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 마교관-67화 (67/670)

# 67

귀환 마교관

67화

쉬이이이잇!

질풍처럼 달려간 조문탁이 곧장 단검을 뻗었다.

“크익!”

상초진이 얼른 물러나며 칼을 휘둘렀다.

까앙!

날카로운 금속성과 함께 불꽃이 터져 나왔다.

조문탁은 얼른 몸을 회전시키면서 왼손으로 또 하나의 단검을 뽑아 들며 후려쳤다.

쒸에에에엑!

따당!

쒸이이익!

깡!

연신 금속성이 터져 나왔다.

두 사람의 움직임을 지켜보는 사람들은 입을 척 벌리고 말았다.

“저, 저 생도가 정말 특목반이라는 거야?”

“말도 안 돼. 상초진과 막상막하잖아?”

“아냐. 상초진보다 더 빨라! 오히려 상초진이 밀리고 있어!”

“도대체 어떻게 된 거지? 특목반에서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사람들의 시선은 자연히 사비강에게 향했다.

사비강은 그저 희미한 미소를 머금은 채 비무를 지켜볼 뿐이었다.

반면, 천세명의 표정은 시간이 지날수록 일그러져 갔다.

‘상초진! 도대체 뭐하는 거냐? 고작 그런 놈을 상대로!’

‘고작’이라고 했지만, 사실 천세명도 내심 놀라고 있었다.

조문탁의 경신법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빨랐기에.

저 녀석에게 저런 재능이 있었던가?

확실히 조문탁은 빨랐다.

아직 다듬어져 있지 않았기 때문에 공격이 어설프긴 해도 시간을 두면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보였다.

그러나….

‘오늘은 아니지!’

일대일의 싸움이었다면 꽤나 긴장이 됐을 거다.

하지만 이대이의 싸움이다.

여기에서 예설영이 가세한다면 조문탁의 저 발악도 얼마가지 못할 터.

현재 예설영과 능소소는 조문탁과 상초진의 싸움을 지켜보고 있었다.

여차하면 예설영이 끼어들어 조문탁을 끝내 버릴 생각인 것이다.

‘그런데 저 아이는 도대체….’

천세명이 능소소를 보았다.

아까부터 멍하니 서 있기만 하는 소녀.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올라온 건지 알 수가 없다.

무대 위에 선 예설영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어쩌지? 저 능소소부터 처리해 버릴까?’

그녀는 눈을 가늘게 뜨고는 능소소를 보았다.

여전히 꿈쩍도 하지 않는 소녀.

게다가 손에 든 저 목봉은 뭐란 말인가?

그때 예설영에게 천세명의 전음이 흘러들었다.

[영아, 그 아이는 일단 놔두어라. 지금은 조문탁에게만 집중해라. 기회가 엿보이면 곧바로 비수를 날려 승부를 보도록 해라.]

‘알겠습니다, 교관님!’

예설영은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본래 비무 도중 자신의 생도에게 전음을 흘려보내는 것은 정당성에서 어긋나는 것이지만, 천세명은 그만큼 승리에 목말라 있었다.

예설영이 손에 든 비수를 꼭 말아 쥐고는 조문탁을 노려보았다.

**

‘제길! 왼쪽 어깨에 맞지만 않았어도…!’

조문탁은 어금니를 뿌득 갈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왼쪽 팔의 움직임이 둔해지고 있었다.

어깨 통증도 점점 심해졌다.

[이제부터 왼팔 사용은 자제하도록 해라.]

어느 순간 사비강의 전음이 전해졌다.

사실 그는 천세명이 입술을 달싹이며 예설영에게 전음을 보내는 걸 보았다.

물론, 그걸 보고 가만히 있을 사비강이 아니었다.

그 역시 적극적으로 조문탁에게 전음을 보냈다.

힘겨운 싸움 도중 사비강의 목소리를 들으니 조문탁은 어딘지 안심이 되었다.

