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 마교관-103화 (103/670)

# 103

귀환 마교관

103화

퍼억!

여덟 번째 공격.

빠악!

아홉 번째 공격.

꽈아앙!

마지막 열 번째 공격.

스스스스스.

주먹을 내지른 채 돌처럼 굳은 패왕의 전신에서 하얀 연기가 수증기처럼 피어올랐다.

철창에 부딪친 채 그대로 고꾸라진 사비강은 완전히 피범벅이 되어 있었다.

패왕은 세 번째 공격부터 열 번째 공격까지 멈추지 않고 한 번에 퍼부었다.

그는 두 번째 공격을 가한 후에도 사비강이 몸을 일으켰을 때,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이해할 수 없었다.

모든 인간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두려움을 느끼는 법.

그 역시 이 말도 안 되는 상황에 모종의 두려움을 느껴 버렸다.

그래서 세 번째부터는 여지를 두지 않았다.

무조건 죽인다!

그 일념 하나로 살공을 퍼부었다.

지켜보는 사람들마저 눈을 돌려 버릴 정도였다.

한 사람을 저토록 처참하게 종잇장처럼 구겨 버릴 수 있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사비강은 이미 다섯 번째 공격 때부터 피를 토하고 있었다.

내상을 입은 것이리라.

이제는 철창 아래 처참하게 구겨진 채 꿈쩍도 하지 않는 사비강.

모두가 혀를 찼다.

죽은 것이리라.

어쩔 수 없다.

이미 예상되었던 것.

처음부터 객기를 부리지 말았어야 했다.

그랬다면 적어도 목숨만은….

“쿨럭!”

적막한 장내에 불쑥 들린 기침 소리.

사람들 모두 움찔 떨고는 시선을 돌렸다.

“쿨럭, 쿨럭!”

죽은 듯 엎어져 있던 사비강이 기침을 토해내며 비틀비틀 몸을 일으키는 게 아닌가?

입가에 가득 흐르는 피를 소매로 대충 닦아낸 사비강이 비척거리며 패왕에게 다가갔다.

관람자들 모두 눈만 퉁방울처럼 크게 뜨고는 그를 지켜보았다.

집단으로 뭔가에 홀린 것처럼.

패왕 역시 그들과 다를 바 없는 표정이었다.

일권을 내지른 자세로 그대로 굳어버렸던 패왕은 눈동자가 격하게 떨리고 있었다.

마침내 가까이 다가선 사비강.

“으으으. 이제 내가… 후우, 후우. 공격해도 되는 거지?”

숨을 헐떡이며 힘겹게 꺼낸 질문.

패왕은 눈만 부릅뜬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봐?”

사비강이 손을 내밀어 패왕의 어깨를 툭 건드린 순간,

“푸우우우우우웃!”

패왕의 몸이 뒤로 넘어가며 그의 입에서 피가 분수처럼 토해졌다.

콰당!

고목처럼 뻣뻣하게 굳은 채로 넘어간 패왕.

그는 두 눈을 부릅뜬 채로 절명하고 말았다.

그야말로 갑작스러운 죽음.

하지만 사비강은 알고 있었다.

패왕의 몸이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수준까지 도달했다는 것을.

리턴 대미지(Return Damage)라는 마법 때문이다.

이 경우 마나 소모량에 따라 되돌려주는 충격의 강도가 달라진다.

사비강은 아홉 번째 공격까지는 약간의 대미지만을 돌려보냈다.

하지만 마지막 공격에서는 자신이 받은 모든 충격을 고스란히 되돌려 보낸 것이다.

그 바람에 패왕은 스스로도 감당하기 힘든 내상을 입었고, 이를 다스리기 위해 그 자리에 목석처럼 굳어서 운기를 했다.

한데 그 흐름을 사비강이 깨뜨린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내막을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뭐, 뭐야? 설마 죽은 건가?”

“그럴 리가? 그냥 손만 댄 거잖아?”

관람자들이 술렁거리는데, 눈치를 살피던 심판이 얼른 철창 안으로 들어가 패왕의 목에 손을 가져갔다.

그의 표정에 당혹감이 서렸다.

그가 이 층의 회주를 힐끔 보더니 당황한 기색이 역력한 얼굴로 관중들을 돌아보았다.

“가, 가, 가득…삼. 승!”

모두가 그대로 얼어붙은 듯 움직이지 못했다.

오로지 사비강만 퉁퉁 부어오른 얼굴로 두 손을 번쩍 들어올렸다.

“하하하하! 역시 내가 이겼다! 나는 천지개벽무적권법의 대가다!”

**

“여기… 천만 냥일세.”

노인이 떨떠름한 얼굴로 전표 한 뭉치를 건넸다.

어느 전장에서나 곧바로 사용할 수 있는 전표였다.

