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 마교관-47화 (47/670)

# 47

귀환 마교관

47화

끼이이익.

녹슨 철창이 듣기 싫은 마찰음을 일으켰다.

안으로 들어선 우괴가 썩은 이를 드러내며 히죽 웃었다.

“나와.”

“시, 싫어요!”

목단화가 반사적으로 주춤 물러났다.

우괴의 표정에 짜증이 스쳤다.

“고운 얼굴에 상처 내기 싫어. 어서 나와.”

“저, 저리가!”

“하여튼 말을 안 듣는다니까. 난 말 안 듣는 암캐를 별로 좋아하지 않아. 앙탈도 정도껏 부려야 예쁜 거란다.”

“가까이 오지 마. 더 이상 오면 혀를 깨물고 자결할 거야!”

찰나.

슈우우욱!

우괴의 얼굴이 단숨에 가까워지는가 싶더니 그의 손에 목단화의 머리채가 잡혔다.

“꺄악!”

목단화가 비명을 터뜨리며 반사적으로 일장을 뻗었다.

“어딜.”

우괴가 손바닥을 마주 뻗었다.

퍼엉!

손이 맞닿으면서 기가 폭발하자 공동이 쩌렁쩌렁 울렸다.

“아악!”

목단화가 비틀거리며 물러나자, 우괴가 손목을 어루만지며 다가왔다.

“제법 무공을 익혔구나. 섬검목가의 딸년이라는 게 확실한 모양이군. 이거 정말 흥분되는 걸?”

우괴가 아랫도리를 주무르며 히죽 웃었다.

목단화는 고통으로 일그러진 표정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이 미친 놈…!’

팔이 떨어져 나갈 것처럼 아팠다.

“암캐가 그런 눈으로 주인을 보면 못쓰지.”

짜악!

우괴가 휘두른 손에 목단화의 뺨이 휙 돌아갔다.

콰당!

중심을 잃은 목단화가 철창을 들이박고 쓰러졌다.

“화야!”

민유향과 백미령이 얼른 달려가려는데, 우괴가 날카로운 눈초리로 그들을 응시했다.

꿀꺽.

한 발자국도 뗄 수가 없다.

‘저건… 인간의 눈이 아냐.’

광기로 가득 찬 눈동자.

온전한 이성을 가진 눈이 아니다.

어떤 상식도, 논리도 통하지 않을 자라는 게 눈빛에서도 느껴진다.

“네년들은 내 것이 아니니까 웬만하면 안 건드릴 생각이야. 그러니까 얌전히 있으렴.”

민유향과 백미령은 보이지 않는 사슬에 얽매인 것처럼 꼼짝도 하지 못했다.

우괴가 쓰러진 목단화에게 다가가더니 그녀의 얼굴을 짓밟았다.

“윽…!”

태어나서 한 번도 겪어 보지 않은 굴욕감.

목단화의 표정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일그러졌다.

“클클클. 혀를 깨물어? 네년이 혀를 깨물면 이 우괴가 그 정도도 지혈하지 못할 바보로 보이느냐? 열 번 죽으면 열 번 살려 낼 거야. 킬킬킬.”

우괴의 표정을 본 목단화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이 순간, 그녀는 치욕보다도 더한 공포를 느꼈다.

“자, 이건 내가 가장 아끼던 개새끼가 차고 있던 거야. 뭐, 지난여름에 몸보신을 위해 끓여 먹고 나서는 기념으로 잘 보관하던 거였지. 넌 특별히 그 녀석이 썼던 목걸이를 채워 줄게.”

우괴는 이제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목단화의 목에 개목걸이를 채웠다.

“자, 따라오너라.”

몸을 일으킨 우괴가 쇠사슬을 잡아당기자 목단화가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겼다.

“윽…!”

“흐음. 원래 개가 두 발로 걸으면 안 되는데…. 뭐 지금은 넘어갈까?”

목단화는 치욕으로 몸을 가늘게 떨면서도 어떠한 저항도 할 수 없었다.

우괴는 그렇게 목단화를 끌고 넓적한 바위 위로 갔다.

