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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마교관-134화 (134/670)

# 134

귀환 마교관

134화

악천괴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교관…?”

“크크크. 그래. 이래봬도 내가 어엿한 교관이거든.”

“한낱 교관 따위가 왜 이런 곳에? 대체 어느 학관에서 온 거냐?”

“용천관이다. 그게 중요한가?”

악천괴가 피식 웃었다.

하긴 그게 중요하진 않지.

지금 중요한 건 눈앞의 건방진 녀석을 죽여 버리고, 달아나는 포로들을 다시 생포하는 것이다.

파앙!

순간 그가 딛고 있던 바위가 터져 나갔다.

그와 동시에 악천괴의 신형이 순식간에 사비강 앞에 나타났다.

“꺼져랏!”

악천괴가 망설임 없이 장력을 뻗어 냈다.

후우우우웅!

어마어마한 기풍이 불면서 사비강을 덮쳐 왔다.

“크웃!”

사비강이 얼른 양팔을 교차하면서 호신강기를 끌어올렸다.

실드보다는 내공 소진이 더 크지만, 악천괴의 지금 공격을 막아내기에는 호신강기가 더 효과적이라 판단한 것이다.

콰가가가가앙!

어마어마한 압력이 사비강의 전신을 덮쳤다.

마치 거대한 손이 사비강을 통째로 비탈진 바닥에 짓눌러 버리는 듯했다.

퍼퍼엉!

그 바람에 사비강이 착용하고 있던 무복 상의가 완전히 터져 나가고 말았다.

달빛 아래에 그의 탄탄한 가슴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뿐만 아니라 사비강이 서 있던 자리 뒤로 커다란 손바닥 자국이 생겨났다.

방금 악천괴가 사용한 거수악귀(巨手惡鬼) 초식 때문이었다.

한 차례 공격을 퍼부었던 악천괴는 뒤로 훌쩍 물러나서는 다시 바위 위에 우뚝 섰다.

그는 내심 놀랐다.

‘이 녀석은 뭐지?’

거수악귀 초식은 한낱 교관 따위가 저렇게 담담하게 받아낼 초식이 아니다.

지금쯤 저놈은 가루가 되어서 흔적도 찾을 수 없어야 했다.

한데 옷자락만 터져 나갔을 뿐이지 않은가?

한편, 사비강 역시 내심 놀라기는 마찬가지였다.

‘다 같은 초절정이 아니라는 건가?’

악천괴는 과연 지금까지 만난 자들 중에서 가장 강했다.

조금 전의 거수악귀 초식은 확실히 놀라웠다.

호신강기를 극한으로 끌어올리지 않았더라면 아무리 자신이라도 내상을 면치 못했으리라.

만약 그 순간 판단을 잘못해서 실드를 펼쳤더라면?

당연히 실드는 깨져 나가고 자신은 중상을 입었을 것이다.

“안타깝군.”

사비강이 씁쓸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악천괴가 눈살을 찌푸렸다.

“뭔 개소리냐? 네놈의 정체가 뭐냐?”

하지만 사비강은 계속 다른 소리를 했다.

“정말 안타까워.”

“뭔 개소리를 하냐고 물었다!”

“그 출중한 능력을 좋은 곳에 사용했더라면.”

“음? 크하하하하! 이제 보니 완전히 또라이로구나. 지금 정도맹의 교관 나리께서 본좌를 계도하겠다는 건가?”

사비강이 쓴 웃음을 지었다.

“그게 가능하다면 그러고 싶지만 불가능 하겠지.”

“당연히 불가능하지! 네깟 놈이 본좌 앞에서 나불거리게 놔둘 줄 아느냐?”

파앙!

그가 딛고 있던 바위가 또다시 터져 나갔다.

동시에 이번에도 악천괴는 사비강 앞으로 불쑥 나타났다.

그 짧은 순간에도 사비강은 감탄을 금치 못했다.

‘대단한 경신법이다. 이 정도라면 블링크 정도는 아니더라도, 트라이스 마법 수준은 되겠군.’

찰나.

슈슈슈슈슈슉!

어둠속에서 악천괴의 손가락이 수십 개로 늘어나면서 사비강을 향해 쇄도했다.

‘수라조(修羅爪)’라는 초식이었다.

사비강이 얼른 물러나며 베르타스를 휘둘렀다.

까라라라라랑!

손가락과 검신이 부딪치는데도 금속성이 울렸다.

두 사람 사이에서 연신 불꽃이 터져 나왔다.

계속해서 뒤로 밀려나던 사비강이 바닥을 차고는 곧장 베르타스를 직선으로 찔러 들어갔다.

탓, 쒜에에엑!

갑작스러운 대응 변화에 악천괴가 몸을 훌쩍 물리며 엄지손가락을 딱 튕겼다.

따앙!

베르타스가 튕겨 나가면서 사비강의 몸이 휘청거렸다.

그 틈을 타서 악천괴가 다시 한 번 손을 뻗어냈다.

후우우웅!

