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마록-130화 (130/158)

용호상박 龍虎相搏5

우우웅....!

공기가 진동하는 소리가 산을 흔들고 상대의 주먹이 자신을 향하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자신과 상대의 사이에 놓여있는 대기를 격한 채 자신의 몸을 향하는 주먹.

저 주먹이 오롯이 자신의 몸에 닿는다면....?

생각하기도 싫은 결과에 머리를 흔들며 무적의 칼이 빠르게 움직인다.

피윳!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칼을 따라 허공에 나타나는 도벽.

촘촘한 구슬이 만든 도벽이 허공으로 떠오르고 무적의 칼을 떠나 초일과 무적의 중간쯤되는 곳에서 멈춰선다.

무엇엔가 막힌 듯  움찔 거리는 도벽의 뒤로....

피윳!

또다른 도벽이 하나 달려간다.

그리고....

두 번의 칼질과 함께 머리위로 들려진 무적의 칼이 아래로 내려온다.

섬전일도 閃電一刀.

세상이 둔도 鈍刀라 부르는 섬전일도가 무적의 머리위에서 아래로 내려온다.

파리가 날아와 앉을만큼 느린 둔도는 아니지만 여전히 누가봐도 하품이 나올만큼 느리게 내려오는 칼.

하지만....

콰아아....!

그 느리게 내려오는 칼을 따라 세상을 쓸어버릴 것 같은 굉음과 함께 강한 폭풍이 초일을 향한다.

둔도....?

천천히 내려오는 칼의 움직임과 함께 자신의 투심경을 뚫으며 상대의 도환이 날아온다.

오히려 도벽의 도환보다도 더 작고 촘촘한 구슬.

후웁....!

초일이 깊은 숨을 몰아쉬며 앞으로 뻗었던 주먹을 당기고....

파앙!

파앙!

공기의 벽을 뚫는 소리와 함께 초일의 두 주먹이 빠르게 움직이고....

우우웅....!

또다시 공기가 진동하는 소리와 함께 빠르게 움직이는 초일의 두주먹에서 강한 기운이 뿜어져나간다.

쩡!

날아오는 둔도의 도환과 강하게 달려가는 초일의 권경이 만나고 휘몰아치는 폭풍이 사방으로 비산한다.

그리고 빠르게 주먹을 뻗는 초일의 몸이....?

마치 무엇엔가에 의지하기라도 한 것처럼 허공으로 떠오르고 빠르게 움직이는 두 주먹과 함께 두 개의 다리도 같이 움직인다.

파앙!

파앙!

바람개비처럼 빠르게 돌아가는 손과 발을 따라 둥근 기운이 떠올라 초일의 몸을 감싸고....

마치 바닷속에 산다는 성게처럼 온몸을 감싼 둥근 기운의 밖으로 가시처럼 빠져나오는 주먹과 발.

수많은 주먹과 발이 초일의 몸에서 솟아나오며 무적의 둔도와 부딪치고....

꽝....! 꽝....!

마치 지축을 때리는 것 같은 엄청난 소리가 터져나온다.

이래서는....?

빠르게 주먹과 발을 움직이는 초일의 눈에 어느새 가슴어림까지 내려온 무적의 칼이 보인다.

저 칼이 바닥에 내려오기전에 상대의 몸에 내 주먹이 닿아야 한다.

하지만 어떻게....?

자신을 향해 이빨을 드러낸 저 광마는 견고한 도벽으로 자신을 보호하며 둔도를 이용해서 공격한다.

둔도를 뚫더라도 뒤에 버티고 있는 저 단단한 도벽은....?

내가 졌는가....?

내 주먹이 광마의 도를 뚫지 못했는가?

하지만 바로 그 순간....

절망처럼 다가오는 상대의 칼에 모든 것을 놓아버리려던 초일의 뇌리에 한 사람의 얼굴이 떠오른다.

아니.... 얼굴이 아니라 얼굴을 가린 하얀 가면 하나가....

"절대 포기하지마라! 내 행동이 잔인하다고.... 상대가 죄없는 불쌍한 자라고 단 한푼의 연민도 가지지마라. 그들도 우리를.... 굶주리고 핍박받던 병든 우리를 외면했다. 살려달라고 원통함을 풀어달라고 엎드려 애원하는 우리를 차갑게 외면했다.  죄없는 자들이라고....? 눈앞에서 고통받는 자들을 외면하는 그것이야말로 바로 죄악이다. 상대가 불쌍하다고 손속에 정을 두지말고.... 상대가 강하다고 싸워보기도 전에 포기하지마라. 두드리고.... 두드리고.... 또 두드리다보면 언젠가는 그 견고한 위선자들의 아성도 부숴질 것이다."

