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 마교관-237화 (237/670)

# 237

귀환 마교관

237화

천상궁을 떠난 지 열하루 째.

“교관니이임!”

사비강이 숙소에 다다랐을 무렵, 마침 연무장에서 수련을 하던 설서린이 두 팔을 활짝 펼치며 달려왔다.

사비강이 얕게 한숨을 내쉬고는 마법을 캐스팅했다.

“스톤 월.”

그 순간,

꾸드드드드득!

땅바닥에서 돌무더기가 솟아오르면서 거대한 장벽을 만들었다.

그 바람에 설서린의 목소리가 저 너머에서 희미하게 들렸다.

“아이, 정말! 보고 싶었다구요!”

그녀가 투덜거리더니,

콰아앙!

순간 장벽이 터져 나가는 것이 아닌가?

무너져 내린 돌 더미 너머에서는 설서린이 마칸의 꼬리를 쥐고 있었다.

양쪽 뺨에는 붉은 줄무늬가 그려졌고, 마칸의 꼬리는 어느새 뾰족한 가시가 자라 나와서는 사비강을 향해 뻣뻣하게 곤두서 있었다.

설서린의 말투가 다소 서늘해졌다.

“자꾸 이러시면 부술 수밖에 없다니까.”

찰나,

타앗!

그녀가 바닥을 차고 날아오르더니,

쒸에에에엣!

마칸의 꼬리가 허공을 할퀴며 사비강을 향해 매섭게 날아들었다.

카타타타탕!

베르타스를 휘어 감는 마칸의 꼬리.

사비강이 얼른 베르타스를 끌어당기니, 설서린이 휙 딸려오면서 사비강의 품까지 날아들었다.

탁탁탁!

사비강이 재빨리 손을 뻗어 설서린의 마혈을 짚자, 그녀가 이내 힘을 잃고 허물어지며 안겼다.

“아이, 과격하셔라….”

사비강이 그녀를 바닥에 눕히면서 말했다.

“그래도 제법 익숙해진 모양이구나.”

“가르쳐 준 대로 열심히 수련했어요.”

몸을 움직이지 못하는 설서린이 생긋 웃으며 대꾸했다.

그 모습을 보면서 추량은 그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정말이지 이해할 수 없는 여자라니까.’

어쨌거나 놀라운 모습이긴 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설서린은 마칸의 꼬리를 쥐고 흔들 때마다 폭주에 가까운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사비강이 알려 준 심법으로 운기를 하면서 그녀는 점차 안정을 되찾아 갔고, 지금은 꽤나 마칸의 꼬리를 의지대로 부리고 있었다.

“반 시진 후에 마혈이 풀릴 거야.”

사비강이 시큰둥하게 말하고는 걸음을 옮기려는데,

타앗! 타앗! 파바밧!

사방에서 신생조원들이 벌떼처럼 날아들었다.

제일 먼저 달려든 자는 바로 방각이었다.

그가 쌍도를 휘두르는 순간,

“하앗!”

추량이 사비강 앞을 막아서며 기합성을 터뜨렸다.

방각의 눈썹이 성큼 치켜 올라갔다.

‘뭐, 이딴 피라미가 방해를…!’

그가 일도를 내지르는데,

“쉬이이이이일드으으읏!”

추량이 온힘을 다해 소리치는 게 아닌가?

동시에,

쑤아앙!

그의 전신에서 기운이 뿜어지는가 싶더니 반투명한 막이 생겨났다.

투까앙!

방각의 도가 막에 부딪치면서 튕겨 나갔다.

‘뭐, 이런…! 이 애송이가 호신강기를?’

실드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방각이 눈을 치떴다.

결국 그는 자세가 흐트러지면서 그대로 사비강을 지나치고 말았다.

추량이 멍하니 자신의 양손을 바라보았다.

‘실드가… 나왔다!’

마침 등 뒤에 선 사비강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역대 최고로 화려한 실드였다.”

“헤헤헤!”

추량이 뒤통수를 긁적이며 웃는데,

“방해다!”

느닷없는 고함소리가 들리더니 날카로운 예기가 날아들었다.

“허억!”

돌아보니 어느새 석탄강이 환도를 후려쳐 오고 있었다.

