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골문5
자신의 칼과 부딛친 오른손을 당기며 빠르게 따라 붙는 백골음마의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다시 왼 손이....
뼈밖에 보이지 않는 하얀 손에 푸른 빛이 일렁이는 것이 보인다.
자신을 덮치는 왼손의 푸른 빛.
그리고....
삐윳!
밀려나면서도 멈추지 않고 빠르게 움직이는 무적의 칼.
가가각!
기분 나쁜 소리와 함께 자신의 칼이 상대의 손목을 타고 내려온다.
단지 공력을 돋구지 못했을 뿐인데....
자신의 칼이 상대의 손을 자르지 못한다.
턱!
발 뒷굼치에 힘을 주며 밀려나는 몸을 버티고....
다시 사선으로 칼을 휘두른다.
삐윳!
이번에는 해골의 목을 향해....
펑!
무의식 중에 진기가 들어간 것인가....?
칼을 막기위해 뻗어나온 상대의 오른손과 부딛친 자신의 칼이 부르르 떤다.
그리고 해골의 움푹한 두 눈에서 불꽃이 일렁이는 것이 보였다.
펑!
커다란 소리와 함께 터져나오는 뼈다귀 같은 손의 경력.
급한대로 칼에 힘을 주고 상대의 경력을 막아보지만....
주르르....
뒤로 밀리며 바닥을 구르는 무적의 몸.
몇 바퀴를 구른 무적의 몸이 용수철처럼 다시 튕겨 일어선다.
울컥!
짙은 피 한줌을 토해내자 무적은 오히려 속이 조금은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끊어지던 진기가 살짝 전신을 도는 느낌이 들엇다.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진기가 모인다면 만월도를 펼쳐서 상대를 벨 수 있을 것도 같았지만....
산공독의 영향으로 무리하게 진기를 끌어올리기 힘들다.
끊어질 듯 이어지는 미약한 진기를 철판에 모으고....
이를 악물며 빠르게 백골음마를 향해 몸을 날리는 무적의 눈에 두 자루의 장검이 들어왔다.
아....?
마치 살아움직이는 뱀처럼 백골음마의 등을 타고 넘어와 빠르게 갈라지며 자신의 양 옆구리를 노리는 두 자루의 장검.
그리고....
싸늘한 두 자루의 장검을 뒤따르며 자신의 가슴을 향하는 뼈밖에 없는 하얀 손.
상대의 공격이 확연히 눈에 들어오지만....
피할 수가 없다.
--- 피하지 못하면 죽을 거냐? ---
자신을 향하는 싸늘한 기운 속에서....
갑자기 도왕동부의 얄미운 늙은이가 하던 말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망할 영감탱이....!
날아가는 속도 그대로 어금니를 악물며 무적의 칼이 빠르게 앞으로 뻗어나간다.
삐윳!
자신의 칼이 뼈밖에 없는 백골음마의 손을 향하는가?
아니면 도왕동부의 늙은이를....
꽝!
백골조와 부딛친 칼이 튕기듯 뒤로 밀리며 왼쪽 옆구리를 노리는 검을 때린다.
탕!
"무형검강?"
경악성과 함께 무적의 칼과 부딛친 검이 뒤로 밀려나고....
자신의 다른 쪽 옆구리를 파고드는 검이 몸에 닿는 것이 느껴진다.
빌어먹을....
분명히 보이지만 피할 수가....
팅!
하지만 괴상한 소리와 함께 무적의 옆구리를 찌른 상대의 검이 활처럼 휘어진다.
윽....!
자신도 모르게 미약한 신음이 입을 통해 흘러나오고 무적의 몸이 부르르 떨린다.
그리고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몸안을 흐르던 진기가 옆구리로 몰리는 것 같은 기묘한 느낌.
펑!
공터지는 소리와 함께 무적의 옆구리를 찌른 노인이 튕겨져 날아가고....
무적이 무릎을 꿇으며 바닥에 주저앉아 버린다.
컥!
주저앉은 무적의 입으로 다시 한 덩어리의 울혈이 터져나오고....
속은 편해지는데....
순간적으로 막혁던 기혈이 뚫리는지 진기가 살짝 움직이더니 다시 빠르게 역류하기 시작한다.
