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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 마교관-112화 (112/670)

# 112

귀환 마교관

112화

스팟!

“커억!”

무인 하나가 목을 움켜쥐며 쓰러졌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

분명 십여 장 정도 떨어진 곳에 있던 사비강이 눈 깜빡할 사이에 무인 앞으로 이동해서는 칼로 목을 베었다.

육기주가 이를 뿌득 갈며 소리쳤다.

“이익! 쳐랏!”

무인들이 일제히 몸을 날리며 사비강을 향해 쇄도했다.

그 순간.

쒜에에엑!

허공을 가르며 날아든 화살이 무인 한 명의 등을 노렸다.

까앙!

하지만 이번에도 화살은 육기주의 방어에 막히고 말았다.

육기주가 버럭 외쳤다.

“놈은 혼자가 아니다! 경계와 동시에 놈을 친다!”

그의 명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다섯 명의 무인들이 일제히 화살이 날아들었던 방향으로 몸을 틀었다.

나머지는 일제히 사비강을 향해 달려들었다.

동시다발적인 공격이었지만 서로의 칼이 뒤엉키지 않게끔 깔끔한 움직임이었다.

오랜 기간 합격술을 펼쳐 왔다는 것이 여실히 느껴졌다.

사비강이 얼른 검을 휘둘러 공격을 쳐내며 뒤로 물러났다.

‘흥! 단신으로 우리를 상대하려 하다니! 너의 자만이 죽음을 불렀다!’

육기주는 자신들의 승리를 확신했다.

확실히 상대는 자신보다 뛰어난 초절정 고수였다.

하지만 혈혈단신으로 적진 복판에 뛰어든 게 가장 큰 문제였다.

육기주가 이끄는 수위대(守衛隊)는 합격술 하나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대단한 실력을 자랑했다.

쉬이이잇!

까앙!

쒜에에엑!

쩌엉!

수위대 무인들의 공격은 과연 자부심을 가져도 될 만큼 매서웠다.

찌르고 물러나는 그 일련의 동작들이 마치 짜 맞춘 것처럼 단일화 되어 있었다.

만약 위에서 이 모습을 내려다보았다면, 누구라도 감탄을 금치 못했으리라.

모두가 합일이 되어 공격하는 순간에는 마치 꽃봉오리가 오므라드는 듯했고, 일제히 칼을 휘두르며 물러나는 장면에서는 꽃이 피어나는 것과 같은 광경이었다.

‘과연 우습게만 볼 실력은 아니군.’

사비강도 내심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은 마치 하나의 거대한 유기체처럼 움직였기에.

하지만 이대로 방어만 하며 물러날 생각도 없었다.

타앗!

순간 그의 동작에서 변화가 있었다.

계속해서 뒤로 물러나며 몸을 회전시켜 피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적극적으로 상대를 향해 뛰어들었다.

갑작스러운 상황 변화에 무인이 얼른 칼을 비틀었다.

하지만 사비강은 상대의 손목을 낚아채는 것과 동시에 뒤에서 달려드는 무인에게 던졌다.

쒸이익!

푸욱!

“크억!”

졸지에 동료의 손에 치명상을 입은 무인이 눈을 부릅뜨고는 무릎을 꿇었다.

찰나, 사비강이 그의 손에 들린 칼을 발로 걷어찼다.

툭.

쒸에에에엑!

푹!

허공을 찢으며 날아간 칼날이 그대로 옆을 치고 들어오던 무인의 가슴에 틀어박혔다.

“끄악!”

무인이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고꾸라졌다.

완벽했던 합격술에 조금씩 균열이 생기고 있었다.

육기주의 눈동자도 흔들렸다.

‘어떻게 이런 움직임을?’

상대는 그야말로 신출귀몰하다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빨랐다.

차륜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비강은 스스로 움직이면서 계속 선공과 후공을 구분해냈다.

그리고 그때마다 합격술은 빈틈을 드러냈고, 무인들이 하나씩 쓰러져 갔다.

피하고, 찌르고, 다시 꺾어 잡고 후려치고.

그야말로 신들린 듯한 움직임.

순식간에 여섯 명의 무인이 속수무책으로 쓰러졌다.

육기주는 동요할 수밖에 없었다.

‘뭐, 뭐야? 이 괴물은…? 갑자기 어디서 이런 자가…!’

그가 이를 뿌득 갈더니 외쳤다.

“필살전(必殺戰)으로 간다!”

무인들이 흠칫거리더니 이내 눈빛이 달라졌다.

필살전은 말 그대로 오로지 죽이는 데에만 집중하겠다는 뜻.

즉 자신들의 안위는 신경 쓰지 않는다.