동시에 사비강이 손을 불쑥 뻗으면서 추량을 밀어냈다.

“으앗!”

추량이 붕 날아가자, 석탄강이 사비강의 목을 노리며 환도를 사선으로 내려쳤다.

샤아아악!

탁!

석탄강이 눈을 부릅떴다.

‘맨손으로…?’

놀랍게도 도신이 사비강의 손가락 사이에 잡힌 게 아닌가?

사비강이 히죽 웃었다.

“우선은 하나에 집중해라. 속도든, 힘이든.”

말을 마친 그가 손을 뻗어 석탄강의 이마를 튕겼다.

따악!

“크아악!”

슈우우우, 콰앙!

저만치 나무가 있는 곳까지 날아가 부딪친 석탄강이 바닥을 나뒹굴었다.

사비강이 자신의 손을 보았다.

‘나쁘지 않은데?’

확실히 삼 갑자의 내공이 늘어났다는 게 실감이 간다.

오랜 시간 운기하면서 흡수한 내공인 만큼 안정감도 좋다.

그러는 사이 다섯 명의 신생조원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

이번에는 맹가숙 일당이었다.

“흐아앗!”

“죽어엇!”

제일 먼저 구절창이 날아들었고, 도비천의 비수가 뒤를 이었다.

좌우, 뒤에서는 세 명의 조원들이 각자의 무기를 휘두르며 쇄도했다.

사비강이 피식 웃으면서 눈을 감았다.

다음 순간,

팟!

그의 신형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보통 때였다면 맹가숙 일당들이 서로 부딪치고 뒤엉키면서 쓰러졌어야 하리라.

하지만 이번엔 달랐다.

“하앗!”

맹가숙이 구절창으로 바닥을 찌르며 솟구쳐 오르자, 중심으로 날아들던 네 명의 조원들이 일제히 구절창을 잡고 빙글 돌아 나갔다.

그 일련의 동작들이 무척 자연스럽고 매끈하게 이루어져서 오랜 훈련을 했다는 것이 여실히 느껴질 정도였다.

한편 십 보 정도 떨어진 곳에 나타난 사비강은 내심 감탄했다.

‘호오, 이제 블링크에 대한 대처가 제법이군.’

좋다.

이런 식으로 대응법을 파악해 나가는 것이 바로 신생조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이다.

상대는 마족이다.

블링크 뿐만 아니라 온갖 현란한 마법을 쏟아 부으며 공격하고 방어할 것이다.

거기에 먼저 익숙해져야 하리라.

그리고 별동대처럼 꾸려질 이 신생조는 그런 마족들의 허점을 노리고 오로지 중원의 무공을 이용해서 공격해 나갈 것이다.

그들 또한 중원의 무공이 낯설 터이니.

하지만 그전에…

‘더욱 혹독하게 가르쳐야겠지!’

사비강이 재빨리 대열을 정비해서 자신에게 날아드는 다섯 명을 향해 마법을 캐스팅했다.

“아이스 필드(Ice Field)!”

그 순간,

슈아아아아아!

계절에 어울리지도 않는 추위가 휘몰아치기 시작하더니 땅바닥이 꽁꽁 얼어붙어 갔다.

살을 엘 것 같은 추위에 맹가숙 일당이 얼른 내공을 운용하면서 몸을 데웠다.

결국 극심한 추위를 견디지 못한 다섯 명이 혀를 차고는 몸을 빼냈다.

타다닷!

“뭉쳐서 공격하는 건 합리적이지 못해. 흩어져서 덤벼라.”

무뚝뚝하게 경고했지만, 내심 흡족했다.

불과 얼마 전이었다면 맹가숙 일당 중 누구도 아이스 필드의 위력을 견뎌내지 못했을 터다.

그 자리에서 동상이 걸려 버리거나, 그대로 심장마비가 걸려서 쓰러져 버렸거나.

하지만 이만큼 버텨낸 것만도 대단하다.

무공이 향상되는 속도는 확실히 천멸대보다 빠르다.

정공을 익힌 자들의 기운은 정순하고 안정적인 대신 발전 속도가 더딘 편이다.