서둘러 진기를 가라앉히자.... 이번에는 옆구리에서 찢어질 것 같은 통증이 느껴진다.
검에 찔리지 않았는가?
상대의 검에 반응한 자신의 진기 덕분에 꼬지가 되는 꼴은 면했지만 역류하던 기운과 함께 산공독의 기운이 전신으로 퍼진 듯 다시 내력을 모으기가 힘들다.
하지만 이가 없다면 잇몸으로....
아랫 입술을 깨물며 무적이 억지로 일어선다.
그리고....
경이로운 시선으로 무적을 보는 백골음마와 두 노인.
분명히 갈오독에 중독됐다.
그리고 공력을 끌어올리지도 못한다.
하지만 그 몸으로도 자신들 세 사람의 공격을 모두 막았다.
"저 자.... 대단하지 않은가?"
백골음마의 말에 두 노인 중 한 명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오늘 저 자를 죽이지 못한다면.... 반드시 저 자는 우리에게 큰 후환이 될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의 말을 들으며 또 다른 노인이 검을 쥐고 있는 자신의 손을 봤다.
분명히 상대의 옆구리를 찌른 자신의 검이....
마치 철벽을 찌른 것 같던 그 느낌.
그리고....
자신의 손아귀에서 피가 보인다.
찢어졌어....?
검을 처음 잡는 초심자고 아니고 자신의 손아귀가 찓어지다니....
자신의 검을 밀어내던 그 반탄력은 강기인가?
황당한 얼굴로 무적을 내려다보는 세 사람의 눈에 칼로 바닥을 짚으며 일어서는 하얀 귀신 같은 자가 보인다.
석회가루가 전신을 덮어 온통 하얀 속에서 반짝이는 두 눈동자와 흘러내리는 입주위의 피가 왠지 섬뜩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어째 선뜻 다가 가기가....
"모두들....쳐라!"
이 살벌한 지옥 같은 장면에 어울리지 않는 중후한 음성과 함께 주위에 널어서 있던 백골문도들이 무적을 향해 덮친다.
지붕위에서 석회와 독을 뿌리던 백골문도들까지 모두 뛰어내려와 무적을 향해 몰려오고....
삐윳!
사선을 그리며 움직이는 무적의 칼.
자신의 칼을 막아서는 검을 타넘는 것처럼 비껴가며 상대의 목을 자른다.
크악!
으아악!
연속적으로 달려들던 몇 명의 몸이 갈라진다.
하지만....
자욱한 피보라 속에서 잘려나가는 동료의 몸과 상관없이 무적을 향하는 수많은 무기들.
챙!
챙!
챙!
날카로운 쇳소리와 함께 무적을 덮치던 상대들이 밀려난다.
그리고 그 찰나의 순간에 무적의 몸을 빠르게 훑고 지나가는 백골문도들의 검과 도.
자신의 몸을 스치는 차가운 칼날에 전신에서 피를 뿜어내며 휘청거리는 무적.
그리고....
무적의 눈에 이번에는 자신을 향하는 더 많은 검날이 보인다.
저런 굼벵이 같은 검에....
무적이 칼을 쥔 손에 힘을 주며 자신의 도를 휘두른다.
삐윳!
삐윳!
크으윽....!
끄윽....!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달려드는 자들의 몸에서 목이 날아오른다.
그리고....
퍽!
찌잉....!
괴상한 소리와 함께 뒤로 튕겨져 날아가는 무적과 괴로운 듯 비틀거리는 백골음마.
이럴수가....
백골음마가 망연히 바닥을 굴러가는 무적을 봤다.
수하들과 뒤섞인 상대의 가슴에 분명히 자신의 백골조가 격중했다.
하지만....
자신의 팔을 감으며 넘어오던 상대의 칼.
무슨 연검도 아니고....
도가 팔랑거리며 휘어졌다.
그리고 자신의 가슴을 가르던 상대의 칼.
정말 무형도강인가?
그 옛날 흑우가 했다고 전해지는 말.
검강이 최고의 경지에 달하면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기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분명히 검강은 존재하고 막아서는 모든 것을 벨수가 있다.
이 경지가 바로 무형검으로 가는 경지이며 깨달음을 얻어 무형검을 얻는다면....
이 무형검의 경지야말로 완전한 심검의 형태다.