그곳에는 좌괴와 한 여인이 나신으로 뒤엉켜 잠들어 있었다.

“좌괴도 참… 쓰고 나면 바로 치워야지.”

우괴가 손을 불쑥 뻗더니 여인의 머리를 잡고는 공동 한쪽으로 휙 집어던졌다.

“꺄아악!”

여인이 비명을 터뜨리며 한쪽 구석에 쓰러졌다.

좌괴가 부스스 눈을 뜨며 일어나더니 구시렁거리며 자리를 옮겼다.

“후아암. 우괴야, 너 벌써 그 암캐를 먹으려고?”

“그래. 그러니까 자리 좀 비켜.”

“알았다. 나는 좀 더 자고 일어나야겠어. 음냐아.”

좌괴가 누운 채로 몸을 굴려 공동 한쪽 구석으로 갔다.

우괴는 낄낄거리며 바위에 앉아서는 목단화를 돌아보았다.

“자, 이제 그 옷을 벗어라.”

“시, 싫어요.”

“아이참, 암캐가 자꾸 짖어대네.”

우괴가 머리를 긁적이며 다가오더니.

짜악!

단숨에 목단화의 뺨을 올려붙였다.

“벗어. 개는 옷 입는 거 아냐.”

“나, 난… 개가… 아니야.”

짜악!

“그만 짖고 벗으렴.”

“흑… 제발… 그만….”

짜악!

연이어 뺨을 얻어맞은 목단화의 뺨이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퉁퉁 부어올랐다.

결국 그녀의 자존심이 무너졌다.

“잘못했어요…. 그러니까 제발 그만….”

“벗어.”

“살려… 주세요.”

“안 죽여. 그러니까 얼른 어울리지 않는 옷 따위는 벗고 내게 기어오려무나. 네.발.로.”

우괴가 바위에 다시 걸터앉았다.

그가 발가락을 까딱거리며 말을 이었다.

“자, 꼬리를 흔들며 기어와서는 내 발을 핥아 보렴. 참, 꼬리가 없지? 그건 금방 만들어 줄 테니까 걱정 말고.”

목단화는 결국 절망의 늪에서 흐느꼈다.

우괴가 등에 맨 흑도를 꺼내 들었다.

“안 되겠군. 병신이 된 암캐는 별로지만… 어쩔 수 없지. 우선 손목 하나부터 시작하자. 하긴, 앞다리를 절뚝이는 암캐도 은근히 볼만하겠어.”

그가 막 일어나려고 하자,

“알았어요…. 벗을게요.”

결국 목단화는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그녀는 하염없이 흐느끼며 옷고름을 천천히 풀어헤쳤다.

사락… 사락….

마침내 겉옷을 벗자, 속살이 비치는 속싸개만 나타났다.

어둑한 공동에서 그녀의 몸만 환하게 빛나는 듯했다.

“캬아, 이제부터가 중요한 순간이군!”

문득 들려 온 목소리에 우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꾸했다.

“클클클. 그래, 이제부터가 중요한 순간이지.”

“이왕이면 아랫도리부터 벗으라고 하는 게 어때?”

“싫어. 난 역시 중요한 건 나중이라고.”

“에이, 무슨 소리야? 중요한 건 항상 먼저지.”

“싫다니까. 저건 내 것이니까 내 맘대로 할 거야.”

그때 공동 한쪽에서 불쑥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우괴야. 너 아까부터 누구랑 얘기하는 거냐?”

“응?”

우괴가 흠칫거리고는 고개를 돌렸다.

한쪽 구석에서 좌괴가 부스스 몸을 일으키고는 눈을 비비는 것이 아닌가?

“어라…? 좌괴야, 네가 말한 것 아니었냐?”

“아닌데. 난 지금 일어났어. 네가 하도 떠들어서.”

“엉? 그럼, 누구지?”

우괴가 두리번거렸다.

마침 속옷을 벗던 목단화도 움찔거리고는 가슴을 가렸다.

이내 그녀가 눈을 찢을 듯 부릅뜨고는 한곳을 바라보았다.