하지만 사공을 익힌 자들은 기운이 탁한 대신 발전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

물론, 이들은 모두 성인인 만큼 용천관의 생도들과 출발선상이 다르기도 하다.

그때였다.

삐잉!

고막을 베어 버릴 듯이 날카롭게 울리는 파공음!

곧이어,

쉭쉭쉭쉭!

열 자루의 유성비가 긴 꼬리를 이끌면서 사비강을 휘어 감았다.

물론 그 꼬리는 은잠사로 이루어진 것이었기에 보통 무인의 눈에는 보이지도 않았다.

그렇게 사비강을 완전히 옭아매려는 순간,

따다다당!

사비강이 베르타스를 휘두르며 유성비를 모두 쳐냈다.

제각기 튕겨 나간 유성비가 바닥과 나무 기둥에 깊이 처박히면서 고정됐다.

설수민이 당황하고 있을 때, 사비강이 블링크를 시전하면서 코앞에 나타났다.

“먼저 유성비를 회수할 수 없다는 생각으로 더 신중히 던져라.”

말을 마친 사비강이 손을 불쑥 뻗었다.

“번 플레어(Burn Flare).”

순간 어마어마한 열기가 뿜어지면서 설수민을 덮었다.

“크읍!”

설수민이 얼른 물러나자,

퍼어엉!

화염이 폭발을 일으키면서 사방으로 뜨거운 바람을 훅 불었다.

순식간에 뜨거워진 공기를 온몸으로 받은 설수민은 그 자리에서 가부좌를 틀고 극음의 기운을 운공하기 시작했다.

치이이이이이익!

열기를 버텨내기 위해서 그는 온 신경을 집중했다.

이 역시 그간 사비강이 수업을 하면서 가르치지 않았더라면 버틸 수 없었으리라.

사비강은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파이어 웨이브(Fire Wave).”

그가 캐스팅을 마치자 이번에는 불길이 파도처럼 설수민을 덮어 갔다.

치이이이익!

설수민이 미간을 좁힌 채 열심히 내공을 운기했다.

과연 열기를 견뎌내는 집중력이 대단했다.

‘다들 많이 발전했군.’

하지만 여기서 만족해서는 안 된다.

아직 갈 길이 한참이다.

이대로는 천멸대와 부딪쳐도 신생조가 몰살하고 말 것이다.

그렇게 발걸음을 옮기는데,

쉬이이이잇!

한 줄기 바람이 불었다.

마치 화살처럼 빠른 속도로 날아든 그림자는 바로 옹기승이었다.

사비강이 옆으로 슬쩍 비켰다.

촤아앗!

옹기승의 검이 아슬아슬하게 소매를 스치며 옷자락을 베어냈다.

‘제법이군.’

앞서 하이 레벨의 마법을 연속해서 퍼부은 탓이 있다지만, 자신의 옷깃을 스친 건 분명 칭찬해 줄 만한 일이었다.

눈을 감은 옹기승이 그대로 검을 후방으로 내질러 왔다.

마치 검이 먼저 움직이고 몸이 그 뒤를 따라가는 느낌이다.

바로 수면검공의 특징이다.

“후후. 꽤 잠꼬대를 하는구나!”

칭찬이었다.

사비강이 베르타스를 돌려세우며 막아냈다.

쩌엉!

“크웃!”

옹기승이 눈살을 찌푸리고는 뒤로 물러났다.

잠이 깼다.

완전히 깼다고는 할 수 없지만 비몽사몽의 영역이다.

조금 전의 충격으로 내공의 운용이 흐트러졌다는 증거다.

다행히 내상을 입을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이 작은 실수가 고수들의 싸움에서는 커다란 틈이 된다.

“룬 플레어(Rune flare)!”

사비강이 캐스팅하자, 갑자기 허공에서 화염창이 생성되더니 곧장 옹기승을 향해 쇄도했다.

화르르륵!

“헛!”

이번에야말로 완전히 잠이 달아났다.

눈을 떠버린 것이다.

파바바밧!

옹기승이 연거푸 바닥을 차면서 뒤로 훌쩍 물러났다.

타앙!

그가 휘두른 검에 의해 화염창이 튕겨 나가더니 곧 소멸했다.

