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귀환 마교관-43화 (43/670)

# 43

귀환 마교관

43화

비상사태.

생도들이 모두 한 방에 모였다.

“그러니까 네 말은 흑도쌍괴가 목단화와 민유향, 백미령을 모두 잡아갔다는 건가?”

연우경이 염자량에게 물었다.

함께 여행을 한 지 제법 오래되었기 때문인지 대부분의 생도들은 이제 서로에게 편한 말을 사용했다.

물론 그 중에는 연우경과 목단화처럼 애매하게 경어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연우경과 염자량도 원래는 서로에게 하오체를 사용했지만, 언제부터인가 말을 놓는 사이가 됐다.

그렇다고 서로에게 감정이 좋은 것만은 아니었다.

염자량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방법이 없었어. 먼저 달아나자는 신호를 보낸 건 목단화였어.”

“그 여자 생도들이 무사히 달아났을 가능성은?”

“없어. 운이 좋다면 한 명 정도는 가능하겠지만.”

“어째서 그렇게 확신하지?”

“나는 흑도쌍괴의 수하들이 쫓아왔어. 하지만 그녀들은 흑도쌍괴가 직접 쫓아갔지. 우리가 아는 것보다 녀석들은 무공도 훨씬 강해 보였고, 머릿수도 많았어.”

연우경이 가만히 입을 다문 채 생각에 잠겼다.

일이 또 틀어졌다.

우선 목단화 일행이 의도한 대로 납치당하는 것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자력으로 탈출할 수 있을 때의 이야기다.

이대로는 목단화 일행이 진짜로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물론 이대로라면 사비강이 징계를 받는 것만은 확실하겠지만, 그녀들이 위험에 빠지는 것은 계산 밖이었다.

생도들이 술렁거렸다.

“이거 어쩌지?”

“이럴 때 교관님들은 대체 어디에 계신 거야?”

“정말 큰일이잖아. 흑도쌍괴가 그렇게 강한 녀석들이었다니.”

그때 곡보옥이 소리쳤다.

“멍청한 놈들. 그렇게 겁이 많아서 어떡할 거냐? 지금이라도 우리가 가서 납치당한 생도들을 구해야지!”

“하지만 자량 말 못 들었어? 그 녀석들 머릿수가 생각보다 많다고 하잖아. 게다가 무공도 강하고.”

조문탁이 반박했다.

곡보옥이 다시 소리쳤다.

“흥, 그렇게 약해빠진 마음으로 무슨 큰일을 하겠다는 거냐? 내 의견에 찬성하는 녀석들은 거수해 봐.”

예상과 달리 생도들은 선뜻 손을 들지 못했다.

막상 교관이라는 울타리가 사라지자, 강호의 무서움이 피부로 와 닿았던 것.

모두들 강호초행.

실전 경험은 전무.

머릿속으로 상상하는 것과 목숨 걸고 전쟁을 치르는 것은 전혀 다른 것이다.

흑도쌍괴는 이제 그들의 머릿속에 어마어마한 존재로 자리 잡고 있었다.

“쳇! 교관님들은 도대체 어디 간 거야? 왜 나타나질 않는 거지? 설마 이대로 우릴 버려 두고 도망친 것 아냐?”

곡보옥이 투덜거리는 소리에 생도들은 더욱 불안에 떨며 수군거렸다.

단리정이 염자량을 돌아보았다.

“네 생각은 어때? 우리 중에 그들과 싸워 본 사람은 너밖에 없잖아.”

모두의 시선이 염자량에게 향했다.

염자량은 미간을 찡그린 채 바닥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흑도쌍괴는 강하다.

단 일격을 막아냈을 뿐이지만, 그들이 강하다는 것은 충분히 실감할 수 있었다.

만약 자신에게 도를 던진 자가 작정하고 공격해 왔다면, 그 자리에서 즉사했을 것이다.

그런데 생도들끼리 뭉쳐서 그들을 찾아간다?

말도 안 된다.

천운이 따라서 이긴다고 하더라도 생도들의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리라.

사상자가 다수 발생할 거다.

그땐 교관님이 와도 어쩔 수가 없다.

마음을 굳힌 염자량이 입을 열었다.

“납치당한 생도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우선은 경거망동하지 말자. 녀석들은 우리가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고 상대할 만큼 만만한 자들이 아니었어. 일단 교관님이 돌아오실 때까지 기다리는 게 좋겠어.”

“나도 동감이야.”

“나도 찬성.”

생도들이 너도나도 손을 들며 찬성했다.

연우경이 어깨를 으쓱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뭐, 다들 뜻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교관님이 오실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그가 문을 열고 방을 나갔다.

복도를 걸어가는 연우경의 입매가 미묘하게 비틀렸다.

‘이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군. 하지만 이걸로 교관은 진짜 궁지에 몰린 셈이군.’

그의 표정은 어딘지 웃는 표정에 가까웠다.

**

두근. 두근. 두근!

웬만한 어른의 몸통만한 심장이다.

