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死商5
"아닙니다. 생각은 해봐야 합니다. 우리도 이제는 알게 모르게 많은 적이 생겼고.... 그들 중 누군가가 우리를 납치하지 말라는 법은 없으니까요...."
반 봉옥....?
"그래서....?"
무엇인가를 느낀 듯 이번에는 동생들이 반 봉옥을 돌아봤다.
"잡혀서 절대로 죽지 않는다는 아니.... 대형에게 짐이 되지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없다면.... 잡히기 전에 죽어야 합니다."
"무슨 소리야?"
자신이 고함을 지르고....
"아납니다. 대형 생각해봐야 할 문제가 맞습니다. 충보가 좋은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만약.... 만약에 우리중 누군가가 다른 자들에게 잡히게 된다면.... 그때는 우리 모두가 위험해집니다. 그리고 우리들이야 충보의 말처럼 대신 죽어줄 생각만 하지 아무도 대신 복수할 생각은 하지도 못합니다. 이래서는 안됩니다. 내가 잡히더라도 곽 도가 잡히더라도.... 아니 둘째형님이 잡히더라도 우리 전부에게.... 대형에게 위험이 온다면 스스로 먼저 죽어야 합니다. 그리고...."
자신을 돌아보던 반 봉옥의 결의에 찬 눈빛.
내가 대신 복수해 준다고....?
나를 믿고 죽을 수 있디고?
반 봉옥.... 이 새끼야!
왜 그런 쓸데없는 말을 해서....
잡히기 전에 죽는다.
그때부터 동생들과 자신들 사이에 이루어진 이 무언 無言의 약속.
그 약속을....
길 평....
당 풍호의 고개가 조금 끄덕이고....
"우리가 그들을 찾아갔을때.... 우리보다 먼저 그들을 찾아온 자가 있었소."
"누군가....?"
왠지 일순간에 십 년은 더 늙은 것 같은 무적의 말에 당 풍호의 눈빛이 반짝였다.
이 자....?
왜 갑자기....
"혈극 배 성환.... 무림십흉 중의 한 사람이요."
"그래서...."
"혈극이 그들을 데려가려고 하는 것을 우리가 막았소. 그리고 그들에게 우리가 보호해주겠다며 함께 가자고 말했소."
무적이 아무런 말도 없이 듣기만 한다.
"그날 조 대협의 아내 되시는 분이 그러더군요. 준비할 것이 있다고 다음날 오라고...."
영영....
무적의 눈빛이 살짝 흔들리고....
"그래서.... 그날밤 그들이 자살했다는 것인가?"
"그렇소. 그들은.... 당신이 말하는 그 바보짓을 했소. 왜 그들이 그런 바보 짓을 했다고 생각하시오?"
오히려 무적을 몰아붙이는 것 같은 당 풍호의 말에 가 종덕이 놀란 눈으로 당 풍호를 돌아봤다.
자신도 그렇고.... 당 풍호도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날 많은 충격을 받았다.
그때의 그 충격이 아직도 마음속에 남아있었던 것인가?
가 종덕이 씁쓸한 기분으로 감상에 빠져들때....
털썩....!
부서진 식탁의 잔해위로 무적이 힘없이 주저앉는 소리가 들린다.
멍한 얼굴로 주저앉은채로 하늘을 올려다보는 무적의 눈에....
피눈물이라는 것이 있다.
사실 피는 피고....
눈물은 눈물일 뿐이다.
하지만 눈동자를 둘러싼 피부.
사람들이 눈이라 부르는 그 피부의 안쪽에 강한 심리적 충격이나 외부의 힘이 작용해 작은 상처가 난다거나 눈동자안에 있는 미세한 혈관에 염증이 생기고 혈관이 터지게 되면....
눈물에 붉은 피가 약간은 섞여서 나오기도 한다.
그리고 그 붉은 눈물을.... 사람들은 피눈물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무적의 눈꼬리를 타고 가는 눈물이 한방울 맺혔다.
맑은 눈물이 아니라 약간은 붉은 기운이 도는 눈물.
하아....!
답답한 당 풍호의 탄식과 함께....
"그 혈극이라는 자는 어떻게 됐나?"
이제는 오히려 담담해진 것 같은 무적이 음성이 나왔다.
"개방에서 몇 가지를 확인한 후 가둬뒀소."
"그자가 왜.... 그곳에 간 것이지?"
무적이 물음에 약간은 주저하는 듯하던 당 풍호의 입이 열린다.
