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마록-129화 (129/158)

용호상박 龍虎相搏4

* * * * *

빠르게 장내를 벗어나는 자신을 초일도.... 예당도 막지 않는다.

제길....!

결국 저들은 신녀가 아니라 무적 하나만을 노리고 온 거다.

그리고 무적은 그 사실을 알면서도 자신에게 먼저 가라고 했고....

지금 이 순간 신녀의 행방이 중요한가?

아니면 무적의 안위 安危가 더 중요한가?

선뜻 결정을 내릴 수가 없다.

어쨌던 지금은 무적을 믿자.

불사조 같은 무적의 생명력과....

자신의 검을 막아내던  그 알 수 없는 능력을 믿어보자.

짧은 생각과 함께 빠르게 몸을 날리던 군자명이 자신의  눈앞으로 펼쳐진 넓은 숲을 보자 바닥으로 내려선다.

그리고....

퍽!

잡초만이 무성하던  바닥의 흙이 솟구쳐 올라오며 그 모습을 보이는 한 자루의 장검.

파릿한 빛이 감도는 한 자루의 검이 바닥을 향해 내려서는 군자명의 발바닥을 찔러온다.

탁....!

군자명이 가볍게 발을 움직여 자신을 향하는 검날을 밟고....

그 탄력으로 다시 몸을 날려 한쪽의 커다란 나무 앞으로 내려선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우두둑....!

갑자기 등뒤의 나무를 뚫으며 튀어나오는 두 개의 손.

마치 칡나무덩쿨처럼 군자명을 옭아매는 두 팔과 두 다리가 군자명의 온몸을 휘감는다.

파악....!

동시에 땅을 뚫고 올라오며  군자명을 향하는 차가운 검.

파릇한 검기를 머금은 수십자루의 검날이 군자명을 향해 날아오고....

아....?

검을 뽑기위해 두손을 움직여보려하지만 자신을 옭아매는 팔과 다리를 떨쳐낼 수가 없다.

마치 먹이를 휘감아오는 뱀처럼 자신의 몸을 더 단단하게 옭아매는 상대의 팔과 다리.

휘이익....!

자신을 옭아매는 상대의 힘을 떨쳐내지 못하자 군자명이 팽이처럼 몸을 회전시킨다.

순식간에 돌아서는 군자명의 몸과 함께 군자명의 몸에 업히듯이 매달려있는 자의 몸을 향해 수십 자루의 검이 꽂혀들어간다.

퍽....! 퍽....!

살을 뚫고 들어가는 검음과 함께 등을 타고 전해지는 희미한 울림속에서도 자신을 옭아맨 팔다리가 풀리지는 않는다.

하지만....

움찔거리는 등뒤의 떨림과 함께 미약하지만 자신을 옭아매고 있는 두 팔의 조그만 틈이 느껴지고....

피윳!

서걱!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군자명의 검이 떠오르고 군자명의 몸에 흡반처럼 붙어있던 팔다리가 잘려져나간다.

그리고....

피윳! 피윳!

컥....!

윽....!

빠르게 허공을 가르는 군자명의 검과 함께 미약한 신음소리가 들리고....

바닥으로 쓰러지는 상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살수....?

땅속에 은신하고 나무의 속을 파 몸을 숨긴다.

그리고 뼈를 자르고 지나가는 날카로운 검의 고통속에서도 옅은 몇 가닥의 비명소리만이 나온다.

감정을 억제하고 고통을 참는 훈련을 받은 자객들.

군자명이 조심스럽게 자신의 눈앞으로 펼쳐진 숲을 둘러봤다.

이게 다 인가?

아니면.... 기다리는 자들이 더 있을까?

적어도 자신과 광마를 노리고 온 자들이라면 이 정도가 전부는 아닐 것이다.

후우....!

깊은 숨을 몰아쉬며 군자명이 넓게 펼쳐진 숲을 향해 천천히 발길을 떼고....

팟!

스쳐지나가는 나무 속에서 한 자루의 싸늘한 검이 빠져나오며 군자명을 향한다.

서걱!

날아오는 검을 향해 군자명의 검이 움직이고 무언가를 자르는 소리가 함께....

천천히 나무의 껍질이 흘러내리며 푸른 옷을 입은 사내 하나가 바닥으로 쓰러진다.

서걱! 서걱!