살아있는 것처럼 꿈틀거리고 있으나, 살아있는 생명체라고 볼 수는 없다.

그저 단순히 근육의 이완과 수축으로 인한 맥동(脈動)이다.

목을 벤 자의 심장이 한동안 뛰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결계와 함께 차원을 이동했다는 것이 그 증거다.

다만 드래곤 하트는 어마어마한 양의 마나를 보유하고 있으므로 훨씬 오랫동안 맥동을 유지한다.

심장에 묻은 피도 쉬이 굳지 않는다.

이제 막 드래곤의 가슴을 갈라 꺼내놓은 것처럼 생동감이 넘친다.

두근. 두근. 두근…!

사비강의 심장이 드래곤 하트와 동일한 속도로 뛰었다.

사비강은 크게 심호흡을 하고는 석탁 위로 올라섰다.

전율이 일어났다.

‘이제 이걸 먹기만 하면…!’

천천히 손을 뻗었다.

물컹한 이질감.

그와 동시에 단단하게 치고 올라오는 박동이 느껴진다.

‘역시 익숙해지지 않아.’

드래곤 하트를 찾았다는 기쁨도 잠시, 그의 입가에서 웃음기가 가셨다.

드래곤 하트를 처음 보는 것은 아니다.

마계에 있을 때도 드래곤 하트를 복용한 적이 있다.

하지만 다시 떠올리기 싫은 기억이다.

드래곤 하트 복용에 성공했을 때 얻는 것은 그야말로 진귀한 것이지만, 그 과정이 너무나 고통스럽기에.

우선 이 커다란 심장 덩어리를 익히지도 않고 날 것으로 먹어야 하는 고통은 상상을 초월한다.

먹는 도중 조금이라도 토하면 안 된다.

배가 터질 것 같아도 꾸역꾸역 모두 먹어치워야 한다.

‘젠장! 어차피 각오한 일. 저지르고 보자고.’

마음을 굳힌 사비강이 금속 상자를 번쩍 들어 올린 후 바닥으로 내려왔다.

그는 그 자리에 철퍼덕 주저앉아서 상자 안에 손을 쑤셔 넣었다.

질퍽!

우두둑!

근육과 심줄이 뜯겨져 나가며 심장 일부가 사비강의 손에 들렸다.

우적우적. 쩝쩝.

사비강은 손에 들린 심장 일부분을 정신없이 씹어대다가 눈을 질끈 감고 꿀꺽 삼켰다.

‘으으으!’

맛을 음미하면 안 된다.

그 맛이 뇌리에 틀어박히기도 전에 먼저 손을 놀려 최대한 빨리 먹어치워야 한다.

우두두두둑!

이번에는 조금 더 크게 떼어 내서는 입으로 가져갔다.

우적우적. 와구와구. 쩝쩝.

꾸울꺽!

우두두둑!

우적우적. 와구와구. 쩝쩝!

꿀꺽!

사비강은 쉴 새 없이 드래곤 하트를 뜯어먹어 갔다.

**

“잘 먹겠습니다. 흐흐.”

좌괴가 입술을 핥으며 히죽 웃었다.

그는 눈앞에 발가벗겨진 여인의 목덜미를 질척하게 핥았다.

“흐윽!”

여인이 수치와 두려움으로 몸을 떨었다.

“흐헤헤. 좋은 소리구나.”

여인의 배 위에 올라탄 좌괴가 아랫도리를 풀어헤치기 시작했다.

여인은 멍하니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마침 바로 옆에서 또 다른 여인을 겁탈하던 중이던 우괴가 돌아보며 물었다.

“좌괴야, 저년들은 언제 먹을 거야?”

“우선 이년들 모두 먹고 나서 생각해 보자.”

“하긴. 맛있는 건 아껴 두고 먹어야지.”

“내가 바로 그 생각이야. 우괴야.”

“맞아, 맞아. 그리고 저기 있는 저년은 내꺼야. 잊지 마, 좌괴야.”

“알았어. 대신 나머지 두 년은 내꺼다. 우괴야.”

“클클. 좋아, 좋아.”

우괴가 그 짓을 계속하면서도 철창 안에 갇힌 목단화를 향해 히죽 웃어 보였다.

동혈 안쪽, 철창에 갇힌 목단화와 민유향, 백미령은 새하얗게 질린 얼굴로 흑도쌍괴를 바라보았다.

‘너무 쉽게 생각했어! 이자들은 너무 강해!’

목단화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착혈단을 써 먹을 일도 없었다.

이들은 마혈을 점하지 않고도 자신들을 충분히 제압할 수 있었기에.

“화야, 우리 이제 어쩜 좋지?”

“나, 솔직히 너무 무서워.”

민유향과 백미령이 눈물까지 그렁거렸다.

목단화가 입술을 질끈 씹고는 흑도쌍괴를 노려보았다.

녀석들은 볼품없는 나체로 여인들을 겁탈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고통에 신음하는 여인들을 제멋대로 쾌락의 몸부림이라며 착각하고 있었다.

“크크클! 좀 더 신음해 보아라!”