"그자는.... 군마맹의 사람이었소."
"군마맹....? 큭큭큭....!"
괴상한 웃음과 함께 무적이 자신의 머리를 쥐어짜듯이 감싸쥔다.
어리석은....
천하의 바보 같은 놈.
자신이 미쳐서 날뛰는데....
그들이 초혼산으로 갈 거라는 생각은 왜 하지 못했는가?
길 평도....
영영도 아는 그 간단한 사실을....
왜 자신은 몰랐는가?
"그들의 시신은....?"
"초혼산에 모셔뒀소."
무적이 벌떡 일어난다.
그리고....
"백보! 초혼산까지 가는 동안 내게서 백보 이상은 떨어지지 마라!"
엥?
뜬금없는 무적의 말에 당 풍호와 가 종덕의 눈이 동그래진다.
* * * * *
"신녀께서 이 먼곳까지 어쩐 일이십니까?"
어디서 들리는 건지도 모르게 웅웅 거리며 울리는 음성과 함께 엄청난 크기의 교자가 내려선다.
터질 것 같은 근육으로 단단하게 뭉쳐진 네 사람이 둘러맨 교자와....
저거.... 부숴지지 않나?
제갈 식이 걱정할 만큼 커다란 교자를 가득 채우고있는 비대한 승려의 모습.
마치 살찐 코끼리를 교자에 태운 것처럼 출렁이는 승려의 살이 교자밖으로까지 밀려내려와 있는 것이 보인다.
"저야말로 대불을 이런 곳에서 뵙게 될 줄은 몰랐네요?"
정말 의외라는 듯 입을 여는 신녀와 잔뜩 인상을 쓰고 있는 타말.
"본불이야.... 죽일 놈이 있어서 왔지요...."
타말을 슬쩍 돌아보고 몇 마디 말을 했을 뿐인데도 교자를 꽉 채운 살이 출렁인다.
"타미르.... 홍교로 돌아가면 안되겠나?"
아무말없이 환희대불의 모습을 보고 있던 타말이 입이 힘겹게 열리고....
"그 이름 다시는 부르지 말라고 했잖아!"
환희불의 입에서 신경질적인 날카로운 말이 나온다.
그리고....
마치 잘 벼른 창과 같이 변하며 타말을 향하는 출렁이는 환희불의 살집.
갑작스럽게 자신을 찔러오는 환희불의 살집을 향해 타말의 두손이 빠르게 움직이고....
펑! 펑! 펑!
가죽 공을 때리는 것 같은 커다란 소리가 사막의 한 귀퉁이를 가득 울린다.
막아서는 두 손의 경력에 살아있는 뱀처럼 움직이던 환희불의 살이 다시 돌아가고....
출렁!
물항아리속의 물이 출렁이는 것 같은 묘한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너....? 월광도는 어디다 팔아먹었지?"
타말을 바라보는 환히불의 입에서 묘한 말이 나온다.
장님행세를 하며 바닥을 짚고 다니던 지팡이가....?
야릇한 환희불의 눈빛과 잔뜩 찌푸린 타말의 얼굴.
"돌아가라.... 나중에 내가 반드시 너를 찾아가마...."
타말의 입에서 침중한 말이 나오고....
"동노 東奴! 내 칼을 저 배은망덕한 놈에게 던져줘라!"
타말의 말은 듣지도 않는 것처럼 터져나오는 환희불의 고함소리와 함께 교자를 매고 있는 자의 몸에서 한자루의 도가 타말을 향해 날아간다.
턱!
가볍게 타말의 손에 잡히는 칼과....
"네놈이 훔쳐간 월광도만은 못해도 쓸만은 할거다."
비릿한 환희불의 음성이 들린다.
그리고....
주우욱!
마치 밀가루반죽처럼 늘어나며 타말을 향해 덮쳐가는 환희불의 살집.
피잇!
자신을 향하는 살집을 향해 타말이 받아든 칼이 움직이고....
날카로운 도기가 환희불의 살을 자른다.
하지만....
물컹!
괴상한 소리와 함께 타말의 칼을 잡는 환희불의 손.
길게 늘어난 살이 마치 사람의 손처럼 변한 체 타말의 칼을 잡고....
환희불의 살에 잡힌 타말이 갑자기 팽이처럼 빠르게 회전하기 시작한다.
쭈우욱~~!
팽이처럼 돌아가는 타말의 회전력에 가죽끈 늘어나는 소리와 함께 환히불의 살집이 팽팽하게 당겨지고....