한 걸음씩 발을 뗄때마다 움직이는 군자명의 검과 몇 번의 절육음이 들리고 나무위에서 또 바닥의 잡초속에서....

그리고 항아리뚜껑처럼 흘러내리는 거목의 몸통속에서....

뿜어져나오는 핏줄기와 함께 목을 잡으며 그 모습을 보이는 푸른 옷의 사내들.

이래서는....

이 넓은 숲속에 은신해 있는 모든 살수들을 언제 다 찾아내서 죽일 수 있다는 말인가?

무언가 마음을 굳힌 것처럼 군자명의 검이 스르르 올라가고....

끼이잉....!

마치 쇠를 가는 것 같은 거북한 소리가 군자명의 검에서 울린다.

온 숲을 가득 채우는 야릇한 환검의 검음속에서....

데에엥~~!

갑작스럽게 울리는 커다란 종소리가 환검의 검음을 삼켜버린다.

"절음종 絶音鐘....?"

군자명이 황당한 얼굴로 숲속의 한곳을 노려봤다.

* * * * *

데에엥....!

갑작스럽게 울려퍼지는 종소리가 효시라도 되는 것처럼  꽉 움켜쥔 무적의 칼이 움직이고....

피윳!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수십 개의 구슬이 무적의 칼을 따라 허공으로 떠오른다.

그리고....

빠르게 자신을 향하는 살벌한 구슬을 향해 초일의 두 주먹이 뻗어나가고....

날아오는 구슬을 향하는 초일의 주먹이 갑자기 수십 개로 늘어난다.

우우웅....!

공기가 진동하는 소리와 함께 허공에서 회오리처럼 요동치며 휘감겨 올라가는 구슬과....

구슬의 주위로 환영처럼 보이는 수십 개의 주먹.

"도환....?"

무적의 칼에서 날아가는 구슬을 본 청살마도 예당의 입에서 옹알이 같은 야릇한 신음이 나오고 점점 거세지는 회오리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도환 刀環.

도법이 절정의 경지에 근접하게되면 도기를 응축시켜 더 강력한 도강을 만들어 낼 수 있다.

막아서는 모든 것을 잘라낼 수 있다는 칼의 강기.

하지만 절정의 벽을 넘어설 수 있게 된 도객의 도에서는 도환이라는 것이 나타난다.

도기를 응축시킨 도강을 다시 한 번 더 응축시킨 칼의 강기.

더 날카롭고 더 강력한 칼의 고리는 칼을 떠나 자유로이 움직일 수 있는 도강의 또다른 경지이다.

초식의 한계를 벗어나 원하는 모든 곳으로 향할 수 있다는 도환.

무적이 도왕동부에서 익힌 만월무변도는 그 도환의 경지로 가기위한 도법이었고 무적은 혈영과의 싸움에서 드디어 만월도의 한계를 극복하고 도환의 경지에 다다를 수가 있었다.

하지만 자신의 경지를 아직 정확히 알지 못하는 무적은 여전히 파천일식의 형식을 빌어서 도환을 펼치고 있는 것이고....

그 형태도 속이 꽉 찬 구슬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에라도 무적이 또 한 번의 깨달음을 얻어 자신의 경지를 오롯이 느낄 수 있게 된다면....

도환의 구슬이 고리의 모양으로 바뀔 수 있게 된다면....

우우웅....!

자신의 주먹과 상대의 도환이 서로 얽히며 만들어내는 압력에 초일이 조금씩 뒤로 밀린다.

치잇....!

상대의 힘에 자신이 밀린다고 느끼자 초일이 이빨을 악물며 빠르게 몇 번의 주먹을 앞으로 뻗어낸다.

투웅....!

도환의 회오리속으로 초일의 권경이 들어가고....

밀려나는 도환의 뒤로 또다른 도환의 모습이 보인다.

펑! 펑!

깊은 산을 울리는 도환과 권경이 만들어내는 강기의 충돌 속에서....

초일이 양다리를 천주부동으로 버틴다.

그리고 살짝 당겨졌다 앞으로 나가는 초일의 엉성한 주먹.

응....?

무적의 눈에 자신의 도환이 살짝 일그러지는 것이 보인다.

뭐지....?

찰나의 짧은 순간에 아무런 이유도 없이 일그러지는 자신의 도환과 함께 가슴속에서부터 올라오는 서늘한 느낌이 전신을 울린다.