거뭇한 기운과 함께 시커멓게 물든 그의 손이 사비강의 등짝을 향해 작렬했다.

꽈자앙!

어마어마한 소리가 터지면서 검은 기운이 폭발했다.

‘흑풍수인(黑風手印)’이라는 초식이었다.

이번에도 만약 호신강기를 극한으로 끌어올리지 않았더라면 내상을 피할 수 없었으리라.

사비강과 악천괴는 서로에게 다시 한 번 놀라고 있었다.

“도대체 네놈은…!”

악천괴가 화끈거리는 손바닥을 의식하며 말끝을 흐렸다.

연이어 상승 무공을 사용한 탓에 손바닥이 살짝 저려 왔다.

두 사람은 적당한 거리를 두고 바위 위에 올라섰다.

휘이이이이잉!

협곡 사이로 차가운 밤바람이 휘몰아쳤다.

하지만 그 바람조차도 두 사람의 기운을 이겨내지 못해 협곡 사이에서 이리저리 요동치며 방황했다.

휘이이잉! 휘이잉!

사비강이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착 가라앉은 눈빛으로 중얼거렸다.

“겪으면 겪을수록 안타깝군.”

“또 헛소리를 지껄이는구나.”

“생각만 고쳐먹는다면 강호에 큰 도움이 됐을 것인데.”

“크크크! 계도는 저승에 가서나 해라.”

“그럼에도 너는 마계의 침공이 시작되었을 때, 가장 먼저 그들 편으로 돌아선 놈이었지.”

악천괴의 이맛살이 찌푸려졌다.

“뭔 개소리냐?”

“뭐, 지금이라도 너의 재능을 높이 사서 계도라도 해보고 싶지만….”

“아까부터 뭔 개소리냔 말이다.”

“나는 이미 겪어서 알고 있지. 인간이란 결코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특히 너 같은 기회주의자는 더욱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미친 소리도 작작해라!”

파앙!

악천괴가 다시 날아들었다.

이번에는 사비강도 물러나지 않았다.

그의 눈이 가늘어지는 순간.

번쩍!

악천괴가 눈을 부릅떴다.

‘사라져…?’

찰나, 그는 등 뒤가 서늘해지는 것을 느끼고는 재빨리 돌아섰다.

어느새 사비강이 뒤에 나타나 있었다.

“앞날을 위해 오늘 너를 죽여야겠다.”

베르타스가 수직으로 떨어져 내렸다.

“크이익!”

악천괴가 이를 뿌득 갈면서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꽈자앙!

손과 검이 부딪치면서 요란한 소리가 울렸다.

곧이어 악천괴가 불쑥 왼손을 뻗어냈다.

“꺼져랏!”

퍼엉!

“큿!”

사비강이 신음을 뱉고는 뒤로 훌쩍 물러났다.

그의 입가에 피가 맺혔다.

너무 가까운 곳에서 공격을 당해 약간의 내상을 입은 것이다.

과연 악천괴는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강했다.

그럴수록 의지는 더욱 확고해졌다.

‘죽여야 한다. 저놈만은.’

팟!

사비강의 신형이 다시 사라졌다.

이번에는 악천괴도 별로 당황하지 않았다.

그 정도 되는 고수의 영역에서는 굳이 적을 눈으로 쫓을 필요가 없다.

그는 전신의 감각에 몸이 저절로 반응하도록 내버려 두었다.

“잔재주를 부리는구나!”

악천괴가 앙칼지게 소리치며 등 뒤로 손을 쭉 내뻗었다.

마치 매가 먹이를 낚아채듯 그의 손아귀가 허공을 날카롭게 할퀴었다.

쉬카카앙!

베르타스와 손이 부딪치면서 다시 한 번 금속성이 울렸다.

곧이어 사비강이 두 눈을 번쩍 뜨는 순간.

바닥에 떨어져 있던 바위 더미와 돌무더기가 악천괴를 향해 마구잡이로 날아들었다.

“흥! 또 잔재주를!”

악천괴가 코웃음을 치고는 손을 뻗으며 날아드는 돌무더기를 쳐냈다.

그런데.

콰아앙!

그의 손에 닿은 돌들이 느닷없이 폭발을 일으키는 게 아닌가?

“크웃!”

뜻밖의 형상에 악천괴가 얼른 호신강기를 끌어올리며 물러났지만, 그를 향해 바위와 돌이 비 오듯 쏟아져 내렸다.

콰콰콰콰콰아아앙! 쾅! 쾅!

바위와 돌이 그의 몸에 부딪칠 때마다 연신 폭발을 일으켰다.

이는 사비강이 록 블래스터(Rock blaster) 마법을 사용한 효과였다.

사비강은 여세를 몰아 하늘에서 뾰족한 돌을 떨어뜨리는 스톤 샤워(Stone shower)를 연이어 시전했다.

폭발에 떠밀리듯 바닥에 착지한 악천괴는 고개를 꺾어 들어 하늘을 보고는 미간을 팍 구겼다.