그녀의 시선을 따라 천천히 고개를 돌린 우괴.

그가 입을 딱 벌렸다.

바로 옆에 앉은 남자, 사비강이 히죽 웃으며 말했다.

“뭐해? 어서 진행하지 않고.”

“어, 어느 틈에! 그런데 넌… 누구냐?”

“나 참,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 지금. 눈앞에 진귀한 장면을 두고 있잖아. 너, 이 중요한 순간을 겨우 그런 질문으로 날려 버릴 거야? 집중하라고.”

“엉? 음, 그건 그렇지. 아, 아니. 아니. 그런데 넌 누구냐니까? 지금은 그게 제일 중요하다!”

그때 목단화 입에서 희미한 목소리가 들렸다.

“사비강… 교관…?”

“어, 오랜만이다. 아니, 아직 하루도 안 지난 건가?”

“교관님… 지금 뭐하는 거예요?”

목단화가 멍한 표정으로 물었다.

철창에 갇혀 있던 민유향과 백미령도 깜짝 놀란 표정으로 커다란 눈만 끔뻑였다.

사비강이 하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뭐하긴? 구경하지.”

그러자 곁에 있던 우괴가 이맛살을 찌푸렸다.

상황이 이쯤 되자, 좌괴도 심상치 않은 표정을 지으며 천천히 흑도를 들고 일어났다.

우괴가 눈을 가늘게 뜨고는 사비강을 보았다.

“너, 교관이냐?”

“응? 아, 그래. 이래봬도 명색이 교관이지. 쟤는 내 생도고.”

“그래? 그럼 쟤를 구하러 온 거냐?”

우괴가 천천히 흑도로 손을 가져갔다.

사비강이 웃으며 손을 저었다.

“에이, 그렇게 긴장하지 마. 아직은 아니니까.”

“뭐라고?”

“뭐, 사정이 좀 그렇게 됐어. 사실은 말이지….”

사비강이 우괴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쟤는 너희들에게 납치당하길 원했거든. 그러니까 내가 구해 줄 이유가 없잖아. 안 그래?”

“쟤들이 우리한테 납치되길 바랐다고?”

“그렇다니까. 그러니 난 구할 이유가 없어.”

우괴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뭐, 그건 그렇지.”

그러자 사비강이 다시 큰 소리로 말했다.

“자, 그러니까 하던 일을 마저 해. 난 모처럼 구경해 볼 테니까. 이제부터 중요한 순간이잖아? 무척 기대된다고.”

상황이 묘하게 흘러가자 목단화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는 소리쳤다.

“무, 무슨 소리예요? 교관님! 저자들은 날 납치했다고요!”

“알아.”

“아, 안다니? 그럼 당장 날 구해 줘야 할 것 아니에요!”

“왜?”

“왜라니…. 우리가 지금 당하고 있는 것 안 보여요? 지금 제가 차고 있는 이 흉측한 물건이 눈에 안 보이세요?”

“음… 생각보다 잘 어울리는 걸?”

“뭐, 뭐라고요? 당신이 그러고도 교관이에요?”

“뭐, 교관은 맞는데….”

“이 나쁜 사람!”

“뭐, 내가 썩 좋은 사람이 아닌 건 인정해.”

“그런…!”

말문이 턱 막혔다.

그제야 다소 긴장하던 흑도쌍괴 역시 맥이 좀 풀려 버렸다.

우괴가 사비강을 보며 물었다.

“뭐야? 너 정말 구경하러 온 거야?”

“그렇다니까.”

“그거 참 웃기네. 네놈도 우리만큼 별종이구나. 클클클.”

“아마 내가 더 별종일걸?”

“클클. 그런 것 같아. 아무렴 어때? 자, 들었지? 암캐야, 마저 벗도록 해라.”

목단화를 비롯한 여자 생도들은 넋이 나가 버렸다.

목단화가 옷자락을 움켜쥐며 앙칼지게 소리쳤다.

“싫어! 이 변태새끼들아!”

짜악!

단숨에 날아간 우괴가 다시 한 번 목단화의 뺨을 올려붙였다.

