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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마교관-162화 (162/670)

# 162

귀환 마교관

162화

맹주전의 분위기는 실로 오묘했다.

맹주의 측근 인사들은 감찰대의 검증 성공에 아낌없는 찬사를 보냈다.

하지만 동시에 분노와 우려도 나타냈다.

“감히… 본 맹의 외원까지 침입해서 암살 시도를 하다니…!”

“그것도 감찰대를 암살하려고 하지 않았나?”

“저런 쳐 죽여도 시원찮을 것들!”

수뇌 인사들의 전신에서 살기가 뻗어 나오니, 장내는 그 기운만으로도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태사의 앞에 꿇어앉은 세 명의 살수들은 그저 고양이 앞에 쥐 신세인 마냥 오들오들 떨었다.

여기저기 얻어터진 얼굴은 온통 퉁퉁 부어서 원래 모습을 알아보기도 힘들 지경이었다.

마침 맹주전 문이 열리면서 전태수와 등왕패가 등장했다.

두 사람은 심각한 표정으로 사로잡힌 살수들을 향해 눈길을 던지고는 각자의 자리에 가서 섰다.

마침내 맹주가 입을 열었다.

“모두 아는 바와 같이 사비강 국주는 이번 검증 절차에서 감찰대의 우수한 능력을 유감없이 보여주었소. 이에 현 감찰대를 정식으로 승인할 방침이오. 이의 있는 자가 있소?”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오히려 맹주의 발언을 지지하는 자들이 한 마디씩 거들었다.

“응당 그래야 할 일입니다.”

“현 감찰대는 모두의 짐작보다 훨씬 더 뛰어난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누가 반대하겠습니까?”

“만약 반대를 한다면, 그 저의를 의심해 볼 필요가 있지요! 커험!”

섭청을 비롯한 몇몇은 다소 거칠게 주장하고 나섰다.

등왕패를 의식한 발언이었다.

등왕패와 전태수는 그저 아무 말도 없이 사태를 지켜보기만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된 이상 감찰대의 승인이 문제가 아니었다.

저 단상 앞으로 끌려나온 살수들의 세치 혀가 문제다.

‘저놈들이 입을 떠벌리게 되면 지금까지 내가 이뤄 온 모든 것들이 물거품이 되고 만다. 이제 어쩐다?’

등왕패가 내심 초조한 심정으로 그들을 노려보다가 전태수에게 눈길을 돌렸다.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결자해지(結者解之)하라!’

전태수가 등왕패의 시선을 의식하고는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전태수가 한 걸음 성큼 나서며 시치미를 뚝 떼고 물었다.

“그런데 저자들은 누굽니까?”

그러자 맹주의 측근 인사들이 열을 올리며 대답했다.

“말도 마시오! 저 때려죽일 놈들이 본 맹의 감찰대를 암살하려고 했소!”

“아주 괘씸한 놈들이지! 얼마나 본 맹이 우스워 보였으면 그랬겠소?”

전태수가 미간을 구기며 되물었다.

“아니, 그게 정말입니까? 도대체 언제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어제 통문각에서 암살 시도를 했었다고 하오. 다만 상황이 뜻대로 돌아가지 않아 실패했다더군.”

섭청의 말에 전태수가 느닷없이 고함을 버럭 지르며 성큼성큼 걸어갔다.

“이놈들! 그게 정말이냐? 너희들이 감히 본 맹을 우습게 여기고 암살을 시도하려고 했단 말이냐?”

“…….”

살수들은 이 황당한 상황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자신에게 사주를 한 자가 오히려 역정을 내고 있으니, 어떻게 대처를 해야 할지 난감했다.

하지만 어떤 일이 있어도 청부자를 밝혀서는 안 되는 것이 이 바닥의 불문율.

“차라리 죽여라!”

살수들이 이구동성으로 소리쳤다.

전태수의 이맛살이 팍 구겨졌다.

“뭘 잘했다고 큰 소리냐! 그러고 보니 혹시 네놈들에게 의뢰를 한 자가 저기 있는 자는 아니더냐?”

그가 느닷없이 손가락을 쭉 뻗었다.

그가 가리킨 방향에는 한 여인이 미간을 찌푸린 채 서 있었다.

바로 볼모로 잡혀 있는 서래향이었다.

그녀는 사비강에 대한 호기심으로 본회의에 참석한 터였다.

정도맹에서도 비밀스러운 회의가 아닌 만큼 그녀의 참석을 허락했다.