‘제기랄, 저게 다 뭐야?’

고드름처럼 뾰족하게 갈린 돌이 협곡의 허공을 빼곡하게 메우며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니미럴!”

악천괴가 욕지거리를 뱉어내며 머리 위를 향해 거수악귀 초식을 펼쳤다.

콰콰콰콰콰콰콰콰!

타앙! 탕!

거대한 장력에 부딪친 돌무더기가 가루가 되어 산산이 부서지며 비산했다.

하지만 사비강은 여기서 공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가 몸을 훌쩍 날리더니 절벽을 향해 마구잡이로 검강을 날리기 시작했다.

서커엉! 서컹! 서커엉!

그 바람에 절벽의 파편이 부서져 나가며 악천괴의 머리 위로 또다시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사비강이 그래비티까지 시전하자, 파편들이 더욱 무서운 속도로 떨어져 내렸다.

구구구구궁!

“크윽!”

악천괴는 온몸을 짓누르는 압력에 입술을 피가 나도록 깨물었다.

“이딴 사술로 날 능멸할 생각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다!”

악천괴는 연신 머리 위로 떨어지는 돌무더기를 쳐냈다.

콰쾅! 콰장!

마지막으로 사비강이 온몸의 무게를 실어 그에게 떨어져 내렸다.

슈아아아앙!

“크하하하! 진작 그랬어야지!”

악천괴가 앙천광소를 터뜨리더니 바닥을 차고는 확 솟구쳐 올랐다.

그래비티 마법이 작용 중임에도 불구하고 엄청난 도약이었기에 사비강은 내심 놀랐다.

쩌어엉!

두 사람의 검과 장력이 부딪치면서 협곡 전체가 쩌렁쩌렁 울렸다.

콰당! 꽈앙!

사비강이 비탈길에 처박혔고, 악천괴 역시 절벽에 부딪치고는 바닥에 나동그라졌다.

푸스스스스…!

한 차례 폭풍이 휩쓴 것처럼 협곡이 앓는 소리를 내며 흙먼지를 떨어뜨렸다.

“훅, 훅, 후욱.”

“헉, 헉.”

두 사람 모두 비척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악천괴가 입가에 흐르는 피를 닦아내고는 씨익 웃었다.

“오랜만이군. 나를 이렇게 흥분하게 만드는 녀석은.”

“동감이다.”

사비강이 베르타스를 고쳐 쥐며 심호흡을 했다.

두 사람은 묵묵히 서로를 바라보았다.

아마 이번에 손을 섞게 되면 둘 중 하나는 머지않아 바닥에 드러누우리라.

두 사람 모두 상승 무공과 상위 레벨의 마법을 서로에게 퍼붓는 바람에 기력이 여의치 않았다.

악천괴가 천천히 한 걸음 내디뎠다.

고오오오…!

웅혼한 내력이 그의 전신에서 은은하게 퍼져 나오면서 왼발이 땅 깊숙이 파묻혀 갔다.

사비강이 턱을 당기고 악천괴를 노려보며 말했다.

“와라!”

악천괴의 입매가 찢어지는 순간.

파항!

그의 신형이 다시 한 번 사라졌다.

슈카앙!

어느새 사비강 앞으로 나타난 악천괴가 그대로 일장을 뻗었지만 베르타스가 막아냈다.

스팟!

이번에는 사비강의 신형이 사라졌다.

쉬이이잇! 까앙!

빛줄기가 호선을 그리면서 불꽃이 일어났다.

사비강의 공격이 악천괴의 손에 막힌 것이다.

번쩍! 번쩍!

슈캉! 쉬캉!

보통 사람은 눈으로 쫓기도 힘들 만큼 어지러운 합이 연이어 일어났다.

**

구르릉. 우르르릉.

저만치 협곡 아래에서 연신 빛이 번쩍였다.

땅은 지진이라도 난 것처럼 자잘한 진동을 계속 울려댔다.

이따금씩 요란한 폭음이 들려온다 싶을 때면, 어김없이 바닥이 격하게 떨려 왔다.

생도들의 부축을 받으며 이동하다가 멈춘 대주 한 명이 멍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도대체 저 아래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설마 그 둘이 싸우는 소리가 이렇게 크게 들리는 건가?”

이거야말로 천재지변이 일어난 것처럼 요란하지 않은가?

생도들은 물론 당이협과 매설란 역시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협곡 쪽을 바라보기만 했다.

지금껏 그들은 사비강이 싸우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하지만 이처럼 큰 싸움은 본 적이 없었다.

그만큼 악천괴가 강하다는 뜻이리라.

쿠구구구궁! 쿠쿠우웅!

제법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협곡 안쪽의 폭음과 진동이 여기까지 고스란히 전해졌다.

마침 석지평이 불쑥 나서며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소리쳤다.

“어서 이동하지 않고 뭐하는 거요? 여기서 기다린다고 싸움 결과가 달라지는 건 아니지 않소? 어서 우리는 가던 길을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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