상대를 죽일 수만 있다면 자폭도 상관없다.

수단과 방법을 일체 가리지 않겠다는 뜻이다.

이 상황에서는 상대를 죽이는 것만이 복리추를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판단한 것이다.

“흐야압!”

“하압!”

마침 무인들이 이구동성으로 기합성을 내지르며 사비강에게 쇄도했다.

날아들 화살을 대비해 경계를 살피던 무인들 역시 모두 사비강을 향해 날아갔다.

과연 방어에는 일절 신경을 쓰지 않는 살초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사비강을 향해 칼을 휘두른 자는 육기주였다.

쒸에에엥!

육기주의 칼이 그대로 사비강의 목을 그으며 지나갔다.

하지만 손끝에 걸리는 감각은 없었다.

‘잔상!’

사비강이 너무 빠르게 움직여 시야에 잔상이 남았던 것.

그가 경악하며 돌아서는데.

퍼억!

사비강의 발길질이 가슴팍으로 날아드는 것이 아닌가?

“크억!”

육기주가 피를 토해내며 붕 날아가 떨어졌다.

그러는 사이, 다른 무인들도 사비강을 향해 소낙비처럼 떨어져 내렸다.

“죽어랏!”

“끝이닷!”

한데.

후우우우웅!

화르르르르르륵!

어마어마한 불길이 사비강을 중심으로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게 아닌가?

그 열기와 뜨거운 불 바람으로 날아들던 무인들이 일제히 화상을 입으며 튕겨 나갔다.

“크아아아악!”

“으아아악!”

세상에서 가장 견디기 힘든 고통이 바로 작열통이다.

온몸에 불이 붙은 사람들이 허공에서 허우적거리다가 처절하게 녹아들어 갔다.

“저, 저건… 또 무슨…!”

바닥에 쓰러진 육기주는 눈앞에 일어난 현상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제아무리 극양의 내공을 익혔다고 하더라도, 갑자기 불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니!

물론, 초절정 고수 중에서도 화경의 경지에 접어든 자라면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래봐야 불길이 이는 정도가 아닐까?

한데 지금은 사비강을 중심으로 반경 이 장여 정도가 뜨거운 불길에 초토화되지 않았나?

마법에 대해 전혀 모르는 육기주로서는 뭔가 홀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저벅저벅.

사비강이 냉랭한 얼굴로 육기주 앞에 다가와 섰다.

육기주가 더듬거리며 물었다.

“너, 너, 너는… 누구냐?”

“나? 나는….”

사비강의 시선이 마차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마차 앞에서는 복리추가 넋을 잃은 표정으로 이쪽을 보고 있었다.

좌절과 절망을 느끼기에는 눈앞에 벌어진 일이 너무나 거짓말 같았기에.

“나는 복리추다.”

사비강의 대꾸에 육기주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뭐? 무슨 개소리냐? 복 대인을 사칭할 속셈인가?”

그때였다.

“이, 이보시게.”

문득 복리추의 목소리가 들려 왔다.

돌아보니 복리추가 엉거주춤 선 상태로 이쪽으로 멈칫멈칫 다가오고 있었다.

“뭐, 뭘 원하는가? 돈이라면 얼마든지 주지. 얼마나 원하는가? 십만 냥? 이십? 아니, 백만 냥? 말만 하게.”

그는 태어나서 이처럼 비굴해본 적이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래야만 했다.

육기주와 수위대가 저렇게 처참하게 깨진 것은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다.

자칫하면 자신의 목숨이 여기서 끝이라는 것을 그는 직감할 수 있었다.

“자, 말만 해보게. 얼마를 원하나?”

사비강이 피식 웃었다.

육기주는 절망했다.

‘이자는 돈을 원하는 게 아니다.’

사비강이 툭 뱉듯이 말했다.

“얼마가 됐든. 적하성에서 내가 가져야 할 물건은 그 이상의 가치다. 한 마디로 돈 주고는 살 수 없단 말이지. 그러니 당신이 얼마를 부르더라도 내겐 관심 밖이야.”

“뭐, 뭐라? 적하성에 그만한 물건이 있단 말인가?”

육기주가 흔들리는 눈동자로 사비강을 보았다.

돈 주고도 구하기 힘든 물건이라니.

적하성에 그만한 물건이 있다는 걸 들은 적이 없었다.

“아무래도 자네가 착각하는 모양인데….”

“착각은 그쪽이 하는 것 같군.”

“뭐?”

“돈이면 뭐든 다 될 거라는 생각이겠지. 하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는 걸 이제 배우겠군. 뭐,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배운 것치고는 괜찮은 교훈이잖아?”