사비강이 전표를 받아들고 확인하는 동안에도 노인의 표정은 얼떨떨한 상태였다.

‘정말 이 철부지가 패왕을…?’

그는 환전소에 앉아서 주판대를 굴리는 것이 주된 임무다.

때문에 바깥에서 일어나는 비무를 직접 관람할 수는 없다.

사실 별로 궁금하지도 않았다.

특히 가득삼이라는 청년의 싸움은.

보나마나 개죽음을 당할 테니까.

한데 살아 돌아왔다.

뿐만 아니라 패왕을 죽이고 천만 냥을 받아가게 됐다.

일각 전에 보고를 받았을 때, 그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몇 번이나 되물었지만 대답은 똑같았고, 결국 지금 눈앞에서 천만 냥을 세고 있는 가득삼을 보고 있었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군.’

흑천회로서는 비상이 걸렸다.

패왕을 잃은 것만으로도 크나큰 손실이었다.

급히 사람을 보내 회주의 뜻을 물어보았지만, 우선 절차대로 진행하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적어도 호투장 내에서 문제를 삼지는 않겠다는 뜻.

마침 사비강이 전표를 모두 확인하고는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오오, 확실하군. 천만 냥. 잘 받았소!”

사비강이 호쾌하게 말하자, 노인이 빙그레 웃으며 답례했다.

하대를 하던 그의 말투 역시 존대로 바뀌어 있었다.

“혹시, 더 즐기고 가실….”

“아니오. 오늘은 여기까지. 다음에 또 오겠소.”

“알겠습니다. 이분들을 안내해 드리게.”

노인의 말에 건장한 체격의 사내가 들어왔을 때와는 다른 문을 열며 말했다.

“두 분은 이쪽으로 오시지요.”

사비강이 말없이 그를 따랐다.

매설란이 얼른 전음으로 물었다.

[왜 다른 문을 열고 안내하는 거죠?]

[원래 도박에서 막대한 이득을 챙긴 자는 많은 이의 시기와 원한을 사게 되지.]

[그래서요?]

[일종의 보호 차원이랄까? 우리가 호투장을 나가고 나서 반 시진 동안은 아무도 호투장을 빠져나갈 수 없어. 손님을 보호한다는 명목이지.]

[그렇군요.]

막대한 이득을 챙긴 손님이 호투장을 나가다가 봉변을 당하지 않도록 흑천회에서 안배를 한 것이다.

사내가 이어진 통로를 가리키며 말했다.

“길을 따라 계속 가시면 됩니다.”

“고맙소.”

사비강의 대답에 사내가 안으로 돌아갔다.

사비강과 매설란은 그가 안내해 준 대로 통로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통로 가운데에 누군가 우뚝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작달막한 키에 등이 굽은 노인.

바로 흑천회주 갈천성이었다.

사비강이 짐짓 경계하는 척 물었다.

“누구요!”

“아아, 그리 놀라지 마시오. 우린 아까도 인사를 나누지 않았소?”

갈천성이 저벅저벅 걸어오자 그의 얼굴이 보다 명확하게 보였다.

“젊은 대협께서 참으로 대단하군. 개인적으로 얼굴을 한 번 보고 싶었소. 감축드리오.”

그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사실, 그는 내심 사비강을 씹어 죽이고 싶은 심정이었다.

별로 닮진 않았지만 패왕은 자신의 친동생이었다.

패왕의 시체를 직접 두 눈으로 확인했을 때는 당장 가득삼이라는 청년을 찾아가 찢어 죽여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강호의 많은 이목이 몰려 있는 곳이다.

섣부른 행동은 금물이다.

사비강은 갈천성의 축하 인사에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아까는 날 철부지 애송이로 취급하지 않았소?”

‘물론,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함이 없다! 네놈 역시 지금 몸이 성치는 않을 터!’

갈천성이 내심 이를 갈고는 부드럽게 대답했다.

“클클클. 아까는 미처 대협을 몰라뵀소. 정말 미안하게 생각하오.”

“뭐, 이제라도 생각이 바뀌었다니 됐소.”

사비강이 여전히 철부지 연기를 하자, 갈천성이 부드럽게 웃었다.

“노부의 식견이 짧아서 그런데 혹시 대협의 사문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겠소?”

“‘여량’이라는 곳이오. 시골 깡촌이라 모를 거요.”

“여량…?”

갈천성이 이맛살을 찌푸렸다.

그래도 많은 세월을 떠돌며 살아온 그였다.

언뜻 ‘여량’이라는 지명을 가진 마을이 떠올랐다.

하지만 곧 고개를 저었다.

그곳에 ‘해천문’이라는 문파는 없었기에.

당연했다.

사비강이 말한 지명은 그냥 대충 지어낸 것이었으니까.

“혹시 어느 성도에 위치한….”