“또 말 안 듣지?”

“아이고, 아프겠다.”

사비강이 제 뺨을 얻어맞은 것처럼 표정을 구기며 중얼거렸다.

목단화는 뺨을 감싼 채 바르르 떨었다.

‘뭐야? 정말! 저 인간… 정말 우리를 구할 생각이 없는 거야?’

고운 주먹을 꼭 말아 쥐었다.

잔뜩 젖은 목소리가 입술을 비집고 희미하게 새어 나왔다.

“구해… 달라고요….”

“엉?”

“우릴 구해 달라고!”

“흐음. 내가 왜?”

사비강이 어깨를 으쓱였다.

목단화가 고개를 푹 숙였다.

“잘못… 했어요.”

“뭘?”

“우리가 교관님 지시를 어기고 흑도쌍괴를 얕잡아 본 거요. 그리고 이자들을 처단하겠다고 나선 거요.”

“흠….”

싸늘한 시선으로 목단화를 바라보는 사비강.

그가 우괴에게 고개를 돌렸다.

우괴는 가만히 흑도를 쥔 채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뭐해? 계속 진행하지 않고? 빨리 다음을 보고 싶다고. 이거 그림이라도 남겨 놓고 싶은 걸?”

“음? 클클. 너도 참 별종에 변태 교관이군. 난 혹시나 네 마음이 변할까 봐 걱정했지.”

“걱정하지 마. 쟤가 변하지 않는 이상 나도 안 변해.”

“그건 무슨 말이냐?”

“그런 게 있어.”

한편, 목단화는 흠칫거리고는 사비강을 보았다.

‘설마…?’

사비강은 이제 희미한 웃음까지 머금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저 사람. 내가 사실대로 말하지 않으면 정말로 구경만 할 작정이야. 그러고도 남을 사람이야!’

그때.

“빨리 벗으라고 이년아! 더 쳐맞기 전에!”

우괴가 버럭 고함을 내질렀다.

결국 목단화가 왈칵 눈물을 쏟으며 주저앉았다.

“구해 주세요! 잘못했어요! 제가 잘못했다고요! 일, 일부러… 흑, 일부러 납치를 당한 척하려고 했어요. 교관님을 골탕 먹여 주고 싶어서…! 흑흑, 잘못했어요.”

목단화는 이제 아이처럼 끅끅거리며 울면서 소리쳤다.

그제야 철창에 갇혀 있던 민유향과 백미령도 울부짖었다.

“교관님! 제발 도와주세요! 저희가 잘못했어요. 살려 주세요!”

그러자 우괴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크게 웃어젖혔다.

“으엥? 뭐야? 크크크! 진짜로 이년들 스스로 납치당하려고 했던 거였어? 크하하학! 진짜 웃긴 년들이잖아? 네 말이 사실이었구나? 저년들이 정말로 제 발로 우릴 찾아온 거였다니! 크하하학!”

우괴가 배를 쥐며 웃었다.

사비강이 천천히 일어났다.

“그래. 내 말이 맞지? 그러니까 여기까지다.”

“으엉? 그건 무슨 소리야? 지금부터 제대로 시작해야지? 하여튼 요즘 애들은 말을 들어 처먹질 않는다니까. 너도 저애들이 당하는 꼴을 보고 싶은 거지?”

“아니. 잘못을 뉘우치고 교관에게 구해 달라고 소리치잖아. 더 이상은 방치할 수 없게 됐어.”

순간 우괴의 표정이 싸늘하게 굳었다.

“너 지금 나랑 해보자는 거냐? 이 우괴를 우습게 봤다간 목숨을 부지… 음?”

사비강이 우괴의 이마로 손을 내밀었다.

뒤이어 그가 손가락을 튕기자.

따앙!

우괴가 포탄처럼 날아가더니 벽에 처박히는 것이 아닌가?

꽈앙!

“우, 우괴야!”

좌괴가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났다.

쓰러진 우괴는 머리가 박살난 채로 절명한 상태.

좌괴가 사비강을 돌아보았다.

‘미친…! 손가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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