그리고....

푸악!

입과 코를 통해 격하게 터져나오는 핏줄기와 함께 주르르 뒤로 밀려나는 무적.

이거다!

의식할 수도 없이 자신의 무릎을 박살냈던 바로 그 주먹.

그 보이지도.... 느껴지지도 않은 채 자신의 내부에서 터져나오던 충격이 지금 이순간 또다시 느껴진다.

온 전신의 뼈마디가 모두 부서지는 것 같은 충격속에서 무적이 힘겹게 고개를 들어 초일을 봤다.

무적의 눈에 두 다리를 어깨 넓이로 벌린 채 다시 한 번 천천히 주먹을 당기는 초일의 모습이 들어온다.

그리고 또다시 자신을 향해 뻗어나오는 초일의 커다란 주먹.

어떻게....?

어떻게 저 느낄 수도 없는 주먹을 막아야하는가?

아늑한 절망과도 같은 두려움속에 무적이 손안의 칼을 꽉 움켜진다.

그리고....

피윳!

피윳!

무적의 칼이 빠르게 움직이고 도환으로 만들어진 도벽이 생겨난다.

하지만....

우우웅....!

초일을 향해 밀려나가던 도벽이 찌그러지듯이 구겨지며 도벽이 무엇인가에 막힌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자신의 도벽을 통해서 또렷히 전해지는 강한 힘.

아....?

퉁!

울컥....!

또다시 가슴을 건드리는 총격과 함께 내부를 진탕시키며 역류하는 기혈이 입을 통해 쏫아져 나오고....

처음보다는 약하지만 분명하게 자신의 가슴을 건드리는 상대의 권경이 느껴진다.

하지만....

분명히 막았다.

자신의 도벽이 상대의 주먹이 향하는 경로를 막았다.

그리고 자신의 몸속에서 움직이는 기운이 도벽을 뚫고 자신의 몸을 건드리는 상대의 권경도 막아냈다.

그랬나....?

볼 수만 있다면 피할 수 없어도 내 몸속의 진기로 상대의 공격을 막아낼 수 있는 것인가?

그리고 이제는 상대의 주먹이 어떤 것인지도 희미하게 알 수 있을 것 같다.

막아서는 힘을 밀어내고 부수는 것이 아니라....

막아서는 벽을 통해 자신의 경력을 전달하는 방법.

격산타우라더니....!

자신의 몸에 닿는 상대의 경력이 자신의 몸을 울려 내부를 진탕시킨다.

그 미약한 접촉이 강한 충격의 울림에 묻혀 느낄 수 없었던 것 뿐이다.

도환이 만든 도벽을 건드린 상대의 주먹이 일으킨 진동이 내 몸에까지 닿는 것이라면....

그 중간에 또 다른 도벽을 만들면 된다.

짧은 시간동안 마음을 굳히고 고개를 드는 무적의 눈에 다시 한 번 자신을 향해 뻗어나오는 초일의 주먹이 보인다.

뭔가....?

자신의 투심경이.... 아니 발경이 막힌 것인가?

분명히 자신의 권경이 상대의 가슴에 닿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손맛이 왜 이런가?

초가집의 기둥이나 벽면을 강하게 때리면 벽이나 기둥이 부서지기전에 초가집이 먼저 흔들린다.

하지만 금성철벽의 견고한 성벽을 손으로 두드린다면 성이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성벽을 때린 손이 더 고통스럽다.

성벽을.... 성을 흔들기위해서는 더 강한 힘으로 때려야 한다.

발경의 비기는 이처럼 초가잡을 흔드는 것과 같은 것.

그런데 분명히 초가집을 흔들었는데도 불구하고....

견고한 성벽을 때린 것 같은 단단함이 느껴진다.

어찌 인간의 몸이....?

아니다.... 내 주먹이 약하다면 더 강하게 때리면 된다.

지긋이 어금니를 깨물며 상대를 보는 초일의 눈에 헝클어진 머리 사이로 자신을 보는 무적의 눈이 보인다.

저 괴물 같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자신을 보는 무적을 향해 초일이 반걸음 앞으로 왼발을 내민다.

그리고 무릎을 구부리며 자신의 주먹을 당긴 후 다시 무적을 향해 뻗어낸다.

우우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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