”

“그런데 어느 날 마령이 깨어나고, 마령교가 강성해지기 시작했다는 거군.”

“그렇소.”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 시점부터 마령교는 너희들이 가진 기물을 노리기 시작했고.”

왕이가 씁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무서웠소. 마령이 깨어나면서 이 강호에 벌어질 일들이. 해서 당신에게 이 일을 알리려고 했소. 본문을 찾아낼 만큼 치밀한 면이 있다면, 내가 한 말도 믿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후후. 말은 바로 해야지. 마령이 너희들을 몰살시킬까 봐 겁이 난 거였겠지. 그리고 너희들은 그 정보를 무기로 나를 어떻게든 이용하겠다는 생각이었을 테고.”

“……!”

“하지만 걱정하지 마라. 마령교가 너희들을 더 이상 건드릴 수 없도록 보호해 주도록 하지.”

“그게 정말이오?”

왕이가 반색하면서 물었다.

사비강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답했다.

“물론이다. 다만, 그전에 선행되어야 할 조건이 있다.”

“그게 뭐요?”

“너희들이 가진 기물들을 모두 내놓아라.”

“그건…!”

“그래야 마령교도 더 이상 너희들에게 볼일이 없을 텐데.”

“끄음. 하지만 그렇게 되면 마령교는 당장 당신을 직접적으로 노릴 지도 모르오.”

“그건 내가 바라던 바야.”

사비강이 히죽 웃었다.

어딘지 섬뜩한 미소를 바라보던 왕이가 신음처럼 말을 흘려냈다.

“도대체 당신은….”

“잔말 말고 거래할 거냐, 말 거냐?”

사비강이 다시 한 번 살기를 피워 올렸다.

왕이는 어차피 더 이상 선택지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쯤 되니 이번 만남이 옳은 결정이었는지 아닌지조차도 헷갈릴 지경이었다.

“반드시 본문을 지켜 주셔야 하오.”

“걱정 마라. 기물을 전부 내게 넘긴다면 고작 하오문 따위를 마령교가 건드릴 이유도 없을 테니까.”

사비강은 끝까지 광오한 태도였다.

하지만 그런 태도 때문에 오히려 왕이와 정류광은 묘하게 안심하고 있었다.

마침내 왕이가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소. 그간 우리가 모은 모든 기물을 넘겨 드리지. 한데 그걸로 대체 뭘 할 생각이오?”

“뭘 하긴. 불패의 군단을 만들어야지.”

사비강이 씨익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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