주인....

성게의 가시처럼 돋아나 빠르게 움직이는 초일의 사지에서 갑자기 주먹 하나가 떠오른다.

빠르게 돌아가는 혼돈속에서 오롯이 그 실체를 보이는 주먹 하나.

마치 주위를 살피는 것처럼 그 모습을 보인 주먹이 조금씩 움직이더니.... 성게의 가시에서 떨어져 나온다.

그리고....

빠르지도 않게 앞으로 나가는 주먹과 함께 둔도의 도환이 찢어지고....

주먹의 경력을 막아서는 도벽의 견고한 벽에 닿는다.

퉁....!

작은 울림 같은 소리가 들리고.... 도벽에 물결이 인다.

잔잔한 호수에 돌 하나를 던진 것처럼 넓게 퍼져나가는 물결.

주먹의 경력이 닿은 부분을 중심으로 둥근 동심원 같은 물결의 파장이 일고....

다시 한 번 초일의 주먹이 나온다.

퉁....!

둔도를 찢고 도벽의 흔들리는 물결에 권경이 닿고....

더 커지는 물결의 파랑위로 다시 세 번째 주먹이 온다.

퉁....!

넓게 퍼지는 동심원의 중앙으로 또다시 주먹이 닿고.... 호수 같은 도벽의 물결에 옅은 틈이 생긴다.

그리고....

네 번째의 주먹이 그 빈틈을 향한다.

작은 북을 울리는 것 같은 묘한 소리와 함께 자신의 도벽이 찢어진다.

마치 비단폭처럼 찢어지는 도벽의 틈새로 흐릿한 주먹의 환영이 보이고....

푸악....!

가슴을 건드리는 야릇한 감각과 함께 무적의 입을 통해 뜨거운 핏물이 뿜어져 나온다.

그리고....

굼벵이처럼 내려오던 무적의 칼이 빠르게 바닥을 찍고....

콰아아....!

폭풍 爆風.

바닥으로 떨어져 내려오는 무적의 칼을 따라 폭풍이 일며 몇 개의 도환이 느릿하게 초일을 향한다.

응....?

둔도의 날카로운 도환과는 다른 묵직한 느낌.

자신의 주먹을 자를 것 같은 날카로움이 아니라 주먹을 부술 것 같은 두터움이 느껴진다.

후웁....!

깊은 숨을 들이마시며 초일이 주먹이 빠르게 무적의 도환을 향한다.

투웅....!

강하게 뻗어나오는 주먹에 무적이 도환이 막히고 허공에 멈춰선다.

그리고....

우우웅....!

허공에 멈춰선 도환에서 터져나오는 강한 울림.

초일의 권경과 무적의 도환이 만나는 공간이 그 실체가 있는 것처럼 일그러지고....

주위로 그 여파가 밀려나간다.

이건....?

초일의 얼굴이 딱딱하게 경직되며 앞으로 뻗은 팔을 부르르 떤다.

발경....?

도환을 때린 자신의 권경을 타고 전해지는 미약한 울림.

그 미약한 울림과 함께....

투두둑....!

자신의 팔을 휘감고 올라오는 기운이 느껴진다.

마치 나뭇가지를 휘감는 뱀처럼 자신의 팔을 타고 올라오는 기운이 느껴지고....

퍽!

떡매치는 소리와 함께 가슴에서 터지는 경력.

그리고....

우수수.....!

투두둑....!

두 사람의 경력에 폭풍처럼 요동치던 기운과 허공으로 떠올랐던 수많은 돌조각이 바닥으로 가라앉고....

사방을 뒤덮으며 떨어져 내리는 수많은 나뭇잎이 눈을 가린다.

아....!

무적과 초일이 일으킨 충돌의 여파로 멀찌기 밀려난 예당의 눈에 한쪽무릎이 꺽여져 바닥에 닿은 채 입으로 짙은 피를 게워내는 무적과....

