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광마록-128화 (128/158)

용호상박 龍虎相搏3

"추혼객? 좋은 별호군. 와라!"

오라고하는 무적의 말과 함께 진오용의 손이 움직이고 백명의 무인들이 몸을 날린다.

몰아치는 검광과 인광 刃光 속에서 무적의 칼이 나오고....

서걱....! 서걱....!

야릇한 음향과 함께 목이 잘려 날아가는 청마방도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빠르지도.... 그렇다고 강맹하지도 않은 칼질.

하지만 한 번의 칼질에 서너 명의 청마방도들이....

그리고 무적의 몸에 가까이 다가간 검과 부 斧가 잘려날아가고 그 검과 부를 든 자들의 목이 허공으로 솟구친다.

아....!

그 모습을 보고있던 군자명이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발하고 진오용은 공포에 몸이 얼어버린다.

온통 허점투성이인 상대의 모습이지만 그 빈틈으로 다가간 수하들의 앞을 막는 무적의 칼.

마치 사방어디에도 존재하는 것처럼 자유롭게 위치를 바꾸며 나타나는 광마의 칼에 수하들의 목만 속절없이 하늘을 나른다.

진오용이 고개를 들려 자신의 뒷쪽으로 보이는 숲을 한 번 돌아본 후 허리에 매어둔 검에 손을 얹는다.

어차피 죽을 목숨....

파앗!

진오용이 빠르게 무적을 향해 몸을 날리고....

깡!

귓가를 울리는 둔탁한 쇳소리와 더불어....

잘려져 나가는 자신의 검과 함께 목에 닿는 서늘한 칼날의 감촉이 느껴진다.

서걱....! 서걱....!

몇 번의 파육음이 뒤를 따르고 더이상 무적의 눈에 청마방도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여전히 칼을 들고 서있는 무적과 야릇한 눈으로 산등성이의 숲을 바라보는 군자명.

부스럭....! 부스럭....!

마치 일부러 인기척을 알려주기라도 하는 것 같은 소리와 함께 빽빽한 숲을 헤치며 나오는 두 사람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초일....?

별로 크지 않은 키에도 불구하고 남들보다 더 크게 보이는 초일이 모습과 정말로 초일보다는 머리 하나가 더 큰 노인의 모습에 군자명이 흠칫 놀라고 무적의 눈이 반짝인다.

두 사람....?

분명히 숲속에서 자신을 향하는 강한 살기를 느꼈다.

그런데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이라고....?

"오랫만이오."

숲을 빠져 나온 초일이 군자명을 향해 입을 열고....

"여기서 또 보는구려."

군자명도 담담하게 초일의 인사에 답한다.

그리고 무적은....

초일의 모습을 유심히 살펴본 후 키가 큰 노인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초일보다는 못하지만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상대의 모습.

무적이 도왕동부를 벗어나 만난 자들 중에 가장 강한 상대를 꼽으라면 단언컨데  지금 자신의 눈엎에 있는 초일과 복호사의 연화사태였다.

연화사태가 얼마나 강할지는 겪어보지않아 뭐라고 말할 수가 없지만 적어도 초일이 자신보다 약하지 않다는 것은 몸으로 확실히 느꼈다.

자신의 둔도를 막아내고 자신의 무릎을 부순 자.

아니.... 구첩만월도를 뚫고 자신에게 주먹을 날려 죽음직전에 까지 몰아넣었던 자.

그리고 예사롭지 않은 풍모의 이 노인도 초일만큼은 못하지만 절대로 가벼히 볼 수는 없는 자다.

"조 대협이 살아계셨다니 놀랍습니다."

"내 이름도 아는가?"

잠깐 동안 군자명을 보던 초일이 무적을 향해 입을 열고 무적의 차가운 말이 나왔다.

"당연히 알아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조 대협의 손에 내가 만든 군마맹이 모두 사라져버렸는데...."

군마맹을 만들어....?

"그대가 군마맹주인가?"

"정식으로 소개하지요. 사자보를 책임지고 있는 초일이라고 합니다."

초일이 무적을 향해 자신이 이름을 밝힌 후 옆에 서 있는 노인을 가리킨다.

"그리고 이 분은...."

"내가 말 하겠네. 노부는 청살마도 예당이라고 하네."