스윽!
살집에 잡혀있던 타말의 칼이 움직이는 소리가 들린다.
그리고....
파앗!
솟구치는 핏줄기와 함께 빠르게 돌아가는 환희불의 살과....
"정말 네놈을 미워하지 않을 수가 없구나!"
짜증스러운 환희불의 음성이 조용한 울려나왔다.
뭐야....?
정말 인간이 맞아....?
두 사람의 대결을 지켜보던 제갈 식의 눈이 동그래졌다.
어떻게 된 인간이 살이 제 맘대로 늘어났다 줄었다 하지를 않나....
또 분명히 칼에 잘려서 피가 튀는 것을 봤는데....?
멀쩡하다.
아니.... 칼에 썰린 부위는 분명히 저렇게 떨어져있는데....
아....?
잘려진 살이....?
마치 오래전 죽은 짐승의 시체처럼 시커멓게 변해버린 한 웅큼의 살이 눈에 들어온다.
꿀꺽!
제갈 식이 마른 침을 삼키며 타말을 돌아보고....
별다른 표정의 변화도 없는 타말의 얼굴이 보인다.
그리고....
다시 환희불의 살집이 늘어나고....
열 개의 손?
환희불의 전신에서 뻗어나오는 살이 사람의 손 같은 모양으로 변하고....
타말의 전신을 노리며 열 곳의 방향에서 날아온다.
동시에....
슈욱! 슈욱!
초승달 같은 도기에 열 개의 손이 잘리는 소리가 들리고....
잘려져 나간 손 두 개가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촘촘한 타말의 도기속을 빠져나간다.
그리고....
덥석!
타말의 양어깨를 잡는 잘려진 두 개의 손과....
살아움직이는 것 같은 손에 어깨가 잡힌 체 두손이 아래로 쳐지는 타말.
보고있던 신녀가 깜짝 놀라고....
휘익~~!
강한 바람소리와 함께 교자에 앉아있던 환희불의 몸이 빠르게 날아와 잘려진 두 손에 붙는다.
"잡았다!"
출렁이는 살과 함께 환희불의 음성이 들리고....
슈욱!
아래로 처져있던 타말의 손이 위로 올라온다.
그리고.... 타말의 손에 이끌리듯이 바닥에서 하늘로 솟구쳐 올라가는 초승달 하나.
서걱!
무엇인가가 잘리는 소리와 함께 환희불의 몸이 반으로 갈라진다.
하지만....
두 조각으로 갈라진 환희불의 몸에서 쏫아져 나와야 할 붉은 피 대신에 다시 살이 늘어나고....
퍽! 퍽! 퍽!
요란한 소리와 함께 타말의 몸을 두드리는 환희불의 살집.
마치 여름날 내리는 소나기처럼 타말을 두드리는 환희불의 살이 주먹으로 변하고.... 하나하나의 주먹에서 강한 기운이 일어난다.
막아서는 무엇이라도 부술 것 같은 강한 기운이 타말을 두드리고....
웁!
신음 같은 괴상한 소리와 함께 쉴새없이 두들겨 맞던 타말의 장삼이 풍선처럼 부풀어 오른다.
그리고....
핏! 핏!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찢어지고.... 피가 튀는 환희불의 수많은 주먹이 눈에 보이고....
윽....!
낮은 신음과 함게 뒤로 밀려나는 타말과....
휘익!
바람소리와 함께 다시 환희불이 교자위에 모습을 나타낸다.
"망할놈의 철벽기!"
신경질적인 말을 뱉어내는 환희불의 입가에서 흘러내리는 피줄기와....
피투성이가 된 환희불의 전신이 두눈에 들어온다.
울컥!
뒤로 밀려난 타말도 한웅큼의 피를 토해내고....
"타미르.... 네놈의 그 유가혈기 柔加血氣가 더 짜증스럽다."
힘겹게 환희불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 이름.... 부르지 말란 말이다!"
원독에 가득찬 시선으로 타말을 노려보는 환희불과....
씩씩거리는 환희불을 보는 타말의 눈에 옅은 후회의 빛이 살짝 스쳐지나간다.
"네놈의 그 철벽기라는 것은 부숴지지도 않는 거냐?"
"홍교로 돌아가라.... 내가 약속하마.... 반드시 네게 가겠다고...."
"개소리!"
타말의 말을 자르며 다시 환희불의 살이 늘어나고....ㅇ 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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