더 이상 왼팔을 무리하면 위험하다는 뜻일 터.

‘하지만….’

한 손으로만 싸우는 것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일이었다.

조문탁의 움직임이 달라지자, 상초진의 눈이 반짝였다.

‘한계구나! 후훗, 오른손만으로 이 몸을 상대할 수는 없다고!’

이대로라면 예설영의 도움이 없어도 이길 수 있으리라.

하지만 자신의 담임인 천세명은 돌다리도 두드려 보는 성격이다.

괜히 서두르다가는 이기고도 혼날 수 있다.

상초진이 얼른 칼을 횡으로 그어 갔다.

쒸에에엑!

그 순간 조문탁이 얼른 몸을 돌려세우며 단검으로 칼을 막았다.

쩌엉!

“크웃!”

단검으로 버티기에는 도에 실린 무게가 어마어마했다.

오른팔이 저릿하게 울렸다.

다음 순간, 상초진이 미끄러지듯 빠져나갔다.

‘아차!’

또 걸리고 말았다.

같은 수법이었지만 왼팔을 쓸 수 없는 상황인지라 어쩔 수가 없다.

쒹! 쒹! 쒸엑! 쒸엑!

이번에는 네 자루의 비수가 예설영의 손을 떠났다.

확실히 끝내겠다는 의지였다.

‘치잇! 틀렸어!’

조문탁이 능소소 쪽을 슬쩍 보았다.

그래도 지켜주고 싶었는데….

‘도대체 교관님은 무슨 생각으로 우리를 같이 올려 보냈담?’

능소소의 기감이 뛰어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완전히 상대를 드러내고 싸우는 비무대에서 그런 기감이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인가?

그래도 그동안 짝을 이뤄 무공 수련을 하느라 정이 들었건만.

‘미안해, 소소!’

조문탁은 단검을 들어 올리며 첫 번째 비수를 막아냈다.

따앙!

한편, 능소소는 눈앞의 푸른 존재와 아직도 기 싸움을 벌이는 중이었다.

‘앗! 또 비수야! 이번엔 정말 막아야 해! 네 자루나 된다고!’

실라페는 나른한 표정으로 시선을 돌리더니 역시나 고개를 가로저었다.

- 실라페는 관여하고 싶지 않다.

‘이 바보! 저 아이가 비수에 맞으면 나는 이 비무대회에서 이길 방법이 없다니까!’

- 비무대회에서 패배하면 그대는 죽는가?

‘그, 그건 아니지만….’

- 그렇다면 역시 실라페는 상관하지 않겠다.

‘그, 그래! 내가 죽을 수도 있어! 그러니까 어서 막아!’

실라페가 눈을 가늘게 뜨더니 능소소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가 곧 시큰둥하게 말했다.

- 그대는 거짓말을 하는군.

‘이익…!’

그러는 사이.

따앙!

두 번째 비수가 단검에 부딪치면서 조문탁의 어깨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날아갔다.

하지만 조문탁의 손에 들린 단검 역시 허공으로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이제는 완전한 무방비 상태.

남은 두 자루가 조문탁의 요혈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조문탁이 이쪽을 보며 뭐라고 말하는 것 같다.

‘미안해….’라고.

안 돼.

이대로 질 수 없어!

순간 능소소의 입에서 거친 목소리가 터져 나갔다.

“막으라니까!”

찰나였다.

눈앞에서 유유히 흐느적거리던 실라페가 팟,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후우우우웅!

광풍이 불어닥쳤다.

뒤이어 푸른 매로 변한 실라페가 돌풍처럼 날아가더니 세 자루의 비수를 모조리 삼켜 버렸다.

물론,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그것이 전혀 다른 양상으로 비쳤다.

쒜에에엑!

조문탁을 향해 날아드는 두 자루의 비수.

이 비수들은 틀림없이 그의 가슴과 명치 쪽 요혈에 틀어박힐 것이었다.

그런데 다음 순간.