"별로 나이도 많지 않아 보이는데 스스로를 노인이라고 하는군."

"뭐....?"

갑작스런 무적의 말에 초일과 예당이 놀라서 무적을 보고 군자명이 쓴 웃음을 짓는다.

광마를 조금이라도 경험해본 사람이라면 그가 얼마나 필요없는 말을 피하는 사람인지 안다.

그런데 저런 말투를....?

생각지도 못했던 무적의 말에 멍하니 있는 두 사람을 무시한 채 무적이 이번에는 군자명에게 입을 열었다.

"군자명! 이곳은 내게 맡기고 너는 먼저 가라."

"조 대협!"

자신에게 먼저 가라는 무적의 말에 군자명이 소스라치게 놀라 무적을 향해 큰 소리를 지르고....

"지금 빨리 가지 않는다면 다시는 신녀를 보지 못한다. 나는 신경쓰지 말고 빨리가라!"

단호한 무적의 말에 군자명은 뺨을 실룩거리고 초일과 예당은 조금 놀라는 기색이 얼굴에 떠오른다.

"안가고 뭐하나?"

다시 한 번 무적의 고함소리가 들리고 군자명이 가볍게 한숨을 쉰다.

하아....!

"빨리 따라오시기를 기다리겠소."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다."

오래 걸리지는 않을 거라고....?

저 두사람을 상대로....?

제발 죽지만 마시오....

군자명이 말없이 장내의 세 사람을 찬찬히 둘러본다.

그리고....

파앗!

벼락 같이 몸을 날려 산등성이를 넘어가는 군자명.

그리고 산등성이를 돌아가는 군자명이 보이지도 않는 것처럼  눈길 한 번 주지 않는 초일과 예당.

역시....

"군자명의 앞길에도 기다리는 자들이 있겠지?"

"천하제일살이라고 해서 잔인한줄만 알았더니 조 대협의 심기가 손에 들린 칼보다 더 무서운 것 같습니다."

초일이 고개를 끄덕이며 무적의 말을 인정한다.

"군자명을 막는 것이 그렇게 쉽지는 않을 거야...."

"하는데 까지는 해보는 거지요."

잠깐이지만 마치 다정한 친구끼리 정담이라도 나누는 것 같은 말이 서로 오간다.

그리고....

"누가 먼저 오겠나? 아니면 함께 올 건가?"

다시 이어지는 무적의 말에 예당이 초일을 돌아본다.

그리고 조용히 열리는 예당의 입.

"내가 먼저 해도 되겠나?"

"이번만은 제가 양보해 드릴 수가 없네요. 죄송합니다. 예 선배님."

"그렇게 하게."

드물게 보는 초일의 단호한 말에 예당이 뒤로 물러나고 초일이 한발 앞으로 나온다.

"오라!"

동시에 무적의 짧은 말이 나오고 초일의 몸이 움직인다.

스윽....!

어....?

평범하게 한 발을 뗀다고 보여졌는데....?

어느새 무적의 코앞에 나타나는 초일.

그리고 빠르게 오른발이 무적의 가슴을 향해 뻗어나온다.

팡!

평범하게 가슴을 향하는 퇴법에 주변의 공기가 요동치며 발을 따라 허공에 작은 폭풍이 생긴다.

하지만....

파앙!

폭풍을 동반한 초일의 오른발이 무적의 칼에 막히는 것이 보이고....

오히려 초일의 발차기를 막아낸 무적의 얼굴이 찡그려진다.

자신의 칼을 타고 전해지는 엄청난 경력.

단 한 번의 발차기에 무적이 선뜻 칼을 휘두르지 못하고 주춤 거린다.

그리고 칼에 막힌 오른발을 축으로 초일의 몸이 허공으로 떠으르며 다시 왼발이 무적의 머리를 향한다.

쉬잉....!

뒤로 젖혀지는 무적의 허리와 함께 초일의 왼발이 무적의 얼굴 앞으로 지나가고....

빠르게 지나가는 발길질을 뒤따르는 강한 풍압에 무적의 머리가 흩날린다.

그리고....

스윽....!

이번에는 아무런 힘도 들어가지 않은 것처럼 무적의 칼이 흐느적 거리며 움직이고....

탁!