“더 전율을 느껴 봐! 하악!”

목단화는 역겨운 표정으로 그들을 보다가 불쑥 외쳤다.

“이봐요!”

“헉, 헉. 으응?”

열심히 방아질을 하던 우괴가 고개를 들고는 목단화를 보았다.

“지, 지금이라도 우릴 풀어 주면 모두 없던 일로 해주겠어요!”

“엥? 무슨 그렇게 섭섭한 말을. 모두 없던 일로 하면 내가 널 먹을 수가 없잖아.”

“당신들! 내가 누군지 알고도 이런단 말이에요? 난 섬검목가의 목단화라고요!”

“흐헤헤! 알아, 알아. 그래서 더 흥분되는 거란다. 내 생에 섬검목가의 소공녀를 따먹을 수 있는 날이 올 줄은 몰랐거든. 클클클.”

“죽음이 두렵지도 않나요?”

“크크크. 말했잖아? 죽음이 두려웠으면 우리가 나쁜 짓을 하며 살겠느냐? 오늘 하루 너를 따먹을 수만 있다면야 내일 죽어도 여한이 없단다. 클클.”

우괴의 말에 목단화를 비롯한 생도들의 표정이 더욱 하얗게 질렸다.

목단화가 파르르 떠는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 사람들. 제정신이 아냐. 색에 미쳐 있어!’

그런 그녀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우괴가 히죽 웃으며 말을 이었다.

“예쁜 강아지야. 조금만 기다리렴. 곧 너에게 잘 어울리는 목줄을 채워 줄 테니. 너 같은 암캐는 네 발로 기어야 어울린단다. 클클클.”

목단화가 주춤주춤 뒷걸음질을 치다가 철퍼덕 주저앉아 버렸다.

태어나서 이런 공포는 처음이었다.

‘무, 무서워…!’

하지만 그런 내색을 드러내기에는 그녀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녀는 최대한 어금니를 악다물고 버텼다.

좌괴가 낄낄거렸다.

“우괴야. 너무 겁주지 마. 그러다 오줌이라도 싸면 어떡해?”

“응? 그것도 좋겠군. 암캐가 발가벗고 오줌 싸는 모습을 보자, 우리.”

“크크크. 하여간 우괴는 변태라니까.”

“너도 마찬가지잖아, 좌괴야.”

“클클클. 그건 그래.”

우괴가 목단화를 보며 히죽 웃었다.

“암캐야. 조금 있다가 네 발로 오줌 싸는 걸 보여주렴. 한쪽 다리를 들고 말이야.”

“클클클. 우괴야. 오줌 쌀 때 한쪽 다리를 드는 건 수캐나 하는 짓이야. 암캐는 그냥 앉아서 싼다.”

“아무렴 어때? 시키는 대로 싸면 되지.”

흑도쌍괴가 침을 흘려 가며 웃어댔다.

‘토, 토할 것 같아. 시, 싫어! 이런 건…!’

목단화가 하얗게 질린 표정으로 귀를 틀어막았다.

**

‘아우… 싫다. 이런 건…! 정말 토할 것 같아…!’

사비강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입을 틀어막았다.

그의 배는 터질 것처럼 빵빵하게 부풀어 올라 있었다.

이대로라면 배가 터져 죽어도 이상할 것이 없을 것 같았다.

“우우웁, 쿠웩!”

구토가 치밀었다.

순간, 얼른 입을 틀어막으며 목구멍까지 치고 올라온 것을 꾸역꾸역 눌러 삼켰다.

‘안 돼! 이제 마지막이다! 조금만 참자! 조금만!’

절로 몸서리가 쳐졌다.

꿈틀. 꿈틀. 꿈틀.

상자 안에는 주먹만 한 심장이 남아 있었다.

모두 먹어치우고 마지막 남은 녀석이었다.

조금이라도 쉬고 싶었지만, 호흡을 끊으면 안 된다.

먹는 시간이 오래 걸릴수록 흡수율이 떨어진다.

때문에 사비강은 최대한 서둘러 먹는 중이었다.

‘자, 이제 마지막이다!’

사비강이 마지막 남은 심장을 들고 입으로 가져갔다.

우적우적! 와구와구! 쩝쩝!

꾸울꺽!

“끄르르럭!”

마침내 길게 용트림을 한 사비강이 큰 대자로 뻗어서 누웠다.

그의 배가 태산처럼 부풀어 올랐다.

“후욱, 후욱, 후욱! 제기랄, 다시는 이 짓을 하나 봐라!”

누구에게 하는 소리인지도 모를 말을 허공에 쏟아냈다.

배가 터질 것 같아서 움직이기도 힘들었다.

한참 동안 심호흡을 하던 사비강이 히죽 웃었다.

“자, 이제 나오셔야지?”

누구에게 건넨 말일까?

그때.

그의 전신에서 붉은 기운이 점점 짙게 뿜어지는가 싶더니.

퍼콰아아아아아앙!

어마어마한 기운이 거세게 휘몰아침과 동시에 대폭발을 일으키며 주변을 초토화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