눈으로 보고도 믿기 힘든 일이 벌어졌다.

우연이었을까?

능소소는 들고 있던 목봉을 뻗으며 고함을 내질렀다.

“막으라니까!”

그 순간, 조문탁의 코앞에서 돌풍이 불어닥쳤다.

후우우우웅!

그 바람이 어찌나 센지 날아들던 두 자루의 비수가 모두 튕겨 나갔다.

휙, 쒸이익!

마지막 한 자루는 관람하던 천세명의 뺨을 아슬아슬하게 지나치고는 나무 기둥에 처박혔다.

콱! 부르르르.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어서 천세명은 눈을 부릅뜨고 말을 잇지 못했다.

‘이건… 또 뭔…?’

한편, 조문탁은 코앞까지 날아들던 비수가 튕겨 나가자, 반사적으로 바닥을 차고는 상초진에게 날아갔다.

쒸에에엑!

예상치 못한 반격에 상초진이 헛바람을 집어 삼키며 뒷걸음질을 쳤다.

까강! 깡!

정신없이 단검을 휘두르던 조문탁이 어느 순간 뒤로 훌쩍 물러나더니 단검을 날려 보냈다.

쒜엑!

따앙!

가까스로 단검을 막아낸 상초진이 심호흡을 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직후였다.

“초진! 피햇!”

소리친 사람은 바로 예설영.

우습게도 지금 상초진을 향해 쏟아지는 세 자루의 비수는 바로 예설영의 것이었다.

그는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고 있었지만, 사실 이것들은 능소소에게 날린 비수였다.

능소소의 특이한 행동 이후로 자신의 비수가 모두 튕겨 나가자, 예설영은 곧바로 능소소에게 비수를 날린 것이다.

이대로 능소소를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에.

하지만 그 순간, 능소소는 다시 실라페를 불러 모든 비수를 상초진 쪽으로 되돌려 버린 것이다.

쉬익! 퍽! 퍽!

한 자루의 비수를 가까스로 피했지만, 두 자루의 비수가 그대로 상초진의 몸을 가격했다.

“커억!”

상초진의 몸이 붕 떠오르며 튕겨 나갔다.

그 순간을 이용해 조문탁이 빠르게 짓쳐들며 일장을 뻗었다.

퍼억!

상초진의 몸이 종잇장처럼 날아가더니 비무대 밖에 털썩 쓰러지고 말았다.

“끄으….”

충격의 도가니.

비무대를 둘러 싼 사람들은 말을 잇지 못했다.

첫 번째 이변에 이어, 또 다시 이변이 일어났다.

“상, 상초진이… 장외로 떨어졌어.”

“맙소사. 도대체 특목반은 어떤 반인 거야? 저 여자 생도가 쓴 건 기풍(氣風)인가?”

“사실은 특목반이 엄청난 반인 거 아냐? 비밀 임무를 맡은 생도들이라거나.”

“바보야. 그럼 저렇게 요란하게 하겠어?”

생도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아무튼 난 이제부터 특목반을 응원하겠어!”

“나도. 저 녀석들 너무 재미있잖아!”

“그보다 뭔가 대단하지 않냐?”

어느 순간부턴가 사람들은 특목반을 응원하기 시작했다.

“특목반 이겨라!”

“비룡반은 패배를 인정하고 내려와라!”

사람들의 함성이 이어지자 천세명의 얼굴은 흙이라도 씹은 것처럼 일그러졌다.

‘제기랄… 이게 도대체…!’

이번 기회에 특목반을 아주 묵사발을 만들 생각이었다.

잘근잘근 밟아서 다시는 기어오르지 못하게 만들 심산이었다.

한데… 이대로라면 비룡반을 이끄는 자신이 개망신을 당하게 생기지 않았나?

‘사비강…! 도대체 네놈은…!’

그가 사비강을 씹어 삼킬 듯 노려보았다.