“왜 그리 꼬치꼬치 캐묻는 거요?”

사비강이 기분 나쁜 표정을 드러내며 쏘아붙였다.

“혹시 우리 뒷조사라도 하려는 거요? 이게 호투장의 방식이오?”

다소 공격적인 질문에 갈천성이 아차, 하고는 급 온화한 표정을 지었다.

“허허허. 노부의 호기심이 지나쳤소. 언짢으셨다면 사과드리리다. 다만 워낙 고강하고 훌륭한 무공을 사용하시기에 존경스러운 마음을 담아 질문을 드린 거였소. 오해를 풀어 주시오.”

“그럼, 우린 이만 가 봐도 되겠소?”

“물론이오. 부디 살펴 가시길.”

갈천성이 옆으로 물러나며 길을 터주었다.

사비강과 매설란은 다시 걸음을 옮겼다.

‘여량의 해천문이라….’

갈천성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거짓말일 수도 있겠군.’

사비강의 행동에 앞뒤가 맞지 않는다.

자신의 사문과 무공 명을 떵떵거리며 밝히더니, 이번엔 사문의 위치를 숨기려고 든다.

게다가 경망스러운 행동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고강한 무공.

‘역시 홍묘의 예측이 들어맞았다는 건가?’

하면 진짜 정체는 무엇일까?

강호 초행의 무인이 초절정 고수를 이긴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그때 갈천성에게 중년 사내의 목소리가 전음으로 들려왔다.

[이대로 보내시겠습니까?]

흑사귀(黑邪鬼)였다.

갈천성의 오른팔이 패왕이었다면, 흑사귀는 그의 왼팔과도 같은 존재였다.

갈천성이 차갑게 웃었다.

[그럴 리가.]

[미행하겠습니다.]

[아니, 내가 직접 가겠다.]

갈천성의 두 눈이 살심으로 불타올랐다.

**

사비강과 매설란은 인근 마을 객잔에서 하루를 묵기로 결정했다.

두 사람은 방을 하나만 구했는데, 아직 인피면구를 벗지 않은 상태에서 남매라는 관계 설정을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때문에 매설란도 별 말은 하지 않았다.

일찌감치 저녁을 먹은 두 사람은 방에서 탁자에 마주 앉아 술잔을 기울였다.

“정말 당신을 따라다니면 지루할 틈은 없겠어요.”

매설란이 술잔을 들이켜고는 푸념 아닌 푸념을 했다.

하루아침에 천만 냥을 벌다니.

아직도 매설란은 실감이 나지 않았다.

말이 천만 냥이지, 그 정도면 강호 백대 재벌 안에 들 것이다.

사비강이 피식 웃고는 창밖으로 시선을 던졌다.

“오랜만이군. 이렇게 같은 공간에 단 둘이 있는 것도.”

별 의미 없이 꺼낸 말이지만, 매설란은 왠지 그 말을 듣고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그녀가 얼른 화제를 돌렸다.

“그나저나 이제 그 많은 돈을 어디에 쓸 생각이에요?”

“비밀 조직을 만들어야지.”

“비밀 조직?”

“그래. 오로지 내 명령에만 움직이는 조직.”

“하긴. 이 혈사련과의 전쟁에 개입하려면 단신으로는 역시 무리겠죠.”

“당연히. 그래서 조직을 만들어야해. 내게 절대적으로 충성할 조직을.”

“하지만 충성을 돈으로 살 수 있을까요?”

“그럼?”

사비강이 매설란을 바라보았다.

매설란이 어깨를 으쓱이고는 말했다.

“저야 잘 모르죠. 다만… 그런 충성에는 보다 사람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크크. 그런가? 하지만 난 인간을 믿지 않아. 대신 돈이 가진 힘을 믿지.”

말을 마친 사비강이 술잔을 들어 입에 털어 넣었다.

매설란이 그의 잔을 채워 주었다.

“우리 지금 감시받고 있는 거 맞죠?”

“역시 눈치는 빠르군.”

“그야 여전히 인피면구를 벗지 않고 남매 행세를 하라고 했으니까요.”

“맞아. 꼬리가 붙었어. 뭐, 예상한 대로 움직여 주고 있으니 다행이지.”

“도대체 어쩔 생각이에요?”

“싸워야겠지.”

“적은 몇 명이나?”

“서른하나.”

“그렇게 많이!”

매설란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사실, 그녀도 조금 전부터 적의 기척을 느꼈다.

대략 두세 명 정도.

한데 서른하나라니!

사비강을 만나기 전엔 그래도 강호에서 나름 이름 좀 알린 고수라고 스스로를 생각했다.

한데 이제 보니 자만도 그런 자만이 없었다.

강호는 넓고 고수는 모래알처럼 많았다.

사비강이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초절정이 둘, 절정이 다섯, 일류가 스물넷이군.”