사비강이 연이어 마법을 캐스팅했다.

“인페르노(Inferno)! 파이어 월(Fire Wall)!”

화염이 일직선으로 뻗어 나가더니, 곧이어 바닥에서 화염 장벽이 솟구쳐 오르며 또 한 번 옹기승에게 질주했다.

“크으읍!”

옹기승이 재빨리 검기를 일으키면서 날아드는 화염을 검풍으로 날려 버렸다.

하지만 불의 장벽만큼은 그도 어쩔 수 없어 몸을 굴려 피하고 말았다.

아슬아슬한 차이로 옹기승의 옷자락이 시커멓게 타버렸다.

주변에서 엉거주춤 서 있던 조원들이 저마다 입을 척 벌렸다.

“도, 도대체 저게 무슨 무공이야?”

“요상하다, 요상하다 말은 많이 했지만… 오늘처럼 이렇게 심한 적도 처음이군.”

다행히 지금의 마법들은 그리 위협적이지 않았다.

물론, 제대로 캐스팅했다면 이곳의 모든 조원들을 불태워 버릴 수 있을 만큼 강력한 마법들이다.

하지만 사비강은 그 강도를 적절하게 조절했다.

오히려 그 바람에 마나 소모량이 너무 컸다.

스스로 그 범위에 제약을 걸어 두고 억누르면서 마법을 캐스팅하는 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기에.

그럼에도 이렇게 하이 레벨 마법을 연속해서 펼치는 것은 조원들의 적응력을 키워 주려는 것 이외에 또 다른 이유가 있었다.

바로 향상된 내공을 시험해 보기 위함이었다.

삼 갑자나 늘어난 내공을 마나로 치환했을 때,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지.

그때 하늘에서 시커먼 그림자가 떨어져 내렸다.

“하앗!”

거신도였다.

사비강이 손을 뻗어 텔레키네시스 마법을 사용했다.

그 순간,

쑥쑥쑥, 샤샤샤샤샥!

바닥과 나무에 박혀 있던 유성비가 뽑혀 나오더니 순식간에 유송령을 옭아매는 것이 아닌가?

“이익!”

허공에서 거미줄에 얽매인 것처럼 유송령이 옴짝달싹도 못했다.

사비강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시도는 나쁘지 않았다만, 아직도 느려. 뭐, 전에 말했듯이 거신도의 무게중심에도 약간의 문제가 있다만.”

“칫.”

사비강이 걸음을 옮기려고 할 때였다.

갑자기 땅바닥이 불룩 솟구쳐 오르는 것이 아닌가?

그와 동시에,

“흐아아아압!”

우렁찬 기합성과 함께 백공보가 솟아오르는데…

꾸욱!

사비강이 그대로 백공보의 머리를 밟으며 도로 땅속으로 밀어 넣었다.

“크욱!”

“그 덩치로 은신은 진짜 아니다.”

결국 다시 땅속에 파묻힌 백공보를 지나 사비강이 휘적휘적 걸어갔다.

그가 숙소로 들어서기 전, 뒤를 슬쩍 돌아보고는 손을 뻗었다.

그러자 유성비에 얽매여 있던 유송령의 손에서 거신도가 쑤욱 빠져나가더니 그의 손아귀로 날아들었다.

“이건 내가 조만간 손을 보고 다시 돌려주마.”

그렇게 사비강이 숙소로 들어가자 남은 조원들이 멍한 표정으로 한참이나 말이 없었다.

마침내 도비천이 불쑥 말했다.

“혹시 저 교관 마공 쓰는 거 아냐?”

“그럴 지도 모른다. 보통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으니까.”

백공보가 땅속에서 기어 나오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맹가숙이 툭 던지듯 말했다.

“그렇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마공이든 사공이든 이겨 버리면 될 일이지!”

“그러다 영감이 제일 먼저 뒤질까 봐 하는 소리지.”

“뭬야? 네놈은 늙기 전에 나한테 뒈지는 게 소원이냐?”

방각의 말에 맹가숙이 발끈해서 소리쳤다.

하지만 악의는 없었다.

어느 샌가 그들은 사비강과의 이 이상한 대결을 진심으로 즐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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