사비강은 그저 흐뭇한 표정으로 비무대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침 그 곁에 있던 매설란이 속삭였다.

“사람들이 우리 반을 응원하니까 영 이상하네요.”

“후후. 지금은 그저 즐기는 것도 좋지 않겠소?”

“그나저나 능소소가 사용한 건 기풍인가요?”

“아니. ‘정령’이라는 거요.”

“네?”

매설란이 멍한 표정으로 물었지만, 사비강은 가만히 웃을 뿐이었다.

사비강은 희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보다 잘 해주고 있군.’

실라페를 부릴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았다.

실프 정도만 다스려도 이 싸움이 흥미진진하게 흐를 거라고 예상했기에.

한데 그녀는 실라페를 부렸다.

마력이 부족함에도 특유의 친화력과 깊은 정신력으로 그것을 만회한 것이다.

반면 믿었던 비도술이 전혀 통하지 않자, 예설영의 정신은 붕괴되기 직전이었다.

게다가 주변을 에워싼 사람들의 일방적인 응원.

이를 견디기에는 아직 그녀가 어렸다.

결국 그녀가 포권을 취했다.

“두 분에게 한 수 배웠습니다.”

패배 선언.

“우와아아! 특목반이 이겼다!”

“또 이겼다! 오늘 두 번 전부 특목반이 이겼어!”

사람들이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비무대에서 내려온 예설영이 천세명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교관님.”

“이익…!”

천세명이 손바닥을 치켜 올렸다가 멈췄다.

보는 눈이 많았다.

분을 다스리지 못해 생도를 폭행했다간 금방 입소문이 나리라.

폭행과 계도는 전적으로 다르므로.

그가 부르르 떠는데, 마침 한 남자가 다가왔다.

“많이 속상하신 모양이오.”

“사비강…!”

“패배의 쓰라림은 누구보다 생도들이 더 클 거요. 잘 어르고 달래 주시오.”

“우리 반은 내가 알아서 하겠소. 신경 쓰지 마시오.”

“음. 알아서 한 것치고는 두 번 모두 비무에서 패했으니 속상하시겠소.”

“이익…! 지금 날 놀리려고 온 것이오?”

“그럴 리가요. 나는 그저 천 부장님이 그 아이를 손찌검할까 봐 염려되어서….”

“그럴 일 없소!”

“하지만 아까 이렇게 손을 쳐올리고는….”

“다, 다독여 주려고 그런 거요!”

천세명은 자신의 말을 입증이라도 하려는 듯 예설영의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그 모습이 퍽이나 어색했지만, 사비강은 개의치 않고 말했다.

“하하. 역시 천 부장님이라면 생도들의 마음을 잘 헤아려 주실 거라고 생각했소.”

“흥! 오늘 두 번의 비무에서 이겼다고 너무 기고만장하지 마시오. 내일 마지막 비무가 남아 있으니까. 내일은 기대하시오.”

“아니. 기대는 안 하겠소.”

“뭣이?”

“자꾸 기대하래서 기대하니까 실망만 커지지 않소? 그래서 이젠 기대하지 않으려고 하오. 그럼.”

사비강이 히죽 웃어 보이고는 걸어갔다.

‘저 개놈의 새끼…!’

천세명이 모멸감에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한편, 사람들은 사비강을 가리키며 수군거렸다.

“저 사람이 바로 특목반 교관이야.”

“대단해. 그 구제불능 생도들을 어떻게 저렇게 만들었지?”

“와아, 나도 특목반에 들어가고 싶다.”

“어머, 사비강 교관님 좀 멋지지 않니?”

사비강은 눈을 지그시 감고 생도들의 칭송을 만끽했다.

그때였다.

당이협이 다급한 표정으로 다가왔다.

“주군, 급히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사비강이 천천히 눈을 떴다.

그의 표정은 조금 전과 사뭇 달라져 있었다.

‘올 게 왔군.’

당이협이 사비강의 귀에 뭐라고 속삭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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