한데 엉뚱하게 전태수가 그녀를 지목하고 나선 것이다.

사람들의 시선이 모두 서래향에게 향했다.

만약 정말로 그녀가 의뢰자라면, 이는 매우 심각한 일이었다.

정사대전이 끝나자마자 다시 이차 대전이 시작될 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나, 살수들은 묵묵부답이었다.

절대 의뢰자를 밝히지 않겠다는 원칙 하나만은 지키겠다는 듯.

사실 이들이 이렇게 나올 것이라는 건 전태수 역시 충분히 짐작하고 있었다.

신뢰가 바탕인 살수 집단이기에 더욱 목숨을 걸고 지킬 것은 지켜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세뇌 받은 자들이다.

다만, 그럼에도 전태수가 이들을 그리 몰아붙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설마… 혈사련이 정말 그랬단 말인가?”

“그럴 리가….”

“하지만 혈사련이 본 맹에 우호적일 리는 없지 않나? 이번 협상을 이끈 사비강 국주에게 원한도 있을 테고.”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바로 사람들의 의심.

만약 정도맹이 다시 혈사련과 전쟁을 치르고자 한다면, 등왕패로서는 다시 한 번 기회를 잡는 셈이다.

대외 세력과의 다툼에 눈이 돌아가면, 맹 내의 감찰 따위는 뒷전이 되기 마련이기에.

‘후후후. 전 단주가 그 사이에 제법 머리를 썼구나.’

등왕패가 비로소 내심 웃음을 지었다.

이만하면 됐다.

이제 남은 것은 화근을 완전히 뿌리 뽑는 일.

아니나 다를까 전태수가 다시 한 번 살수들을 향해 윽박질렀다.

“놈들! 그 주둥이를 열지 못할까!”

“차라리 죽이라고 했다!”

“이익! 오냐, 너희들 뜻대로 죽여 주마! 이 죽어 마땅한 놈들!”

순간 전태수가 몸을 붕 날리더니 단숨에 살수 세 명의 정수리를 내려찍는 것이 아닌가?

퍽! 퍽! 퍽!

눈 깜빡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살수 세 명이 그대로 머리가 깨지면서 즉사하고 말았다.

그 상황을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이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전태수를 보았다.

반면 등왕패만이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잘했다. 저놈들의 주둥이가 살아 움직인다면, 결코 너에게도 내게도 좋을 것이 없으리라. 다행히 제일 골치 아픈 화근은 제거한 셈이군.’

때마침 군사 구윤이 버럭 소리쳤다.

“이게 무슨 짓입니까? 전 단주!”

“무례했다면 사죄드립니다. 다만, 본 맹을 무시하고도 떳떳하게 고개를 들고 있는 놈들을 보자 저도 모르게 분노가 치밀어서… 죄송합니다, 군사님.”

전태수가 포권을 취하며 깍듯하게 대꾸했다.

구윤이 주먹을 꼭 말아 쥐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이들은 중요한 증인들이었소! 한데 이리 죽여 버리면…!”

“그놈들은 전문 살수입니다. 어지간한 고문에는 결코 입을 열지 않았을 겁니다. 저 얼굴을 보십시오. 저렇게 혹독하게 당했음에도 아직까지 배후를 밝히지 않았다는 게 그 증거가 아니겠습니까?”

그러면서 전태수는 사비강을 슬쩍 돌아보았다.

사비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 그대로요. 그들이 암살을 시도하려 했다는 건 인정하면서도 배후는 밝히지 않더군.”

“역시 그럴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저의 행동이 가벼웠던 것 또한 인정하는 바, 그 죄를 물으신다면 벌을 달게 받겠습니다.”

“끄음.”

구윤이 입을 꾹 다물고는 전태수를 가만히 노려볼 뿐이었다.

장내가 술렁거리자, 맹주가 손을 들어 제지했다.

“이미 죽어 버린 자들을 살려낼 수도 없는 노릇. 그 문제는 차후에 따져 묻기로 하겠소. 지금은 감찰대를 정식으로 임명하는 절차를 진행하겠소. 다시 묻겠소. 이의가 있는 자는 없소?”

본래 감찰대는 맹주의 권한으로 임명할 수 있었다.

하지만 처음부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만큼, 확실히 짚어 두고 넘어가서 뒷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는 심산이었다.

역시 아무도 나서지 않았다.

등왕패와 전태수는 내심 불만이었지만, 자신들의 암계가 드러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일단 만족하기로 했다.