“뭐, 뭣이? 가만, 그러고 보니 지금 내 목소리를…!”

복리추가 입을 딱 벌렸다.

어떻게든 살아 남아야겠다는 생각에 신경을 쓰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제 보니 상대는 자신과 똑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지 않나?

이는 사실 ‘카피 보이스(Copy voice)’라는 마법으로 상대의 목소리를 그대로 복제한 것이었다.

사비강이 씨익 웃었다.

“이제야 눈치 챘나? 말했잖아. 내 이름은 ‘복리추’라고. 이제 그 얼굴도 좀 빌려야겠다.”

“무슨…!”

복리추가 주춤 물러서는데.

“죽어랏!”

육기주가 남아 있는 모든 공력을 일시에 쥐어짜며 사비강을 향해 칼을 휘둘러 갔다.

쒸에에엑!

푹!

육기주의 눈동자가 커졌다.

그는 벌떡 선 채로 천천히 자신의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베르타스가 그의 가슴을 뚫고 있었다.

“염병할….”

스르르. 쿵!

육기주가 그 자리에서 쓰러지며 절명하고 말았다.

그러는 동안에도 베르타스는 상대의 가슴에서 흘러나온 피를 빠른 속도로 빨아들였다.

“이, 이런 제기랄!”

복리추가 뒷걸음질을 치며 욕지거리를 뱉어냈다.

그가 뒤를 돌아보더니 고함을 내질렀다.

“뭣들 하느냐! 어서 저놈을 쳐라! 저놈을 죽이는 자에겐 십만 냥을 주겠다!”

하지만 한낱 일꾼들이 나설 리가 만무했다.

오히려 그들은 수위대가 전멸하는 것을 보고 나서 뿔뿔이 흩어지며 달아나던 중이었다.

“이 멍청한 것들! 당장 이리 돌아오지 못…!”

쒸에에엑!

푸욱!

“… 음?”

복리추가 심장을 뚫고 튀어나온 화살촉을 바라보았다.

“니미….”

결국 그도 그 자리에서 털썩 쓰러지고 말았다.

잠시 후 상단이 멈춰선 그곳에 세 사람이 다가왔다.

조문탁과 단리정, 그리고 당이협이었다.

당이협이 주변을 둘러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요란하게도 처리하셨군요.”

“떼로 덤비니까 어쩔 수 없었어. 뭐, 그래도 멀쩡한 얼굴이 꽤 되잖아? 중요한 건 복리추와 육기주니까. 다른 한 명은 대충 고르자고.”

“그럼, 바로 작업하겠습니다.”

“그래, 최대한 정교하게 부탁해.”

말을 마친 사비강이 단리정과 조문탁을 돌아보았다.

“지금부터 너희들은 수위대 무인이다. 문탁이 육기주 역할을 맡고, 정아가 부대주 역할을 맡도록.”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굳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정신 바짝 차리라고. 이게 다 너희들 줄 선물 때문이니까.”

“저어… 정 그러시면 굳이 안 주셔도… 헤헤.”

조문탁이 뒤통수를 긁적이며 헤실헤실 웃었다.

사실 사비강에게 선물을 달라고 먼저 조른 건 두 사람이었다.

지난 번 객잔에서 활약을 펼친 것에 대한 보상이었다.

한데 막상 적하성의 살벌한 상황을 보고 난 다음부터는 생각이 바뀐 것이다.

너무 위험해 보였다.

사비강이 혀를 찼다.

“무슨 소리야? 반드시 줘야지. 약속인데. 네놈들의 발전은 결국 내게도 도움이 되니까.”

**

“멈춰라!”

성문을 지키던 무인들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성문으로 들어서려던 상단이 일제히 멈춰 서면서 말을 타고 있던 육기주가 앞으로 성큼성큼 나갔다.

물론, 그는 육기주의 인피면구를 쓴 조문탁이었다.

“만해안을 모시고 왔소.”

“황하물상? 흐음.”

무인이 눈을 가늘게 뜨고는 찬찬히 살펴보았다.

마침 마차 곁으로 다가오는데.

“왜 이렇게 시간을 잡아먹는 거냐? 시간이 곧 돈이라는 걸 모르는 게냐?”

날카로운 외침과 함께 마차 창문이 벌컥 열리는 것이 아닌가?

눈이 마주친 무인이 황급히 고개를 숙여 보였다.

“복 대인을 뵙습니다. 성내로 안내해 드리겠습니다.”

“흥! 빨리빨리 행동할 것이지.”

복리추가 코웃음을 치고는 문을 닫아 버렸다.

물론, 그는 사비강이었다.

마침내 성문이 열리면서 황하물상으로 위장한 사비강 일행이 적하성 안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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