초일의 오른발이 무적의 칼을 차며 빠르게 뒤로 물러선다.

턱!

무적의 공세를 벗어나 바닥에 내려서던 초일이 떨어지는 그대로 다시 한 번 발을 굴리고 빠르게 무적을 향해 쏘아져 나간다.

피윳!

날카로운 파공성.

날아오는 초일을 향해 무적의 칼이 사선을 만들어내고....

펑! 펑! 펑!

초일이 날아오는 그대로 양발을 번갈아 차 파천일식을 막아내며 무적의 앞에 내려선다.

그리고 초일이 바닥에 내려섰다고 느껴지는 바로 그 순간....

슈욱....!

초일의 발이 무적의 턱을 향하고 살짝 돌려지는 무적의 머리 앞으로 초일의 발이 빠르게 올라간다.

그리고....

우웅!

허공으로 솟구쳐 오르는 발길질을 따라 몰려 올라가는 공기를 가르며 초일의 발이 무적의 머리를 향해 다시 내려온다.

피윳!

다시 무적의 칼에서  파공성이 들리고 자신의 머리를 향해 내려오는 초일의  종아리를 향해 빠르게 움직인다.

자신의 종아리를 향해 썰어오는 무적의 칼이 눈에 들어오고....

내려오던 초일의 다리가 안으로 접혀지며 발바닥으로 무적의 칼을 밟는다.

턱!

그리고....

밟고 있는 무적의 칼에 의지해 초일이 허공으로 몸을 뛰우고....

무적의 등을 타넘어며 무적의 뒷목을 향해 다른쪽 발을 내지른다.

파앙!

자신의 칼을 밟으며 자신의 머리위에서 다시 발길질을 하는 초일을 향해 무적이 강하게 칼을 밀어내고....

자신을 밀어내는 힘에 초일의 몸이 무적의 등뒤로 날아간다.

턱!

빠르게 밀려나가던 초일의 몸이 근처의 나무를 차고 다시 무적을 향하고....

피윳!

피윳!

날카로운 파공성과 함께 무적의 칼이 기울어진 열십자를 그려내고....

파앙!

요란한 소리와 함께 무적과 초일의 중간지점에서 솟구쳐 오르는 강한 회오리 바람.

우우웅....!

마치 용권풍인양 하늘을 향해 솟구쳐 오르던 기운이 점차 가라앉고....

후우....!

참았던 숨을 몰아쉬며 무적이 초일을 돌아봤다.

번개불처럼 빠르게 움직이며 자신의 몸앞으로 다가온다.

자신의 칼을 두려워하지 않고 품안으로 뛰어드는 용기와 쾌속한 신법.

그리고 단 한 대라도 맞으면 바로 쓰러져버릴 것 같은 치명적인 발차기.

분명히 상대의 퇴법을 모두 막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전신에 찌릿한 통증이 느껴진다.

그리고 욱신 거리는 손목.

결코 만만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이길 수 있을까? 하는 의심이 들게하는 상대다.

무적이 어금니를 악물며 손안의 칼을 다시 돌려 잡는다.

초일이 힐끗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봤다.

상대의 마지막 칼질을 막아낸 한 번의 충돌에 두 주먹에 희미한 자국이 남았다.

상대의 무기를 부숴버리는 자신의 두 주먹에 상처라....?

그리고 욱신거리는 두 다리.

천하제일도 일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헛소문은 아닌가?

전신의 호신강기를 극성으로 끌어올리고 상대의 칼이 움직이는 범위안으로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광마의 칼을 모두 막아내지는 못했는가?

옷자락 여기저기로 칼이 지나가며 남긴 도기의 흔적이 군데군데 보인다.

결코 평범한 방법으로는 저 자를 어떻게 할 수가 없다.

그리고 저 자에게는 아직 둔도가 남아있다.

그렇다면 내게는....?

내게도 저 자의 둔도처럼 상대를 한 번에 제압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내 주먹을 막아낸다면 내가 죽을 거고 막아내지 못한다면 저 자가 내게 죽는다.

초일이 꽉 쥔 주먹을 슬며시 풀었다.

계란 하나 정도 들어갈만큼의 빈틈이 생기는 엉성한 주먹.

초일이 자신의 엉성한 주먹을 천천히 몸앞으로 당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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