맹주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반대하는 자가 없는 만큼, 본 맹은 현재 임시 감찰대를 정식 감찰대로 임명하는 바이오.”

맹주의 선언이 끝나자마자 우레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사람들이 너도나도 축하 인사를 건네 왔다.

사비강이 단상으로 오르자, 구윤이 임명장을 들고 한 차례 읊어 주었다.

임명장을 받아든 사비강이 제자리로 돌아와서는 그것을 품에 갈무리했다.

“본 감찰대는 최선을 다해 본 맹에 존재하는 불의를 씻어내도록 하겠습니다.”

“기대가 크오, 사 국주.”

“하면 이제는 곧바로 임무를 시작해도 되는 건지요?”

“안 될 것이 뭐가 있겠소? 이미 그대는 감찰총국의 국주로 임명되었고, 오늘은 감찰대가 정식 승인이 났으니 완전체가 아니겠소?”

“감사합니다, 맹주님. 그럼… 감찰총국주 사비강, 첫 번째 임무를 수행하겠습니다.”

“으음?”

맹주는 물론 곁에 선 구윤도 어리둥절한 가운데 사비강이 저벅저벅 걸음을 옮겨 갔다.

등왕패가 눈살을 구겼다.

‘뭐하는 거지? 저 녀석….’

한편, 사비강은 전태수 앞에 우뚝 서더니 허리춤으로 손을 가져가 베르타스를 스르릉 뽑아 들었다.

그의 두 눈이 전태수를 빤히 응시하고 있었다.

“뭐… 하는 거요?”

전태수가 눈살을 찌푸린 채 물었다.

다음 순간,

샤아아아악!

스컥!

툭, 데굴데굴….

피츗, 츄아아아아!

“허엇!”

전태수 곁에 서 있던 무인들이 화들짝 놀라면서 사방으로 물러났다.

졸지에 머리를 잃은 전태수는 목에서 피분수를 세차게 뿜어대다가 쿠웅, 소리를 내며 넘어가고 말았다.

맹주는 물론 구윤 역시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에 입만 척 벌리고는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

장내가 순식간에 침묵으로 휩싸였다.

넘어진 시체에서는 아직도 목에서 꿀럭꿀럭 피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한옆까지 굴러간 그의 머리는 자신이 왜 죽었는지 생각하는 듯 눈만 커다랗게 뜬 채였다.

오랜 침묵을 깨뜨린 사람은 바로 등왕패였다.

“이, 이, 이게… 대체 무슨 짓이오!”

작게 새어 나온 목소리가 마지막에는 내공이 실릴 만큼 우렁찼다.

“감찰총국의 국주로서 집행한 것입니다만.”

“뭐, 뭣이?”

사비강의 싸늘한 대답에 등왕패의 눈이 뒤집혔다.

자신이 최근 가장 아끼던 수하가 아니던가?

그가 입에 거품을 물며 소리쳤다.

“감찰국주가 무슨 무소불위의 권력이라도 가졌단 말이오! 어째서 가타부타 말도 없이 패천단주를 죽인단 말이오? 지금 제정신으로 지껄이는 거요?”

“맹의 규율에 의하면 무고한 여자와 아이를 살해한 자, 유부녀를 간살한 자, 마교와 손을 잡고 맹을 배신한 자, 본 맹의 존립을 위태롭게 만든 자는 감찰총국주의 판단 하에 즉결 심판할 수 있다고 되어 있소. 그리고… 맹주를 살해하려고 한 자도 마찬가지.”

등왕패가 눈썹을 씰룩였다.

“지금 말한 것 중에 도대체 어디에 해당이 된다고 전 단주를…!”

“맹주를 살해하려고 한 죄.”

그 순간 장내가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방금 뭐라고 한 거지? 전태수 단주가 맹주님을 살해하려 했다고?”

“언제 그런 일이 있었지?”

등왕패 역시 미간을 팍 구기고는 소리쳤다.

“말도 안 되는 소리! 도대체 무슨 근거로 전태수 단주를 그리 모함하는 거요!”

“이미 증거와 증인들이 나왔소.”

“뭣이?”

“들어와라.”

사비강이 나직이 뇌까리자, 맹주전 문이 벌컥 열리더니 당이협과 매설란이 날듯이 들어섰다.

매설란의 손에는 종이로 감싼 약초가 있었고, 당이협의 양손에는 포박된 두 사내가 겁에 잔뜩 질린 채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사비강이 등왕패를 보고 씨익 웃었다.

“증거와 증인들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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