심검요결과는 다른 방법으로 심검으로 가는 마지막 단계인 무형검강.
그리고 이 무형검강은 도를 쓰면 무형도강의 형태로 나온다.
백골공의 강기로 가슴을 베이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느껴지던 그 충격.
강기는 물론이고 도기조차없는 평범한 칼질에는 자신의 백골공이 이렇게까지 흔들릴 수가 없다.
울컥!
갑자기 역류하는 기운에 한 웅큼의 피를 토해내며 주저않는 백골음마의 눈에 다시 일어서는 상대가 보인다.
비틀거리는 몸을 칼에 의지한 체 힘겹게 일어서는 무적.
그리고 무적을 향해 몰려가는 수하들의 모습도 보이고....
삐윳!
삐윳!
저 몸으로도....?
"내당주, 문주님을 모시고 피하게...."
약간은 떨리며 나오는 노인의 말에 내당주라 불린 노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마무리를 부탁하네."
침중한 내당주의 말에 백골음마의 눈에서 불꽃이 튄다.
"난 괜찮다!"
"괜찮지 않습니다!"
단호한 음성과 함께 백골문주를 들쳐업는 내당주.
"빨리가!"
외당주의 고함소리에 내당주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몸을 날린다.
어디서 저런 자가....
백골문의 외당주 비취검 혁련 웅은 눈살을 찌푸렸다.
어찌됐거나 오늘 저 자를 죽이기는.... 죽일 수 있겠지만....
자신들의 터전이....
그리고 그 많던 문도들은....
다시 백골문의 위세를 되찾으려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삐윳!
삐윳!
크아악!
짧은 생각 동안에도 여전히 들리는 상대의 칼바람소리와 수하들의 비명.
그리고 어김없이 날려올라가는 임자없는 목과 핏줄기.
악마 같은 놈....
날카로운 칼의 진영 속으로 혁련 웅이 뛰어들어간다.
그리고....
삐윳!
큭!
어떻게....?
상대의 칼을 눈으로 보지도 못했다.
그런데 자신의 오른팔이....?
삐윳!
귀를 거스르는 소리와 함께 갑자기 상대의 키가 커진다.
아....!
상대가 커진 게 아니라....
무릎 아래가 잘려나가며 주저앉아버리는 혁련 웅.
그리고 자신을 버려두고 수하들을 향하는 상대의 칼.
삐윳!
마지막 칼질인가....?
악마 같은 저 놈외에는 주위에 두발로 서있는 자가 보이지 않느다.
문주님을 피신 시키기를 잘했구나....
만약 이자리에 문주가 있었다면....
저자를 죽이든 죽이지 못하던 문주도 무사하지는....
그나마 문주가 피해서 다행이라는 생각과 함께 올려다보는 상대가....
혈귀....?
온 몸을 뒤덮은 자상으로부터 흘러내리는 피.
이미 떡처럼 덕지덕지 붙어있는 하얀 석회속을 칼로 그어놓은 것처럼 서있는 붉은 줄과 베어나오는 핏물.
그리고 충혈되서 붉어진 눈과.... 역혈逆血인가?
상대의 코를 통해 흘러내리는 시커먼 핏물이 보인다.
이 미친....?
산공독으로 흩어지는 공력을 무리하게 끌어올렸구나!
몰아두지 못한 독기가 전신으로 퍼지고 진기가 역류할 건데....
이 미친 놈이 처음부터 여기서 죽기로 작정하고 왔구나!
"어디로 갔지....?"
힘겹게 입을 여는 상대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토해져 나온다.
그리고....
피식 웃는 자신의 입에서도....
미친 악마 같은 놈.
응....?
흔들리는 시야 속에서 상대의 입에서 흘러내리는 핏줄기가 보인다.
그리고 야릇하게 떠오르는 미소.
비웃음?
자신은 분명히 팔다리만 잘랐다.
그런데 왜 입으로 내장의 피가....?
무적이 휘청이며 혁련 웅의 앞으로 갔다.
이 자....?
스스로 독을 먹은 것인가?
저 해골 같은 색마가 이런 맹목적인 충성을 받을 가치가 있는 자인가?
쿨럭!
무적이 한 웅큼의 피를 토해낸다.
니미럴....
남 신경 쓸 때가 아닌 것을....
무적은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것을 느끼며 쓰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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