그 와중에 상대의 능력까지 눈치 채다니.

도대체 이 남자의 능력은 어디까지일까?

그런데 이런 남자도 두려워하는 마계의 병사들은 대체 어떤 괴물들이란 말인가?

사비강이 술잔을 들었다.

“자, 웃자고. 맘껏 술에 취한 척하고 자야지. 그래야 놈들도 움직이기 시작할 테니까.”

“초절정이 둘이나 된다면서요? 괜찮아요?”

“당신이 있잖아?”

물론, 매설란은 그 말을 농담으로 알아들었다.

자신은 방해나 안 되면 다행이리라.

그녀가 굳은 표정을 짓자, 사비강이 신경 쓰지 말라며 다독이고는 술잔을 들었다.

결국 매설란도 눈을 질끈 감고는 술을 들이켰다.

‘그래, 이 남자가 알아서 하겠지!’

밤이 깊었을 때, 두 사람은 술상을 정리했다.

사비강이 품에서 가죽주머니를 꺼내들었다.

주둥이에 들어가기만 하면 어떤 것이든 보관할 수 있는 라겔의 주머니였다.

그가 주머니 안에서 얇고 투명한 조끼 하나를 꺼내더니 매설란에게 건넸다.

“자, 이걸 착용하도록 해.”

“이건…?”

“마계에서 건너온 용린갑(龍鱗甲)이야. 이름만 그런 게 아니라 진짜 용린갑이니까 고맙게 생각하라고.”

본래 용린갑은 갑옷의 미늘이 용의 비늘을 닮았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한데 사비강이 건네 준 것은 실제로 드래곤의 비늘을 가공하여 만든 마법 갑옷이었다.

물리적 공격뿐만 아니라 마법 공격에 대한 방어력까지 갖춘 희소 방어구.

라겔의 주머니와 함께 구한 물건이었다.

매설란으로서는 진짜 용린갑이라는 게 전혀 실감나지 않았다.

마계라는 곳에서는 정말로 용이 존재한단 말인가?

어쨌거나 저렇게까지 생색내는 것을 보면 굉장한 기물이리라.

이미 반지와 귀고리에서 그 효과를 톡톡히 보았던지라 매설란은 그의 말을 전혀 의심하지 않았다.

‘나, 정말 속물인가 봐.’

용린갑을 손에 쥔 매설란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기물을 아무렇지도 않게 턱턱 건네는 남자.

어느 여자가 싫어할까?

세상 여자들이 다 그렇더라도 자신만큼은 물질에 현혹되지 않으리라 생각했는데….

‘이런 건 반칙이라고!’

매설란이 괜히 날선 목소리로 톡 쏘아붙였다.

“뭐하세요? 어서 불 끄고 뒤돌아 서 계시라고요.”

“음? 뭘 새삼스럽게. 이미 하룻밤을 같이 보낸 사이….”

“시끄러워요!”

매설란이 빽 소리 지르자 사비강이 어깨를 으쓱이고는 돌아섰다.

“하여튼 춘대래라니까.”

그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고는 지풍을 날려 실내의 불을 모두 꺼버렸다.

사락사락.

매설란이 옷을 벗는 소리가 적막한 실내를 조심스럽게 채워 갔다.

마침내 그녀가 용린갑을 착용하자.

슈슈욱.

비늘처럼 얇은 용린갑이 그녀의 몸에 꼭 맞게 수축하는 것이 아닌가?

마치 아무것도 입지 않은 것처럼 가벼운 느낌.

‘굉장히 얇지만 느낄 수 있어. 정말 대단한 물건이라는 걸.’

매설란이 몸에 밀착된 용린갑을 손으로 쓸어 보며 내심 감탄했다.

“다 입었나?”

때마침 사비강이 무심코 돌아보았다.

“앗, 아직…!”

그녀가 얼른 소리쳤지만, 이미 사비강은 두 눈을 끔뻑이며 그녀의 몸을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실내의 불을 모두 꺼버렸지만 창으로 스며드는 달빛은 그녀의 아름다운 몸을 고스란히 비추고 있었다.

더구나 용린갑은 눈으로 구별하기 힘들만큼 투명했기에 솟아오른 그녀의 가슴과 그 끝에 꽃잎처럼 자리한 유륜까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꿀꺽.’

사비강이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키는 순간.

“뭐, 뭘 그렇게 보는 거얏!”

매설란이 저도 모르게 주먹을 쑥 뻗었다.

찰나, 사비강이 그녀의 손목을 낚아채는 것과 동시에 바닥에 떨어진 옷을 주워 들더니 그녀를 감쌌다.

“지금 무슨… 읍!”

소리치던 그녀의 입을 사비강이 얼른 손으로 막았다.

[쉿. 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어.]

사비강의 전음이 흘러들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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