허공에서 스르르 바닥으로 내려오는 초일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양손의 옷소매와 함께 상의가 모두 찢겨나간 초일이 바닥에 내려서며 무적을 가만히 쳐다보는 것이 보인다.

꿀꺽....!

예당이 자신도 모르게 마른 침을 삼키고....

초일이 천천히 두 손을 들어올린다.

또....?

일어설 기운도.... 아니 칼을 들 힘도 없이 주저앉아있는 무적의 눈에 초일의 두 손이 올라가는 것이 보인다.

지금 저 자의 주먹이 자신을 향한다면 어떻게 해야하는가?

손가락 하나 제대로 들 힘도 없는 지금....

하지만....

억지로라도 일어서 보려고 바둥거리는 무적의 눈에 들어올린 두손을 마주 잡으며 포권을 하는 초일의 모습이 들어온다.

저 자는 아버지를 죽인 불구대천의 원수다.

그리고 자신의 군마맹을 퀘멸시킨 조직의 적이며.... 주인이 가야할 그 멀고 험난한 길에 걸림돌이 될 자다.

그런데....

그런데.... 왜 저 자가 밉지 않은가?

왜 저 자를 꼭 죽여야한다고 다짐하면서도....

저 자가 밉지 않은가?

주인....!

세상에는 눈앞의 저 광마처럼 우리 말고도 피맺힌 한을 갚기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봅니다.

부서지고 망가져 더 이상 움직일 수 없는 몸이 되어서도 저렇게 일어서려고 발버둥치는....

마지막 순간 까지 포기하지않고 모든 것을 내던지는 저런 자들도 있는가 봅니다.

주인....

죄송합니다.

자신의 우상이자 신앙과도 같은 하얀 가면의 주인을 떠올리며 초일이 두손을 들어올린다.

그리고 밑으로 떨어지려는 두손을 억지로 버티며 무적을 향해 포권을 한다.

"초일이라고 합니다."

응....?

서로가 서로를 죽이기위해 온힘을 다했던 상대가 마치 오늘 처음 본 것처럼 자신에게 인사를 한다.

초일이라고....?

그러고보니 오늘 만났을때 맨처음 저 자가 저렇게 인사를 했었구나....

자신을 죽일 자의 이름 정도는 기억하고 저승으로 가라는 배려였던가?

그렇다면 지금의 저 인사는....?

후우....!

무적이 깊은 숨을 몰아쉬며 바닥에 꿇고 있던 무릎을 억지로 편다.

투두둑....!

무릎을 동여매고 있던 가죽끈이 떨어져 나가는 소리와 함께 휘청거리는 몸을 바로 세우고....

"조무적이오."

무적이 포권을 하며 초일의 인사에 공수한다.

"조무적.... 좋은 이름이오...."

힘겹게 나오는 음성과 함께 초일의 입에서 검붉은 핏물이 흘러내린다.

그리고....

온몸으로 가는 혈선이 생기며 잘게 잘려나가는 종이장처럼 바닥으로 흩어져 내리는 초일의 몸.

아....!

죽음을 앞두고....?

나를 진정한 상대로 인정한 것인가?

도대체 저런 자가 어째서 남의 여자나 탐내는 뼈다귀 귀신 같은 파렴치한 인간과....

무적은 처음으로 자신이 죽인 상대에 대해 야릇한 감상에 빠졌다.

그리고....

피윳!

손가락 하나 제대로 움직일 기운도 없는 무적의 목을 향해 날아오는 차가운 칼날.

* * * * *

데에엥....!

환검의 섭혼검음을 삼켜버리는 종소리에 군자명이 황당한 얼굴로 숲속의 한곳을 보고....

조그마한 종.

마치 아이들 장난감처럼 생긴 작은 종을 들고 있는 노인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무림에는 음공 音功이라는 무공이 있다.

소리에 공력을 실어 상대를 살상하는 무공.

불문의 사자후 獅子喉나 도문의 제음祭音에서부터 절대금음 絶代琴音이나 옥소신음 玉簫神音등 수많은 음공이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도 소혼공 笑魂功.

혈마의 피와 영으로 만들어졌다는 혈영의 소혼공은 천 년전 수많은 무림정영의 목숨을 앗아간 악명높은 음공이었다.

결국 정존 목계공 대협이 혈마를 상대하기위해 일어섰을때 그를 도왔던 묘수천장은 소혼공을 막기위해 하나의  기물을 만들었다.

바로 절음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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